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디앱솔브-61화 (6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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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공동은 방금 전까지만 해도 전장이었다는 것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고요해져 있었다. 모두 느끼고 있었다. 아리에의 절대적인 기운을. 그녀는 그 어떤 힘도 내뿜지 않았지만 검을 배운 유저가 레벨 250이 되었을 때 익히는 패시브 스킬 검제지기(劍帝之氣)는 드러내지 않았음에도 그 힘을 여실히 느낄 수 있게 했다.

템플 나이트는 말할 것도 없고 포스 드래곤마저 날뛰던 거대한 몸뚱이를 바로 잡고 아리에를 경계하기 시작했다. 섣불리 움직이면 그대로 베인다. 포스 드래곤의 AI가 그렇게 경고하고 있었다.

"주인님의 마나가 그리 넉넉치 못해서 오래는 못 놀아주겠네. 한 방에 보내줄게."

최강의 존재라 불리는 드래곤에게 하는 말이라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자신만만한 음성이었다. 오만이 아니었다. 그녀에겐 그 오만한 대사를 할 수 있는 자격이 있었다. 최강의 씰. 그것은 그녀를 위해 존재하는 명칭이다.

아리에는 검날조차 존재하지 않는 위시 에이전트를 포스 드래곤에게 향했다. 너무나 미약해 보여야 할 것이 정상이겠지만, 지금은 오히려 포스 드래곤이 너무나 작아 보였다.

크오오오오-!!!

더 이상 밀려서는 안된다고 느낀 건지 포스 드래곤은 날개를 펼쳐 오르며 날아오른 뒤, 곧바로 아리에에게로 수직 낙하했다.

콰아아아앙-!!!

먼지에 의해 그 모습이 보이기 전까지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던 아리에. 하지만 누구도 그녀를 걱정하지 않았다. 특히 그 주인인 키리안은 더욱.

팟-!

아리에는 모두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순간 이동이라도 한 듯 그녀는 기둥과도 같은 포스 드래곤의 목 부근에서 돌연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주로 쓰는 레어 스킬을 시전했다.

"여섯 힘의 정점. 그 정점의 중심에 존재하는 근원의 빛. 지금 나의 검이 되어 강림하리라. 세인트 블레이드(Saint blade)!"

파아아아앗-!!

그녀가 키리안과 함께 하면서 언제나 필살기로 시전해왔던 세인트 블레이드. 그 시전 시간이 상당히 길고 마나 소모가 극심하다는 점에서 꽤 비효율적인 스킬이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세인트 블레이드는 달랐다.

잡다한 주문은 생략되고 그 주(主)가 되는 주문만으로 세인트 블레이드가 시전되었다. 더불어 마나 소모도 그 전에 비해 반으로 줄어 있었다. 갓(GOD)의 레벨에 달한 씰 중에서도 최강인 그녀의 마나 효율도는 이미 극에 달해 있었기에 지금의 일이 가능했다.

순식간에 그 찬란한 모습을 완성하는 육망성. 그리고 뿜어지는 백색 찬란한 광검(光劍). 그것은 순식간에 포스 드래곤의 목을 꿰뚫고 그 뒤에 모습을 드러냈다.

크오오오오오!!!

포스 드래곤은 자신의 목에 박힌 광검이 주는 통증에 몸을 뒤틀었다. 그저 목이 뚫린 것이라면 이렇게까지 고통스러워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니, 고통스러워도 저항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리에가 찌른 것은 드래곤 하트(Dragon heart)였다. 생명의 원천. 그것이 파괴 된 이상 자신의 목숨은 끊긴 것이나 다름 없다.

크워어어어……

드래곤의 저항은 오래가지 않아 끝이 났다. 유저가 심장이나 목에 칼을 맞으면 '치명타'에 의해 체력, 레벨 등이 싸그리 무시되고 사망하듯, 드래곤 역시 드래곤 하트가 작살나면 그 무한 마나고 나발이고 다 무시되고 게임 끝이다. 아리에는 그것을 노리고 광검을 휘두른 것이다.

