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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오오오오오-!
둔중하지만 무거운 포효가 여기저기서 울려퍼진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키가 3m에 달하고 허리 사이즈가 대형 TV와 맞먹는 검은색 곰탱이들이었다.
그로나기. 전체적으로 검은색 털을 지녔고 배 부분만 동그랗게 흰색 털이 난 녀석으로, 곰과 닮았지만 그 팔이 땅에 닿을 정도이고 손가락과 송곳니가 칼과 같이 날카롭다면 절대로 곰처럼 귀엽게 봐줄 수는 없다.
키리안들이 이벤트 전까지 사냥을 하기로 한 곳은 바부팅이 운영자 디카릭이 추후 공지를 통해서야 알린 이벤트 장소 '이오렌 수국'과 가까운 곳이자 그들이 사냥을 하기에도 상당히 수월한 '그로나기의 서식처'였다.
그로나기는 그 완력과 체력, 상처 치유 면에서 상당히 탁월한 능력을 지녔는데, 그만큼 느리고 마법 방어가 약했다. 2차 전직을 통해 '에인션트 메이지'가 된 카디안과 정령 마법의 유저인 디엔트의 마법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고, 던전 어드벤처러가 아닌 '트랩퍼(traper)'가 된 아르니아의 트랩 사용 능력 또한 사용하기 수월하며 속도와 한 방에 탁월한 키리안에게도 상당히 쉬운 몬스터였기 때문이다.
그들의 주위엔 꽤 많은 수의 그로나기들이 몰려들었지만 걱정하는 이는 하나도 없었다. 주변의 나무를 뽑아들었지만 거기에 맞아줄만큼 만만한 동료도 없다.
"자, 그럼 시작해보자고."
조용한 카디안의 말이 흘러나옴과 동시에 아르니아가 두 개의 폭탄을 던졌다. 그것은 그로나기가 휘두른 나무 기둥에 의해 너무나 쉽게 터지며 근처의 그로나기에게 날아갔다.
파아악-!
그녀가 던진 것은 유하의 속박과 비슷한 '스파이더 웹 봄버(Spider wep bomber)'였다. 터짐과 동시에 여기저기 거미줄을 뿌려버리는 것으로, 바보같은 몬스터는 물론, 경험이 부족한 유저들에게도 상당히 유용하게 쓸 수 있었다.
그우우우우-!!
거미줄에 뒤덮여 그 행동이 제약받게 된 한 마리의 그로나기가 몸부림을 쳤다. 그와 함께 곧 끊어질 듯한 거미줄. 키리안이 재빨리 몸을 움직였다.
"검기. 점핑."
그는 크림슨 템페스트에 검기를 주입시키며 점핑으로 빠르게 거미줄에 걸린 그로나기에게 날아갔다. 주변의 놈들은 일행이 적당히 맡아줄 터였다.
눈깜짝할 사이에 그로나기를 사정거리에 넣은 키리안은 인정사정없이 검을 휘둘렀다.
"실드 브레이크!"
콰아아앙-!!
방패를 부숴야할 실드 브레이크가 그로나기의 배를 강타했다. 단숨에 내부가 가루가 되어서 쓰러지는 그로나기. 그 와중에도 손을 내지르려 했지만 유하의 속박에 걸려 별다른 저항을 하지 못하고 생을 마감했다.
퍼어어엉-!
아르니아가 또다시 폭탄을 던졌는지 뒤에서 폭발음이 들려왔다. 살펴본 결과, 이번엔 독가루였다. 잠시 휘청거리는 그로나기들. 그 특유의 생명력 때문에 그다지 큰 효과를 볼 수 없다고 하지만, 그 약간의 효과면 충분했다.
"프로즌 파이어(Frozen fire)!"
카디안이 극한의 냉기가 타오르는 불꽃을 쏘아보냈다. 에인션트 메이지. 그것은 상극의 마법조차 조합해서 사용할 수 있는 테크닉 메이지(Technic mage)이기도 했다. 마법의 기술적 사용이 특기인 자. 그렇기에 지금과 같은 마법을 쓸 수 있는 것이다.
청백색으로 빛나는 냉기의 불꽃은 잠시 휘청거렸던 그로나기에게 제대로 명중했다. 그와 함께 그로나기의 몸을 잠식하는 프로즌 파이어. 그것은 그로나기의 몸을 얼리며 타올랐다.
그, 그오오오오!!
당황하며 울부짖는 그로나기. 하지만 일행에게 망설임 따윈 존재하지 않았다. 지체없이 네피엘의 멀티샷에 의한 화살들이 얼어붙은 몸을 지속적으로 강타했다.
쩌저저적-
갈라지는 얼음. 그것은 카리나가 혈뢰의 채찍으로 강하게 쳐내자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터져 버렸다. 그와 함께 떨어져 나가는 살점에 그로나기가 발광한다.
"HP 드레인!"
카리나가 발광하는 그로나기의 체력을 등뒤에서 빨아들였다. 상처를 치유하며 빠져나가는 체력과 카리나가 빨아들이는 체력 둘다 적은 양이 아니었다. 급속히 체력이 떨어져 헉헉거리는 동료를 도와주기 위해 근처에 있던 그로나기가 카리나를 향해 나무 기둥을 휘둘렀다.
퍼어어억-!
