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디앱솔브-75화 (75/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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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비비비빗-!

커다란 소음과 함께 터진 빛무리. 키리안은 눈을 찌르는 밝은빛과 강한 바람, 그리고 그에 섞여 날아오는 얼음조각들에 눈을 뜨지 못하고 상체와 얼굴을 가려야했다.

'제길! 어떻게 된 거야!!'

마음은 초조하고 불안했기에 얼마 안 되는 시간이 너무나 답답하고 느리게 느껴진다. 할수만 있다면 주변의 모든 것을 날려버리고 싶을 정도.

키리안이 겨우 상황을 볼 수 있게 된 것은 6초 가량이 지났을 때였다. 짧지만 너무나 길게 느껴졌던 시간이 지나 눈을 뜬 키리안은 다급하게 유하를 찾았다가 의외의, 하지만 친숙한 청은발을 볼 수 있었다. 기다란 청은색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유하의 앞에 레드 슬레이어를 쥐고 있는 구세주. 그녀는 바로 아리에였다!

"아리에!"

너무나 급박한 상황에서 등장해준 그녀가 키리안은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 당장 달려가 유하의 안전을 확인한 뒤 그녀를 잡고 흔드는 키리안. 아리에는 그런 그를 불만 섞인 눈으로 바라보다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내가 없으면 이렇다니까. 연약한 애 앞세우지 말라구, 주인님."

탐탁지 않은 어투였지만 악의는 없었기에 키리안은 방긋방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빚으로 달아둘 거니까 그렇게 알아. 나중에 어떤 거든 부탁 하나 들어주는 걸로 할게. 이의없지?"

"예썰!"

간단히 수락하는 키리안. 아리에는 그런 그를 보며 결국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거기 말이야, 시간 없는데 빨리 안 갈 거야?"

키리안과의 이야기가 끝나자 그녀는 뒤에서 멀뚱히 구경하고 있는 일행에게 말을 던졌다.

"응? 아, 가야지!"

주변의 물이 요동치고 있다. 빨리 움직이지 않으면 그대로 수장되어 버릴 상황. 일행은 후다닥 몸을 움직였다.

"길은 내가 뚫어줄게. 주인님, 방해는 내가 모두 해결할 테니 심심하면 2x2 큐브라도 맞춰 봐. 운 좋으면 저번처럼 모든 힘을 발휘할 수도 있잖아?"

"예썰!"

아리에의 등장으로 일행은 수월하게 길을 달릴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사이 배리어가 모든 공격을 막아줬으며 앞을 막는 몬스터는 그녀의 검기에 그대로 짚단처럼 썰려 나갔다. 격이 다른 능력. 과연 아리에였다.

주변의 방해가 사라지자 키리안은 아리에의 말대로 큐브를 꺼내 2x2로 맞추고 열심히 소원을 빌기 시작했다. 제로에 가까운 확률을 지닌 2x2. 맞추는 건 몇 초 걸리지 않고 소원 비는 것도 몇 초 걸리지 않지만 그것이 발동되는 건 정말 복권에 걸릴 확률과 같았다.

"자격 레벨의 일시 해제!"

파아앗! 피싯……

"자격 레벨의 일시 해제!"

파아앗! 피싯……

수십 번을 반복한 단순한 패턴. 폐인 기질이 발동한 키리안은 기계적으로 그것에 빠져들었지만 지켜보는 주변은 꽤 아스트랄한 기분을 느껴야했다.

몬스터의 방해를 받지 않은 덕에 일행은 순식간에 출구가 보이는 곳까지 올 수 있었다. 밝게 비쳐오는 백금색의 햇빛이 일행의 눈을 따갑게 한다.

"자격 레벨의 일시 해제!"

파아아앗-!!

"어, 어라?"

일행 모두가 통과하고 아리에와 키리안, 유하만이 남은 상태에서 마지막으로 시도한 소원 빌기가 성공해 버렸다. 키리안이 통과하길 기다리던 아리에는 갑작스레 차오르는 힘에 당황했다. 설마…… 정말 성공해 버릴 줄은 몰랐다.

"에에, 성공해 버렸네. 나는 마나 포션을 마실 테니 너는 세인트 블레이드로 저녀석들 좀 조져봐아."

키리안은 성공한 것을 알고는 씨익씨익 웃으며 마나 포션[특대]를 쭈욱 들이켰다. 아예 몬스터의 씨를 말리고 가려는 것 같다. 물이 차오르고 있었지만 이미 출구의 앞에 있었기에 거기에 휩쓸릴 염려는 전혀 없었다.

"에휴. 그래, 뭐 주인님의 레벨이 높아질수록 나도 좋은 거니까."

아리에는 여유롭게 몬스터가 몰려오는 것을 구경하는 키리안을 보곤 한숨을 쉬고 힘을 끌어올렸다.

"여섯 힘의 정점. 그 정점의 중심에 존재하는 근원의 빛. 지금 나의 검이 되어 강림하리라. 세인트 블레이드(Saint blade)!"

파바바밧-!!

새하얀 오른손의 주위로 성스러운 힘이 육망성을 형성한다. 그 힘의 중심에 존재하는 힘은 위시 에이전트에 모여 백색의 광검(光劍)을 이뤘다.

"헤에, 역시 효율성이 차원이 다르구만."

본 레벨이 302인 아리에에게 있어 레어 스킬 중 초급에 해당하는 세인트 블레이드는 일반 스킬과 크게 다를 바가 없는 것이었다. 그만큼 마나 소모나 캐스팅 속도가 빠를 수밖에 없다.

크워어어어-!!

