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디앱솔브-87화 (87/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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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아앗-

뾰로로롱- 뾰로롱-

공간 이동 후 가장 먼저 들을 수 있었던 것은 빛이 사라지는 소리와 맑은 새소리였다. 눈을 뜨고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울창한 숲의 풍경. 키리안과 아리에, 유하는 그 숲의 어느 공터에 위치하고 있었다.

[띠딩- 지금부터 '싱글 RPG 게임 플레이 모드'로 들어갑니다. 이 시간부터 퀘스트 종료까지 귓속말, 메세지 등을 받을 수 없습니다.]

이동이 완료되자 작은 메세지창과 함께 안내 음성이 들려왔다. 말로만 듣던 싱글 RPG 게임 모드, 줄여서 '싱글 모드'라 불리는 상태가 된 것이다.

싱글 모드는 전직 퀘스트 등의 특수한 경우에 발동하는 것으로, 그 누구의 도움도 없이 스스로의 힘만으로 주어진 임무를 해내야 한다. 홈페이지도 띄울 수 없으니 어쨌든 팁을 보고 싶으면 일단 게임을 종료해야 했다. 하지만 그 방대한 팁을 보고 외우는 것은 당연히 무리가 있고, 그나마도 퀘스트가 워낙 복잡하고 방대해 제대로 된 팁도 거의 없는 실정이어서 그야말로 '싱글 모드'라 하기에 무리가 없는 것이 현재의 상태다.

개인적으로 이런 플레이를 정말로 좋아하는 키리안은 두근거리는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스토리나 숨겨진 아이템 등은 하나도 놓칠 수 없는 그 성격 때문에 두려워하기도 하지만, 어차피 목표는 세 개다. 그것을 알고 있는 이상 하나하나 알아가기만 하면 되니 문제 없다.

"자, 그럼 움직이기 전에 스킬부터 확인해 보자고."

키리안은 정상적인 행동이 가능해지자 바로 포스 블레이드를 뽑아들었다. 전직 퀘스트를 받으며 주어진 스킬, '기검'을 확인해보기 위해서였다. 새로운 스킬은 언제나 기대를 불러일으키기 마련. 아는 게임 유저는 모두 공감할 그런 기분과 함께 키리안이 스킬명을 낮게 외쳤다.

"기검!"

파아아앗-!!

꽤 큰 허탈감과 함께 기력이 검으로 빠져나갔다. 그리고 생성되는 백색 찬란한 광채의 기검. 검을 덮고도 10cm나 더 뻗어나간 순수한 기의 검이 생성된 것이다.

"휘유, 멋지네. 좀 허한 느낌이 그렇지만……."

키리안은 자신이 만들어낸 백색 기검이 마음에 드는지 히죽히죽 웃으며 그것을 살폈다. 그런 그에게 아리에가 약간은 미안한 기색의 얼굴로 말했다.

"저기, 주인님. 그거 조금만 더하면 포스 블레이드, 가루가 돼."

"응?"

작은 그녀의 목소리에 검에 정신이 팔려있던 키리안이 돌아보며 되묻는다.

쩌저저적-!

아리에의 답변은 필요없었다. 검이 몸으로 직접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헉?"

섬뜩한 소리와 함께 검에서 실낱같은 줄이 퍼져나갔다. 기겁하는 키리안. 검을 잃지 않기 위해 냉정을 유지하며 바로 기검을 유지하던 기력을 끊었다. 그런 그의 노력 덕에 포스 블레이드는 가루가 되는 것만은 면할 수 있었다.

"이, 이거 왜이래?!"

기분좋게 스킬을 시전했는데 이 무슨 봉변이란 말인가? 키리안은 이 말도 안되는 사태에 허공에 대고 소리쳤다. 그런 그의 질문에 아리에가 답해주었다.

"음, 그러니까 말이야, 보통의 경우 바로 기검을 시전한 유저들은 대부분은 검을 잃게 돼. '일반적인 검'으론 기검의 힘을 버틸 수 없거든. 그나마 포스 블레이드니까 바로 가루가 되지 않고 버텼던 거지, 그 이하의 검이라면 채 기검을 이루지도 못하고 분해 되어 버려."

