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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아아아-!!
"나오자마자 공격이냐!"
아베스 던전의 해룡과는 그 크기부터가 다른 아쿠아 드래곤은 등장하자마자 거대한 물기둥을 일행에게 선물했다. 맞으면 그대로 찌그러질 거대한 물리력을 담은 브레스가 키리안을 노리고 쏘아졌다. 그 곁에 있던 일행까지 덮는 그것을 피하기 위해 급히 몸을 피하는 키리안들.
콰우우우우-!
겨우 공격을 피하고 반격을 준비하려던 일행은 불길한 소리에 시선부터 돌려야했다. 거대한 그림자가 햇빛을 가린다.
"해, 해일?"
움직이는 절벽처럼 보이는 그것은 일행을 완전히 휩쓸어버릴 거대한 해일이었다. 당연히 아쿠아 드래곤이 부른 것으로, 참으로 화끈한 녀석이었다.
"아악, 저놈이! 모든 것을 얼려버리는 북풍이여, 그 권능을 지금 발하라! 프리즈 윈드(Freeze wind), 검결-산(散)!"
피할 곳마저 보이지 않는 공격에 아리에가 급히 주문을 캐스팅했다. 최강의 기검술사인 그녀는 강력한 동결의 바람 마법을 검에 건 뒤 그녀의 검결 중 '산'을 통해 흩뿌렸다.
휘이이잉-!!
검풍(劍風)의 확장판으로 보이는 광범위한 백색의 바람이 해일을 강타했다. 곧 '쩌저저적'하는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해일의 일부가 얼어버렸다. 어디까지나 일부가.
"자, 그럼 모두 저 위로 뛰엇!"
대충 가로 3m 정도가 얼자 아리에는 바로 '점핑(Jumping)' 스킬을 이용해서 그 위로 뛰어올랐다. 약간 휘어있는 채로 얼었기에 설 자리는 충분했다. 다만, 상당히 미끄러지기 쉽다는 게 문제다.
"크아아, 거기까지 뛸만한 도약력이 나에겐 없다고!"
카디안과 디엔트는 네피엘과 아세리아의 도움으로 거기로 날아올랐지만 5m에 달하는 높이는 컨트롤 바이탈리티뿐인 키리안이 뛰어오르기에 무리가 있는 높이였다.
아리에는 밑에서 발광하는 키리안을 보며 한숨을 쉬곤 아래로 뛰어내렸다. 혼자라면 그냥 쓸려가게 냅뒀겠지만 유하가 함께 있었기에 별 수 없었다.
"으아, 유하만 아니었으면 정말. 사이 배리어-더블(Double)."
그녀는 투덜대면서도 친절하게 두 겹의 사이 배리어를 쳐주었다. 배리어가 완성되자마자 거대한 해일이 그들을 덮쳤다.
콰아아아아아-!!!!
배리어에 부딪친 뒤 사라지는 해일의 모습은 생각 이상으로 멋졌다. 잠깐의 시간이 지나 해일은 사라졌고 시야가 확보되었다.
"개판이군."
해일에 의해 모래가 쓸려가고 이것저것이 여기저기에 널부러져 평화로웠던 백사장은 그야말로 '개판'이 되어 있었다.
"뭐야 저놈! 라이트닝 필드(Lightning field)!"
디엔트는 해일이 덮치는 동안 준비를 했는지 아쿠아 드래곤에게 복수하기 위해 틈도 주지 않고 바로 강력한 마법을 시전했다. 번쩍이는 뇌전이 아쿠아 드래곤에게 연속해서 내리꽂혔다.
꽈과과과과광-!!
크오오오오오-!!
괴로워하는 아쿠아 드래곤. 그 기세를 몰아 카디안 역시 문답무용을 이행했다. 홀리 윈드 커터가 생성되어 아쿠아 드래곤을 때린다.
까가가강-!
"잉?"
아쉽게도 공격은 아쿠아 드래곤의 단단한 비늘 때문에 별다른 피해를 주지 못했다. 잠깐의 틈을 얻은 아쿠아 드래곤. 바로 반격에 나선다.
