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디앱솔브-46화 (46/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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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이이잉-

공간이동의 이질적인 감촉이 끝나고 가장 먼저 느낀 것은 눈 감은 몸에 와닿는 짭짤하지만 상쾌하고 시원한 바람이었다. 오랜만에 느끼는 이것은 바닷바람이었다.

눈을 떠 보았다. 탁 트인 시야 한가득 들어오는 푸른빛의 세상. 내리쬐는 햇빛에 사파이어 가루가 빛나듯 눈부시게 깨끗한 푸른빛의 드넓은 바다. 답답했던 모든 것이 뚫리는 듯 시원하다.

푸른빛의 바다 위엔 마치 한 마리의 고고한 백조인냥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티 없이 순결한 백색빛의 거대한 배 한 척이 떠 있었다. 아마 유저들을 고대의 대지로 안내해 줄 여행선일 것이다.

"휘유. 몇 년 동안 바다라곤 구경도 못했는데 예상 외의 곳에서 보게 됐네."

"아아."

카디안의 대답에 키리안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리저리 채이고 폐인 생활까지 더해져 몇 년간 바다는 본 적이 없었다. 그런 그에게 거짓과 환상 속의 세상이지만 너무나 사실 같은 바다는 과거의 추억을 떠올리게 해 주었다.

"흠, 기분 좋은데 방해해서 미안한데 말이야…… 시야를 마을과 항구로 돌려봐."

한창 고요함 속에서 추억을 더듬는 키리안을 방해하는 소리가 있었다. 그것은 디엔트의 목소리였는데, 아름다운 경치를 본 자 답지 않은 난감한 목소리였다.

키리안과 카디안은 뭔가 싶어 항구로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둘의 표정 또한이 살짝 굳어졌다.

항구에는, 그곳에는 과거 호러 사이트의 한 곳에 올라왔던 '지옥철'이라 불리던 공포의 사진을 연상시킬 정도로 유저들이 들어차 있었다. 흐릿하게 보이는 유저들의 윤곽이 이리저리 쏠리는 모습이 더욱 공포를 자아낸다.

"우, 우리가 저길 통과해야 하는 거야?"

카디안이 하얗게 질린 표정으로 일행을 돌아봤다. 디엔트와 키리안의 표정 또한 과히 좋지 않았다.

"벼, 별로 추천하고 싶지는 않아."

키리안 역시 표정을 구겼다. 저기에 휩쓸리면 목숨을 장담할 수 없다. 살아난다 해도 반죽음 상태는 확정이다. 더욱, 실패할 경우엔 이루 말할 수 없는 분노가 찾아올 것이다. 아리에 또한 영 내키지 않는 표정이다.

디엔트는 키리안과 카디안의 표정을 살피곤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모두 저기에 끼고 싶은 생각은 없지? 그래서 말인데, 차라리 한 시간을 기다려서 다음에 오는 배를 타는 게 어때? 관련 정보를 살펴봤는데, 배는 1시간 간격으로 항구에 정착한다니까 이번 배는 그냥 보내고 4시에 오는 다음 배를 타자는 거지."

키리안은 잠시 생각해 봤다. 현재 시각 2시 45분. 일단 지금 정박한 배가 떠나는 시각이 3시, 다음 배가 오는 시각은 4시. 총 75분의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음, 지겨울 텐데…….'

그는 마음이 살짝 기우는 것을 느끼며 항구를 보았다.

바글바글바글바글바글바글바글바글바글바글-

'…….'

엄청난 포스였다. 머리가 텅 비는 느낌. 저길 뚫고 가자고…?

'기다리고 말지.'

연속되는 잽에 밀리던 '기다리자'는 순식간에 모아두었던 핵펀치를 '가자'에 작렬시켰고 '가자'는 그대로 천장을 뚫고 날아가 하늘의 별이 되었다. 카디안 또한 비슷한 상황이었다.

"기다리자."

키리안과 카디안의 입에서 동시에 떨어진 말이었다. 디엔트는 맞아 떨어지는 자신의 예상에 고개를 끄덕였다.

