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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염포!"
워터 브레스를 뿜어내고 있는 해룡을 향해 카디안이 암적색의 화염탄을 날렸다. 그것이 목표한 곳은 해룡의 양쪽 눈과 쩍 벌어진 입의 옆부분이었다.
수 속성 몬스터를 향해 화염을 날리는 것은 별 수 없는 선택이었다. 패널티가 붙긴 했지만 데미지가 그렇게까지 급감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물 속에서 전격 마법을 쓰는 자살 행위는 하고 싶지 않았다.
캬우우-!
놈은 마법이 자신을 위협하자 포효하며 워터 브레스를 뿜어내던 주둥이의 방향을 카디안 쪽으로 바꿨다.
"쳇. 암광 배리어(暗光 barrier)."
츠츳-!
카디안은 재빨리 타워 실드만한 검은 배리어를 생성시키곤 자리를 벗어났다.
차창-!
배리어는 얼마 버티지 못하고 순식간에 깨져 나갔지만 그 시간 동안 카디안은 벌써 자리를 벗어난 상태였다.
"여, 쎈데?"
"그러게. 루아야 저 놈 처리한 후에 보자. 씰(Seal. 봉인)!"
디엔트는 약간 떨어진 후 루아를 역소환했다. 루아는 명령어에 따라 은빛으로 변해 그의 허리춤에 달려 있는 은빛 방울로 흡수되었다.
역소환이 끝나자 그는 왼쪽 손목에 차고 있던 팔찌에 마력을 주입했다. 보라빛 보석의 옆에 달려 있는 검은 날개가 마나에 의해 빛나기 시작했다.
"앱솔브, 데미시온!"
파아앗-!
팔찌가 빛나며 검은빛을 뿜어냈다. 그것은 잠들어 있던 악마의 봉인을 풀어내고 육체를 형성하는 빛이었다.
형상을 갖춰가는 마족. 검은 머리카락과 검은 옷. 그에 대비되는 새하얀 피부. 그리고 펼쳐지는 새하얀 날개.
"아레레, 하얀 날개? 붉은 눈동자?!"
키리안은 아리에의 덕으로 해룡의 공격에서 꽤나 여유로웠기에 디엔트가 소환한 데미시온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보통 악마의 것과는 전혀 다른 데미시온의 날개를 본 것이다. 또 놀라운 것은 데미시온 소환 후 디엔트의 눈동자 색깔이 붉게 변했다는 것이다.
"악마는 하얀 날개 가지지 말란 법 있냐. 그리고 눈동자는 옵션이야 옵션. 어때? 멋지지 않냐?"
"오오, 부럽다아. 나는 그런 거 없나?"
디엔트의 대답에 그는 감탄하며 아리에를 슬쩍 보았다. 그녀는 그 시선에 표정을 살짝 구겼다가 이내 입꼬리를 비틀었다.
"해룡의 몸 속을 구경하고 싶지 않아?"
섬뜩한 그녀의 대사에 키리안은 몸을 부르르 떨며 다시 유하의 등 뒤로 찰싹 달라 붙었다. 유하는 건드리지 않는 그녀이기에 회피엔 딱인 것이다.
"연애질은 그만하고 빨리 싸우란 말이다아아!!"
노닥거리는 인간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지 카디안이 소리쳤다. 그는 홀로 해룡과 싸우느라 실신하기 일보직전이었다.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20이라는 레벨 차이를 극복하는 것은 역시 무리다.
"시끄러워욧!!!"
힘차게 소리치는 아리에. 그녀는 그대로 레드 슬레이어를 들어 휘둘렀다. 검의 궤적과 함께 생성된 여덟 개의 검기가 카디안을 향해 날아갔다.
"으아아아!! 말로 해! 말로!!"
기겁하며 몸을 날리는 카디안. 검기는 그가 있던 자리를 지나쳐 해룡에게 박혔다.
콰과과광-!
폭발형 검기였는지 그것은 닿자마자 폭발을 일으켰다. 그 힘에 물이 소용돌이쳤고 비슷한 모양으로 해룡이 몸을 흔들어댔다.
"좋았어. 마무리는 나에게 맡겨!"
