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디앱솔브-29화 (29/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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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다단-

던전 이동 후 가장 먼저 들을 수 있었던 것은 불길한 음률이었다. 옵션에서 사운드를 들을 수 있도록 설정했기에 그동안 신경도 쓰지 않았지만 무의식 중에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사냥을 했었는데 갑자기 음악이 불길하고 낮으면서도 신경을 자극하는 것으로 바뀌어서 인식하게 되었던 것이다.

"우, 우우… 분위기 죽인다."

키리안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폐광이 모티브인듯 여기저기 널려있는 곡괭이, 낡아빠진 작업복들. 불길하고 희미한 불빛 아래 어둠 속으로 이어져 있는 길의 BGM(배경음)이 딱 불길하고 낮은 음악이라니. 무섭잖아!

"키리안. 유하 잘 보호해. 여기서부턴 공격력이 차원이 달라지니까. 물론 너도 조심하고."

마치 만물박사처럼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듯한 아리에. 그녀의 주의에 따라 움직여 손해 본 적은 전혀 없었기에 키리안은 고개를 끄덕이곤 유하와 함께 아리에의 뒤로 붙었다. 참으로 난감하지만 일행의 보호는 아리에의 역할이다. 더불어 앞장서는 것도 아리에. 키리안과 유하는 그 뒤를 쫄래쫄래 따라다니는 것이 이번 던전에서 레벨이 될 때까지의 모습이다.

몇몇 유저들이 이 난감한 일행에 잠시 시선을 주었지만 곧 사라지고 자신의 일에 열중했다.

"요호, 새로운 몬스터다!"

던전에 들어와서 처음으로 몬스터를 발견한 키리안이 소리쳤다. 어둡고 넓으며 복잡한 갱도. 가지처럼 퍼진 길 중 한 곳에서 몬스터 한 마리가 슬슬 기어나왔다. 커다란 자루를 질질 끌며 나타나는 녀석은 두더지를 사람과 퓨전시키면 나올 듯한 모습이었다.

놈은 키리안들을 발견하자 '크우우!'하고 울고선 일행에게 달려들었다. 아리에는 왼쪽, 키리안과 유하는 오른쪽으로 몸을 움직여 그 돌진을 피해냈다. 그리고 뽑히는 키리안과 아리에의 검.

스르릉-!

확실히 수준이 높아진 키리안과 아리에의 검은 뿜어져 나오는 예기부터 달랐다. 키리안은 자신만만하게 검을 들고 몬스터를 마주했다.

"두두. 자루를 휘두르는 공격은 엄청나게 치명적이지만 그만큼 속도가 느린 몬스터야. 힘과 민첩 위주인 주인님이라면 크게 어렵진 않을 거야. 우리도 도와줄 거니까."

"크우우-!"

다시 몬스터가 소리치며 달려들었다. 그리고 유하의 주술 역시 시전되었다.

"속박의 술."

끈끈한 마나의 올가미가 두두의 발을 옭아맸다. 순간 주춤하는 두두. 그 사이를 놓치지 않고 키리안이 달려들었다.

"오라 스플리트!"

순간 상승하는 검의 절삭력. 두두는 달려오는 키리안을 보고 불안한 상태에서도 자루를 휘둘렀지만 키리안은 몸을 숙이며 두두의 품으로 파고드는 것으로 회피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뉴 스킬(New skill)!!

"콘센트레이트 오라!!"

높아진 절삭력에 모아지는 오라. 그것은 상승 효과를 일으켜 엄청난 예기를 뿜어냈다. 두두가 어떻게 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한 검기! 단숨에 두두는 그것에 베여 절명했다.

"훗. 겨우 일개 두더지 인간이 막아낼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콧대 높아진 키리안. 그는 허리에 두 손을 얹고 '캬캬캬'라는, 아주 말도 안되는 웃음을 흘리며 거만해했다. 아리에가 그 창피한 모습에 이마를 꾸욱 누르곤 그를 잡아 끌었다.

"자자, 빨리 가자."

끌려가는 키리안, 뒤따르는 유하. 던전에 들어오고 부터 어째 삐그덕거리는 듯 하지만 뭐 큰일이 없으니 그리 큰 문제는 없었다.

이동하는 동안 몇 번 더 두두를 만났지만 역시 수월하게 해결했다. 속도가 느린 것이 두두에겐 치명적이었다. 느린 두두는 유하가 보조해주는 아리에와 키리안의 검에 속수무책으로 쓰러졌던 것이다.

"어, 다른 입구네?"

길은 많았지만 입구는 보이지 않던 갱도. 처음 들어왔던 입구와는 다른 입구 보이자 키리안이 그곳으로 빠르게 걸어갔다.

"지하 2층으로 가기 위해서 앞으로 세 번은 더 통과해야 해. 아베스 던전은 마법진이 몇 없어. 거의 대부분이 이런 통로의 형식으로 이어져 있지. 들어 가자."

"예썰."

