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디앱솔브-78화 (78/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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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아암……."

몸을 나른하게 하는 잠을 털어내기 위해 키리안은 길게 기지개를 켰다. 기분좋은 햇빛과 푹신하고 부드러운 모래의 느낌에 한 번 뒹굴거린 뒤 몸을 일으켰다. 흐릿했던 시야가 제 기능을 발휘한 뒤 가장 먼저 볼 수 있었던 것은 폭격이라도 맞았는지 초토화가 되어 있는 주변이었다.

"어, 얼라? 뭔 일이래?"

여기저기 폭탄이라도 맞은 듯 커다란 구덩이가 주변에 산재하고 있었다. 그 근처엔 나무 쪼가리와 커다란 잎사귀들이 쓰레기처럼 널려 있어 완전 개판이었다.

주변을 돌아보던 키리안의 시선은 곧 익숙한 모습 하나를 포착할 수 있었다. 뚱한 얼굴로 디비자는 일행을 주시하고 있는 아름다운 소녀의 모습을. 청순가련한 미소녀의 탈을 쓰고 있는, 그 속은 전혀 그렇지 못한 아리에였다.

"여, 아리에~ 좋은 아침."

평소와 같이 헤 웃으며 손을 흔드는 키리안. 아리에는 화내기도 귀찮았는지 가볍게 손을 들어올리며 말했다.

"체인 라이트닝(Chain lightning)."

파즈즛-

시동어와 함께 그녀의 손에서 전격의 구체가 뻗어나가 키리안을 감전시켰다.

"후갸갸갸갸갹!!"

전격의 구체는 키리안을 괴롭히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 주변에 있던 일행 모두를 지져 버리는 성과를 올렸다. 단 한 명, 유하를 제외하고 말이다.

"크, 크어…… 유하 곁에 붙어 있어야 했는데."

털썩-

유언과도 같은 한 마디를 남기고 쓰러지는 키리안. 아리에가 그런 그를 보고 이를 갈며 다시 주문을 외웠다.

"파.워.워.드.임.포.텐.스(Power Word Impotence). …죽을래?"

"헉!!"

그녀의 입에서 가공할만한 주문이 튀어나오자 남자들 모두가 몸을 사렸으며 키리안이 그야말로 빛과 같은 빠르기로 일어나 부동 자세를 취했다. 남자에게 있어서 그 어떤 저주나 공격 마법보다도 커다란 위력을 발하는, 독보적인 최고, 최악, 전율의 저주 주문 파워 워드 임포텐스. 현실과는 다른 효과지만 그에 못지 않는 상실감을 남자에게 안겨준다는 전설의 주문이 아리에에게서 시전된 것이다.

"파, 파, 파, 파워 워드 임포텐스라니. 이런 말도 안되는!!"

카디안이 디엔트와 함께 몸을 부르르 떨며 외친다.

"아, 아냐. 아리에는 보기엔 저래도 최강의 씰이잖아. 게다가 마법이 주특기라니 최고의 저주 주문을 안다고 해서 이상할 것은 없지."

공포에 찬 남자의 외침에 알 거 다 아는 아르니아가 얼굴을 붉히며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당장 함정을 다시 만든다. 퍼질러자는 동안 내가 몬스터들을 처리했으니 이의나 불만은 없으리라 믿는다. 실시!"

"실시!!"

파워 워드 임포텐스. 그것은 최강의 저주 주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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