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디앱솔브-43화 (43/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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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고고고고."

키리안은 약하게 욱신거리는 눈을 문지르며 도시의 시장을 가로지르는 대로를 걷고 있었다. 왁자지껄한 주위의 소음을 뚫고 아리에에게 전해지는 신음성은 그녀를 미안하게 만들기 위한 의도이다.

"…주인님. 리커버리라도 걸어주길 바래?"

아리에가 결국 졌다는 듯 입을 열었다. 그 소리에 키리안은 헤헤 웃으며 말했다.

"뽀뽀 해 줘."

"……."

전혀 예상 외의, 마치 3억년 밖의 운석이 날아와 충돌한 듯한 충격을 먹은 듯 굳어 버린 아리에. 정말 아무런 방비 없이 멍한 표정이었다. 키리안은 그 모습에 '나이스~'하고 두 주먹을 꽉 쥐며 부르르 떨었다.

"…중얼중얼."

키리안의 표정을 봤기 때문일까? 아리에는 훨씬 더 빨리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리고 작게 웅얼거리기 시작했다. 키리안이 그 모습에 궁금함을 느끼고 그녀의 입가로 귀를 갖다댔다.

"…여섯 힘의 정점. 그 정점의 중심에 존재하는 근원의 빛. 지금 나의 검이 되어……"

…어디서 많이 들어봤던 주문 같은데?

"……으아아아아악!!!"

기억났다! 아베스 던전의 몰이 된 몬스터를 단숨에 쓸어 버렸던 레어 스킬! 키리안은 볼 것도 없다는 듯이 아리에에게 달려들어 단숨에 한 손으론 입을 틀어 막고 다른 한 손으론 허리를 감싸 모든 행동을 봉쇄했다.

바둥바둥-!!

아리에는 키리안의 구속에 미친듯이 몸을 바둥거렸다. 본래의 경우 키리안은 절대로 아리에의 바둥거림에 버틸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약간 달랐다.

레벨 60이 된 후 그들은 거점을 옮겼다. 초보자의 도시 노비스 시티를 떠난 것이다. 그리고 온 곳이 이곳, 시티 오브 나이츠(City of knight's)였다. 보통은 기사의 자격을 얻은 후 바로 거점을 옮기곤 했지만 키리안은 사냥에 몰두한 나머지 레벨 60이 되어 새로운 스킬을 배울 때가 되어서야 오게 되었던 것이다.

키리안은 이곳에 와서 레벨 60이 되면 배울 수 있는 '컨트롤 바이탈리티'를 배웠다. 본격적으로 몸 속의 기력을 운용할 수 있는 기사, 아니 육체를 이용한 전투를 하는 모든 유저가 배워야 할 절대 필수 스킬이었다.

컨트롤 바이탈리티는 말 그대로 기력을 컨트롤하는 기술이다. 기력을 특정 부위로 보내 그곳의 힘을 폭발적으로 증폭시키는 능력을 지녔는데 이것을 지닌 유저와 지니지 않은 유저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의 차이가 날 수 있다.

현재 키리안은 30분 전 배웠던 컨트롤 바이탈리티를 혼신의 힘을 다해 운용하며 팔과 다리에 기력을 최대한 집중했다. 아리에의 오른손에 들린 위시 에이전트의 끝으로 미약한 빛이 모여 있었기에 더욱 필사적이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키리안도 아리에도 진이 빠져 암묵적으로 그만두자고 합의를 보며 떨어지려 할 때였다. 둘은 문득 몸을 쿡쿡 찌르는 듯한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둘은 슬쩍 강렬한 시선이 느껴지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약간 우측에 위치한 그곳엔 무엇이 들었는지 알 수 없는 상자 위에 카디안과 디엔트가 편하게 앉아 둘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 외에도… 시장에 있던 모든 유저와 NPC들이 그들을 흥미진진하게 구경하고 있었다.

파앗-!

그들은 창피함을 느끼기도 전에 일단 몸을 양쪽으로 날렸다.

"쿡쿡쿡, 푸하하하하하!!"

"와하하하하하-!!"

상황 파악을 끝낸 그들의 귀로 폭소가 들려왔다. 디엔트와 카디안은 아주 죽어라고 구르고 있다. 키리안과 아리에는 무슨 행동을 취하지도 못하고 얼굴이 익어 버렸다. 이 무슨 일생 일대의 최악의 사태란 말인가.

{아아아악! 주인님 어쩔 거야아아아아!! 책임져!!}

절규하는 아리에의 전음에 키리안은 대답이 없었다. 현실에선 본디 약간 내성적인 면이 있는 그다. 키리안은 현재 반쯤 혼이 나간 상태였다.

"푸하하하, 컥컥. 아리에, 공인 커플로 인정 받고 싶었던 게냐? 어떻게 그런 대담한 행동을 시장 한복판에서, 우히히히히!!!"

카디안은 뒤집어지는 상황에서도 아리에의 염장을 질렀다.

"설마설마 했는데 말이야. 푸히히히히히!! 이젠 쪽 팔려서 어디 다니지도 못하겠다 너희들. 푸하하하!!"

더블로 질러지는 염장. 키리안은 이미 영혼이 저 멀리 마라톤을 하고 있는 상태였다. 둘이 그 모습에 더욱 웃어재낀다.

"푸히히…응?"

"왜 그래? 우히히히!"

한창 웃어대던 카디안은 갑자기 느껴지는 섬뜩한 살기(殺氣)의 위치를 찾아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보았다. 모든 것을 포기한 듯한 표정으로 주문을 외우는 아리에를. 이대로 두면 안된다고 본능이 경고하고 있었다.

"안 돼!"

키리안과 마찬가지로 몸을 날리는 카디안. 하지만… 이번엔 늦었다.

"…지금 나의 검이 되어 강림하리라. 세인트 블레이드(Saint blade)!"

순식간에 그려지는 백색의 육망성. 그리고 뻗어나오는 빛의 검신(劍身).

"죽어 버려."

마치 사형 선고와도 같은 아리에의 가라앉은 말과 함께 세인트 블레이드가 내리쳐졌다.

콰과과과과과광-!!!

고대유적의 유물

요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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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ge Eleven - First Event 고대유적의 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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