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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워어어어어어-!!!
블루 비치의 해변가. 아르니아가 빠진 키리안 일행은 이제는 익숙한 아쿠아 드래곤의 포효를 들으며 몸을 빠르게 놀리고 있었다. 이녀석만 잡으면 레벨 100을 달성할 수 있는 그들이었으며, 아리에가 존재하는 그들이었기에 이제 아쿠아 드래곤 정도는 그저 거뜬히 해낼 수 있는 운동거리 정도였다.
촤아아아아-!!
아쿠아 드래곤이 몸을 크게 뒤틀자 해일이 크게 일어나 일행을 그늘로 덮었다. 처음엔 상당히 당황했던 공격. 하지만 너무 많이 겪은 공격이라 이젠 하품이 나올 지경이다.
"프리즈 윈드, 검결-산."
공격 방법 등이 다양해지긴 했지만 아직까진 공략법을 찾기 위해 머리를 끙끙 앓아야 할 정도는 아니다. 한두 번 겪어보면 바로 공략법이 보이는 정도의 공격이 지금의 한계다. 소설이나 만화에서 나오는 그런 전투씬을 겪기엔 그들의 레벨이 너무 낮다.
긴박감 넘치는 전투씬. 변칙과 상승 스킬의 난무, 영화와 같은 전투는 적어도 스페셜 클래스에 도전할 정도는 되어야 가능하다. 일부는 회사의 직원이 플레이하기도 하는 보스급 몬스터들은 레벨이 3차 직업은 넘어서야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뭐, 이건 현재는 먼 나라 이야기고.
쩌저저적-!
언제나와 봐오던 것처럼 해일의 일부가 얼어붙었다. 일부라고 하지만 그래도 꽤 넓은 범위. 일행은 가볍게 그 위에 올랐다. 키리안 역시 점핑(흔한 스킬이다)을 마나 포션을 사러 갔던 날 배워뒀기에 크게 문제가 없었다.
"좋아! 라이트닝 크래쉬(Lighting crash)!"
안전한 장소를 확보하자마자 디엔트가 공격 스킬을 날렸다. 하늘로 올려졌다가 힘차게 내리쳐지는 그의 왼손. 그 궤적을 따라 아쿠아 드래곤에게 내리꽂히는 강력한 번개!
콰과과과과광-!!
마치 번개가 아니라 돌덩이라도 내리꽂히는 듯한 강력한 일격에 아쿠아 드래곤이 휘청거린다. 레벨이 부족한지라 쌩쌩한 녀석에겐 아무리 뇌속성이라도 큰 타격을 주지 못하겠지만, 지금은 벌써 여러번 얻어맞아 꽤 약해진 상태였기에 충분히 데미지를 줄 수 있었다.
"으랴, 이번엔 내 차례다아아아!!"
큰 틈을 보이는 아쿠아 드래곤을 향해 키리안이 높이 뛰어올랐다. 사실 공중으로 몸을 날리는 것은 크게 위험한 행동이다. 운신의 폭이 크게 좁아지며 그만큼 틈을 크게 보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엄폐물조차 없으니 말 다했다. 하지만, 공격을 성공시킬 수만 있다면 그 데미지는 말할 필요가 없다.
점핑과 컨트롤 바이탈리티가 더해진 키리안의 점프 범위는 상당히 넓었다. 꽤 먼거리였던 아쿠아 드래곤과의 거리를 대번에 없앴을 뿐만 아니라 그 머리에서 상당히 높은 곳에 위치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아쿠아 드래곤아, 네 머리가 과연 철보다 단단할지 시험해 보자꾸나~! 실드 브레이크(Shield break)!"
대부분의 스킬은 그 수준을 높이는 데에 공통적으로 '스킬 포인트'를 필요로 한다. 키리안은 '기검술사'를 목표로 하고 있었기에 마법사나 올릴 법한 스킬에도 포인트를 투자해야 했다. 당연히 스킬 포인트가 필연적으로 부족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키리안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현재 키리안의 직업인 기사에서 그에게 크게 필요한 스킬은 몇 없었다. 브레이브, 사연격(본래는 이연격이었던), 실드 브레이크, 콘센트레이트 오라, 오라 스플리트 정도가 쓸만했고, 스킬 포인트를 투자 하지 않고 스킬 경험치만 올리면 되는 오라 크로스를 배웠을 뿐, 그 외의 많은 스킬은 싸그리 무시했다. 스킬 포인트가 부족한 건 사실이지만 허덕일 정도는 아닌 것이다.