"이, 이런 사악한!"

대번에 검을 잃게 만들다니. 이 얼마나 사악한 행위인가! 그것도 새로운 스킬을 사용하는 순간에 말이다!

"그렇게 검을 잃어 허탈에 빠진 유저는 곧 길을 떠나겠지. 어찌되었든 그대로 죽치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 말이야. 그리고 스토리의 시작. 본격적인 퀘스트의 수행이 시작되는 거야. 참고로 말하자면, 레이도 이 퀘스트를 깼어. 당연히 많은 것을 난 알고 있지. 하지만……"

"발설은 하지 않겠지? 당연히 그래야지! 진정한 유저는 오직 버닝이다!"

아리에의 마지막 말을 가로채는 키리안. 하지만 그녀는 화내지 않았다. 뭐, 당연히 그럴 거라 믿었지만 말과 행동으로 보여주는 건 또 다르다. 예상했던 그의 태도에 아리에는 살짝 미소지었다.

"좋아, 그래야지. 그럼 가자. 스토리는 말해주지 않을 거야. 뭐, 스토리도 몇 가지 유형이 있으니 레이와 같은 경우가 아닌 이상 나도 완벽히 대처할 수는 없겠지만."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포스 블레이드에 '리페어(Repair)'를 걸어주었다. 밝은 빛과 함께 검의 상태가 많이 호전되었다.

"간단한 응급처치야. 제대로 된 전투는 무리지만 조심해서 쓰면 어느 정도는 버텨줄 거야. 하지만 말 그대로 '응급처치'니까 마을에 가면 바로 고치도록 해."

"예썰~"

미봉책이긴 하지만 일단 쓰는 건 가능하게 된 포스 블레이드를 키리안은 검집에 꽂고 숲을 걷기 시작했다. 숲에 가만히 있어서 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스토리 진행을 위해서 전진이다!

사박사박 풀길을 걸은지 얼마나 지났을까. 몬스터도 등장하지 않아 슬슬 지겹다고 생각할 때, 저멀리서 비명소리와 몬스터의 괴성이 들려왔다. 전투다!

의사 교환은 눈빛을 주고 받는 것만으로 순식간에 이뤄졌다. 그대로 일행은 속도를 높여 달리기 시작했다. 울창했던 숲은 순시간에 끝이 나고 풀만이 길게 자라있는 곳에 도착했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마을의 입구 앞에서 사람들과 사투(死鬪) 중인 거대한 몬스터들을.

기본적으로 히드라를 닮았지만 단 하나 뿐인 목에 좀더 인간은 닮은 골격을 지닌 녀석이었다. 키는 5m에 달했고, 길고 굵은 꼬리는 마치 기둥을 휘두르는 듯한 효과를 보이며 사람들을 쓸어버리고 있었다.

"응? 사람이 아니잖아."

급박한 상황에 부릴 여유는 아니었지만, 온통 붉은 머리와 꼬리에, 반투명한 붉은빛의 날개를 지닌 그들의 모습에 키리안은 잠시 시선을 빼앗겼다.

지상에서 전투 중인 자들에겐 날개가 돋지 않았기에 못알아봤지만, 허공의 사람들에겐 꼬리와 함께 빛으로 이뤄진 듯한 붉은빛의 날개가 돋아 있었다. 인간의 모습을 했지만 꼬리와 날개가 인간이 아님을 알게 해 주었다.

"자자, 주인님. 감상은 여기까지야. 잘못하면 최악에서 시작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하브라스는 강해!"

정신이 팔린 키리안을 아리에가 깨워주었다. 그녀는 어느새 레드 슬레이어를 뽑아든 상태였다. 그녀의 모습에 키리안도 정신을 차리고 포스 블레이드를 꺼내들었다. 다시 보니 역시 보통의 스타일로 했다간 검 하나 날려먹을 것 같다.

"유하야!"

