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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 있을 때는 몰랐지만, 동남문의 마법진을 통해 사냥터로 이동하니 시티 오브 나이츠가 바다와 인접한 마을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새하얀 백사장과 열대의 나무들이 때가 지나긴 했지만 피서 온 듯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끼끼끼끼-!
일행이 가장 먼저 본 몬스터는 새하얀 색의 털을 지닌 커다란 원숭이였다. 얼굴만 보자면 꽤 선량하게 생긴 녀석이었지만, 고릴라도 한 손으로 던져 버릴 듯한 근육질의 거대한 팔을 보자면 그런 생각은 싹 사라져 버릴 것이다. 더욱, 그 손으로 딱딱한 열매를 던지고 있다면 말할 필요도 없다.
슈아아앙-!!
대포알을 연상시키는 열매를 일행은 기겁하며 사력을 다해 피해야 했다. 맞으면 골로 가는 건 물론이요, 곧 사라질 시체도 온전히 보존할 수는 없을 터였다.
"뭐 이런 놈이 다 있어! 마염포!"
카디안이 여유가 생기자 검붉은 빛의 화염 구체를 몇 개 띄워 날려보냈다. 별 기대를 하지 않고 날린 마법. 하지만 녀석은 겨우 세 개만을 피해냈을 뿐, 나머지 두 개는 직격으로 맞아 헤롱거렸다. 그것을 디엔트의 아세리아가 빛의 화살을 날려 마무리 했다.
"벼, 별 거 아니었잖아?"
너무나 쉽게 끝장나는 몬스터를 보며 당황하는 카디안. 정말, 정말 기대도 안하고 날린 마염포였다. 스페셜 스킬이라지만 적의 빈틈을 만드는 것에 더욱 주력하는 스킬이어서 데미지가 약한 것이 마염포다. 근데 그거 두 방 맞고 헤롱 거리다니. 공격을 피하기 위해 뛰어다닌 게 허무할 지경이다.
"음, 본래 이곳의 몬스터들은 체력이 약해. 서식지대로 이동시키는 함정이 가장 큰 이유라고 할 수 있어. 대신에 이렇게 각자 강력한 장기를 지니고 있으니 무시할 수도 없지. 아차하면 저 세상 행이니까."
아르니아의 설명이 이어지고 일행은 다시 필드를 걸었다. 처음의 당황 이후엔 간단히 원거리 공격으로 몬스터를 처리할 수 있었다. 디엔트의 아세리아와 카디안의 네피엘은 활을 쓰고 명중력, 속도가 높았기에 이같은 몬스터를 잡는데 최상의 위력을 발휘했다. 가끔 몇 마리씩 달려들기도 했지만 아리에의 사이 배리어로 막아내고 서큐버스 카리나, 혹은 디엔트의 데미시온이 공중을 통해 후방을 치는 것으로 가볍게 해결할 수 있었다.
거대화한 몇 마리의 해산물(?)들을 처리하며 일행은 드디어 6존에 도착할 수 있었다. 첫번째 함정이 존재하는 필드.
백사의 해변으로 통하는 필드는 모두 상당히 넓었기에 아르니아는 검은색의 거대한 가재를 가재를 열심히 두들기는 키리안을 잡아챈 뒤 재차 주의를 주었다. 잘못해서 키리안이 공간 이동 되어 버리면 꽤 많은 시간을 허비해야 하기 때문이다(필드는 넓다).
"알았지? 일단 내가 먼저 이동한 뒤에 그대로 따라와야 해."
지속적으로 강조해 준 그녀는 이 정도 했으니 바보가 아닌 이상 제대로 통과할 것이라고 굳게 믿으며 자꾸 꾸물거리는 불안감을 눌렀다.
꽤 시간이 지난 후에 일행은 드디어 마법진을 볼 수 있었다. 주변엔 꽤 많은 바위가 굴러다니고 있었다.
"완벽하게 날 따라 걸을 필요는 없어. 하지만 대략적인 형식은 갖춰줘야 해. 그럼 먼저 갈 테니까 잘 봐."
그녀는 우선 마법진의 근처로 이동한 뒤 3시 방향을 정면에서 볼 수 있는 위치에 섰다. 그 후 쭉 걷다가 오른쪽으로 살짝 방향을 꺾어서 이동한 뒤 크게 선회해 3시 방향으로 돌아와 마법진을 밟았다. 곧 빛이 터지며 그녀는 시야에서 사라졌다.
"별로 어렵진 않군."
다음으로 이동한 것은 카디안. 대충 아르니아가 걸은 진로를 따라 걸은 뒤 마법진을 밟자 역시 제대로 이동 되었다. 디엔트 역시 마찬가지. 남은 것은 키리안 뿐이다.
제대로 7존에 도착한 셋은 가만히 키리안을 기다렸다. 그는 걱정과는 달리 제대로 마법진을 향해 걷고 있었다. 사실, 틀릴 수가 없을 정도로 방법은 간단했다.
이제 몇 발자국만 걸으면 마법진을 밟을 수 있었다. 키리안은 진로를 막는 약간은 커다란 바위를 가볍게 뛰어넘어 주었다. 그리고……
쾅-!
멋지게 무형의 장막에 들이박고 튕겨져 나왔다.
"아고고. 뭐야?"
키리안은 아픈 곳을 문지르며 일어났다. 다가오는 아리에와 유하. 그 셋을 느닷없이 빛이 나타나 감싸더니 공간 이동을 시켜 버렸다.
"엥?"
갑자기 실행된 공간 이동. 키리안은 잠시 감았던 눈을 다시 뜨고 주변을 살폈다.
"…켁."
그의 눈앞엔 아까완 다른 배경과 수많은 원숭이들이 득실거리고 있었다. 사방을 둘러싼 수많은 원숭이들. 즉, 아르니아의 불안한 예감이 그대로 적중한 것이다.
"…주인님. 그냥 지나치지 그건 또 왜 뛰어넘다가 이 꼴을 만드는 거냐아아아아아아!!!!!"
슈아아앙-!!!
하늘을 뒤덮는 열매를 빙자한 대포알의 향연. 아리에는 사이 배리어를 치며 절규했다. 그리고 이 소식을 키리안에게 전음으로 전해들은 일행은 한숨을 쉬며 '역시 키리안'임을 다시 절감할 수 있었다.
블루 비치(Blue beach)
흐아. 골치 아프군요.
과거가 그리워라..
등가교환..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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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ge nineteen - 블루 비치(Blue bea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