쿠웅-!!

육중한 드래곤의 몸이 바닥에 드러눕자 잠시 지진이 일어났다 사그라들었다. 그 자체만으로도 괴물에 가까운 드래곤. 그것은 너무나 쉽게 생명이 끊기고 말았다. 지금까지 드래곤에 의해 겪었던 일들이 허무할 정도로 놈은 쉽게 죽어 버렸다.

스스스스-

땅에 처박힌 거대한 몸뚱이는 곧 흐릿하게 변해 흩어졌다. 드래곤이 사라지자 아리에는 잠시 멈춰있다가 근처에 흩어져 있던 템플 나이트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단 한 방이었다. 한 번의 백색 궤적이 지나친 곳엔 여지없이 템플 나이트가 있었고, 양단되어 흩어졌다.

[띠딩-! 레벨이 67로 상승하였습니다.]

마지막 템플 나이트를 끝으로 아리에는 움직임을 멈췄다. 그리고 흩어지는 세인트 블레이드. 더 이상 그녀에겐 검제지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소원의 유효 시간이 다 된 것이다. 하지만 레벨업한 키리안은 물론, 중간에 나타난 라시드와 아스타나, 그 외의 일행은 여전히 멍한 상태였다.

정적을 깬 것은 아리에였다. 그녀는 포스 드래곤과 템플 나이트가 사라지며 떨어뜨린 아이템을 주워 키리안에게 내밀었다.

"받아."

조용한 그녀의 말에 키리안은 살짝 당황하며 답하곤 그것을 집어 들었다. 약간의 돈과 잡다한 아이템, 그리고 하나의 붉은색 검. 키리안이 그것을 집어들자 아리에가 다시 입을 열었다.

"뭐, 다른 아이템은 별 쓸모 없는 건데, 그 검은 꽤 좋은 거야. 포스 블레이드(Force blade). 포스 드래곤을 잡았을 때 일정 확률로 떨어지는 검인데, 힘과 공격력을 더해주지. 포스 드래곤은 그래도 최상급에 들어가는 몬스터라 꽤 비싼 녀석이지."

"헤에, 아까 검이 깨져서 좀 난감했는데 잘 됐네."

키리안은 붉은빛이 감도는 심플하지만 강한 힘이 잠든 듯한 모습의 검을 살피며 말했다.

대화는 이어지지 못했다. 왠지 모르게 어색한 분위기. 키리안은 상당히 싫은 이 분위기를 어찌하기 위해 머리를 굴려봤지만 딱히 무어라 할 말이 없었다.

"저기, 어떻게 된 상황인지 설명해 줄 수 있나요?"

조용한 가운데 아스타나가 키리안을 향해 질문했다. 어떻게든 분위기를 바꾸고 싶었던 키리안에게 있어서 그것은 구원의 동앗줄이나 다름 없었다. 비록 그 질문이 상당히 난감한 것이라 해도 말이다.

아스타나의 질문은 모두가 궁금해하던 것이기도 했기에 모두가 질문을 받은 키리안에게로 시선을 모았다.

"뭐, 꼭 지켜야 할 그런 비밀도 아니고 이미 다 본 이상 굳이 감출 필요는 없겠죠."

약간 꺼려지기에 입을 다물었을 뿐이다. 물어봤다면 약간 머뭇거리긴 할 것이지만 사이가 사이인만큼 말해줬을 것이다. 이미 모두 봤다. 굳이 감춰야 할 만큼 큰 비밀도 아니니까. 키리안은 그렇게 생각하며 모든 것을 말하기로 했다.

"그러니까 어떻게 된 일이냐 하면 말이죠……"

이실직고(以實直告)

빌어먹을 축제 때문에 기분만 잡쳤다는..-┏

정확히는, 그럭저럭 다 넘어갔는데 마지막 때문에..- -^

애쒸 몰러유 = =)

아아, 늘수록 어려워지는 것은 천의무봉의 경지로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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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ge seventeen - 이실직고(以實直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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