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디앱솔브-92화 (9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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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에가 걸어준 폴리모프 마법은 일반적인 판타지 소설 등에서 나오는 것과는 좀 달랐다. 그 모습이 완벽하게 바뀐다는 점에서는 같았지만 그 능력까지 바꿔주진 못했다. 그야말로 모습만을 바꿔주는 마법. 거기에 능력을 사용하려하면 바로 풀린다는 점에서 그리 고급 마법이 되진 못했다.

키리안은 유하와 함께 완벽하게 류테스의 모습으로 놈들의 소굴을 향해 조심조심 걸음을 옮겼다. 숲이 끝나고 공터와 함께 류테스와 하브라스들이 보였다. 키리안은 가슴을 졸이며 놈들에게 모습을 드러냈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유하야, 긴장하지마아아.}

{예.}

정작 침착한 것은 유하였건만 키리안은 벌벌 떨면서 그녀에게 조언을 하고 있었다.

조마조마하며 류테스를 지나치는 키리안. 여차하면 냅다 점핑으로 도망칠 준비를 했다. 하지만 그런 그의 노력은 시선조차 주지않고 지나치는 류테스에 의해 수포로 돌아갔다. 다행히 폴리모프가 통한 것이다.

{조오아쓰! 못 알아 본단 말이지?}

처음의 류테스가 알아채지 못하자 키리안은 당당하게 놈들이 득실거리는 입구를 지나쳤다. 그 어떤 류테스도 둘을 제지하지 않았기에 그야말로 수월하게 일을 진행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내부는 인위적으로 만든 티가 팍팍 나는 동굴이었다. 그 흔한 야명주 하나 없는 것이 몬스터 소굴이라 할 만 했다. 악취가 풍기는 것이 오래 있고 싶지 않은 곳이다.

'자, 그럼 지도를…….'

키리안은 일단 으슥한 곳으로 자리를 옮긴 뒤 인벤토리에서 지도를 꺼내 들어 살폈다. 익숙하지 않은 손이었기에 조금 불편했지만 그럭저럭 손가락 세 개로도 지도는 볼 수 있었다.

지도엔 입구부터 시작해서 일층의 중반부까지 그 길이 표시되어 있었다. 그려진 곳까지는 별다른 복잡한 길도 없어, 사실상 지도가 없어도 불편함이 거의 없을 지경이었다. 과연 운영자. 유저를 편하게 해줄 리 없지.

{첫번째 갈림길에서 오른쪽, 다음 갈림길에서 또 오른쪽, 그 다음에 직진인가. 이후부터가 진짜겠군.}

일단 폴리모프가 잡아먹는 마력은 극히 적었기에 그에 대한 걱정은 필요없었다. 지금 그가 가장 걱정해야 하는 것은 바로 '길'이다.

현실이든 게임이든 그에게 있어서 가장 큰 약점 중 하나가 '길치'라는 것이다. 밖으로 나다닌 적이 잘 없고, 다녀봐야 집주변이었기에 당연히 길치일 수밖에 없다. 게임 속에서도 그 사정은 비슷했기에 고칠 기회조차 없었다.

'끙. 일단은 가고 보자.'

오, 오, 직. 키리안은 머릿속으로 이것을 세 번 되뇌인 후 길을 걸었다. 내부의 경비도 바깥과 비슷하게 삼엄했다. 그냥은 도저히 뚫을 수 없는 곳. 레벨 100에나 퀘스트를 위해 올 수 있는 곳이니 깽판도 못 칠 것이고, 꽤나 난이도가 높은 던전이다.

전투를 할 필요가 없었기에 금방 지도가 그려진 곳의 끝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번엔 세 갈래로 나뉜 길이 나타났다.

{좋아, 오른쪽이다.}

마음 내키는 대로 키리안은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순전히 마음 내키는 대로 방향을 잡은 것이다. 결과는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막다른 길. 그 흔한 아이템 상자 하나 없다.

{쓰읍, 그르지들.}

류테스들이 들었으면 눈을 까뒤집고 달려들 발언을 서슴치 않고 유하에게 내뱉는 키리안이었다. 그런 그의 모습에 유하는 약하지만 난감하다는 표정을 보여주었다.

다음으로 잡은 것은 가운데 길. 이번엔 다행스럽게 커다란 철문 하나가 나타나 주었다.

