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디앱솔브-35화 (35/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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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우우-!

익숙해진 블루 미라일의 고함이 귀를 때렸다. 같은 패턴의 공격. 초보 던전의 몬스터에게 상위의 전투를 바라는 것은 당연히 무리다. 키리안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느낌만으로 몸을 옆으로 날렸다.

휙-

옆으로 블루 미라일이 맹렬한 속도로 돌진하고 있었다.

"폭발하는 화산의 힘을 간직한 화염이여, 내 앞의 적을 격(擊)하라. 폭염(爆炎)!"

훤히 드러난 뒷통수. 약점이라 할 수 있는 등살을 향해 유하가 상위의 주술을 날렸다. 그녀가 내민 퇴마봉의 앞에 생성 되는 여덟 개의 불꽃 구체. 크기는 작지만 새빨갛게 타오르는 그것의 온도와 물리력은 하나하나가 하위의 주술 다섯 개 이상의 파괴력을 지닌다.

유하가 퇴마봉을 앞으로 내치자 불꽃의 구체들이 살벌한 기세로 회전하며 블루 미라일의 등판에 작렬했다.

콰과과과광-!

구체가 순서대로 블루 미라일을 등판에 작렬했다. 연속으로 가해진 엄청난 충격에 블루 미라일은 소리도 치지 못하고 그대로 흐릿해져 사라졌다.

[띠딩-! 레벨이 55로 상승하였습니다.]

[띠딩-! 유하의 레벨이 55로 상승하였습니다.]

"하아. 레벨업이 점점 어려워 진다아아아아아…"

키리안은 레벨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죽 늘어지는 소리를 했다. 이유는 그가 내뱉은 대사에서 알 수 있는데, 점점 레벨업이 어려워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순식간에 레벨업에 드는 힘이 수직곡선을 타고 있었다. 꽤 오랜 시간을 잡아먹은 지금 겨우 레벨을 2 올릴 수 있었다. 그나마도 여기 오면서 몬스터를 여럿 잡았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우우, 형은 아직도 소식이 없으니… 레벨업하기 귀찮아아아."

죽죽 말을 늘이는 키리안은 보는 사람이 이유도 모르게 늘어질 정도였다. 유하는 그런 그의 곁에서 말 없이 서 있었지만 아리에는 아니었다.

"주인님. 그런 정신 상태로 언제 내 레벨 복구해 줄 거야? 이런 녀석들 잡아봐야 경험치 0.00001%도 안 오른단 말이야! 빨리 사냥해!"

마치 주인이 노예에게 '빨리 일 해!'라고 소리치는 듯한 느낌의 목소리였다. 보통의 반응은 '움찔!'이겠지만, 키리안은 움찔하는 대신 아리에의 등을 떠밀었다.

"이 주인님은 귀찮으니까 팔팔한 네가 대신 좀 싸워봐아. 씰 좋다는 게 뭐야~"

"어.림.도. 없.네.요."

사근사근 달래는 목소리의 키리안의 말을 아리에는 단숨에 잘라 버렸다. 그렇게 둘이 말을 주고 받으며 시간을 죽이길 5분 여.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하는 그들을 어떻게 알았는지 카디안이 전음을 보냈다.

{여, 키리안. 드디어 레벨 60이다! 아이스 월을 배웠단 말씀이지! 당장 4존 입구로 와라!}

{옛썰!}

사냥하는 게 살짝 지겨웠던 차에 들려온 카디안의 전음은 가뭄에 내린 단비와도 같았다. 키리안은 늘어진 몸을 팽팽하게 당기며 힘차게 대답을 해 주었다.

"자, 가자아~"

키리안은 룰루랄라 즐겁게 출구를 향해 걸었다. 특수한 맵이나 중요도가 높은 곳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필드나 던전에 미니맵이 지원되었기에 길치인 그는 일말의 두려움도 없이 발걸음을 옮길 수 있었다.

아리에의 협조로 앞을 가로 막는 블루 미라일들을 단숨에 저 멀리 휭휭 날려주며 그들은 단숨에 4존으로 가는 터널의 앞에 설 수 있었다. 그 앞엔 카디안이 두 씰과 함께 서 있었다.

"여어, 레벨은 많이 올렸냐?"

"거럼. 벌써 55라구."

"그래? 뭐, 해룡의 레벨이 80이라니까 상대하는데 크게 어려움은 없겠군. 에스페란즈라면 절.대.로. 불가능이겠지만 여기야 난이도가 그리 높지 않으니까 무리는 없을 거야."

'에스페란즈'라는 말에 키리안과 아리에는 잠시 굳었다가 이내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 카디안은 부자연스러운 둘의 모습에 잠시 시선을 주었지만 이내 털었다. 무언가 도움이 필요하다면 분명히 말해줄 것이 키리안이기에 걱정하지 않는 것이다.

"일단 파티는 해룡의 친위대가 등장하는 5-3부터 맺도록 하자. 그 전은 경험치 손해니까. 그럼 가자!"

그가 먼저 앞장 서 터널로 들어갔고 키리안이 곧 뒤를 따랐다. 대충 30초 정도를 걷자 바로 밖으로 나올 수 있었는데 변한 것은 길 뿐이었다. 가끔 등장하는 블루 미라일을 누가 먼저 치나 내기하며 차례차례 박살을 내며 간단하게 통과했다.

빠르게 4층을 돌파한 그들은 곧 5층으로 향하는 포탈 앞에 설 수 있었다.

지하 폐광을 지나 도착할 수 있는 버려진 물의 신전은 예전 이곳에 살았던 인간들이 신(해룡)을 모시던 곳이었다. 그리고 앞의 마법진이 그 신과 직접 만날 수 있는 곳으로 데려다주던 장치였다.

"자 그럼 가볼까? 5층부턴 몬스터의 등급이 좀 더 높아진다니까 알아서 대비하고."

둘은 별 말없이 마법진 위에 섰다. 곧 그것이 눈부신 부른 빛을 내뿜으며 그들을 감쌌고, 해룡이 존재하는 수궁(水宮)으로 이동시켜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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