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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폭발음. 키리안이 디 앱솔브를 플레이한 후 처음으로 겪는 엄청난 충격파가 주위를 휩쓸었다. 충격파에 물이 폭풍처럼 흔들려 균형을 잡기가 힘들었다. 그리고 그 와중에 레벨업을 알리는 안내음을 들을 수 있었다.
콰우우우우-
약간의 시간이 지난 후에야 소용돌이는 수그러들었고 아리에의 모습이 드러났다.
"아……!"
키리안은 드러난 그녀의 모습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순간 예전의 기억이 더해져 분노했지만 그 엄청난 충격을 고스란히 받았을 아리에가 어찌되진 않았을까 걱정했었는데 다행스럽게도 그녀는 무사했다.
아리에는 양손을 뻗은 채 고요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세 겹으로 펼쳐진 사이 배리어 중 두 겹이 사라졌지만 유일하게 남은 하나가 위태위태하게 그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츠츠츠-
유일하게 버티고 있던 사이 배리어가 더 이상 형체를 유지하지 못한 채 스러졌다. 키리안은 급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휘청이는 그녀를 부축하며 키리안이 걱정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물었다.
"괜찮아 아리에?"
그의 음성에 아리에는 힘 없는 눈으로 쏘아보며 말했다.
"주인님, 나 회복하면 몇 대 맞을 각오해."
"그래그래, 미안해. 그럼 좀 쉬어. 씰."
파아앗-
그의 명령어에 따라 아리에가 청백의 빛으로 변하며 위시 에이전트로 흡수되었다.
아리에를 다시 봉인한 후 키리안은 장내를 살폈다. 일단 해룡의 모습이 보이지 않고 자신에게 경험치가 온 걸로 봐서 아리에가 확실히 의문의 공격을 막아냈음을 알 수 있었다.
'스틸은 막았고… 그럼 범인의 면상을 확인해 보실까?'
키리안은 아리에에게 보였던 멍한 표정 대신 전혀 이질적인 차갑고 날카로운 눈으로 합체기가 날아온 방향을 주시했다. 곧 그의 눈에 두 명의 유저와 두 명의 씰이 확인 됐다.
유저 중 하나는 푸른색과 녹색, 두 가지 색으로 머리를 물들여 삐죽 세워 놓고 복장은 검은빛의 폭주족을 닮은 녀석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색이 바랜 노란 머리카락을 목까지 길러 놓고 다듬지 않아 지저분해 보이는 녀석으로 복장은 앞의 놈과 같았다.
앞의 녀석이 지닌 씰은 몸에 달라 붙는 백색의 셔츠와 바지를 입고 그 위에 코트를 걸쳤는데, 오른손에 꽤 커다란 총을 들고 있었다. 백색 광선을 쏘아낸 씰인 듯 했다.
노란 머리카락의 옆엔 검은색의 하프 플레이트 메일을 걸치고 그와 같은 색의 검은색 망토를 걸친 씰이 하나 있었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검은 머리카락과 날카로운 검은 눈동자가 야생에서 살아온 듯한 느낌을 주었다. 검은 드래곤을 쏘아 보낸 씰일 것이다.
'디엔트의 합체기와 비등한 파괴력. 합체기는 그 유저의 힘을 비교하는데 가장 적합하다 했었지? 그렇다면 둘 모두 디엔트와 비슷한 능력을 지녔다고 할 수 있다. 카디안 형이 조금 지쳤고 내가 레벨이 좀 부족하지만 놈들도 합체기를 시전했으니 조금 지쳤다고 할 수 있겠지. 아리에가 없다 해도 충분해.'
키리안은 그들을 훑어보며 전력을 비교하고 있었다. 이것은 과거의 버릇이다. 냉정하고 잔혹했던 그때의 버릇. 일단 일이 터지면 말이고 나발이고 없이 검부터 휘둘렀던 그때의 버릇.
1년이란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이렇게 실력이 높아진 건 모두 바보같은 몬스터가 아닌 그와 같은 인간과의 무수한 전투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블러디 앱솔루터(Bloody absoluter). 그것이 에스페란즈에서 그를 칭하는 이름이다.