"예. 폭발하는 화산의 힘을 간직한 화염이여, 내 앞의 적을 격(擊)하라. 폭염(爆炎)!"

빠른 주문과 함께 유하의 주위에 검붉은 색의 기체가 형성되어 세 마리의 몬스터에게 작렬했다.

콰과과광-!

폭음과 함께 강력한 물리력을 발산하는 화염의 구체. 하지만 몬스터들에겐 별다른 타격을 입히지 못했다. 그 자체로도 데미지는 약한 편인데다가 몬스터들의 피부는 엄청나게 단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심을 끌기엔 충분했다.

크롸롸롸롸-!

뱀과 같은 혀를 삐죽 내밀며 분노를 표출한 놈들이 유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사이하게 빛나는 주홍빛 눈동자가 꽤나 섬뜩하다.

"거참 눈깔 사납네. 눈 안 깔어? 앙?!"

키리안은 놈들의 눈빛에 괜히 불량스럽게 한 마디 내뱉곤 달려들었다. 데이터가 없을 땐 그것을 수집하는 것이 먼저다. 키리안은 그것을 붙어보며 알아내곤 했다.

슈아아앙-!!

돌기둥이나 다름없는 놈의 꼬리가 키리안을 향해 날아왔다. 단숨에 점핑으로 그것을 피하는 키리안. 그 단단함을 알아보기 위해 실드 브레이크를 걸어보면 좋겠지만 검을 박살내고 싶지 않은 이상 피해야 한다.

키리안은 실드 브레이크 대신 오라 크로스를 시전했다. 5레벨 마스터에 이른 오라 크로스는 미약하긴 하지만 비검기를 날릴 수 있게 해주었다.

약점으로 생각되는 머리를 향해 검을 교차로 그었다. 그와 함께 날아가는 십자 형태의 백색 검기. 하브라스가 그것을 굵은 손으로 쳐냈다. 그와 함께 날아오는 반대쪽의 손.

'큭!'

피할 수 없다. 이건 격이 다른 몬스터다. '생각'을 하고 공격하는 녀석이다. 그동안 단순한 패턴의 몬스터만 상대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어이없이 공격에 걸려드는 것은.

엄청난 충격에 대비해 뭄을 웅크리는 그를 구원한 것은 유하와 아리에였다.

"폭염! 속박!"

콰과과광-!

유하가 폭염과 속박으로 그 손의 힘을 약화시키자 아리에가 중검의 수법으로 그 손을 내리쳤다. 푹 내려가는 하브라스의 손. 그 사이 키리안이 무사히 땅에 내려섰다.

"위험합니다!"

겨우 한숨 돌린 그들에게 다른 하브라스의 꼬리가 날아들었다. 아리에가 입술을 깨물고 사이 배리어를 전개하려는 차, 그 유사 종족들이 화살과 마법을 날려 일행을 구해주었다.

"누구신지 모르겠지만 일단 도움에 감사합니다. 시간이 없으니 나중에 정식으로 인사하겠습니다! 놈들의 약점은 미간입니다. 그곳을 노리십시오!"

일행을 구한 뒤 그들은 단숨에 자리에서 벗어났다. 날개 달린 자 하나만이 그들에게 빠르게 말을 남기고 자리를 피했다. 키리안들 역시 조언을 듣자마자 뒤로 물러났다.

크롸롸롸-!

"이거, 상당히 강하잖아."

키리안이 툴툴거리며 말하자 아리에가 당연한 듯 그것을 받았다.

"당연히지. 놈들, 내 레벨로도 둘 이상은 무리야."

"뭐?! 그럼 어떻게 물리치라는 거야?"

현재 레벨이 200에 달하는 그녀가 둘 이상을 감당할 수 없다면 놈들의 레벨은 적어도 180에 달할 것이다. 아무리 유사인간들이 힘을 빼놓고 있다지만 엄청난 피해를 감수해야 할 것이다.

키리안의 반응에 아리에는 옅게 미소 지으며 해결책을 내놓았다.