주변엔 다른 류테스들이 보이지 않았다. 철문을 밀고 당겨 보았지만 열리지 않는 것으로 봐서 무언가 다른 방법이 필요한 것 같다.

'흐음……'

일단 일체의 스킬 사용이 불가능했기에 다른 수가 필요했다. 아리에가 있었다면 변신을 풀고 어떻게 해볼 수도 있었겠지만, 그에 따른 소음에 류테스들이 몰려올 수도 있었기에 그것은 불가능했다.

주변을 살펴봤지만 수상한 것은 전혀 발견할 수 없었다. 결국 남은 것은 문 하나 뿐. 살짝 두들겨보니 실드 브레이크 정도론 자국조차 낼 수 없을 정도로 단단한 재질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조용히 문에 귀를 가져다댔다. 주변이 조용했기에 안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를 비교적 뚜렷하게 들을 수 있었다. 문제는……

"%^ &*(%@ ^%&* *^(#"

"@*^ #%^"

'…이게 뭔 소리여?'

아스트랄한 외계어가 들려와 그것을 전혀 알아먹을 수 없다는 데 있었다. 전혀 알 수 없는 언어 체계. 기본적으로 류테스의 울음소리였지만 분명히 언어라는 것은 느낄 수 있었다.

키리안은 별 수 없이 한숨을 쉬곤 문에서 귀를 뗐다. 그리고 갈림길로 되돌아 온 뒤 왼쪽으로 향했다. 남은 곳은 이곳 하나 뿐이다. 여기에 답이 있을 것이다. 여기도 없다면, 가장 두려운 '숨겨진 것 찾기'를 시행해야 한다.

왼쪽은 오른쪽과 같은 막다른 길이었다. 하지만 키리안은 두 손을 번쩍 들고 속으로 만세를 외쳤다. 길의 끝에는 붉은색의 아이템 상자 하나가 놓여 있었던 것이다.

잠금장치조차 없는 것이었기에 가볍게 뚜껑(……)을 여는 것으로 그 안에 든 아이템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아이템은 '외계어를 번역해주는 친절한 소라'라는 이름을 지닌 소라였다. 이름이 그 모든 성능을 말해주는 녀석이다.

'좋았으!'

키리안은 그것을 목에 걸고 다시 가운데 문으로 갔다. 그곳에 도착해 다시 한 번 문에 귀를 갔다댔다.

"인간과 붉은 날개 일족 놈들은 어떠한가?"

"별다른 조짐은 보이지 않습니다. 인간들은 여전히 붉은 날개 일족 놈들의 마을로 통하는 동굴을 뚫는 데 동원하고 있으며, 붉은 날개 일족 놈들은 계속해서 우리들의 명령에 불복종하고 있습니다."

"그래, 그럼 무녀는?"

"역시 다르지 않습니다. 여전히 이지(理智)를 상실한 듯 멍한 상탭니다."

"알았다. 계속해서 수고하도록. 아, 암호가 바뀌었다. '디카릭님 만세!'다. 잊어먹지 마라."

'케, 켁!!'

키리안은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 했다. 그럭저럭 군사 기밀이랄 만한 것을 엿듣던 중에 이 무슨 개그란 말인가? 운영자가 좀 엉뚱하단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건 좀 심하게 낭패다. 혹시 놈의 대사에 당황해서 엿듣는 걸 들키게 하려는 의도인가?

"디카릭님 만세! 예, 분명히 기억했습니다."

"그럼 가보도록."

황당한 건 황당한 거고 일은 일이다. 키리안은 급히 근처의 바위 뒤로 몸을 숨겼다. 곧 쿠르르릉 하는 소리와 함께 안에 있던 류테스가 밖으로 나왔다. 그놈이 멀리 사라지자 키리안은 유하와 함께 후다닥 그 뒤를 밟았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일정 거리를 유지하며 놈을 따라 걸었다. 놈이 도착한 곳은 오른쪽에 위치한 막다른 길이었다. 놈은 그곳에서 암호를 말했다.

"디카릭님 만세!"

쿠르르르릉-!

암호가 외쳐지자 길을 막고 있던 앞의 벽이 커다란 소음과 함께 위로 올라가며 길이 나타났다. 녀석이 그곳으로 들어가자 문은 다시 닫혔다.

