소설리스트

디앱솔브-28화 (28/140)

4

빛이 사라지고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탁한 공기가 떠돌고 있는 동굴의 벽이었다. 여기저기 곡괭이 등이 보이는 것으로 봐서 갱도 같았다. 뒤쪽으로 나가는 문이 보이는 것으로 봐서 입구인 것 같다.

"헤에, 여기가 던전이구나아."

꽤나 넓은 입구에선 장사를 하는 유저들과 파티를 구하는 유저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장비부터가 바깥과는 다른 것이 확실히 무언가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형. 나 지금 던전 입구거든, 지금 어디야?}

{여어~ 드디어 왔냐? 나 지금 4층에서 해마 놈들 잡고 있다. 경험치가 장난이 아니야~ 지금 벌써 레벨이 56이란다. 음하하하!}

같이 쿠루 잡을 때만 해도 거의 다 따라잡았던 레벨이었는데 또다시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말에 키리안이 조급한 어조로 전음을 보냈다.

{우, 우우! 나도 금방 갈 테니까 기다려!!}

{그래 빨리 와라!}

전음을 끝낸 키리안이 발을 동동 구르며 입구로 몸을 휙 날리려 할 때였다. 아리에가 갑자기 그의 소매를 잡아 끌었다. 안 그래도 급한데 한 마디 말도 없이 아리에가 자신을 잡아 끌자 키리안이 '왜에에에에-!'하고 이유를 물었다.

"주인님. 나 저거 사줘."

"뭔데에에에?"

키리안은 아리에가 가르키는 방향으로 눈을 돌렸다. 그곳엔 노점을 펴놓고 장사는 한 명의 유저가 있었다. 그의 앞엔 척봐도 상당히 좋아보이는 물품들이 널려 있었다.

흘러내린 선명한 붉은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진한 남색 눈동자가 인상적인 유저이다. 정령사인듯 깨끗한 녹빛의 정령사 로브를 입고 있었고 머리엔 깃털이 달린 모자를 쓰고 있었다.

"왜? 뭐 사달라구?"

"저거."

아리에의 하얀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이동시키는 키리안. 그는 곧 꽤나 커다란 크기여서 몸을 가리기 딱 좋으면서도 얇아 크게 무겁지 않아보이는 방패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금빛의 테가 가장자리를 감싸고 있었고 중간엔 물빛 해룡의 모습이 양각되어 있었다. 비싸 보인다.

"비싸 보인다아. 음, 그래도 아리에가 말하는 거니까 사줄게."

어차피 처음 쿠루를 잡을 때 포션을 산 것과 레벨 51이 되어 무구를 맞춘 것 빼고는 돈을 쓰지 않은 지라 어차피 돈은 여전히 많았다. 저 방패가 비싸봐야 얼마나 비싸겠는가.

키리안은 노점을 하는 그 유저 앞으로 걸어 갔다. 노점 앞에는 [디엔트 레이(Dient Ray)의 멋지구리한 물품 상점]이라는 팻말이 꽂혀 있었다.

"저기요. 이 방패 얼마 짜리에요?"

그는 그 커다란 방패를 힘겹게 낑낑거리며 들어올려 주인에게 보이는데 성공한 뒤 말했다. 그 모습이 꽤나 힘겨워 보이는지라 아리에가 한숨을 쉬며 그것을 대신 들어 주었다.

키리안과는 대조되게 가냘프고 하얀 팔목을 지닌 그녀는 한 손으로 가볍게 그것을 들어 올렸다. 역할이 바뀌었지만 레벨 차이였기에 별 수 없는 그림이었다.

노점의 주인은 그것을 보고 입가을 살짝 말아 올리며 답했다. 꽤나 웃겼던 모양이다.

"해룡의 비늘이네요. 안목이 높으시군요. 꽤나 기분이 좋은 관계로 단돈 5골드 35실버에 모시겠습니다아!"

"커, 커억?"

'단돈' 5골드 35실버?! 키리안은 바로 뒷목을 부여 잡았다. 이제 초보 딱지는 뗀 키리안이다. 적어도 돈의 가치 정도는 잘 알고 있다. 처음 7플래티넘의 가치를 알았을 때는 완전히 '헤에~'해서는 뒤로 넘어갔다. 유하가 잡아주지 않았다면 뇌진탕에 걸렸을 지도 모를 정도로 놀랐다.

