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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인션트 골드 블레스터 덕분에 하브라스 한 마리를 쉽게 쓰러뜨릴 수 있었다. 겨우 유지되던 힘의 균형이 무너져버리자 하브라스들은 얼마 버티지 못하고 쓰러졌다. 에인션트 골드 블레스터는 더 이상 쓰지 않았지만 한 번 무너진 힘의 축은 다시 되돌리기 힘든 법이라 하브라스들은 더욱 궁지에 몰렸고, 또 한 마리가 쓰러지자 나머지 하나는 공격도 제대로 못해보고 쓰러졌다.
"여기가 마을이다. 보통의 경우엔 발도 들이지 못하게 하지만 촌장이 그대들의 공로를 인정해 이곳에서 쉴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키리안과 아리에, 유하는 전투를 승리로 이끈 주역이 되어 마을에 들어올 수 있게 되었다. 보통 찾아오는 인간(유저)들은 적대시하고 마을 앞도 서성거리지 못하게 할 정도로 배타적이지만 마을의 큰 위기를 넘기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준 키리안들은 특별히 허락해준 것이다.
우람한 근육질에 무슨 고대인들이나 입을 법한 옷으로 몸을 감싼 남자 하나가 일행을 안내해 주었다. 옷 사이로 드러난 붉은색의 털로 이루어진 기다란 꼬리에 자꾸 시선이 가는 키리안이다. 날개는 보이지 않았는데, 특별할 때만 돋게 하는 듯 하다.
이동 중에 한 마디도 건네지 않던 그는 용건만 간단히 말하곤 바로 날개를 뽑은 뒤 하늘로 사라져버렸다. 이거, 너무한다.
"흐응, 간이라도 빼줄 듯한 모습은 기대하지 않았지만…… 이건 좀 너무하다아."
보통의 RPG 게임과 같은 뻔한 패턴이었으면 오히려 실망했을 키리안이긴 했지만 이 정도면 반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흐응, 내가 겪었던 것과는 조금 다른 스토리네. 해줘도 좋을 조언 하나만 하자면, 아무래도 저쪽에 살고 있는 인간들이 일을 낸 거 같아. 그래서 같은 인간이랄 수 있는 키리안 너까지 미움을 받는 거고."
"인간?"
키리안이 되묻자 아리에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 붉은 날개 일족의 사람 중 하나가 환자를 부축하며 혼잣말로 투덜거린다.
"빌어먹을 인간 놈들. 악룡들을 건드려서 어쩌자는 거야! '태양의 불꽃'마저 사용치 못하면서, 제기랄!!"
억울함과 안타까움, 분함이 사무친 목소리였다. 혼잣말이라기엔 너무나 커다란 외침. 억눌림이 담긴 그 외침은 마치 피를 토하는 듯 하다.
"…이거, 인간들의 마을에 가봐야겠네."
여기선 별달리 얻을 수 있는 게 없을 듯 하다. 정보 수집은 커녕 대화조차 붙일 수 없는 마을에 머물고 있는 것 자체가 조금 부담스럽다.
"일단 대장간부터 들리도록 해. 인간들의 마을엔 변변찮은 대장간도 없으니까. 그리고, 그 대포단검의 탄환도 몇 개 구해두도록 해. 나중에 엄청난 도움이 될 테니까."
떠나려는 그에게 아리에가 조언을 해주었다. 괜한 시간의 낭비를 줄이기 위해서였다.
그녀의 조언에 따라 먼저 대장간을 찾았다. 후끈한 열기가 밖에서도 느껴질 정도의 곳인데다 외딴 곳에 위치하고 있어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따앙-! 따앙-!
문을 열자마자 귀를 울리는 쇳소리가 우렁차다. 망치를 두들기는 이는 대부분이 건장한 체구를 지닌 붉은 날개의 일족들 중에서도 발군으로 보였다. 무식하게 큰 것이 아닌, 필요한 근육만이 극도로 발달한 모습. 저런 사람한테 한 대 맞으면 그대로 사망이다.