키리안이 차가운 눈으로 응시하자 그들은 표정을 살짝 구기며 입을 열었다.
"쳇. 그러게 기분이 이상하니까 하지 말자고 했잖아."
"우리가 한두 번 이 일 했냐? 어울리지 않는 소리 하지마 바카르."
노란 머리 유저의 말에 머리를 삐죽 세운 유저가 약간 짜증이 묻어 있는 어조로 답했다.
"언제나 변함이 없구나 메자르."
"뭘 빼고 그래? 우리가 누구냐? 그 유명한 츠아스 길드의 일원 아니냐."
어긋난 자부심과 자신감이다. 키리안의 입꼬리가 살짝 비틀린다. 길드의 후광? 우습다. 현실도 아니고 겨우 게임이다. 하나 둘씩 작살내면 길드라고 해서 별 수 있겠나? 더불어 그는 깨닫고 있다. 아리에의 본래 힘을. 힘이 있는 이상 문제는 없다.
"거기 찌질이 둘. 방금 스틸하려 했던 거 맞지?"
키리안의 말에 둘이 움찔했다. 그리고 험악하게 변하는 표정. '열 받았다'라는 감정을 아주 잘 드러내는 표정이다.
"방금 뭐라고 지껄였냐?"
삐죽 솟은 머리의, 그러니까 메자르라 불린 유저의 대답에 키리안의 얼굴이 차갑게 변했다. 그 중에 비틀린 웃음이 걸린다.
"찌질이라 했다. 아니, 찌질이라 하기엔 꽤나 용의주도했지. 다 제압한 후에 합체기를 날리는 거 보니까."
"저 새끼가!"
메자르가 흥분하며 기력을 끌어올렸다.
"차갑게 얼어붙은 날카로운 창이여 내 앞의 적을 꿰뚫어라! 아이스 스피어(Ice spear)!"
물 속에서 시전된 빙계 마법은 주변의 환경 덕에 상승 효과를 일으켜 자그마치 2m짜리의 창을 생성시켰다. 그것은 빠르게 물 속을 가르며 키리안에게 쇄도했다.
"지금 장난하는 거야? 콘센트레이트 오라."
그는 백색의 거대한 얼음의 창을 응시하며 비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검끝에 막대한 기력을 집중시켜 창을 향해 정면으로 찔러 넣었다.
쾅-!!
커다란 소음과 함께 얼음의 창은 산산히 조각나 흩어졌다.
"아아, 아무리 똑똑해도 결국 찌질이인가? 마법사란 놈이 적이, 그것도 검사가 눈 앞에서 뻔히 자신을 주시하고 있는데 그런 뻔히 보이는 대인 공격 마법을 날려? 풋. 우스워서 말도 안 나오는군."
키리안의 비웃음에 메자르의 얼굴이 더욱 험하게 구겨졌다. 완벽한 무시에 화가 울컥 치솟은 것이다. 그의 반응에 키리안은 여전히 비웃음을 유지하며 말했다.
"덤비겠다는 건가? 보아하니 길드의 후광을 믿고 깝치는 '병신'들인 거 같은데, 얼마든지 받아주지. 패배한 후엔 꼬리 만 개 마냥 길드로 달려가서 고자질 하겠지? 하지만 소용 없을 거다. 각오는 되어 있겠지? 날 건드린 댓가는 꽤 커."
왠지 모르게 오싹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짓밟힌 자존심과 독설을 받은 지금 그냥 물러날 그들이 아니었다.
"이, 이 새끼! 죽여 버리겠어!"
괴성과 함께 기력을 끌어올리는 그들. 그리고 키리안의 옆으로 카디안이 내려섰다.
"오랜만이군. PvP는."
'PvP'라는 말에 키리안이 피식 웃었다.
"PvP라…… PK 아니었어?"
키리안의 답에 카디안 역시 따라 웃는다.
"상관 없잖아?"
First PvP
압-_)
오랜만에 일찍 일어난(-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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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ge Ten - First Pv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