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디앱솔브-44화 (44/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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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인방(키리안, 카디안, 디엔트)은 현재 시장에서 꽤 떨어진 곳에 있는 카페의 테이블 하나를 차지한 채 모두 뻗어 있었다. 셋 모두 악몽을 겪었기 때문이다.

키리안은 계속해서 '이제 끝났어… 이제 끝났어…'를 연발하고 있었고 카디안과 디엔트는 NPC의 잔소리가 자꾸 떠오르는 듯 반복해서 들리는 목소리에 흠칫흠칫 떨고 있었다.

정말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하느님이 보우하사 아리에가 내리친 세인트 블레이드는 인명 피해를 내지 않았다. 더불어 피해도 그냥 평범한 집 한 채가 날아간 정도에 그쳐서(?!) 일이 크게 번지지 않을 수 있었다. 카디안은 그때 그 급박하게 회피했던 상황을 떠올리자니 더욱 몸서리가 처졌다.

집이 폭삭 주저앉아 버린 NPC는 혼이 나가버리고 모든 것을 포기한 마냥 키리안의 옆에서 웅얼거리는 아리에 대신 곁에 있던 카디안과 디엔트에게 설교를 했던 것이다. 길고 긴 설교. 반복되는 내용이라 더욱 두려웠다. 오죽했으면 키리안의 반복되는 음성에도 몸을 떨겠는가.

더 이상 참지 못한 카디안과 디엔트는 수리비를 NPC의 입에 물려주고 키리안과 아리에를 붙들고 부리나케 이곳까지 달려온 뒤 뻗어 버린 것이다.

"주인님. 이제 어쩔 거야아아. 쪽 팔려서 어디 다닐 수도 없어어어……"

"아리에. 그냥 우리 여기서 인생을 끝내 버릴까?"

"아니야. 아니야. 생각해 보니까 이 정도 일로 목숨을 끊을 수는 없잖아. 꿋꿋하게 이겨내자."

"그래. 내 생각이 짧았어."

"흑. 주인님."

"그래그래, 아리에."

"……."

"……."

카디안과 디엔트는 증오와 원독(怨毒)에 가득찬 눈초리로 쑈(강한 발음)를 하고 있는 둘을 노려봤다. 누구 때문에 지금 이 꼬라지가 됐는데 연애질에 되도 않는 쇼를 벌여 염장을 지른단 말인가?

…….

잠시간은 그렇게 모두가 너무나 지쳐버려 뻗어버린 상태로 있었다. 도저히 무언가 할 의욕이 나지 않는다.

[띠딩-! 공지가 도착했습니다.]

"…공지래. 열어 보자."

"그래."

듣고 있으면 왠지 모르게 짜증이 나는 어조로 아리에와 대화를 나누며 키리안은 공지창을 열었다. 카디안과 디엔트 또한 별 수 없이 궁금함에 창을 열었다.

[제목 : Event-고대유적의 유물

내용

안녕하십니까, 친애하는 디 앱솔브 유저 여러분. 오랜만에 운영자 디카릭 인사 드립니다.

에, 이렇게 공지를 띄우는 것은 제목에서 아실 수 있듯 오랜만에 이벤트를 하나 마련했기 때문입니다.

잡설은 모조리 치우고 바로 설명에 들어가겠습니다~

이번 이벤트는 이벤트 날에 새로 떠오를 고대유적의 대지에서 시작됩니다. 떠오르는 장소는 가르쳐 드리지 않습니다. 다만 대륙의 수많은 항구 중 다섯 곳을 통해 이동할 수 있다는 것 정도는 알려 드리도록 하죠.

지상은 반쯤 폐허가 된 모습입니다. 여러분은 광활한 대지 위 유적에서 몬스터의 방해를 이겨내고 내부로 들어갈 수 있는 입구를 찾아야 합니다. 대충 레벨이 50만 넘으면 극히 위험할 정도는 아니니 문제는 없을 겁니다. 50을 만드는 건 지금에 와선 어려운 일이 아니니 대부분의 유저분들이 참가할 수 있으실 겁니다.

내부로 들어서면 많은 함정과 미로, 몬스터 등에 시달리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그 많은 위험을 뚫고 하나의 아이템을 찾아야 합니다. 그것이 '고대유적의 유물'이죠. 음, 이게 이벤트 상품이기도 한데요, 정말정말정말정말 의외의 것입니다. 있는 장소는 랜덤입니다. 어떤 몬스터 녀석이 먹어놓고 뱉을 수도 있으니 위치는 저희도 몰라요~(거짓말)

아이템의 효과에 대해서도 알려드리지 않겠습니다. 아이템에 기초적인 설명서 또한 포함되어 있으니 말이죠.

그럼 주의사항에 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별다른 건 없습니다. 기초적인 사항을 지켜 주시고 드래곤을 조심하세요. 두 마리의 극악 드래곤을 말이죠. 후후훗.

아차차, 이벤트 시행은 앞으로 일주일 후, 8월 19일이 되겠습니다~ 그럼 디카릭은 이만 물러 가겠습니다~]

꾹-

키리안은 공지창을 닫았다. 그리고 일행들을 둘러 보았다. 유하는 역시나 별다른 표정이 없었다. 대신 아리에는 지금까지 없던 묘한 그리움이 담긴 웃음을 보였다.

"주인님. 우리 이거 하자. 재밌겠다. 레벨도 일주일 후라면 죽어라 하면 63 정도는 만들 수 있으니 크게 무리는 없을 거야."

아리에가 묘하게 흥분하는 모습에 키리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말이 아니더라도 참가하지 않을 리가 없는 그다. 그것은 카디안과 디엔트도 마찬가지. 이 극악의 상황을 잊을 수 있는 즐거운 이벤트가 아닌가.

"뭐, 모두 참가할 거라는 건 변함없는 사실이니까 대충 아이템이나 정비하고 사냥 가자~"

"오케이~"

일행은 그렇게 전의 일을 잊기 위해 활기차게 몸을 움직였다. 이벤트까지는 앞으로 7일. 그동안 열렙(열나게 레벨업)을 해줄 테다!

고대유적의 유물

압압. 재미있는 그림들 올려 보겠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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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ge Eleven - First Event 고대유적의 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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