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디앱솔브-50화 (5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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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 드래곤……?"

짧고 강렬한 한 마디에 의해 내려앉았던 정적은 검은 머리카락의 사내에 의해 깨졌다. 믿을 수 없다는 기색이 담긴 한 마디. 그것은 모두의 의사를 대변하는 것이기도 했다. 아니, 일부는 아니었다.

'드래곤을 테이밍한 유저는 몇 되지 않아. 그리고 그 중 화이트 드래곤을 테이밍한 유저는 오직 한 명!'

드래곤을 사냥하며 지냈던 아리에. 그녀는 공중에 나타나 햇빛에 눈과 같은 빛의 비늘을 뽐내는 화이트 드래곤을 보며 상대를 유추하고 있었다.

"저게 드래곤이구나아. 아리에, 저거 엄청나게 쎄겠지?"

그녀는 마침 키리안이 드래곤에 대해 물어오자 자신의 생각을 풀어냈다.

"응. 화이트 드래곤이라면 전투력으로 따져 가장 약한 것 중 하나이지만 드래곤이란 것이 붙은 이상 최강이지. 거기에 테이밍까지 하려면 거의 죽을 맛이지. 현재 테이밍 된 드래곤은 화이트, 그린, 블랙이 전부야. 그 중 화이트가 여기 나타난 거지. 그 화이트 드래곤의 주인은…"

"드래곤 마스터(Dragon Master), 혹은 티어스 오브 루시퍼(Tears of Lucifer)의 스페셜 클래스를 지닌 랭킹 5위의 유저, 라시드 카인(Ra-seed kain)이지."

아리에의 마지막 말을 자른 것은 바로 디엔트였다. 그는 드래곤이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놀라기는 커녕 오히려 싱글싱글 웃고 있었다. 거기에 더해 드래곤을 향해 손까지 흔드는 것이 아닌가.

"디엔트. 너 저 드래곤을 알고 있어?"

마치 기다렸다는 듯 행동하는 디엔트를 보며 카디안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디엔트는 그런 카디안을 향해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물론이지. 친형과도 같은 형의 씰이니까 말이지."

일상 생활에서 말하는 듯한 어조라 잠시 반응이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폭풍 전의 고요. 곧 폭풍과도 같은 반응이 몰아쳤다.

"뭐, 뭐, 뭐, 뭐, 뭐야?! 형의 씰이라고?!"

"마, 말도 안되는!!"

일행의 반응도 반응이었지만 저쪽의 반응도 만만치 않았다. 얼굴이 하얗게 탈색되며 입을 쩌억 벌리고 있었다. 디엔트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들은 절대 건드리지 말아야 할 유저 중 하나를 건드린 것이 되기 때문이다. 랭킹 5위라니…… 그것은 그야말로 하늘 위의 세상인 것이다.

쉬이이잉-

드래곤이 천천히 하강하기 시작했다. 거대한 동체가 깃털과도 같이 고요하게 하강하는 모습이 묘한 위압감을 주고 있었다. 지상과의 거리가 10m에 이르자 드래곤이 멈춰섰다. 그리고 드래곤의 머리 위에서 한 명의 유저가 내려섰다.

떨어지면 그대로 사망인 높이에서 아무 망설임도 없이 떨어지는 그는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듯 서서히 지상을 향해 내려오고 있었다. 마치 하늘에서 강림하는 천인(天人)과 같은 모습으로.

어풍비행술(馭風飛行術). 최고의 경공 스킬 중 하나를 사용해 그가 천천히 지상으로 내려섰다.

타악-

일부러인 듯한 느낌을 주며 그가 소리내어 지상에 착지하자 적당히 기른 갈색 머리카락이 제자리를 찾아 내려앉았다. 그는 고요하게 가라앉은 푸른 눈동자로 장내를 스윽 둘러봤다. 검은 사내 쪽은 크게 움찔거렸지만 키리안 쪽은 그저 조용히 그를 응시할 뿐이었다.

상황을 대충 파악했는지 주변을 살피던 그의 눈동자가 천천히 어느 지점에 멈췄다. 그곳은 키리안의 일행이 있는 곳 중에서도 디엔트가 서 있는 지점이었다. 그의 입술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

너무나 작은 소리. 장내의 인물 중 아무도 들을 수 없었다. 오직 아리에만이 '디엔트'라는 작은 소리를 겨우 포착해냈을 뿐. 하지만 전혀 궁금해할 필요는 없었다. 단 1초만에 그가 재방송을 해 주었기 때문이다.

"디엔트으으으으으~~~!!"

"더, 더헉!!"

"우, 우갸갸갸!!"

마치 벌에 쏘인 말과 같이 디엔트를 향해 엄청난 정신적 타격을 주는 표정을 지으며 달려드는 그의 기세에 아리에마저 무의식 중에 위시 에이전트를 뽑아들었다.