치지지지징-!
허공에서 순식간에 생성되는 가느다란 아이스 스피어들. 약해보이지만 그 날카로움만은 상상을 초월한다. 수없이 많은 아이스 스피어가 일행을 향해 예고도 없이 날아들었다.
"홀리 윈드 커터, 멀티 샷!"
경쟁이라도 하듯 카디안이 홀리 윈드 커터를 연사했고 그의 씰인 네피엘이 엄청난 속도로 라이트 애로우(빛의 화살)를 날려댔다. 사정은 디엔트도 비슷해서 완전히 경쟁 비슷하게 분위기가 흘러가고 있었다.
"…저게 왠 허공 삽질이래니?"
아리에는 끼어들 틈도 없이 전개된 어이없는 싸움에 키리안을 보며 묻는다. 키리안은 그저 아스트랄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을 뿐,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다.
"몬스터의 마력이 무한에 가깝다는 걸 모르진 않을 텐데. 저게 뭐하는 짓거리래."
아르니아가 골치 아프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저래선 끝이 없다. 아니, 유저 쪽이 나가떨어진다.
"정말 귀찮게 하네."
아리에가 별 수 없다는 듯 인벤토리에서 푸른빛의 방패 하나를 끼곤 아쿠아 드래곤을 향해 걸어갔다. 처음 디엔트를 만나 아리에의 부탁에 의해 샀던 아이템, '해룡의 비늘'이었다. 수속성인 아쿠아 드래곤을 상대하기에 딱인 아이템이다.
"으댜댜댜댜 죽어버려어어!"
"당신이나 죽으셈!!"
퍼억-!
"후갸갸갸!!"
그녀는 먼저 해룡의 비늘에서 검을 뽑아 반(反)의 결을 이용해 아이스 스피어들을 아쿠아 드래곤에게 받아쳐 날리며 광기에 젖은 카디안과 디엔트의 뒷통수를 방패를 이용해 후려갈겼다. 타워 실드에 가까운 그것에 얻어 맞았으니 무사할 리가 없다. 그대로 바닥에 찌그러지는 둘.
"좋아. 이제 정신 차렸겠지? 제대로 하자고."
머리통에서 피를 철철 흘리는 둘을 보고도 아리에는 별 감흥 없이 둘이 정상적인 모습을 되찾았다 판단하고 아쿠아 드래곤의 앞에 섰다. 탱커(쉽게 말해 몸빵)의 역할을 자처한 것이다.
크오오오-!
어지간히도 문답무용을 좋아하는 녀석은 다짜고짜 브레스부터 날렸다.
"바라던 바다!"
아리에는 방패에 '리플렉팅(공격 반사 마법)'을 걸고 몸을 방어했다. 정면으로 맞선 것이다. 모두 레벨이 되기에 가능한 전법!
콰우우우-!
브레스가 방패를 강타했다. 그것은 흩어지지 않고 날아온 곳으로 되돌아갔다. U자 형태였기에 맞부딪치지도 않고 아쿠아 드래곤을 향해 바로 날아간 것이다.
캬우우!!
깡이 좋은 녀석인지 아쿠아 드래곤은 연속해서 복부를 얻어맞으면서도 브레스 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이놈, 좀 미련하다.
"이때다!"
기회를 잡은 일행이 곧 달려들었다. 아르니아의 조언에 따라 네피엘과 아세리아는 아쿠아 드래곤의 약점이라 할 수 있는 머리와 목을 잇는 사이의 비늘을 노리고 화살을 쏘아댔고 발키리들은 두번째의 약점인 턱 아래를 노리고 검기를 쏘았다.
크워어어어-!
민감한 부분을 공격 당하자 깡 좋은 아쿠아 드래곤도 어쩔 수 없었는지 몸을 비틀며 브레스를 방사(放射)했다. 막강한 수압의 브레스에 일행이 급히 몸을 피한다.
