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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모든 것이 끝났다고 여기며 체념했을 때, 바로 그때 구세주가 등장했다. 그 이름도 찬란한 드래곤 마스터 라시드 카인! 그리고 유수청풍의 길드 마스터인 레인저 로드 아스타나 사야카! 함정에 빠진 후 헤어졌던 강력한 아군 둘이 동시에 나타나 위기의 끝에서 자신들을 구해준 것이다.
반가움이 가득 담긴 디엔트의 부름에 라시드가 흐뭇하게 웃는다. 아스타나 역시 동생의 눈빛에 옅게 미소지었다.
크오오오오오-!!
"큭."
무시 당한 것에 대한 분노일까, 강력한 적에 대한 경계일까. 실버 드래곤이 그 바다와 같은 마력을 담아 해일과도 같은 기세로 드래곤 피어를 뿌려댔다. 레벨이 낮은 키리안 일행이 크게 휘청인다. 그에 라시드가 급히 카이실을 이용해 방어에 들어갔다.
휘이이이-
강력한 정령력으로 만들어진 바람의 막이 겨우 키리안들을 드래곤 피어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었다.
"흐음, 일단 저놈부터 끝내고 봐야겠다. 너희들은 좀 깊숙한 곳에 있도록 해. 아무래도 여파가 이 안까지 미칠 거 같으니까. 저놈 레벨이 장난이 아니라서 너희들을 지키면서 상대할 정도로 여유롭지는 않다."
"형이 그렇게 말할 정도면 정말 장난이 아니겠네. 알았어. 그럼 우리는 이 안에 있을 테니까 싸움 끝나면 전음으로 불러줘."
"알았다."
대화가 끝나자 라시드는 아스타나와 함께 드래곤에게로 돌진했다. 그리고 벌어지는 엄청난 전투. 6클래스 이상의 마법이 마치 장난인냥 난무하고 간간히 7~8클래스 마법이 작렬했다. 과연 드래곤. 별다른 준비도 없이 고급 마법을 숨쉬듯 날리는 것이다. 그 강력한 여파에 주변의 몬스터들은 그냥 죽어나가고 있는 형편이었다.
"자자, 그럼 빨리 자리를 피하자고. 말려들면 그냥 끽이야."
멍하니 전투를 구경하는 일행을 디엔트와 아리에가 이끌었다. 곧 일행은 몸을 돌려 전투 장소에서 거리를 벌리기 시작했다.
미로와도 같은 길이었기에 아르니아가 길 중간중간에 표식을 남겨 다시 헤어지는 일이 없도록 했다.
"대충 이 정도면 되겠지. 느긋하게 기다리자고."
모퉁이를 다섯 번 정도 돌자 전투에 의한 소음조차 희미해졌다. 이 정도면 10클래스의 마법이라도 터지지 않는한 그들을 위협할 수는 없을 것이다.
"휴우, 이제 모두 모였으니 더 이상 고생할 일은 없겠네."
키리안이 푸욱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렇겠지. 솔직히 이 레벨론 살아난 것만 해도 기적에 가깝다."
카디안이 키리안의 말을 받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끼우우우우-
오랜만에 편히 쉬고 있는 일행의 귀에 웬만하면 듣고 싶지 않은 루아의 경고음이 맴돌았다. 몬스터가 근처에 있다는 루아의 경고. 그리고 은신의 주문을 쓰기도 전에 모습을 드러내는 템플 나이트 넷. 단숨에 일행의 표정이 구겨진다.
"비, 빌어먹을 녀석드으으으을!! 아까 그 소동 때 안 튀어나오고 뭐한 거야!!"
한창 기분 좋게 쉬고 있던 참이라 그 짜증이 더욱 컸다. 키리안이 놈들을 보자마자 벌떡 일어나서 손가락질을 하며 거품을 물었다. 다른 일행들은 발작을 하지는 않았지만 그 심정만은 키리안과 다르지 않았다. 특히 다른 몬스터도 아니고 템플 나이트라 더하다.
"아우, 제기랄 녀석들! 좋아, 너 죽고 나 살자고!! 아리에, 유하야!"
더 이상 도망치기도 싫다. 그동안 도망치며 쌓인 스트레스가 얼마인가. 안 그래도 욕구불만인 일행들이었는데 그때 딱 최악인 존재가 등장하니 폭발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화르륵-!
곧 유하의 곁에 화염구가 피어올랐고 아리에의 검이 뽑혔다. 디엔트의 뇌전이 일행의 무기를 휘감고 바람이 곁에 머물러 속도를 높여 주었다.
"홀리 애로우!"
템플 나이트의 외침에 따라 성스러운 빛의 화살이 일행들을 꿰뚫기 위해 날아왔다. 그에 대항해 카디안의 네피엘과 디엔트의 아세리아가 나서서 이중으로 홀리 실드를 쳤다.
츠츠층-!
힘에 있어서는 템플 나이트가 단연 압도적이었지만 동등한 속성의 마법이었고 그 공격력도 약했기에 그럭저럭 막아낼 수 있었다.
'최선의 방어는 공격!'
전력이 월등한 저쪽에 기회를 줘서는 곤란하다. 아르니아를 제외한 모두가 템플 나이트에게 달려들었다. 각자의 위치를 순식간에 정하고 포위해 들어간 것이다.
"중검(重劍)!"
아리에가 순식간에 달려가 템플 나이트에게 검을 휘둘렀다. 막강한 압력의 검을 어리석게도 막아내려 했던 템플 나이트의 발이 순식간에 땅에 박혀들었다.
