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디앱솔브-72화 (7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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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헉. 죽을 뻔 했다."

"……."

지옥 풀 코스라도 뛰고 온 듯한 키리안, 그리고 파사의 태도를 죽어라 사용해 거의 역소환 직전까지 지쳐 키리안에게 업혀 있는 유하. 하지만, 일행은 그런 둘보다 아리에를 더욱 신경 썼다. 키리안은 몰라도 유하에게까지 신경을 쓰지 못할 정도로 아리에에게 신경이 쓰이는 일행이다.

일단 클리어 마법으로 셋 다 모습은 깔끔했다. 하지만 표정이 모든 걸 대변해주고 있다. 키리안과 유하도 꽤 고생한 듯 하지만 대부분의 공격을 막아내고 공격까지 해야 했던 아리에는 얼마나 힘들었겠는가. 그녀는 일행이 있는 곳까지 온 후 자의(自意)로 돌아간 상태였다.

"바보. 뭣하러 그걸 뛰어넘어서 이 꼴을 만들어?"

아르니아가 골치 아프다는 듯 말했다. 아리에가 돌아오면 어떤 혈풍이 불어닥칠지 모른다. 아르니아도 옅긴 하지만 그녀의 성격을 어느 정도는 짐작하고 있었고, 나마지 일행은 말할 것도 없다.

"아아, 이놈은 말이지, 비가 온 뒤 물이 고이면 꼭 뛰어넘는 놈이야. 돌아가는 놈, 그냥 철벅철벅 밟으면서 가는놈, 뛰어넘는 놈 중 뛰어넘는 놈에 속한단 말이지. 으아아, 골치 아프군. 왜 하필 거기에 돌탱이가 있어서어어어어어!!"

카디안이 이건 저주라며 나무에 머리를 박아댄다. 곧 그의 두 씰이 기겁하며 그를 뜯어 말린다. …… 고생이 심하다.

"안되겠다. 키리안, 다음엔 나랑 함께 움직이지. 헛짓은 용납치 않는다. 아예 꽁꽁 묶어서 들고 갈 거니까 그때 잠시 씰은 역소환해라. 알았지?"

"옙."

키리안은 어쨌든 자신 때문에 이렇게 되었기에 아르니아의 말에 부동자세로 대답하는 것을 통해 자신의 성의를 보여 주었다.

일단 일행은 키리안과 유하의 체력이 회복될 때까지 기다렸다. HP에 해당하는 체력이나 마력, SP는 포션 등을 통해서도 회복이 가능하지만 말 그대로 육체의 능력은 휴식을 제외하곤 채울 수 없었기에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기다리는 시간 동안 해산물들을 몇 마리씩 끌어와 처리하는 식으로 지루함을 이길 수 있었다. 대충 20분이 지나자 둘은 그럭저럭 정상적인 상태가 되었다. 레벨업이 아주 주효했다. 그것으로 꽤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던 것이다.

"자, 그럼 다시 가보자고. 키리안, 다른 말은 안할게. 시키지 않은 행동은 하지 말아줘."

아르니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키리안. 일행은 일단 평범하게 10존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다른 유저들이 스샷(스크린 샷)을 찍게 만드는 진귀한 풍경(아르니아의 대사 참조)을 연출하는 것으로 10존을 무사히 통과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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