"음, 일단 근처 카페에서 시간 좀 보내다가 사람들이 쫙 빠지면 항구에서 가장 가까운 카페에서 대기 하자. 그리고 배가 보이면 잽싸게 항구로 달려가는 거야. 표도, 돈도 받지 않으니까 자리만 잘 잡으면 지옥을 최소한도로 겪고 탑승할 수 있을 거야."

"오호, 좋은 생각이군. 그런 거라면 내 전문이지."

키리안이 디엔트의 설명을 듣고 씨익 웃었다. 하교길, 그때 버스를 타기 위한 쟁탈전은 꽤나 심각하다. 하지만 키리안에겐 먼 얘기였다. 언제나 문이 열릴 장소를 직감으로 느끼며 자리를 잡는 그는 98%의 확률로 1등으로 탑승하는 기록을 지니고 있었다.

"어이어이, 차라리 사냥이나 가는 게 어때? 지금 카페에서 죽치는 건 시간 낭비잖아? 그러니까 사냥하다가 배가 오기 30분 전에 항구 쪽으로 이동하면 사냥도 하고 시간도 알차게 보내고 일석 이조 아냐."

잠시 생각하던 카디안이 낸 의견이었다. 확실히 일리 있는 말이었다. 솔직히 지금 카페로 이동해 봐야 할 일이 없다. 그저 테이블이나 하나 차지하고 뻗어 있을 뿐. 차라리 사냥을 하는 편이 몇 배는 더 이득이다.

"음, 그러니까 저쪽으로 조금만 가면 야수의 숲 정도의 난이도를 지닌 사냥터가 하나 있을 거야."

셋 모두가 사냥할 의사를 보이자 아리에가 잠시 생각하더니 손가락을 들어 좌측을 가리키며 말했다.

"오, 그래? 잘 됐네. 멀지도 않으니 딱 좋아."

디엔트가 쾌재를 불렀다.

일행은 일단 텔레포트를 하느라 봉인했던 파트너를 다시 불렀다. 곧 카디안의 파트너 네피엘과 카리나, 디엔트의 파트너 루아와 아세리아가 소환됐고 키리안의 옆에 유하가 서게 되었다.

"좋아. 장비도 문제 없고, 그럼 출발해 볼까나~"

키리안이 흥얼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바닷바람이 상당히 쾌적지수를 높여주고 있었다.

즐겁게 아리에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걸음을 옮기는 일행. 마치 소풍이라도 나온듯 가볍고 조용히 걸음을 옮기는 그때 갑자기 루아가 울기 시작했다.

"끼우웅-"

작은 듯 했지만 마치 경고음처럼 들리는 그것은 일행의 귀에 똑똑히 들렸다.

"응? 적이 온다."

디엔트는 루아의 울음을 듣더니 정령력을 끌어올리며 경계했다. 백색털을 지닌 귀엽고 작은 그의 파트너는 적의(敵意)나 살의(殺意)를 느끼면 이렇게 경고하듯 울곤 했다. 경고는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었기에 그는 바로 정령력을 끌어올린 것이다.

"거기 앞에, 당장 비켜!!!"

그들이 서 있는 곳은 언덕 중턱이었다. 목소리가 들린 것은 언덕의 최고조에 이른 곳으로, 딱 얼굴이 보이는 위치였다. 거리는 대충 60미터. 빠르게 줄어드는 거리로 봐서 그들이 죽을 힘을 다해 뛰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두두두-

거리가 가까워짐에 따라 달려오는 무리를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총 일곱 명의 유저였는데 공교롭게도 그 중 둘은 키리안과 카디안이 익히 아는 인물이었다. 삐죽 솟은 다채로운 색의 머리카락을 지닌 유저와 길게 기른 노란 머리카락을 전혀 손질해주지 않은 유저.

'메자르, 바카르.'

그랬다. 둘은 삼인방이 잡으려던 해룡을 스틸하려다 PvP에 의해 참패를 당했던 자들이었다.

"어라? 예전의 그 녀석들이잖아?"

