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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 쿵-
조용한 바다 속 던전의 내부를 울리는 커다란 발자국 소리. 그것은 최강 방어력을 자랑하는, 키리안 일행과는 악연이 있는 덴드론의 것이었다.
놈들은 번뜩이는 눈동자로 던전의 여기저기를 살피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엔 상대적으로 작아보이지만 그 능력은 덴드론에 전혀 뒤지지 않는 템플 나이트들이 광구(光球)를 띄워 탐색을 용이하게 하고 있었다.
{빌어먹을 녀석들, 끈질기네.}
던전의 외진 구석. 광구의 빛조차 닿지 않는 구석진 곳에 인영(人影)이 여럿 보이고 있었다. 바로 키리안 일행이었다. 그들은 아리에의 활약으로 잠시 템플 나이트와 덴드론의 손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곧 열받은 모습으로 무너진 입구를 날려버리며 쫓아오는 놈들을 피해 눈썹이 휘날리게 달려야 했다.
죽기 싫으면 전력을 다해 달려야 했기에 아르니아의 마나맵을 제대로 활용할 수도 없었다. 그것은 함정을 파악하고 사전에 대비할 수 없다는 소리와 동일했다. 그 결과, 지금 일행은 3일간의 고생보다 더 힘든 도주를 해야 했고 상당히 지친 상태였다.
쿵- 쿵-
{아, 간다.}
한참을 살피던 덴드론과 템플 나이트들은 이내 아무 것도 없다고 판단했는지 저쪽 통로에 내려앉은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들이 사라지고도 몇 분이 지난 뒤에야 일행은 그늘에서 나왔다. 아까 전, 이와 같은 상황에서 겨우 따돌렸다고 생각하며 기분 좋게 나왔는데 템플 나이트의 탐지 마법의 범위에 걸려 다시 열나게 뛰어야 했던 일이 있었기에 지금에야 나온 것이다.
"아아, 이제 정말 따돌린 거겠지?"
키리안이 저쪽 통로를 살피며 말하자 카디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젠 정말 끝일 거다. 지긋지긋한 놈들! 고대 은신(古代 隱身)의 주문이 아니었으면 끝장이었을 거야."
그의 말에 디엔트가 '훗'하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그럼. 이 몸께서 석판의 고대어를 해석하지 못했다면 벌써 끝났겠지."
보통의 경우라면 그냥 조용히 묻겠지만 이번엔 그 공로가 공로인 지라 모두 조용히 무시해주는 것으로 대신했다.
기실 키리안 일행의 실력으론 덴드론과 템플 나이트의 추격을 피할 수 없었다. 아리에마저도 그들 모두를 상대하는 것은 불가능했기에 모두 끝이라 생각했는데, 바로 그때 디엔트가 방법을 찾았다.
처음 일행을 던전으로 데려다 주었던 그 순간 이동 기기, 바로 그것의 사용법을 해석했던 디엔트는 가장 아래에 첨부되어 있던 모종의 주문을 기억해낸 것이다.
주문은 그들을 구원해 줄 은신(隱身)의 능력을 지닌 것이었다. 초보들을 위한 배려였는지 그것은 발견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자리에 가만히 있는 이상 5분 간은 그 어떤 몬스터들에게도 발견되지 않게 해 주는 것이었다. 일행은 그것으로 지금까지 덴드론과 템플 나이트를 피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럼 잠시 쉬고 이동하자."
오랜 시간 동안 추격 당했기에 상당히 지친 일행이었기에 위험이 사라지자 바로 그 자리에 퍼질러졌다.
"아아, 빌어먹을 놈들 때문에 이젠 방향조차 잡을 수 없다아아. 아무나 빨리 이벤트를 끝내 줬으면 좋겠다. 훌쩍."
아르니아가 비르적거리며 한탄하듯 말했다. 처음의 설레임은 이미 마라톤 42.195km를 1위로 주파해서 금메달을 따고 자신이 왔던 나라로 비행기 타고 떠난지 오래였다. 지금은 그저 몸 성하게 길드로 돌아가고픈 마음 뿐이었다.
잠시 아르니아에게 전염 돼 함께 비르적거리던 일행은 시간이 지나자 다시 몸을 일으켰다. 여기까지 왔으니 그냥 퍼질러져 있을 수는 없었다. 오기로라도 한 곳이라도 더 밟아 본다!
