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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궁은 참으로 사람의 기분을 좋게 해주는 곳이었다. 반투명한 막 너머로 보이는 푸른빛의 호수와 그곳을 노니는 물고기들이 환상적인 기분을 느끼게 해 주었고 그 속에서 걷고 있는 동안 마치 동화 속에 있는 듯한 기분 좋은 착각을 하게 한다. 단지, 눈 앞에 이 녀석들만 없다면 말이다.
크오오오-!
"저기, 혹시 저게 친위대란 녀석이야?"
기분 좋게 블루 서펜트들을 처리하며 전진하길 30분. 그들은 순조롭게 5-3존에 도착할 수 있었고 파티를 맺었다. 그리고 발을 뗀지 얼마 지나지도 않아 친위'대'라 부를 수 있는 녀석들의 면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눈 앞에서 짖어대고 있는 녀석들은 블루 서펜트다. 아니, 블루 서펜트들이다. 일곱 마리의 블루 서펜트들의 머리엔 안장이 달려 있었는데 그 위에 수인(水人)들이 살기등등한 기세로 키리안 일행을 째려보고 있었다.
미끌미끌해 보이는 푸른 비늘이 울퉁불퉁한 근육의 굴곡을 따라 붙어 있었고 눈동자는 붉은 안광을 뿜어내고 있다. 척봐도 막강한 적의가 느껴진다.
"그래. 해룡이랑 상대할 때도 나타나서 훼방을 놓기 때문에 역시 엄청난 원성을 들어먹는 녀석들이지."
키리안의 물음에 대답한 것은 디엔트였다. 그는 인상을 꽤 구기고 있었는데 앞의 대사 덕분에 그 원인을 짐작할 수 있었다.
"친위대는 무조건 떼거리로 몰려 다녀. 그러니까 솔로잉(혼자서 플레이하는 것)은 레벨을 좀 높이지 않는 한 무리지. 해룡을 잡기 전에 이 녀석들 잡으면서 호흡이나 좀 맞춰 보자."
카디안의 제안에 일행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서로의 플레이 스타일(Play style)도 모르는 상태에서 던전의 보스를 상대하는 것은 무리다.
"그럼 시작은 내가 먼저! 유하야!"
키리안은 활발한 목소리와 함께 유하와 앞으로 나섰다. 그의 부름에 유하는 퇴마봉을 들고 순식간에 주술을 시전했다.
"마나여, 그대의 힘으로 존재를 묶어라. 속박, 산(散)!"
퇴마봉이 땅에 내리꽂힘과 동시에 끈적끈적한 마나가 땅을 타고 블루 서펜트들에게로 퍼져 나갔다. 그들에게 당도하자 기운은 유형화 되어 은빛의 거미줄을 형성해 블루 서펜트들을 옭아 맸다.
"좋았어, 받아라아!"
키리안은 블루 서펜트들이 묶이자 지체없이 기력을 모아 블루 서펜트들에게 날렸다. 일반적으로 검기(劍氣)라 불리는 것이었다. 배운지 얼마 되지 않은 기술이라 숙련도, 데미지 면에서 부족하긴 하지만 유용한 기술임엔 틀림 없다.
쉬아악-!
날카로운 기운이 날아오자 블루 서펜트들이 크게 몸을 틀어 속박을 끊고 피하려 했다. 하지만 속박을 끊느라 잠시 지체해버린 시간 동안 검기는 이미 다가온 상태였다.
죽이거나 큰 상처는 못 줘도 최소한 데미지는 줄 거라 생각한 키리안. 하지만 그는 블루 서펜트의 머리 위에 있던 수인의 존재를 잠시 망각했었다.
"캬아!"
이질적인 기합 소리와 함께 물빛의 탄환이 검기를 격파하며 상쇄되었다. 그리고 남은 몇 개의 탄환은 키리안을 향해 날아왔다.
"으갸아아~"
키리안은 기겁하며 아리에를 앞세웠고 그녀는 키리안을 째려보면서도 사이 배리어를 펼쳐 주었다.
츠츠층-
탄환은 사이 배리어에 막혀 가볍게 소멸 되었다. 첫번째 부딪침은 그렇게 끝났고, 본격적으로 블루 서펜트와 수인들이 움직였다.
콰우우우-!
일타는 블루 서펜트들의 워터 브레스(Water breath)였다. 막강한 수압의 폭포라 할 수 있는 그것에 맞으면 그대로 저 멀리 날아가 버릴 터였다.
날아오는 브레스를 키리안은 그대로 아리에의 뒤에서 편히 막아냈고 카디안은 네피엘의 힘에 의해 날아올라 피해냈다. 그렇게 둘은 회피를 택했지만 디엔트는 거기에 하나를 더 추가했다.
"겨우 이 정도로 어찌할 수 있을 성 싶으냐!"
파지직-!
그는 자신의 천사 파트너인 아세리아의 능력 중 하나인 돌풍을 이용해 날아 올라 브레스를 피해 내며 정령력, 그 중에서도 뇌전의 힘을 끌어 올리며 외쳤다.