사람의 기척이 느껴지자 그는 작업을 잠시 중단하고 손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일족 특유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 것을 봐서 확실한 인간이다.
"인간이 여기엔 무슨 일로 왔나? 하브라스를 잡은 것엔 감사를 표하는 바이나 장사는 하고 싶지 않군."
깐깐한 얼굴에서도 알아봤지만 역시 곱게 맡아줄 것 같지는 않다.
키리안은 탐탁지 않아하는 그의 표정 정도는 가볍게 넘기고 포스 블레이드를 검집에서 꺼내들었다. 맑지 못한 검명과 함께 뽑혀져 나오는 검. 그나마 아리에의 리페어에 의해 가루가 되는 것만은 면한 상태였다.
엉망인 포스 블레이드를 보자 대장장이가 눈살을 찌푸린다. 역시 장인이라는 건지 상태가 심하게 나쁜 검을 보자 그냥 있을 수 없었나 보다.
"좀 수리해 주세요오. 검이 멀쩡해야 다음에 또 놈들이 찾아오면 도와드릴 수 있잖아요."
키리안의 말에 대장장이의 표정이 좀더 찌푸려진다. 하브라스에 대한 악감정과 기억, 그리고 부탁을 거절하기 힘든 상황에 대한 불만 표출일 것이다.
그가 거절할 것 같진 않자 바로 에인션트 골드 블레스터도 품안에서 뽑아들었다. 그와 동시에 대장장이의 눈이 광채를 발한다.
팟-!
대장장이는 엄청난 속도로 키리안의 손에 들려있던 에인션트 골드 블레스터를 빼앗아 손에 올려놓고 뚫어질 듯 쳐다보았다.
"아, 아레?"
당황하는 키리안. 하지만 그의 태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오직 에인션트 골드 블레스터만을 보물처럼 살피는 대장장이의 모습에 화낼 기운도, 타이밍도 잃은 키리안이었다.
"이건 대단하군! '유로아'나 '일리오스'완 다르지만 이것도 고대 정령력을 머금고 있는 아티팩트다! 인간, 이것을 어떻게 얻었지?!"
"에, 에…… 일단 진정 좀 하시지?"
앞에서 나왔듯, 그는 몸 자체가 살인무기다. 그런 그의 팔에 흔들리고 있으니 키리안이 정상 상태일 리가 없다. 곧 죽을 듯한 키리안의 표정에 급히 그를 뜯어 말리는 아리에와 키리안을 살피는 유하. 그런 셋의 모습에 대장장이는 자신이 흥분했음을 깨닫곤 헛기침을 했다.
"흠흠! 이거 조금 미안하게 됐군. 라이오스를 봐서 조금 흥분했어. 라이오스를 지닌 인간이라면 어느 정도 믿을 수 있겠지. 인간, 나는 '데린저'라고 한다."
그는 더이상 쌀쌀한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그저 에인션트 골드 블레스터를 본 것만으로 태도를 바꾸다니. 이거, 조금 맥빠진다.
"흐음, 이게 그렇게 대단한 건가요? 그저 던전에서 입수했을 뿐인데……."
도대체 에인션트 골드 블레스터가 뭐길래 데린저가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일까?
그는 키리안이 아무 것도 모르는 듯한 표정을 하자 흥분하며 말했다.
"인간!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이런 보물을 얻었단 말인가?! 이런 악재가! 그렇게 찾아다닌 나는 겨우 그 재료나 조금 얻었을 뿐인데!! 이건 사기야!!"
어지간히 억울했는지 바닥을 긁어대며 소리까지 쳐대는 모습을 보이는 데린저. 그런 그의 모습에 더욱 궁금해지는 키리안과 아리에였다.
"아 정말. 파.워.워.드.임.포.텐.스. 그만 발광하고 대답좀 해주실래요?"
"허, 헉! 아, 알겠네."
대답을 듣기 위해 아리에가 선택한 것은 남성에게 있어선 그 어떤 공격 마법보다도 위력적인 저주 마법, 그 주문 중 최고봉에 올라있는 '파워 워드 임포텐스'였다. 과연 그 효과는 직빵이어서 데린저를 바로 정상적인 상태로 돌려놓았다.