털레털레-
힘없이 걷는 일행들. 마나맵이 있고 루아가 있고 자면서도 진형을 펼칠 수 있으니 힘차게 걷고 싶지도 않다.
가끔 나오는 함정을 피하고 간간히 등장해 심심하지 않게 해주는 몬스터들과 몇 번 논지 얼마나 지났을까. 일행은 멀지 않은 곳에서 무언가 쿵쿵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이거 설마?"
정말 싫은, 들리면 그대로 맨들맨들한 돌탱이에게 달려가 받아버리고 싶은 욕구가 끓어오르게 만드는 소리가 근처에서 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보였다. 이가 갈리는 그들을.
"아아아악!! 또 왔어! 또 왔다고오오오!!!"
은신의 주문을 쓸 여유도 주지 않도 덴드론과 템플 나이트가 들이닥쳤다. 아르니아가 놈들을 보자 그대로 키리안의 목을 잡아 흔들며 히스테리를 부렸다.
"흐, 흐어어억……"
몬스터가 아니라 동료의 손에(그것이 비록 미소녀의 것일지라도) 키리안이 죽을 지경이 되자 아리에가 급히 그녀를 키리안에게서 떼어냈다.
"자, 그럼 다시 뛰자고. 헤이스트(Haste)."
디엔트가 한숨을 쉬며 바람의 정령의 힘을 빌어 일행에게 헤이스트의 주문을 걸어 주었다. 그리고 익숙한 모습으로 중검(重劍)의 수법을 이용해 벽을 무너뜨리는 아리에.
"오빠 달려~!!"
빡-!
"악!"
아까의 데미지를 벌써 극복하고 헛소리를 하며 달리는 키리안에게 아리에가 멋지게 꿀밤을 먹여 주었다. 짧은 비명 소리와 함께 머리를 부여 잡는 키리안. 하지만 다리는 열심히 제 역할을 해 속도는 떨어지지 않았다.
이제 두 자리를 넘어가는 추격전. 이력이 붙은 그들은 도망치면서도 할 건 다 하고 있었다. 신세 한탄, 장난질, 염장질까지((키리안&아리에. 본인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긴장감마저 덜한 도주는 스테미너가 간당간당 해졌을 때가 되어서야 제 모습을 찾기 시작했다. 이젠 스테미너 포션도 얼마 남지 않았다. 웬만해선 쓰지 말아야 할 것인데 놈들은 저 뒤에서 꾸준히 거리를 좁혀가고 있으니 표정이 구겨지는 당연지사. 그리고, 빛이 보였다.
"헛, 설마 바깥?"
은은히 통로의 출구를 비추는 저것은 분명한 빛! 일행은 기뻐하며 그대로 스테미너 포션 하나를 원샷하고 그곳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날아드는 백색 냉기의 기둥.
"으, 으아앗?!"
일행은 급히 좌우로 갈라지며 몸을 날렸다.
콰우우우우우우우-!!
대지에 부딪친 그것은 순식간에 눈보라가 되어 주변에 몰아쳤다. 급히 실드를 치는 일행. 마치 커다란 우박이 내리꽂히듯 실드를 두들기는 눈보라. 급조한 실드가 심하게 요동쳤다. 아리에가 사이 배리어를 치고도 힘들어 했으니 그 위력은 능히 짐작이 가능했다.
휘유우우우-
약간의, 하지만 힘들었던 시간이 지나 눈보라가 겨우 가라앉았다. 일행은 겨우 한숨을 돌리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경악했다.
둘로 나뉘어진 일행의 가운데의 땅이 말 그대로 '얼어 터져' 있었다. 극한의 냉기. 그것은 대지를 얼려서 터뜨려 버린 것이다. 공포스러운 그 위력에 일행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 범위에서 벗어나 겨우 '잔가지'에 살짝 스친 정도가 이 정도라니…… 덴드론과 템플 나이트를 단숨에 얼려서 저세상으로 보내버린 이 위력의 마법, 아니, 브레스를 쓰는 존재는 오직 하나 뿐이다.
크르르르-
저 높은 곳에서 얼음과 같은 푸른 눈동자로 일행을 굽어보고 있는 거대한 존재, 그것은 디 앱솔브에서 최강의 몬스터로 군림하고 있는 존재, 드래곤이었다.
고대 유적 탐험
음..ㅡㅜ
쓸 기분 안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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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ge sixteen - 고대 유적의 유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