해룡이 틈을 보이자 디엔트가 소리치며 마력과 기력을 끌어 올렸다. 합체기를 쓰려는 모양이다. 확실히 현재는 레벨이 제일 높은 디엔트가 합체기를 쓰는 것이 뒤끝이 없다.
"혼돈의 강에 흐르는 대지를 가르는 붉은 황혼의 다섯 개의 별. 신조차 멸하는 어둠! 대지를 유린하는 광란의 빛! 자비에르 기가데인!"
디엔트가 시동어를 외치자 데미시온은 날개를 펼치며 엄청난 마기를 뿜어냈다. 그는 해룡의 위에 서더니 마기를 이용해 역오망성의 마법진을 그렸다. 그것은 해룡을 가운데 넣은 상태였는데 마법진이 완성되자 데미시온이 두 팔을 강하게 내리쳤다. 그리고 쏟아지는 무수한 빙정과 암뢰.
콰과과과광-! 파파파팟-!
엄청난 양의 암뢰와 빙정이 아래에 위치한 해룡에게 쏟아져 내렸다. 암뢰는 그 특성상 퍼지는 것 없이 목표를 향해 일직선으로 내리꽂히기에 쓸 수 있었던 것이다.
합체기에 의해 해룡이 죽을 것이라 확신하는 키리안 일행. 그리고 그 기대에 부응하듯 쏟아져 내리는 암뢰와 빙정. 그것이 막 해룡에게 닿으려 할 때였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이 일어났다.
"천공을 꿰뚫는 한줄기 별빛. 어둠 속에서 빛나는 한줄기 광휘가 적을 멸하리라. 천공(天攻)의 광휘(光輝)!"
"생명을 집어 삼키는 잔혹한 어둠의 사신(死神)이여, 지금 눈 앞의 존재를 취하라! 데스 드래곤(Death dragon)!"
어디선가 들려오는 캐스팅 소리. 그리고 데미시온의 합체기와 정반대에서 날아오는 백색의 광선과 어둠 속에서 막 빠져나온 듯한 검은 드래곤. 그것은 다른 누구가가 시전한 합체기였다.
'스틸(Steal)……!'
키리안은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순식간에 알아챌 수 있었다. 다른 유저가 사냥하고 있는 몬스터, 혹은 드롭된 아이템을 가로채는 더러운 행위. 그리고 키리안이 가장 경멸하는 행위 중 하나다.
"아리에! 막아!!"
순식간에 마나 포션을 빼들며 살벌하게 소리치는 키리안. 전혀 다른 분위기의 외침에 아리에는 자신도 모르게 해룡의 아래에 섰다. 양쪽에서 터지는 충격파를 막아내야 하는 엄청난 부담이 따른다. 아무리 레벨이 178에 이른 아리에지만 여러 방향에서 터져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합체기 셋과 혹시 모를 해룡의 저항을 모조리 막아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주인님의 마나가 충분하길 바랄 수밖에.'
가장 중요한 것은 키리안의 마나였다. 유저의 능력에 따라 끌어올 수 있는 마나의 한계치가 있다. 그것이 씰의 능력을 유저가 결정하는 요인 중 하나다. 현재 키리안의 능력으로 펼치는 사이 배리어가 얼마나 견뎌줄 지는 의문이다.
'이미 이렇게 된 거 어쩔 수 없잖아.'
아리에는 한계까지 키리안의 마나를 끌어올리며 사이 배리어를 시전했다. 그녀의 주위로 엄청난 양의 마나가 소용돌이친다.
"사이 배리어-트리플(Psi barrier-triple)!!"
츠츠츠층-!
청옥(靑玉. Sapphire)보다 찬란하게 빛나는 배리어가 그녀를 중심으로 전방위를 덮었다.
찬란하게 빛나는 배리어의 양쪽으로 엄청난 양의 에너지가 충돌했다.
콰과과과과광-!!!
First PvP
씨바-_) 왜 노래가 재생이 안되는 걸까요..ㅠㅠ
남이 한 거든 제가 한 거든 태그 된 노래가 재생이 안됩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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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ge Ten - First Pv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