{이거였구나! 좋아, 유하야 가자!}

{예.}

주변에 류테스가 없음을 확인하고 키리안은 유하와 함께 길의 끝에 섰다. 그리고 입을 열어 암호를 말하려는 차에 자신이 말을 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그와 함께 찾아오는 당혹감.

'나, 난 어떻게 해야 하지?'

말을 할 수 없다. 즉, 암호를 부를 수 없다는 뜻이 된다. 그렇게 키리안은 홀로 머리를 부여잡고 끙끙거려야 했다. 그러다 머리를 스치는 번개같은 생각!

'호, 혹시?!'

키리안은 후다닥 문앞에 서서 입을 열어 암호를 낮게 외쳐봤다.

"열려라 참……! 아, 이게 아니지. 오, 오옷? 역시! 말할 수 있구나! 음틋틋. 역시 나는 천재였어!"

무의식 중에 '열려라 참깨!'라고 외칠 뻔한 키리안은 자신의 예상대로 말을 할 수 있음을 깨닫고는 엽기적으로 웃었다. 그 모습에 유하가 걱정이 가득한 눈망울로 굵은 쇠몽둥이를 들고 그의 머리를 내려치려 했지만, 키리안이 천운으로 그것을 발견해 대참사는 면할 수 있었다(아쉽다).

키리안이 말을 할 수 있게 된 건, 아니 사실 말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아니었다. 다만, 말로 들릴 뿐이었다. 그것은 모두 '외계어를 번역해주는 친절한 소라' 덕분이다. 그것의 힘으로 류테스들의 언어를 알아들을 수 있게 되었으니 그 자신이 내는 소리도 인간의 언어로 듣게 되는 것이다.

"끙. 정말 맘에 안들지만…… 디카릭님 만세!"

아니꼬웠지만 어쩌리오. 이게 아니면 퀘스트를 진행할 수 없는 것을. 키리안은 문을 열 수 있는 암호를 말했고, 곧 아까와 같이 문이 열리며 새로운 길이 나타났다.

{가자.}

{예.}

문이 닫히기 전 키리안과 유하는 그곳을 통과했다. 그리고 나타난 것은 상당히 어두운 동굴. 류테스의 눈이 아니었으면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어둠이었다. 처음 보이는 것은 다행스럽게도 일방통행로였다.

천천히 길을 걷는 키리안과 유하. 얼마 걷지 않아 그들은 이곳에서 처음으로 류테스 외의 몬스터를 볼 수 있었다.

모가지의 뼈를 어디다 팔아먹었는지 목이 덜렁거리는 엽기적인 녀석이었다. 빼빼 마른 몸에 가죽 갑옷을 걸쳤는데, 오른손엔 롱소드를 들고 있었다.

키리안은 당연히 녀석이 공격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같은 몬스터인데(겉보기에는!) 공격할 리가 없다. 당당히 녀석의 곁을 지나치려는 키리안. 하지만, 그는 키리안의 기대를 그대로 씹어먹어 버렸다.

휘익-!!

근처에 가자마자 휘둘러지는 녀석의 검. 키리안은 급히 몸을 숙여 그것을 피했다. 하지만 그가 피함과 동시에 내리쳐지는 검에 이번엔 몸을 굴려야했다.

"크윽, 뭐야 저놈?!"

"크흐, 증표를 보여라. 그렇지 않으면 적으로 간주하겠다."

"즈, 증표?"

이놈의 소굴엔 또다른 무언가가 필요한 듯 했다. 키리안은 골치가 아파졌다. 증표 따위, 당연히 있을 리가 없다. 변신을 푼다면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아직 진도가 얼마나 나갔는지도 모르는데 벌써 변신을 풀 수는 없는 노릇이다.

'방법은 한 가지 뿐이다.'

키리안은 조용히 유하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최대한 몬스터에게서 가까이 간 뒤, 우측으로 물러나면서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

"튀어어어어어어어어!!!"

"캬아아아아앗!!"

…어쩌리오. 힘도 안되고 말로도 안되면 방법은 하나 뿐이다. 36계 줄행랑. 그 이상의 방법이 있으면 알려달라고!

기검(氣劍), 빛나다!(3)

마이트가인 GG-_-)

..엘하자드를 구하는 중.. 현재 1, 2기 받는데.. 14시간째 받는 중-_-;

하나는 2시간, 하나는 7시간 남음-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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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ge Twenty four - 기검(氣劍), 빛나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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