카디안이 의아해하며 그들을 살폈다. 모두 필사적으로 다리를 놀리고 있었다. 그 방향으로 미루어봐서 배를 타려는 것 같았다. 보통의 상황이라면 그냥 쉬엄쉬엄 달려도 무사히 도착할 수 있겠지만, 저 '지옥철'에 가까운 곳을 뚫으려면 오히려 너무나 부족한 시간이다.

카디안은 상황을 대충 정리하곤 씨익 웃었다.

"이거이거, 재밌게 됐네. 어쩔까, 키리안?"

그는 사악한 표정으로 키리안을 쳐다보았다. 그 시선을 받은 키리안은 고개를 저었다.

"그냥 보내주자. 어차피 커다란 일도 아니었고, PvP로 제대로 보복 했으니까. 괜히 원수 만들 필요는 없잖아."

"쩝, 그러냐."

그는 아쉬워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 사이 달려오던 유저들은 벌써 지척까지 다다랐다. 일행은 그대로 옆으로 물러났다. 빠르게 지나쳐가는 그들. 그리고 달려가던 도중 메자르와 바키르의 눈이 키리안 일행을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이 새끼들!"

메자르와 바키르가 멈춰섰다. 메자르는 이를 갈며 키리안 일행을 쏘아보았다. 며칠 전의 참패. 그리고 볼 수 없었던 그들. 설욕을 하기 위해 얼마나 그들을 찾았던가. 이젠 거의 포기하고 있던 차였는데 생각지도 않았던 곳에서 놈들을 만났던 것이다.

메자르와 바키르가 멈추자 그 일행 또한 영문도 모르고 멈춰섰다.

카디안은 그런 그들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뭐, 이걸로 피할 수 없게 됐군. 뭐, 그냥 사냥하기도 지겨웠으니 오히려 잘됐다고 해야 하나?"

그가 다크니스 스태프를 꺼내 들며 전투 자세를 취했다. 디엔트 또한 정령력을 끌어올리며 루아를 봉인하고 데미시온을 소환했다. 상대들의 수와 기세를 보니 루아로는 무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키리안은 메자르와 바카르가 각자의 파트너를 소환하는 것을 보고 머리를 긁적였다. 저번엔 한 명씩의 파트너였지만 지금은 같은 종류의 파트너를 둘 씩 소환했다.

"메자르, 바카르. 무슨 일이야?"

메자르와 바카르가 흉흉한 기세를 발하자 그 일행 중 하나가 나서서 물었다.

"이놈들이 내가 말했던 놈들이야. 아베스 던전의 그놈들."

이를 갈며 말하는 메자르의 말에 자렌이라 불린 유저가 머리를 긁적였다.

"아아, 겁도 없이 츠아스 길드의 길드원을 건드렸다던 그놈들? 하지만 지금은 바쁘잖아. 이번 배를 놓치면 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고."

자렌이 싸움을 말리려 했지만 메자르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그 모습에 자렌이 포기했다는 듯 한숨을 쉬곤 일행에게 말했다.

"뭐, 열심히 달려봐야 어차피 타지도 못했을 배니까 그냥 포기하고 메자르와 바카르의 원수나 갚을까?"

"나쁘진 않군."

"그러지 뭐. 잠시 시간은 떼울 수 있겠네."

단숨에 다섯 모두가 적으로 돌변했다. 메자르와 바카르는 말리지 않았다. 자존심이 상하긴 했지만 키리안과 카디안의 실력은 그들보다 몇 단계 위다. 게다가 동료 또한 나서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 오히려 환영해야 할 판이었다.

조용히 그것을 지켜보던 키리안은 별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아리에, 이번엔 도와줘야겠다."

검을 빼들며 말하는 키리안에게 아리에는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쳇. 츠아스 길드라 했지? 예전부터 마음에 안 들었어. 즐겁게 도와 줄게, 주인님."

"죽어!!"

아리에가 레드 슬레이어를 뽑음과 동시에 바카르가 파트너와 함께 달려 들었다. 그것을 시작으로 9:21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재회, 그리고 만남

졸려 미쳐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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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ge Twelve - 재회, 그리고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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