"둘 이상이 무리인 것은 정면 대결을 펼쳤을 때야. '붉은 날개 일족'이 말해주었듯, 놈들의 약점인 미간을 노려 집중 공격하는 식으로 해나가면 별다른 일이 없는 이상 열 정도는 상대할 수 있어. 주인님, 유하와 함께 왼쪽의 녀석을 맡아. 나는 오른쪽을 돕겠어. 그럼!"

그녀는 말을 마치자마자 오른쪽의 하브라스 쪽으로 몸을 날렸다. 덩그러니 남겨진 그는 아리에가 귓속말로 소리치자 그제서야 몸을 움직였다.

"쳇. 어떻게든 되겠지!"

그는 왼쪽에서 날뛰는 하브라스 쪽을 향해 몸을 날렸다. 마침 쓰러진 붉은 날개의 일족(아리에의 말로는) 중 하나를 하브라스가 발로 밟으려 하고 있었다.

"유하야!"

"폭염!"

키리안의 외침에 유하가 필사적으로 폭염을 날렸다. 연쇄적인 폭발에 하브라스가 반응을 보였다. 다리가 움찔하며 잠시 멈춘 것이다. 그 사이 날개달린 사람 하나가 그를 구해 자리를 피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나……."

힘으로 비늘을 뚫을 순 없다. 포스 블레이드가 이래선 제대로 된 공격을 할 수 없다. 방어가 약한 녀석이면 일격필살을 노릴 수 있겠지만 놈에겐 통하지 않는다. 이래선, 방법이 없다.

'아니지!'

"그래, 바로 그거다!"

고민하던 키리안은 하나의 방법을 떠올렸다. 블루비치에서 썼던 물건. 그 경이적인 파괴력을 보이는 그것이라면 하브라스의 미간을 뚫을 수 있을 것이다.

목표를 정하자 망설임없이 그는 포스 블레이드를 검집에 꽂아넣고 자유로워진 손을 품속에 넣었다. 그리고 하브라스를 노려보았다.

크롸롸롸!!

녀석은 바로 꼬리로 키리안을 공격해왔다. 유하에겐 피하라고 소리친 뒤 점핑으로 하브라스에게 날아올랐다. 첫번째 착지점은 하브라스의 무릎이다. 조그마한 녀석이 내려앉자 하브라스가 팔을 휘두른다. 다시 뛰어올라 휘두른 팔을 밟고 점핑. 놈의 미간이 보인다.

"좋아!"

키리안은 신속하게 품에서 금빛의 화려한 단검을 꺼내들었다. 총을 닮은 손잡이를 지닌 그것의 이름은 에인션트 골드 블레스터! 이거라면 하브라스의 미간을 뚫을 수 있다.

'힘을 상당히 올렸으니 이젠 조준이 가능해!'

힘과 민첩이 상당히 올랐고 이번에도 표적은 충분히 크다. 충분히 맞출 수 있다! 키리안은 그렇게 생각했다.

짧은 순간, 키리안은 극도로 집중한 상태에서 조준을 했다. 그리고, 녀석이 반응을 보이기 전에 방아쇠를 당겼다.

콰아아아앙-!!!!

거대한 폭음. 그리고 금빛의 궤적이 하브라스의 미간을 꿰뚫었다.

……

너무나도 커다란 폭음에 사람들은 물론, 하브라스들마저 잠시 움직임을 멈췄다. 잠시간의 고요. 그것을 깬 것은 하브라스의 비명이었다.

크롸아아아아!!!!

고통에 찬 포효. 그와 함께 하브라스가 무너져 내렸다.

쿠웅-!!

기검(氣劍), 빛나다!(1)

후후-_ 카트 라이더..오랜만에 다시 하는데..

이니셜 드리프트, 더블 이니셜 드리프트..-_- 사포도 아니고 정말 해냈습니다-_-

거의 리프팅 턴 급의 드리프트를-_-;;

후후-_-).. 빌리지 고가 도로..정말 원츄 맵=ㅅ=);;

[아, 두개의 관문도 쥑입니다. 부스터만 8번 넘게 쓰는=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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