후다다다닥 피하는 키리안 일행. 그곳에 남은 것은 디엔트와 그의 씰들. 라시드는 무시무시한 기세 그대로 디엔트의 앞에 당도하더니 덥석 그를 안고서는 얼굴을 맞대고 엄청난 속도로 마찰시켰다. 이른바 '부비부비'라 불리는 전설의 신공이었다.

부비부비부비부비부비부비부비-

"무, 무서워 주인님."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아리에마저 키리안의 뒤로 숨을만큼 라시드의 기세는 살벌했다. 드래곤보다 저 놈이 더 무섭다.

너무나 멋지게 나타난 그는 너무나 멋진 행동으로 장내의 유저들에게 공포를 심어주었다.

3분 후. 징하게도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라시드는 왕복 운동을 하던 얼굴을 멈췄다. 디엔트는 이미 면상이 갈려버린(!!) 상태로 반쯤 정신이 나간 상태였다.

"이야~ 디엔트가 이 형님을 먼저 부르는 날이 오다니! 경사로다~ 경사로다~"

"그, 그냐아……"

디엔트는 부들부들 떨며 겨우 그의 말에 답해주었다.

"사랑스런 동생아, 그래 무슨 일로 부른 것이냐?"

겨우겨우 라시드의 품에서 빠져나와 헉헉거리며 디엔트는 부들거리는 손을 들어 적들을 가리켰다.

"처리 부탁해."

라시드의 고개가 천천히 반대로 이동했다. 뻣뻣하게 굳는 사내들. 그리고 씨익 웃으며 입을 여는 라시드.

"실리에르, 브레스 발사아아!"

손가락을 들어 사내들을 가리키며 소리치는 라시드. 그와 함께 하늘 위에서 은백색의 찬란한 빛을 뿌리는 브레스가 지상을 강타했다.

콰우우우우우-!!

지상을 강타한 그것은 제 힘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하늘 위로 솟아오르며 얼음 기둥을 형성했다. 그야말로 절대적인 위력. 디 앱솔브 최강의 몬스터라는 위명에 전혀 부족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대, 대단해."

"웜급 중에서도 상급. 역시… 서두르지 않으면 뒤쳐지겠는 걸……."

아리에는 약간의 초조함을 느끼며 쓰게 웃었다.

"자, 임무 완수다! 또다른 부탁은?"

라시드는 얼음 기둥이 서서히 녹아내리며 흩날리는 것을 확인한 뒤 디엔트를 돌아보았다. 디엔트는 잠시 고민하는 듯 하더니 한숨을 쉬곤 말했다.

"이벤트 장소에 좀 데려다 줘."

"어려운 일도 아니잖아. 실리에르, 좀 내려와 줘."

쉬이잉-!

강한 바람이 지상을 휩쓸었다. 그와 함께 화이트 드래곤 실리에르가 천천히 지상에 내려섰다. 거대한 몸체가 일행을 압도했다.

"흐음, 친구들이랑 같이 타도 되겠어?"

디엔트는 라시드가 자신의 파트너의 등 위를 아무에게나 양보하지 않는다는 잘 알고 있기에 머뭇거리며 말했다.

"잠시 동행하는 거냐, 아니면 정말 친구냐?"

라시드는 사뭇 진지하게 물었다.

"지금은 친구라 할 수 있겠다. 얼마나 가까워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디엔트의 대답에 라시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모두 타라고!"

라시드는 대답과 함께 어기충소의 수법으로 드래곤의 위에 올랐다. 일행 또한 각자의 방법으로 드래곤의 위에 올랐다. 드넓은 드래곤의 등은 일행 모두가 타도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모두 탔지? 그럼 이륙한다. 실리에르!"

캬우우-

작게 우는 것으로 주인의 의지에 답한 실리에르가 마나를 뿜으며 날개를 크게 휘저었다.

휘이잉-!

강한 바람이 몰아치며 천천히 드래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거대한 동체가 하늘을 향해 서서히 비상(飛上)하는 모습은 허구의 세상에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 중 하나. 그 풍경의 중심에 있는 일행은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대단해."

키리안은 진정 감탄했다. 자신이 최고의 것이라 믿고 있는 에스페란즈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기분이었다. 많은 것을 놓쳤었나보다. 게임 속 모든 정수를 맛보았다 생각했는데 다시 한 번 그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이었는지 느끼게 되었다.

'좋아! 대륙아 기다려라, 이 키리안님이 모든 것을 까발려 줄 테니까!'

라시드 카인(Ra-seed kain)

압.

갑자기 조회수가 폭등하기 시작했습니다..'')

역시 편수가 쌓이면 알아서 조회수가 쌓이는 것이군요..'')

결국 퓨전 말아먹고 게임 소설로 다시 돌아온 크레아였습니다-_-)

[스피릿 마스터는 그리 되게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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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ge Thirteen - 라시드 카인(Ra-seed k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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