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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티 오브 나이츠. 검을 쓰는 많은 기사 계열의 유저들이 거점으로 잡고 활동하는, 그야말로 기사들의 마을이라 할 수 있는 곳. 키리안과 아리에, 카디안, 디엔트, 아르니아는 블루 비치에 가기 위해 잠시 이곳에 들른 상태였다.
"그러니까, 블루 비치에 가기 위해서는 일단 백사(白沙)의 해변에서 특수한 루트로 이동해야 한다는 거지?"
블루 비치는 씨티 오브 나이츠에서 동남쪽 문을 통과해 11개의 필드를 통과해 백사의 해변에 도착한 뒤 도착할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아무런 정보 없이 가려고 한다면 상당한 운이 따라줘야 하는 곳이다.
아르니아는 정보 길드 중 수위를 다투는 유수청풍 길드 마스터의 동생답게 그녀는 블루 비치에 가기 위한 사전 지식을 모두 알고 있는 상태였다. 뭐, 조금만 신경 쓰면 모두 알 수 있는 내용이기에 모르는 건 키리안 뿐이었다.
혹시나 해서 들어가기 위한 방법을 모두 알고 있는지 확인하는 중에 키리안이 당당하게 모른다는 말을 했기에 현재 아르니아가 강의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래. 백사의 해변에서 동쪽으로 쭉 가다보면 하나의 동굴이 나오거든? 좀 들어가면 막다른 길에 커다란 호수가 있어. 그 외엔 아무 것도 없지."
"거기에 뭔가가 있나보네."
"그렇지! 보통 때는 호수 뿐이지만, 시간을 맞춰서 가면 호수가 갈라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어. 호수가 갈라진 후에 보이는 건 돌다리와 몬스터들! 녀석들을 뚫고 나가면 블루 비치가 등장하는 거지. 한 가지 주의할 점은, 호수가 갈라져서 돌다리가 보이는 건 단 30분이라는 점. 그 전에 지나지 못하면 그대로 수장돼서 몬스터들의 밥이 될 거야. 적어도 크라켄 급의 수중 몬스터가 없으면 도망치는 것도 불가능할 테니 우리에겐 그저 빨리 지나가는 수밖에 없지."
"음, 레비테이션 같은 걸로도 도망 못 쳐?"
물이 차기 전에 공중으로 도망가 버리면 안될까, 하고 생각하는 키리안. 하지만 아르니아는 고개를 저었다.
"너도 그렇게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을 운영자들이 생각 못했겠니. 일단 돌다리도 저 아래에 있어서 물이 순식간에 덮쳐들면 채 뜨지도 못하고 휩쓸려 버리고, 그게 아니더라도 몬스터를 상대하느라 바빠서 주문 외울 시간도 없어."
"그, 그렇구나."
그녀의 설명에 키리안이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인다. 확실히 드래곤을 제외하면 최강급의 몬스터인 크라켄 급의 몬스터를 씰로 부리지 않는 한 갇히면 살기는 그른 듯 했다. 그게 아니라면 유저 자체가 크라켄과 맞짱 뜰 수 있을 정도로 강해야 할 것이다(물론 이런 유저는 올 일 없다).
"그럼 이 정도로 해두고, 백사의 해변 가는 법 정도는 알고 있겠지?"
아르니아는 재확인하듯 키리안에게 물었다. 그는 당연히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다.
"거기도 가는 방법이 있어?"
귀찮다는 듯 말하는 키리안. 그런 그의 모습에 아르니아는 이마를 짚었다가 이내 그가 정보에 관해선 거의 깡통임을 상기하곤 한숨을 쉬며 설명을 시작했다.
"백사의 해변은 이곳에서 동남쪽 문을 통과해 총 11 개의 필드를 지나야 도착할 수 있어. 그런데, 총 두 곳에 함정이 있거든? 하나는 6존에 있고 하나는 10존에 있어."
"음, 밟으면 터지는 폭탄 매설 지대라도 존재하는 거야?"
"…그딴 건 없어."
그녀는 키리안의 질문을 간단히 기각 시킨 뒤 말을 이었다.
"둘 다 공간 이동을 시키는 함정인데, 6존의 경우는 3존으로 이동 시켜 버리고 10존의 경우는 8존으로 이동 시키지. 물론, 그냥 이동만 시킨다면 그저 귀찮은 걸로 끝나겠지만, 이동 장소가 몬스터들이 몰려 있는 '서식지대'라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서식지대? 그러니까 떼로 몰려 있는 곳인가?"
"그렇지. 적어도 수십 마리는 몰려 있을 거야. 3존의 몬스터 같으면 엄청나게 약한데, 모이면 정말 골치 아파지지. 세자리 수에 가깝게 몰려 있는 상태에서 걸리면 정말 도망치기 힘들어져. 원거리 공격까지 있으니……."
키리안이 질린 듯한 표정을 짓는다. 2D 게임의 경우엔 정말 죽었다고 봐야 한다. 가상 현실의 경우엔 기지를 발휘하면 어떻게 될 수 있을 지도 모르지만, 역시 쪽수는 무서운 법이다.
"8존의 경우엔 더 해. 꽤 쎈 녀석이 수십 마리 몰려 있으니 위시 에이전트가 본 실력의 반이라도 발휘하지 못하는 한 도망치는 것도 불가능 해. 그러니까, 조심하란 말이야. 알겠지?"
끄덕끄덕-
일단 주의를 준 뒤 아르니아는 함정에 대해 자세히 언급했다.
"6, 10존의 함정은 똑같아. 둘 다 공간 이동을 시키는 것이고 함정을 거는 방식도 같지. 많은 경우 필드를 이동 시켜 주는 것은 마법진이야. 그렇지?"
끄덕끄덕-
"보통의 경우는 그냥 마법진 위에 올라서기만 하면 돼. 그렇지?"
끄덕끄덕-
"하지만, 6존과 10존의 마법진은 조금 달라. 특정한 위치에서만 이동할 수 있게 설정 되어 있어. 6존의 경우엔 3시 방향에서 정해진 길을 따라 돌아가야 해. 10존의 경우엔 6시 방향에서 길을 따라 가야 하지. 길은 직접 보여줄 테니 따라 하도록 해. 알겠지?"
"오케이! 그럼 이제 가보자~"
모두 이해한 듯 명쾌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키리안. 약간은 불안하지만, 그래도 실력 있는 유저임은 확실했기에 그녀는 걱정을 접어두곤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이 GT(Game Time)로 2시 30분. 호수가 갈라지는 건 3의 배수에 해당하는 시간이니 6시쯤에 진입할 수 있겠네요. 그럼 빨리 출발하죠!"
장비와 아이템은 이미 모두 점검해 두었기에 맘 편하게 일행은 시티 오브 나이츠를 나설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