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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아앗-!
키리안과 카디안, 그리고 그들의 씰을 감쌌던 빛이 목적지에 도착하자 자신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 주고 사라졌다.
둘은 자신들이 눈을 뜨는 것을 방해하던 빛이 사라지자 눈꺼풀을 들어 올려 주변을 살폈다.
반투명한 막이 거대하게 펼쳐져 있어 강인지 바다인지 모를 물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고 있었다. 눈앞에 보이는 땅은 마치 바다 속 풍경에서 물만을 빼놓은 듯 했다. 말 그대로 '수궁(水宮)'이라 불릴 만큼 아름다운 바다 속 풍경이었다.
"호오, 대단한데? 초보들의 던전에 이 정도로 신경 쓰다니 말이야."
카디안은 기대 이상으로 수궁이 아름답자 감탄하며 말했다.
"그만큼 운영자들이 죽어나겠지."
카디안의 말에 키리안이 멍한 모습과는 달리 사실을 말했다. 그의 말대로 이 모습을 구현하기 위해 크리에이터(Creater)들은 5일 밤샘이라는 지옥을 맛봐야 했다.
"호오, 마침 저쪽에 사냥하는 유저가 있네. 대충 능력을 파악해 볼까?"
주위를 둘러보던 카디안의 눈에 마침 몬스터와 전투를 벌이고 있는 유저 하나가 보였다. 그는 그것을 살핌으로써 몬스터의 대략적인 능력을 파악하려 한 것이다.
"그래? 응?"
키리안이 카디안이 말한 곳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가 예상 외라는 듯 당황한 음성을 내뱉었다.
"왜 그래?"
"디엔트잖아?"
몸 주변에 금빛 뇌전의 정령력을 두르고 있는 깃털 모자의 유저. 그 앞에서 전투를 벌이는 작은 백색 여우. 처음 보는 천사형 씰이 하나 더 있었지만 분명히 지금 전투를 벌이고 있는 유저는 디엔트 레이였다.
그가 상대하고 있는 몬스터는 좀 더 용에 가까운 모습을 한 블루 미라일, 블루 서펜트였다. 그 크기가 3m는 되어 보였는데 몸체는 이미 용이라 하기에 무리가 없었고 비늘 또한 더욱 강력해 보였다. 오직 머리만이 용보다는 각진 해마의 얼굴을 닮아 있어 그것이 블루 미라일이었음을 알리고 있었다.
크오오오오-!!
블루 서펜트는 그 덩치답게 우렁찬 포효와 함께 브레스를 내뿜었다. 높은 수압의 물줄기가 백색 여우를 찍어 누르기 위해 날아 들었다.
"흥, 장난 하냐?"
살벌한 기세의 브레스를 마치 비웃는 듯 백색 여우는 여유롭게 피해냈다. 그리고 작렬하는 디엔트의 정령 마법.
"라이트닝 넷(Lightning net)!"
금빛 정령력이 모여들어 뇌전의 그물을 형성해냈다. 그것은 넓게 펼쳐져 블루 서펜트를 옭아 맸다. 블루 서펜트와 닿자 그것은 전류를 튀기며 블루 서펜트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크오오오-!!
상극의 기운이 지속적으로 충격을 주자 블루 서펜트는 발악하며 빠져나오기 위해 몸을 뒤흔들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그물은 더욱 견고하게 먹이를 붙잡았다.
"자, 이때다!"
디엔트가 무력화된 블루 서펜트를 보며 외쳤다. 그러자 금색의 웨이브진 머리카락을 지닌 작은 천사가 블루 서펜트를 향해 도약했다. 백색 날개를 이용해 더욱 높이 몸을 띄운 그녀는 금빛의 커다란 활을 들어 블루 서펜트의 머리에 겨눴다.
팽팽하게 당겨진 활. 화살이 없어 부자연스러웠던 자리로 냉기가 몰려 들었다. 그것은 작은 얼음 폭풍을 닮은 화살을 형성해냈다.
콰아아아-!
화살이 완성되자 그녀는 잡고 있던 얼음 폭풍을 놓아주었다. 막강한 힘을 알리듯 그것은 주변의 대기를 흔들어 놓으며 블루 서펜트에게 작렬했고, 머리를 맞은 블루 서펜트는 힘을 잃고 쓰러졌다.
쿠웅-
놈이 쓰러지며 흐릿하게 변해 사라지자 디엔트는 정령력을 풀고 주위를 살폈다. 그리고 낯익은 존재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여~ 키리안이잖아? 어떻게 온 거야?"
그의 얼굴엔 반가운 기색이 가득했다.
"해룡을 잡으려고 왔어. 근데 넌 왜 여기있어? 너도 해룡을 잡는다고 했잖아?"
그와 헤어진지 몇 시간은 지났다. 당연히 해룡을 잡고 있거나 이미 잡았어야 할 디엔트가 여기 있는 것에 키리안은 의아해 했다.
디엔트는 그의 물음에 모자를 긁으며 답했다.
"아아, 그게 말이지. 원래 함께 잡기로 했던 녀석들이 일이 있다고 하면서 다른 곳으로 가버렸거든. 쳇. 덕분에 이렇게 홀로 지겹게 사냥을 하게 됐지."
"그래? 잘 됐네! 형, 디엔트랑 함께 해룡 잡자. 이 녀석 레벨도 65니까 많이 도움이 될 거야. 디엔트 너는 어때?"
키리안의 물음에 카디안은 잠시 디엔트를 훑어 봤다. 아까의 사냥을 통해 어느 정도 실력이 있음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키리안과도 인연이 있는 듯 하니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오히려 한 명 정도 파티원을 끌어 들일까 생각하고 있던 카디안에겐 반가운 존재였다.
"저쪽이 좋다면 나는 오케이다. 안 그래도 한 명 더 있었으면 했으니까."
카디안이 고개를 끄덕이자 디엔트 또한 씨익 웃으며 승낙을 표시했다.
"거절할 이유가 전혀 없지! 안 그래도 지루하던 차였는데 말이야. 반갑습니다. 디엔트 레이입니다. 현재 정령사이죠."
"저 역시 반갑습니다. 카디안입니다. 그리고 키리안과 사이가 좋으신 듯 하니 서로 편하게 말 놓는 것이 어떨까요?"
카디안의 제안에 디엔트는 고민할 것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형."
단숨에 말을 놓아버리는 디엔트를 보고 카디안이 작게 웃었다.
"여, 화끈한데. 좋아, 그럼 해룡 잡으러 가보실까!"
"요오오!"
힘차고 뜻모를 키리안의 기합 소리와 함께 셋은 해룡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해룡 사냥
서프라이즈...쥑입니다-_)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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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ge Nine - 해룡 사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