실드 브레이크는 레벨 97때 배우는 스킬로, 근접 전투 캐릭터라면 대부분 배울 수 있는 것이다. 말 그대로 방패를 부수는데 그 주목적이 있는 스킬로, 한점을 목표로 폭발적인 힘을 가한 뒤 그것을 퍼트린다. 그것을 키리안은 단단한 아쿠아 드래곤의 머리를 상대로 시전한 것이다.
콰아아앙-!!
마치 커다란 돌끼리 부딪친 듯한 거대한 굉음이 주변을 때렸다. 절대로 검과 생명체의 머리가 충돌한 것이라곤 생각할 수 없는 굉음. 당연히, 그 주체가 무사할 리가 없다.
"으갸갸갸갸갸!!"
크워어어어어어-!!
동시에 들려오는 둘의 고통스런 비명. 키리안은 빨갛게 물든 손목을 부여잡고 흔들어댔다. 그 무식한 공격을 했으니 팔목이 남아날 리가 없다. 적어도 '골절'일 테니 성직자에게 '리커버리' 정도는 받아야 단 번에 나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쿠아 드래곤에 비하면 키리안의 타격은 양호한 것이었다.
크워어어억-!!
계속해서 고통스런 비명을 질러대는 놈의 머리는 '움푹 패여' 있었다. 그렇다. 머리통이 짓눌려 버린 것이다. 보기 처참할 정도로 불쌍한 모습이다. 그 공포의 아리에가 보다못해 편히 보내줬을 정도니 안봐도 알 만한 것이다.
아쿠아 드래곤을 안식으로 인도한 아리에는 바보 같이 바다에서 허우적대는 주인님을 이끌고 해변으로 나왔다. 물을 좀 먹어서 우웩거리는 키리안을 백사장에 툭 던지며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카디안 오빠랑 주인님의 레벨업이 녀석을 잡는 걸로 이뤄진다지만 그렇게 몸이 달아올라 있었냐?"
"하하하, 그냥 멋있게 끝내고 싶었을 뿐이야. 으에에에에, 짜다아아아."
손목을 부러뜨려놓고도 전직 레벨을 달성해서 그저 좋은 키리안이었다(하긴, 고통은 크게 없다).
아리에는 히죽히죽 웃는 키리안을 보곤 결국 이번에도 그저 한숨을 내쉬는 걸로 마무리를 지었다. 뭐, 나쁘진 않다. 필요할 땐 그에 맞게 처신할 줄 아는 주인님이니까 즐길 수 있을 때 즐긴다는 그의 행동에 태클을 걸 이유가 없다.
"자, 그럼 마을로 가야겠지? 오늘은 특별히 무료 봉사 서비스다. 전직 레벨을 달성했으니 무료로 마을로 보내주지. 디엔트도 갈 거야?"
전직에 필요한 아이템을 구한 뒤 중간에 합류해서 열심히 사냥하긴 했지만 그 차이는 메꾸기가 쉽지 않았기에 디엔트의 레벨은 현재 99에 머물러 있었다.
"아니, 난 됐어. 아이템은 넉넉하니까 사냥이나 계속할게. 아쿠아 드래곤만 아니라면 나머지야 상당히 쉬운 상대니까 금방 레벨업할 수 있겠지. 잘 다녀와."
그가 사냥을 선택하자 나머지 일행은 알았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여주곤 아리에의 곁에 섰다. 그녀가 텔레포트 주문을 외우자 밝은 빛이 그들의 주위를 떠돌았고, 시동어와 함께 디엔트와 그 씰을 제외한 나머지 일행이 빛과 함께 사라졌다.
일행이 떠나자 디엔트는 크게 숨을 내쉬곤 돌아섰다.
"자, 뒤쳐지지 않기 위해선 열심히 해야겠지?"
경쟁심에 불타오르는 디엔트. 이래서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은 좋은 것이다. 게임의 즐거움을 더해 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