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디앱솔브-67화 (67/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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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 종이 치자마자 하현과 하영이 교실 밖으로 달려나갔다. 그들이 속한 반이 배식 받을 차례가 아니었기에 교실을 돌파하는 것은 크게 문제가 아니었다. 쉬는 시간마다 달려나갔기에 행동이 꽤나 능숙한 둘이었다.

하영은 하현이 가르쳐 준 비밀장소로 향했고 하현은 점심을 대신할 간식거리를 사기 위해 매점을 향해 달렸다.

하현이 말한 비밀 장소는 매점과 인접한 곳과 반대의 곳으로, 잔디로 교묘하게 위장된 작은 공간이었다. 작다고는 하지만 둘이 앉아 식사를 하기엔 무리가 없을 정도의 공간이 있었고 깨끗했다.

"헤에, 용케도 이런 곳을 찾았네?"

하영의 감탄에 하현은 씨익 웃으며 답했다.

"아아, 내가 이런 곳을 좀 좋아해서 말이지. 게다가 청소까지 가끔 해두니까 상태도 오케이!"

자폐와는 다른, 그러니까 첩보물과 약간은 비슷한 '그런 것'을 좋아하는 하현이었기에 이런 곳을 발견하면 꼭 기억해두곤 했다. 그것이 지금 유용하게 쓰이는 것이다. 한적한 곳이니 조심만 하면 들킬 염려는 없다.

하현은 김밥 하나를 떡볶이 국물에 찍어서 입에 넣곤 말했다.

"이제 말해줄 때가 도래했다네. 소녀여, 이실직고 하도록!"

한껏 무게를 잡고 말하는 그를 새초롬하게 쳐다보며 하영이 퉁명스레 말했다.

"안 그래도 말해줄 테니까 이상한 짓 하지 마세요, 주.인.님."

그녀는 무언가 맘에 안드는지 잠시 중얼중얼거린 뒤에야 제대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음, 그러니까 어떤 것들이 궁금해?"

그는 미리 질문을 준비했는지 그녀가 질문을 던지자마자 답을 했다.

"어떻게 내가 불렀을 때 바로바로 나올 수 있었는지, 어째서 사람인 네가 씰이 될 수 있었는지, 이 두 가지가 궁금해. 나머지야 딱히 궁금한 건 없어. 아, 나 좋아해?"

휙-!

그녀는 장난기 가득한 세번째 질문에 바로 집어들었던 김밥을 던졌다. 하지만 하현은 여유롭게 그것을 받아먹어 그녀가 쟁반 뒤엎기라는 흉악한 범죄를 미수에 그치게 하는 사태를 만들었다.

"아이고, 무슨 장난을 못치겠네. 장난 안 칠 테니까 대답해 줘어어."

"후우, 게임이었으면 세인트 블레이드로 요절을 내는 건데."

그녀는 하현이 세 번을 달랜 후에야 질문에 답을 하기 시작했다.

"음, 먼저 첫번째에 대해 대답을 해주자면…… 반은 운이었어."

"운?"

"응. 운이야. 그러니까, 내가 너보다 좀 더 일찍 하교해 집에 도착한다고 하면 이해하기 쉽지? 우리집엔 자명종이 하나 있는데, 날 소유한 사람이 호출하면 그것이 울려서 알려주는 것이지. 내가 도착한 뒤 옷을 갈아입으면 바로 네가 날 불러서 딱히 기다릴 필요도 없었어. 하나만 더 말하자면, 날 소유하게 된 건 네가 두번째야. 사실 태영이가 그만뒀을 때 나도 캐릭터를 삭제하려고 했는데……."

하현이 잠시 생각한 뒤 말했다.

"그러니까 타이밍이 멋졌단 말이구나. 그리고 질문 하나 추가. 그 '태영'이란 사람은 누구야?"

그녀는 곤란하다는 듯 얼굴을 찌푸렸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뭐, 좋아. 어차피 말해주기로 했으니 다 해주도록 할게. 일단은 두번째 질문에 대해 답해줄게. 그러니까, 어떻게 내가 씰이 될 수 있었냐하면, '보상'이라 할 수 있어."

"보상?"

이번에도 평범한 무언가와는 살짝 다른 대답이다. 아니, 상황 자체가 평범한 게 아니기 때문에 답도 그렇다고 해야 하나?

"그래, 보상이야. 나는 말이야, 디 앱솔브의 알파 테스터였어. 전문적으로 버그나 기타 문제점을 찾아서 알려주는 디버거란 말이지. 그리고 베타 테스트 땐 버그 리포터로 활동했지. 대충 짐작이 가?"

"음, 그러니까 버그 등을 잡은 공로로 무언가를 해준다고 했는데 네가 씰이 되길 바란 거야?"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바로 그거야. 그리고 세번째와 연관지어 말하자면, 내가 씰이 되길 바랬던 것은 레이, 태영이 때문이야."

"저기 말이야, 혹시 태영이란 사람, 마스터 랭커라는 '아레이나르' 아니야?"

하영은 위시 에이전트, 그러니까 마스터 랭커인 아레이나르의 씰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과 태영이란 사람만이 자신의 주인이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태영이란 사람은 아레이나르라는 결론을 도출해낼 수 있다.

그녀는 하현의 질문에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태영이가 아레이나르야. 녀석과 함께 게임을 플레이 했는데, 오픈 베타와 정식 서비스 때 보상을 해준다고 하더라? 그래서 나는 씰이 되겠다고 했어. 물론, 꽤 반발이 있었지. 하지만 내가 게임 내에 기여한 공도 꽤 있고 클로즈 때 키웠던 캐릭터와 아이템 등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씰로서 1부터 시작한다고 했고, 씰로서 행동하고 유저라는 것을 티내지 않겠다고 한 것으로 어찌어찌 무마했어. 그 '어찌어찌'는 말하고 싶지 않다."

그녀는 꽤 힘든 기억이었는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뭐, 그런 거야. 그 뒤에 그냥 씰로서 태영이랑 꽤 재미있게 디 앱솔브를 2년간 플레이 하다가 녀석이 뇌에 무리가 와서 게임을 그만두게 되었어. 나도 그때 그냥 '아리에'를 지워버리고 그만두려 했는데, 녀석이 극구 말려서 지금까지 온 거지. 여기까지야."

"음, 그랬구나. 뭐 이상한 면이 꽤 많아서 '혹시' 했는데 '역시' 였네. 역시 사람이었어."

"뭐, 약간 위험한 때도 있었지만 설마 사람이겠냐고 다 생각하게 되지. 그 덕분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거고."

대화는 그것을 끝으로 잠시 중단되었다. 조용한 가운데 하영은 고민하는 표정일 지었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나도 묻고 싶은 게 있지만, 지금은 무서워서 말 못하겠다. 그럼 시간도 다 되었으니 들어가자고. 아아, 며칠간 시달릴 거 생각하니 치가 떨린다. 제길, 하필 그때 '주인님'이 나올 게 뭐냐고 주인님이! 무슨 퇴폐 만화도 아니고…… 우우우."

그렇게 하나의 비밀이 대부분 풀렸고, 둘은 자리를 정리하고 교실로 들어갔다.

블루 비치(Blue beach)

압=ㅅ=)

이벤트 기간 하루 줄이겠습니다;

금요일 소포를 보내야 하니..토요일은 너무 빠듯하고..ㅠㅠ;;

[15분 안에 모든 것을 끝내야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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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ge nineteen - 블루 비치(Blue bea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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