몰려오는 해룡들. 수가 다섯에 달하고 그 외 몬스터들까지 포함하면 평상시엔 엄청난 부담이었겠지만, 아리에가 있는 이상 수는 무의미하다.

"흐음, 오랜만에 이거나 써볼까? 파멸의 천룡, 피로 물든 저주의 육체를 이끌고 지금 이곳에 강림하여 그 한을 흩날리리니……. 파멸적룡강림(破滅赤龍降臨)."

파즈즈즈즈-

무언가 섬뜩함이 느껴지는 주문. 백색 아리에의 광검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듯한 피로 물든 적색과 암흑에 물든 검은색의 스파크가 튀었다. 강대한 마력이 그녀의 검에 모여들어 주변에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막대한 기운은 유형화되어 형상을 띄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저 두루뭉슬해 보였지만 그것은 점점 크기를 키우더니 거대한 공동에 들어찰 정도가 되었다. 그 거대한 힘이 형성한 것은 검붉은 색의 파멸의 적룡이었다.

여섯 장의 피가 뚝뚝 떨어질 듯한 날개와 거대한 여섯 개의 뿔. 피보다 붉은 눈동자. 그야말로 파멸의 적룡이란 말이 딱 어울리는 존재였다. 은연 중 뿜어지는 그녀의 검제지기조차 비교가 되지 않는 파멸의 기운. 그것은 몬스터들의 접근조차 불허(不許)했다.

"뭐, 뭐야 이건?"

엄청난 마력이 빨려나간 키리안이 헐떡거리며 공중의 거대한 적룡을 응시했다. 이런 말도 안되는 스킬이라니? 승룡천검세조차 우스울 지경이다.

키리안의 말에 아리에가 슬쩍 뒤를 돌아본다.

"헤, 헤엑??"

적룡을 본 것만큼이나 놀라는 키리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아리에의 눈이, 눈이 붉게 변해 있었다. 적룡의 것과 같이 붉게!

파멸의 기운과 함께 붉어진 눈동자가 아리에를 전혀 다른 인물처럼 만들어 놓았다. 냉혹한 피의 마녀와도 같은 그녀의 모습에 키리안이 당황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내 그는 아리에의 평소와 같은 웃음에 안심할 수 있었다.

"아하하하, 뭘 그렇게 당황하는 거야 주인님. 이거, 스킬의 부수효과라고. 디엔트도 한 번 그런 적이 있잖아."

"그, 그렇구나."

키리안는 그녀의 설명에 이해를 하곤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보니 디엔트 역시 아리에와 같은 경우가 해룡 사냥 때 있었다(더불어 악연도 잠시 떠오른다).

"하나만 더 말하자면, '파멸적룡강림'은 3차 직업인 기검술사의 고유 스킬이야. '악(惡)'과 관련된 전직 퀘스트를 클리어하면 얻을 수 있지. 자세한 건 그때가서 말해줄게. 일단은 이것부터 끝내자."

"응."

기검술사의 클래스라……. 이 엄청난 스킬이 기검술사란 말에 키리안은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이걸로 좀더 게임을 즐길 맛이 생겼다. 언젠가 기검술사가 되어 퀘스트를 클리어하고 파멸적룡강림을 얻는 날, 그때의 기쁨을 생각하자니 저절로 입꼬리가 말려올라간다. 비록 게임일지라도 노력 후 얻는 기쁜 결과가 주는 행복은 현실과 다르지 않을 테니까. 그것이 허상일지라도 말이다.

"자, 그럼 잘가~"

아리에는 가볍게 몬스터에게 손을 흔들고는 검을 내리쳤다. 그와 함께 강림하는 적룡. 몬스터들은 그 압도적인 힘에 저항도 하지 못하고 고스란히 집어삼켜졌다.

콰아아앙-!!!

붉은 재앙이 땅과 충돌했다. 그리고 발생하는 붉은색의 소멸의 폭풍. 그것은 주변의 몬스터를 휩쓸어 조각내 버렸다. 게다가, 끝이 아니었다.

폭풍이 약해지는 것으로 스킬이 끝나는 듯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폭풍을 이루었던 검붉은 기운은 검기가 되어 다시 주변을 휩쓸었다. 검기의 붉은 바람. 그것이 얼마 남지 않은 몬스터까지 쓸어버렸다. 그야말로 파멸의 붉은 재앙이었다.

"마, 말도 안되는 스킬이잖아."

주변을 완전히 쓸어버렸다. 그나마 저멀리 있던 몬스터 몇 마리만이 목숨을 부지하고 있을 뿐. 나머지는 전멸이다.

스킬이 끝나자 그녀의 눈동자가 다시 잔잔한 푸른 호수와 같은 모습으로 돌아왔다. 파멸의 기운도 사라졌다.

"후우, 역시 몰이엔 이게 최고지. 게다가 적들 기죽이는데 이것만한 스킬도 없다고. 물론, 좀 무서운 스킬이긴 하지. 그래도 폼나잖아? 게임인데 이 정도는 돼 줘야지."

아리에가 크레이터가 생긴 아래를 바라보며 말했다. 서서히 차오르는 호숫물이 재앙이 휩쓴 공허한 공터를 메우고 있었다.

"으음, 아리에도 역시 다소곳한 것과는 거리가 멀구나아."

개운한 듯 말하는 그녀를 보며 키리안은 그녀에 대한 평가를 대폭 수정해야 했다. 그리고 그런 심각한 그를 아리에가 인상을 구기며 집어들어 출구로 던져버리곤 자신도 유하와 함께 그 자리를 벗어났다.

블루 비치(Blue beach)(2)

흘..=_=)

다간 감상중..

아아 천생연분 1기 구해야 하는데..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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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ge Twenty - 블루 비치(Blue beach)(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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