일행은 어두운 입구 속으로 발을 옮겼다. 어둡긴 했지만 아무 것도 보이지 않을 정도는 아니었다. 유하의 야명주에 따라 걷기를 1분 여. 드디어 다시 빛이 보였다. 기껏해야 갱도 안의 흐릿한 빛이었지만 그들이 있던 곳보단 나았다.

"요호~ 빛이다!"

"…기뻐하지 마."

아리에는 괜히 '헤에~'거리는 키리안에게 태클을 걸었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는 못했다.

그녀는 머리를 긁적이며 다시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전진. 1층엔 심각하게 경계해야할 녀석은 없지만 언제 어디서 무엇이 튀어나올지 모르니 주의해서 나쁠 것은 없었다.

"요호! 두두 진화형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등장하는 몬스터. 아까의 척봐도 느려보이는 듯 했던 멜빵바지 두두보단 좀 더 날렵해 보이는 녀석이 나타났다. 쥐고 있는 것도 상당히 위협적인, 곡괭이를 빙자한 낫을 닮은 무기였다.

"두라스…였던가? 주인님, 이번엔 조심해. 저 놈 두두보다 훨씬 빠른데다가 공격력은 맞먹으니까. 잘못 맞으면 한 방에 사망이야."

"예썰!"

사냥 중엔 언제나 아리에는 한 발 물러서는 입장을 취했다. 주인의 사냥 실력을 높여주기 위해서다. 괜히 자신이 다 처리해 주다간 바보고수 만들기 십상이다.

시작은 유하였다.

"속박의 술. 적화의 시."

동시에 시전된 두 가지 주술. 하나는 마나의 거미줄이 되어 두라스를 옭아매려 했고, 그런 그를 노리는 붉은빛의 화염의 화살이 허공을 갈랐다.

"쿠우!"

당연히 그에 걸려 큰 낭패를 볼 거라 예상했던 키리안. 하지만 두라스는 우습다는 듯 소리치곤 곡괭이를 휘둘러 속박의 술을 갈라버렸고 살짝 상체를 흔드는 것으로 적화의 시를 흘려 보냈다.

"에잇, 그래도 한 가닥 한다는 거냐!"

스킬의 실패에 난감한 표정이 되는 유하. 키리안은 잠시 당황했지만 이내 크게 소리치며 두라스에게 달려들었다.

휘익-!

그가 사정거리 내에 진입하자마자 곡괭이를 날리는 두라스. 낫을 닮은 것이었기에 맞으면 그대로 숭덩 잘려 나간다. 키리안은 바로 몸을 수그리며 이번에도 품으로 파고들었다.

"콘센트레이트 오라!"

검끝에 집중되는 막강한 기력. 키리안은 바로 찌르기에 들어가려 했다. 하지만 갑자기 눈앞에서 적이 사라져 버렸다.

'히엑!'

볼 것도 없이 몸을 앞으로 날렸다. 뒤에서 '콱!'하는 소리가 키리안의 등골을 서늘하게 했다. 빨랐다. 생각보다 훨씬.

"제, 젠장할 녀석!"

십년 감수했다는 표정의 키리안. 하지만 두라스는 관심없다는 듯 다시 곡괭이를 휘둘렀다. 마치 낫을 베는 듯 성의 없는 녀석이었다.

"성의 없게 싸우지 마!"

'…그 기분 알았으면 나 대할 때도 좀 진지해져 봐.'

소리치는 키리안의 목소리에 아리에가 생각으로 그렇게 대꾸해 주었다. 당연히 들릴 리가 없는 키리안.

"에이잇 기분 나쁜 녀석!"

그는 검을 꾸욱 쥐곤 다시 달려 들었다. 두라스가 낫을 회수하며 다시 휘둘렀다. 이번엔 상체를 뒤로 젖혀 피하는 키리안. 그리고 다시 튕기듯 달려 들었다. 두라스가 드디어 반응을 보인다. 즉 당황하기 시작한 것이다.

"크우우!"

키리안이 자신의 간격 안에 두라스가 들어오자 볼 것 없이 오라 스플리트를 시전하고 검을 휘둘렀다. 잽싼 몸놀림으로 그것을 피해내는 두라스. 다시 거리가 벌려지자 낫이 키리안에게 날아왔다.

"두 번 안 당해!"

낫이 휘둘러지는 방향과 반대로 몸을 움직여 그것을 피해내곤 딜레이를 노려 다시 달려 들었다. 물러나려는 두라스였지만 불가능했다. 겨우 하급 몬스터(전체적으로 보면 두라스는 엄청 허접한 몬스터다) 주제에 그런 고급 기동은 무리다.

"콘센트레이트 오라!"

집중되는 막강한 기력! 그리고 두라스 강타!

파악-!

그대로 박히는 키리안의 검. 그리고 흐릿하게 변해 흩어지는 두라스. 키리안은 이번에도 포즈를 잡고 '음하하!'하고 웃었다. 그런 그를 아리에는 또다시 잡아 끌었다.

비슷한 패턴의 반복. 그렇게 조금은 강한 몬스터까지 격파하며 키리안은 레벨을 52로 올리며 3층까지 순조롭게 진입할 수 있었다.

아베스 던전

아이고=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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