"라이트닝 스파이럴(Lightning spiral)!"
그의 주위를 떠돌던 정령력이 모여들며 뇌전의 나선을 형성했다. 그것은 브레스 중 하나를 타고 급속도로 뻗어나가 그 브레스를 뿜어내던 블루 서펜트의 입 속을 강타했다.
파지지직-!
크오오오오-!!
안 그래도 수속성 몬스터인 블루 서펜트였는데 거기에 더해 입속을 강타하자 뇌전은 그대로 블루 서펜트의 몸체를 감전시켜 버렸고 수인 또한 그에 타격을 받아 크게 휘청 거렸다.
"키리안, 저 녀석 처리해!"
블루 서펜트에게 커다란 타격을 준 만큼 자신 또한 딜레이가 꽤 컸기에 디엔트는 블루 서펜트와 가장 가까이 있던 키리안에게 소리쳤다.
"예, 예썰!"
자신을 지명한 디엔트에게 그는 소리치며 블루 서펜트에게 달려 갔다. 날아오는 공격 중 웬만한 것은 모두 아리에의 사이 배리어에 막혔기에 키리안은 어렵지 않게 블루 서펜트의 앞에 설 수 있었다.
"오라 스플리트, 오라 크로스!"
키리안은 눈 앞에서 휘청이는 블루 서펜트를 목표로 검을 휘둘렀다. 콘센트레이트 오라까지 더하는 것은 무리였기에 아쉬움이 남긴 했지만 오라 스플리트와 오라 크로스만 연속적으로 시전해 주더라도 꽤나 강력했기에 방어가 약해진 블루 서펜트의 비늘을 뚫을 수는 있었다.
"자, 그럼 유하야!"
"적을 멸하는 단죄의 검, 태도(太刀)의 인(刃)!"
키리안의 의지에 따라 유하는 대범위의 주술보다는 빠른 캐스팅이 가능한 주술을 시전했다. 어차피 속을 격(擊)하는 만큼 커다란 주술은 필요 없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주술이 완성되자 곧 눈 앞에 반투명한 백색의 칼날이 형성되었다. 유하가 퇴마봉을 내뻗자 그것은 빠르게 회전하며 날아가 키리안이 베어놓은 블루 서펜트의 속살을 베면서 뒤쪽으로 빠져 나갔다.
크오오-!
몸이 잘리자 블루 서펜트는 유언 대신 고통스러운 포효를 내뱉으며 쓰러졌다.
"캬아악!"
하나가 끝나자 잠시 긴장을 푼 키리안. 그런 그의 정신을 일깨우듯 공중에서 블루 서펜트를 잃은 수인이 허공에서 커다란 창을 내리치고 있었다. 기겁하는 키리안. 그리고 날아온 백록(白綠)색의 칼날.
스팟-!
그것은 키리안에게 집중하고 있던 수인을 단숨에 양단해 버렸다.
"캬악!"
짧은 비명과 함께 수인은 흐릿하게 변해 키리안을 통과하며 사라졌다.
"헤, 고마워 형~"
"아아, 정신 차리고 사냥하라고!"
방금 날아온 것은 카디안이 자주 쓰는 마법 중 하나인 홀리 윈드 커터였다. 카디안은 키리안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고선 수인이 날린 탄환을 피해 다시 몸을 날렸다.
"자, 그럼 한 놈 끝내 보실까."
주의가 잠시 키리안과 카디안과 집중된 사이 디엔트는 합체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어깨 위의 백색 여우 루아의 몸은 어느새 백청색의 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높이 떠 있는 디엔트의 눈에 막 브레스를 뿜어내기 직전의 블루 서펜트 하나가 보였다. 저거다!
"약속의 땅을 지키는 푸른 섬광, 분노한 대지를 식히는 달의 숨결, 루나틱 헤븐!"
디엔트가 합체기의 시동어를 외치자 루아가 허공으로 뛰어 올랐다. 루아에게서 뿜어져 나온 빛이 잠시 허공을 잠식하더니 순식간에 다시 뭉쳐들어 푸른빛 뇌전을 형성해 브레스를 뿜어내고 있는 블루 서펜트에게로 꽂혔다.
콰아아아앙-!!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을 꼴이 되어 버린 블루 서펜트와 그 위의 수인은 미처 회피도 못하고 그대로 뇌전 속에서 소멸 되었다.
"멋지다 디엔트!"
키리안이 좋다고 손을 흔들어댔다. 디엔트는 그런 그에게 씨익 웃어 보이는 것으로 답해 주었다.
처음엔 서로 방해를 하지 않기 위해 소극적으로 시작된 전투는 블루 서펜트를 하나하나 쓰러뜨려 나가면서 점차 적극적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약간의 충돌이 없진 않았지만 그럭저럭 서로를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실력을 어느 정도는 발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게 일행은 팀 워크를 기르며 해룡을 향해 걸었다.
해룡 사냥
하이고오..연참은..하기 힘든 것..앞으론 절대 약속 안해..-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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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ge Nine - 해룡 사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