"좋았어! 오라 콘센트레이트, 오라 스플리트!"
다른 템플 나이트는 일행의 공격에 묶여 있었고 그 자신은 땅에 발이 박혀 운신이 부자연스럽다. 팔 역시 아리에의 공격에 자유롭지 못하다. 이 호기를 놓칠 키리안이 아니다.
순식간에 스킬을 시전하며 템플 나이트의 목을 노리고 치고 들어가는 키리안. 상황을 보아 분명히 막을 수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역시 템플 나이트는 그 레벨에 걸맞게 그리 녹록하지 않았다.
"크아아앗!!"
사람과 몬스터의 중간에 위치한 목소리로 소리치며 템플 나이트가 크게 검을 휘둘렀다. 검에서 폭발적으로 성력이 터져오르며 주변을 밝혀나갔다. 아리에와 키리안이 그에 급히 물러섰다.
"검기(劍氣)."
아리에는 물러서는 와중에도 틈을 노려 검기를 날렸지만 그것은 신성력으로 보호되는 템플 나이트의 갑옷에 그저 흠집을 남기는 정도로 만족해야 했다.
기세가 늦춰지자 템플 나이트는 그대로 여세를 몰아 치고 들어왔다.
"유하야!"
"속박, 연(連)!"
그 돌진력을 늦추기 위해 유하가 속박의 술(術)을 연속으로 시전했다. 끈끈한 은빛의 실 여러가닥이 연속으로 템플 나이트를 감아갔다. 순간적으로 늦춰진 돌진. 그리고 다시 공격해 들어가는 키리안과 아리에.
{갑옷을 때려선 승산이 없어. 갑옷의 이음새를 노리도록 해. 으휴, 승산없는 싸움이지만 피하는 것도 내키지 않으니…….}
무작정 공격해 들어가려는 키리안에게 아르니아가 전음을 날렸다.
{오케이!}
그녀의 조언에 키리안이 고개를 끄덕인 뒤 템플 나이트를 노려보았다. 적당한 공격 지점을 찾는 것이다. 그 사이 아리에는 쾌속하게 템플 나이트의 검을 피하고 손목 부근을 검기를 이용해 쳐올렸다.
카아앙-!!
커다란 소리와 함께 템플 나이트의 손이 쳐올라갔다. 하지만 검을 놓치지는 않았다. 고통도 느끼지 못하는지 놈은 발차기로 반격해왔고 아리에는 급히 물러났다.
"쳇. 원래라면 맞출 수 있는데!"
템플 나이트의 공격을 회피하며 아리에가 혀를 찼다. 덱스(Dex)가 모자랐는지 성공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공격이 실패했다. 정확히 손목에 위치한 갑옷의 사이를 쳤다고 생각했는데 약간 어긋나 갑옷을 치고 만 것이다.
"크아아아!!"
놈이 아리에의 공격에 분노했는지 성력에 휩싸인 검을 난폭하게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공격해 들어가려던 키리안은 물론, 물러나 있던 아리에마저 급히 몸을 빼야 했다.
"뭐냐 저놈, 약 처먹었나?"
그 레벨이 레벨인데다 몬스터 특유의 사기에 가까운 마나량 덕에 아리에도 속절없이 피해야 했다. 사정은 다른 일행도 비슷한 듯 했다. 역시 혈기로 다 되는 건 아닌가 보다.
츠츠츠츳-!
어느새 모인 일행, 그리고 템플 나이트들. 녀석들의 기세가 심상치 않아보여 일행들 모두가 긴장했다.
"아, 차지(Charge)! 모두 피해!!"
잠시 그것을 응시하던 아르니아가 곧 그 자세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닫고는 기겁해서 소리쳤다. 차지. 기사의 공격 방법 중 그 파괴력과 돌진력이 최고라 평가 받고 있는 차지가 실행된 것이다. 저기 뭉쳐있는 신성력이 터진다면 라시드라도 정면에선 막기 힘들 정도니 말 다했다.
"제, 제기랄!"
아르니아의 경고는 살짝 늦은 감이 있어 아르니아가 소리쳤을 때는 이미 템플 나이트의 돌진이 시작된 직후였다. 기겁하며 뒤늦게 몸을 날리는 일행.
콰우우우-!!
일행은 아슬아슬하게 템플 나이트의 직접 공격을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후폭풍은 어쩌지 못하고 타격을 받아 바닥을 굴러야했다.
"후, 후아아아…… 죽을 뻔 했다."
"뭐, 한 두 번 죽을 뻔 한 것도 아니잖냐."
키리안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자 카디안이 머리를 살짝 긁으며 말했다.
"일단 이 먼지부터 치우자. 윈드(Wind)."
디엔트가 시야와 호흡을 막는 먼지에 손을 저으며 정령력을 끌어올렸다. 바람의 정령의 힘에 의해 먼지는 저 구석으로 날아가 흩어졌다. 그리고, 일행은 멍하니 뚫어진 구멍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정확히는, 그 뚫린 구멍 내부로 보이는 공동에 들어앉아 있는 거대한 몬스터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크르르르르-
낮게 깔리는 울음소리. 공간을 공포로 지배하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정말! 정말! 이런 상황에선 만나고 싶지 않은 최악의 몬스터, 드래곤이었다.
고대 유적의 유물
후아-_)
어제는 여차저차해서 못 썼기에..오늘은 씁니다=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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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ge sixteen - 고대 유적의 유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