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디앱솔브-68화 (68/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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옅은 푸른색의 벽지로 도배된 심플하고 편한 느낌을 주는 방. 침대와 책상, 컴퓨터, TV가 가구의 전부인 이 방의 주인은 김하현이다. 그가 이 방의 주인이 되고 나서 손님을 끌고 온 적은 극히 드물었다. 오죽했으면 두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였을까. 그런 그의 방에 두 명의 손님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것도 그의 방엔 가족이나 친척을 제외하면 단 한 번도 온 적이 없었던 '여자'가 한 명 끼어 있었다.

"그러니까, 이 몸의 방을 방문한 첫 손님은 하영이 네가 된단 말이지."

하현의 마치 무언가 대단한 일이라도 일어난 듯한 어투에 하영은 '그냐?'라는, 표정이 되어 그를 응시했다.

"김하현, 그게 자랑이냐?"

하영과 비슷한 표정으로 하현에게 핀잔을 주는 이 남자는 바로 유재현. 디 앱솔브에서 '카디안'이란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유저로, 하현과는 꽤 친한 이웃의 형이다.

둘의 영 신통찮은 반응에 하현은 한숨을 쉬곤 게임기를 집어 들었다.

"무슨 폐인도 아니고 할만한 건 게임 뿐이로구나."

하현은 무언가 아니라는 듯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그 모습에 재현과 하영이 버럭 소리를 지른다.

"그건 너도 마찬가지잖아!"

척척 맞는 둘의 호흡에 하현이 괜히 히히 웃는다.

지금 이 방에 그들이 있는 것은 하현이 할 말이 있다고 하며 둘을 불렀기 때문이다. 하영은 하현의 집을 몰랐기 때문에 둘이 함께 집에 왔고, 3학년인 재현은 조금 늦었다. 그는 하현의 방에 떡하니 앉아 있는 소녀를 보곤 눈을 비볐는데, 극악 아리에와 거의 같은 용모의 소녀였기 때문이다.

예상대로의 반응에 하현은 씨익 웃으면서 자초지종을 설명해 주었고 사건의 전모를 알게 된 재현은 만화 같은 일이라며 놀라워 했다.

그녀는 하현에게 재현을 제외한 다른 사람에겐 이 일을 말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그녀가 사람인 것이 알려지면 '아리에'라는 캐릭터는 삭제 되어야 한다고 했기 때문에 하현과 재현은 절대로 이 일을 발설하지 않겠다고 약속을 했다.

둘 다 하현이 게임기를 가지고 오라고 미리 말을 해 두었기에 따로 집에 돌아가는 일 없이 바로 게임에 접속할 수 있었다. 물론, 밤 늦기 전에 하영은 돌아가야 한다. 안 그랬다간 어머니한테 반죽음이 되도록 얻어 맞는 단다.

"자, 그럼 접속해 보실까~"

[ID : Kir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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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채 인식 완료. 'The Absolve'에 접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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