"흠흠, 그러니까 이 단검은 고대 정령 중 금빛 뇌전의 정령 라이오스의 힘을 담고 있다네. 아, 일단 고대 정령에 대해 먼저 설명해야겠군."
그는 잠시 설명을 중단하고 창고에서 양손에 무언가를 들고 나왔다. 신비한 광채를 발하는 돌덩이였는데, 하나는 붉은색이었고 하나는 연청색이었다. 에인션트 골드 블레스터의 빛과 닮은 느낌이다.
"눈썰미가 있다면 이것들과 자네의 단검의 빛이 닮았다고 느꼈을 것이야. 놀라는 모습을 보니 예상대로군. 지금 내가 들고 나온 이 돌 중 붉은빛을 발하는 것은 태양의 정령 '일리오스'의 힘을 담고 있는 것이고 연청빛의 돌은 미풍의 깃의 정령 '유로아'의 힘을 담은 것이다. 덧붙여 말하자면, 자네가 지니고 있는 그 단검은 금빛 뇌전의 정령 '라이오스'의 힘을 담고 있지."
"헤에, 그랬군요."
"고대의 정령은 현재엔 이곳에 존재하지 않는, 그야말로 옛날 옛적 고대에 존재하고 있던 정령이었지. 그 힘은 현재의 정령과는 궤를 달리하는 것으로, 현재엔 그 힘이 담긴 몇가지 유물이나 돌덩이가 나올 뿐이지. 그렇게 발견된 것은 진은(眞銀)으로 불리는 미스릴보다도 단단하고 마력의 돌이라 불릴 정도로 마력과 친한 오리하르콘 이상의 마나효율성을 지니고 있다네. 정말 엄청난 물건이지 않나?"
"저, 정말이군요."
따로 지식을 구할 필요도 없이 판타지에 대해 조금만 아는 사람이라면 미스릴과 오리하르콘의 가치를 알고 있을 것이다. 이곳에선 어떨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상급 이하는 아닐 것이다. 그런 그것들의 특징을 동시에 지닌 것도 모자라 더욱 뛰어나다니. 정말 엄청난 물건이 아닌가.
"자네의 단검은 그 금빛 광채에서 알 수 있듯, 금빛 뇌전의 정령 '라이오스'의 힘을 담고 있다네. 살펴보니 뇌전과 같은 파괴력과 속도를 지닌 탄환을 쏘아낼 수 있게 설계되어 있더군. 자네, 이것을 써봤으니 알 거야. 그 엄청난 파괴력과 경이적인 속도를."
키리안은 대답 대신 고개만을 끄덕였다. 에인션트 골드 블레스터. 이거, 생각보다 대단한 물건이었다.
"고대 정령의 힘이 인정한 인간이라면 믿을 수 있겠지. 그런 고로, 그대의 검, 수리해 주겠네. 더불어 그 단검도 나에게 맡기지 않겠나? 그대가 원한다면 좀더 좋게 만들어주겠네. 라이오스의 마력석도 조금 있거든. 만약 맡겨준다면 서비스로 자네의 검날에 일리오스의 마력석과 유로아의 마력석을 섞어 제련해 주지! 비록 그 힘은 쓰지 못한다해도 그대 같은 검사의 기는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을 거야. 보아하니 이 검은 자네의 기를 이기지 못해 이 꼴이 된 거 같은데, 어때?"
아리에마저 귀가 번쩍 뜨일만한 제안이었다. 그저 검의 수리만을 기대했는데 기검을 받아들일 수 있게 수리해 준다니? 더욱 기가 막힌 건 에인션트 골드 블레스터의 능력을 높일 기회를 준다면 서비스로 해주겠다는 것이다.
"할게요! 당연히 할게요!! 무조건 해요!!!!"
눈이 벌게져서 소리치는 키리안. 데린저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흡족하게 웃곤 키리안에게 친근하게 말했다.