"좋아! 이번엔 내 차례다. 프리즈 레이저(Freeze laser)!"
브레스가 날아오자 디엔트는 백색 레이저를 쏘곤 몸을 날렸다. 레이저는 브레스를 얼려버리며 아쿠아 드래곤의 입을 향해 전진했다.
크워어억!
아쿠아 드래곤이 빠르게 다가오는 냉기에 기겁하며 브레스 쏘는 것을 멈췄다. 겨우 한숨 돌리려는 아쿠아 드래곤. 하지만 공격은 이제 시작이었다.
"으랴아, 독 걸린 특제 포스 블레이드다아!!"
기본적으로 드래곤 소드라면 옵션으로 달린 '드래곤 계열의 몬스터에게 데미지+8%'에 더해 아르니아가 걸어준 '포이즌 오라(Poison aura)'까지 더해지자 훌륭한 드래곤 슬레이어(Dragon slayer)가 된 검을 키리안이 힘차게 휘둘렀다. 아쿠아 드래곤이 꼬리로 물을 쳐내 그것을 저지했다.
"여기도 있다고! 라이트닝 블레이드(Lightning blade)!"
기껏 키리안을 물린 아쿠아 드래곤의 뒤에서 디엔트가 커다란 뇌전의 검을 아래로 내리그었다. 정령계 근접 공격 마법 중 하나로, 기습 공격에 자주 쓰이는 녀석이었다. 역시 아르니아의 '하이드 마나 포스'의 덕으로 아쿠아 드래곤의 감각에 걸리지 않고 접근할 수 있었다.
파지지직-!!
공격 후 딜레이가 있었기에 아쿠아 드래곤은 그것을 그대로 얻어맞아야 했다. 물리 데미지는 극히 낮았지만 뇌전의 데미지가 만만치 않았다. 짜릿한 그 느낌에 아쿠아 드래곤이 멈칫한다.
"좋아! 카리나, HP 드레인이다!"
"옙!"
카디안의 외침에 카리나가 경쾌하게 대답하곤 날개를 펼쳐 아쿠아 드래곤에게 근접해 손을 뻗었다. 아쿠아 드래곤에 닿은 손을 통해 붉은빛이 카리나에게로 이동한다. 체력을 나타내는 그것이 빨려나가자 아쿠아 드래곤이 몸부림을 친다.
"우웅, 반항이 심하네."
카리나는 버티기 힘든 지경이 되어서야 그 자리에서 물러났다.
크우우우……
역시 다구리(집단 구타)엔 장사 없는지 아쿠아 드래곤은 지친 모습을 보였다.
"좋아, 이제 끝내자고! 내가 막을 테니까 약점 노려서 끝장 내버려!"
아리에가 약한 모습을 보이는 아쿠아 드래곤을 향해 대쉬했다. 보통 상태일 때도 이기기 힘든 아리에를 지친 상태의 아쿠아 드래곤이 상대하는 것은 무리였다. 곧 커다란 틈을 보이는 아쿠아 드래곤을 허공에서 데미시온이 공격했다.
콰직-!
데미시온의 검이 약해진 아쿠아 드래곤의 비늘을 뚫고 꽂혔다. 그리고 시전되는 흑마법.
"매직 부스트, 아레이아드."
콰과광-!
이연속으로 검은 폭발이 아쿠아 드래곤의 내부에서 일어났다. 마력 증폭 마법 시행 후 시전한 폭발 마법이었기에 데미지는 엄청났다.
크워어어억!!
깡 좋은 아쿠아 드래곤이라도 이번 것은 버티지 못했는지 단말마의 포효와 함께 바다에 몸을 뉘였다.
촤아아악-
바닥에 길게 늘어지는 아쿠아 드래곤. 녀석은 바다 위에 아이템 몇개를 둥둥 띄우고 흐릿하게 변해 사라졌다. 이렇게 첫 블루 비치에서의 해룡 사냥이 끝났다.
2차 전직(2)
하하하-_-
손펌프...죽일-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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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ge Twenty two - 2차 전직(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