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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이 로그인 된 장소는 유수청풍 길드 내의 한 공터였다. 꽤 유명한 길드인만큼 그 건물 또한 상당히 넓고 고풍스러웠다. 화려한 맛은 없지만 심플한 무언가가 있다고 해야 할까. 정보 길드 다운 면모가 보이는 곳이었다.
키리안의 곁엔 오랜만에 보는 아리에가 있었다. 그녀는 로그인 된 곳이 유수청풍 길드 내인 것을 알고는 내키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
"주인님. 그 여자가 또 질문하면 어쩌려고 이런 곳에 있는 거야 응? 얼레? 게다가 가입까지 한 상태잖아! 어쩌려고 그래 응?"
그녀는 게임에 복귀하자마자 키리안을 볶아댔다. 접속하자마자 당하는 키리안이었지만 그다지 불쌍해 보이지는 않았다. 앞으로 아리에가 겪어야 할 일들을 생각하면 말이다. 정보길드에서 이런 희귀 케이스인 둘을 그냥 두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키리안은 골치 아프다는 표정을 짓는 그녀에게 약하게 웃으며 말했다.
"에에, 괜찮을 거야. 자신은 없지만 아스타나 님이나 아르니아, 그리고 부 길드 마스터라는 사람도 괜찮은 유저 같았어."
"끙. 겨우 그거?"
그녀의 반문에 키리안은 난감하게 웃어 보였다.
"하나만 덧붙이자면, 그냥 길드에 한 번 들어보고 싶었다랄까? 어떤 기분인지 알고 싶어서……."
"주인님, 그래도 게임 몇 개 해봤으면서 길드에 들어본 적이 없다고?"
"응. 경험도 없는 내가 어쩌겠어. 사실 나 컴맹이나 다름없이 살다가 정말 열심히 부모님을 졸라서 컴퓨터랑 게임기를 살 수 있었어. 그리고 부모님을 조르게 된 동기를 부여해 준 게임을 바로 플레이 했지. 어떤 정보도 없이. 그냥 혼자서 열심히 사냥하고 게임을 파고 들었어. 세상 물정 모르고 날뛰는 녀석처럼, 그렇게 휘젓고 다녔지. 덕분에 암묵적인 룰도 모르고 거대 길드의 싸가지 없는 놈들이랑 자주 마찰도 일으켰고…… 독불장군처럼 살았다고 할 수 있지. 뭐, 다 그랬어. 길드 가입은 처음이야."
"디 앱솔브도 그렇게 맨몸으로 뛰어들어서 암은청한검을 나랑 교환한 거구나. 뭐, 결과를 보자면 훨씬 이득이지만."
"뭐, 그런 거지."
대화가 끝난 뒤 셋은 디엔트와 아르니아가 접속해 있음을 확인하고 둘을 만났다.
"어? 키리안, 어떻게 다시 위시 에이전트를 소환한 거야?"
아르니아가 키리안의 곁에 다시 아리에가 있음을 확인하곤 놀라서 물었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그녀를 소환해 내다니, 우연이라기엔 무리가 있을 정도다.
위와 같은 질문이 있을 거라고 예상한 아리에는 '역시'라는 표정과 함께 키리안을 쏘아봤다. 해결하라는 의미다.
"후후후. 아르니아 양. 이건 말이지, 상상도 못했던 히든 피스 덕분이라네. 혹시나 버그 등이라 여기면 신고해봐도 좋다네. 후후후후. 나도 묵비권을 행사하도록 하지."
키리안의 괜히 짜증나는 어투에 아르니아는 품속에서 단검을 꺼내 던지기 시작했다. 키리안은 바로 비명을 지르며 도주를 시작했고 그 뒤를 아르니아가 야차와 같은 모습으로 뒤따랐다.
"정말 바보라니까."
디엔트가 한숨을 쉬었고 카디안은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소동은 키리안과 아르니아의 스테미너가 바닥이 난 뒤에야 끝이 났다. 체력장 날 장거리 달리기를 막 끝낸 듯한 둘의 근처로 모두가 모여 들었다.
"캬, 둘이 체력 좋네. 맘잡고 한달만 그렇게 달리면 소드 마스터 급의 체력은 시간 문제겠다."
디엔트가 뻗어버린 둘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둘은 몸을 꿈틀거렸지만 스테미너가 완전히 바닥난 상태라 무리가 있었다.
"흠, 역시 아직은 팔팔한 녀석들이란 말이야. 뭐 잡소리는 여기까지 하고, 모두 블루 비치(Blue beach)로 사냥가지 않을래?"
그의 제안에 아르니아가 잠시 생각하는 듯 하다가 말했다.
"블루 비치? 거기 현재 우리들 레벨론 좀 무리이지 않아?"
"거기가 어딘데 그래?"
대충 스테미너가 회복되고 있는지 키리안이 몸을 일으키며 물었다. 그의 말에 설명 좋아하는 아르니아가 호흡을 가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블루 비치. 씨티 오브 나이츠와 카에 항구 사이에 있는 말 그대로 푸른빛이 가득한 해변이지. 숲이 울창한 곳으로, 갓 2차 전직한 유저들이 즐겨 찾는 곳이야. 난이도는 2차 전직한지 얼마 안되는 유저들에게 딱 맞는 곳으로, 해룡 시리즈나 특대 가제, 게, 초 스피드를 자랑하는 상어 놈들이 등장하는 곳이야. 팀플레이를 하니 괜찮겠지만 역시 무리가 있는 건 사실이지."
"헤에, 그렇구나."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키리안을 보며 뿌듯하게 씨익 웃는 아르니아. 아무래도 선생님 쪽으로 직업을 잡으면 좋을 듯 하다. 아, 성격에 문제가 있어서 그건 무리가 있겠다.
카디안은 아르니아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 아무리 팀플레이라지만 상어 샤크파린스(상어) 같은 녀석한텐 아차하면 게임 오버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녀석들 사냥은 그럭저럭 재미도 있고 아이템도 짭짤하잖아? 가장 중요한 건, 그 모든 위험은 그 이름도 찬란한 위시 에이전트, 아리에를 제외 했을 때의 이야기지. 걱정 없다고."
"흐음, 듣고 보니 그렇네. 나는 찬성!"
디엔트가 찬성하고 나섰고 아르니아 역시 카디안이 아리에를 언급하자 고개를 끄덕였다.
"뭐, 재미있게 플레이 할 수 있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지. 나도 좋아. 아리에, 괜찮지?"
키리안이 사냥이 재미있다는 말에 혹해선 아리에를 보며 물었다. 그녀는 귀찮은 표정이었지만 키리안이 졸라댈 기색을 보이자 결국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모두가 찬성하자 카디안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씨익 웃곤 말했다.
"이건 모두 빠른 2차 전직을 위해서야. 언제까지 바보 같은 초보 몬스터만 사냥하고 있을 순 없잖아? 본격적으로 퀘스트도 수행해 보고 멋진 사냥터도 다녀봐야 하지 않겠어? 어차피 전직 퀘스트는 혼자 수행해야 하지만 어느 정도 도움을 줄 수는 있으니까 서로 협력하자고. 오케이?"
"오케이!"
그렇게, 그들의 2차 전직을 위한 노력이 시작 되었다.
블루 비치(Blue beach)
후아..ㅠㅠ
미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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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ge nineteen - 블루 비치(Blue bea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