"좋아. 내 그럴 줄 알았지. 일단 검들을 수리할 동안 이 검이라도 쓰게."
그가 내민 것은 은은한 연청빛을 흘리는 날렵해 보이는 롱소드였다.
"미약하지만 유로아의 마력석을 섞어 제련한 검이네. 어느 정도의 자네의 기에도 버틸 수 있을 거야. 하지만 무리하면 바로 가루가 되어버릴 테니 조심해서 사용하게. 검을 휘두르면 약하지만 '미풍의 깃'이 발동될 거야. 꽤 도움이 될 게야. 게다가 기검을 사용하면 그 힘이 증폭되니 더욱 유용하지. 자네에게 주겠네."
"저, 정말요? 어, 어흑! 저, 정말 고마워요!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감동에 차서 데린저를 우러러보는 키리안. 그런 그를 보며 데린저는 흡족하게 웃었다.
스스스슥-
그는 대충 정리된 듯 하자 테이블 위에 종이를 놓고 빠르게 펜을 굴렸다. 혹시 편지 배달이라도 부탁하는 가 해서 키리안은 조용히 그의 작업이 끝나길 기다렸다.
슥-
마지막 획을 긋는 것을 끝으로 데린저는 그 종이를 키리안에게 넘겼다.
"받게."
편지가 아닌 듯 그는 종이를 바로 키리안에게 넘겼다. 그에게 읽어보라는 뜻이 되겠다. 키리안은 조용히 그것을 훑었다.
[청구서.
포스 블레이드 수리&업그레이드 비 : 120 골드
에인션트 골드 블레스터 업그레이드 비 : 60 골드
유로아의 검(Sword level. 1) : 30 골드
총합 : 210 골드 ]
"…이것은, 이것은, 이것은 계.산.서?!!!"
두 손으로 받아든 새하얀 종이엔 휘갈겨쓴 악필이 자리잡고 있었다. 악필이긴 했지만 충분히 알아볼 수 있는 글자들을 읽어내려간 키리안. 그리고 경악했고, 감동이 날아가 버렸다.
호의가 아니었다. 이건 전부 상인으로서 최대한 고객을 뜯어내려는 심보일 뿐이었다. 어쩐지 너무 잘해주더라니, 부담스러울 정도로 잘해주더니!! 이런 속셈이 있었던 것이다!!!!
"어때? 상당히 싸지? 어디가서 내가 해줬단 말 하지 마라. 뭐, 이걸 할 수 있는 놈도 없다시피하겠지만 할 수 있다해도 이보다 싸게는 못할 것이다."
'…세계 삼대 거짓말. 그 중 하나인 '밑지고 하는 장사야. 이것보다 쌀 수는 없어.' 믿으라고 하는 소리는 아니겠지.'
뿌득뿌득 이를 가는 키리안. 하지만 별 수 없었다. 여기 아니면 따로 검을 구할 곳도 없고 일단 그 옵션은 확실한 사실이기에 그는 피눈물을 흘리며 돈을 지불해야 했다. 악착같이 모은 돈…… 겨우 8플래티넘까지 끌어올린 돈 중 2 플래티넘 하고도 10 골드를 여기서 날려야 하다니…… 아아 슬프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백금색 동전 두 개와 10 골드 짜리 큼지막한 금화 한 개를 데린저에게 건넸다. 흡족하게 그것을 받아드는 그의 모습에 키리안은 부들부들 떨며 유로아의 검을 집어들고 눈물을 흩뿌리며 그곳을 뛰쳐나갔다. 그런 그를 보며 데린저가 혀를 찼다.
"짜아식. 그럼 공짜로 줄 줄 알았냐."
키리안, 최초로 상인에게 패배한 날이었다.
기검(氣劍), 빛나다!(1)
포레스트 지그재그..한 번도 안박고 속도도 거의 안줄이고 그 극악 코너 돌 방법을 알아냈습니다.
큭큭큭.. 이건 정말 지댑니다. ㅡㅡ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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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ge Twenty three - 기검(氣劍), 빛나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