5골드 35실버. 일반 유저에겐 정말로 큰 돈이다. 가난한 유저, 그리고 키리안과 같은 타입의 사냥만 하는 유저는 고수라도 만지기 힘든 돈인데 이것을 이 눈 앞의 정령사는 '단돈'이라고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 이익! 이게 어떻……!"

막 소리치려던 키리안의 입을 막은 것은 아리에였다. 그녀는 비어있는 왼손으로 키리안의 입을 '텁!' 소리가 날 정도로 단호한 행동으로 막았다.

"켁켁! 아리에에에, 콜록!"

막 숨을 힘차게 내쉬려던 차에 막힌지라 키리안은 괴로운 표정으로 콜록 거렸다. 주변의 유저들이 이 상황을 보곤 킥킥거리며 지나간다. 그것은 노점의 주인도 마찬가지였다.

"하하하, 죄송합니다. 너무 재미있어서 결국 웃게 되는 군요."

아리에 역시 웃음거리가 되기는 싫은지 자신의 주인을 끌고 구석탱이로 이동해서 해룡의 비늘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주인님. 잘 봐."

그녀는 방패의 약간 들어간 곳에서 튀어나온 막대기 같은 부분을 잡고 당겼다.

스르릉-

서서히 뽑혀져 나오는 푸른빛의 검. 막대기는 검의 손잡이였던 것이다. 조금 짧은 감이 있긴 했지만 아리에에겐 문제될 것이 없었다. 오라 블레이드로 검날을 필요에 따라 조절할 수 있는 그녀이기 때문이다.

"헤에, 검이네?"

"그래. 주인님이 지닌 기사의 검보다 좋은 검이야. 방패 역시 마찬가지. 수(水)속성 마법에 대해선 30%의 데미지 감소에 물리 공격 방어에도 엄청나게 탁월한 녀석이야. 크기도 상당해서 상체 정도는 완벽히 방어할 수 있고 얇아서 무게도 적은 편이야. '해룡의 비늘'이란 이름에 걸맞게 재질도 드래곤 스케일이라서 엄청 단단하지. 이 던전의 보스인 해룡이 낮은 확률로 떨어뜨리는 건데, 현재 디 앱솔브에 존재하는 초보용 방패 중에서 상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녀석이지. 5골드 35실버라면 확실히 싼 가격이야. 알겠지?"

"알았어. 그럼 이거 사주면 되는 거지?"

고개를 끄덕거리며 말하는 키리안. 아리에는 대답 대신 그를 데리고 다시 노점의 앞으로 왔다.

"음, 결정 하셨습니까?"

키리안은 다시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이곤 5골드 35실버가 든 주머니를 그에게 내밀었다.

"예, 감사합니다~ 즐겜(대충 즐거운 게임 하세요, 라는 뜻. 협상 결렬 등의 상황에서 쓰이기도 한다)하세요!"

아리에는 방패를 얻자 바로 그것을 왼팔에 찼다. 크기는 했지만 워낙 얇아서 그럭저럭 그림이 나왔다.

"자, 그럼 이제 정말 가자아?"

키리안은 그녀가 방패를 찬 뒤에 일행을 살폈다. 이젠 볼일 다 봤는지 아리에는 그의 곁에 선 상태였고 유하는 여전히 그의 옆에 있었기에 출발해도 문제는 없을 듯 했다.

"그럼 가자아!"

키리안은 당당한 발걸음으로 던전 내부로 이동하는 마법진 위에 섰다.

파아앗-!

일행이 올라서자 마법진은 빛을 뿜으며 일행을 감쌌다. 키리안은 두근거리는 표정으로 그 빛에 몸을 맡겼다. 처음으로 가보는 던전, 그 모습을 기대하며.

아베스 던전

오늘 싸웠심. 끝이 대략 더럽셈-_

한 대도 못 때리면서 왜 자꾸 덤벼..ㅡㅜ

****

Stage Six - 아베스 던전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