아주 속이 다 시원한 격타음. 하지만 그것은 카리나의 몸을 통해 울린 것이 아니었다. 놈이 공격하자마자 몸을 피한 카리나를 대신해 그 나무 기둥을 맞은 것은 심한 체력의 소모와 상처에 의해 헉헉거리던 바로 그 그로나기였다.
동료의 공격에 의해 완전히 K.O. 되어버린 그로나기. 그런 놈의 고통을 줄여주기 위해 네피엘이 미간에 빛의 화살을 날려주었다.
"디엔트, 인첸트 부탁해~"
"오케이. 인첸트 라이트닝(Enchant lightning)."
아르니아가 덫 하나를 꺼내들고 디엔트에게 인첸트를 부탁했다. 디엔트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곤 라이트닝의 마법을 덫에 부여해 주었다. 일시적인 것이지만 어차피 여기에 쓸 것. 영구 부여 마법은 필요없었다.
노란빛 뇌전을 머금은 덫을 아르니아가 그로나기가 움직이는 진로에 던졌다. 곧 한놈이 그것을 밟았다.
빠지지지직-!!
뇌전은 그로나기의 발을 타고 몸 구석구석까지 짜릿한 충격을 선사해 주었다. 그리고 이어진 디엔트의 공격!
"썬더(Thunder)!"
콰아아아아아앙-!!
마른 하늘에서 강력한 날벼락이 떨어져 고통스러워하는 그로나기를 강타했다. 엄청난 뇌전의 충격에 입조차 제대로 떼지 못하는 그로나기에게 데미시온이 검붉은색 검기를 날려 난도질했다. 놈을 돕기 위해 여럿의 그로나기가 달려들었다.
그로나기들을 향해 아르니아가 다시 세 개의 폭탄을 날렸다. 역시 간단하게 놈들의 공격에 터지는 폭탄. 그리고 폭발
콰과과과광-!!
이번 폭탄은 '플레임 체인(Flame chain)'이란 녀석으로, 충격을 받으면 그 중심으로 일정 반경 안에서 연쇄 폭발을 일으키는 녀석이었다. 그 공격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녀석들에게 일행의 공격이 날아들었다.
"아이스 필드(Ice field)."
가장 먼저 카디안의 아이스 필드가 시전되었다. 떨어지는 얼음덩이가 몬스터와 땅에 부딪혀 비산하며 빛을 반사했다.
"라이트닝 필드(Lightning field)."
그리고 이어진 디엔트의 라이트닝 필드. 아이스 필드로 인해 뇌전으로 인한 데미지가 아주 잘 먹혔다. 떨어지는 뇌전에 의해 감전되는 그로나기들.
"기검! 일리오스!"
콰아아앙-!
마무리는 그들의 씰들과 키리안이었다. 키리안의 외침과 함께 뻗어나오는 기검을 타고 검붉은, 하지만 성스러운 화염이 폭발하듯 뿜어져 나오며 2m를 넘어서는 화염 검날을 형성했다.
강하게 내리치는 키리안의 검이 이미 많은 타격을 입었던 그로나기의 어깨를 갈라버렸다. 그와 함께 타오르는 화염. 그것으로 인해 치유력은 무용지물이 되었고, 오히려 치유력에 들어간 체력 덕분에 그로나기는 자멸하고 말았다.
뒤이어 터지는 유하의 파사의 태도. 그것으로 하나의 그로나기가 반으로 갈라졌고, 나머지 그로나기들은 일행의 가벼운 공격에도 픽픽 쓰러져 나갔다.
[띵- 레벨이 102로 상승하였습니다.]
산뜻한 소리와 함께 레벨업을 알리는 메세지가 있었다. 키리안의 레벨업이었다. 그가 삼 일을 보내는 동안 나머지 일행은 이미 레벨이 102를 넘었기에 키리안은 이제서야 카디안과 디엔트의 레벨을 따라잡은 것이다. 아르니아는 레벨이 103에 달했다.
대충 사냥이 끝나자 일행은 쓸만한 아이템과 돈을 챙기곤 잠시 휴식을 취했다. 자리에 앉아 체력을 회복하는 사이 메세지창이 눈앞에 나타났다. 거기에 붙어있는 '공지'란 글자가 일행의 눈을 잡아 끌었다.
[씰 콘테스트 드디어 그 막을 올립니다!
안녕하세요, 운영자 디카릭입니다. 드디어 오늘! 그리고 공지가 날아간 지금! 씰 콘테스트의 그 화려한 막이 올라갑니다! 장소는 저번의 공지에서 알려드렸지요. 바로 디 앱솔브의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하는 이오렌 수국, 그 아름다운 수국의 중심인 이오렌 호수, 그 호수에도 중심인 이오렌 섬! 바로 그곳에서 이벤트가 치러집니다. 이미 모든 것은 준비되었습니다. 남은 것은 오직 하나, 여러분들의 참여뿐입니다. 관심있는 여러분들, 어서 이오렌 섬으로 달려와 주세요!
P.S. 1. 공짜로 이벤트 상품을 받으실 수 있는 분들은 디카릭 기념 물품 판매소에서 NPC에게 말을 걸면 지급해 줄 것입니다.
P.S. 2. 특별히 텔레포트 유저분들에 한해서 20실버를 내시면 어디서든 단숨에 이오렌 섬으로 텔레포트 되게 해두었습니다. 많이 많이 사용해 주세요~]
"주인님, 이벤트 시작이네. 어서 가자!"
씰 콘테스트의 개최. 드디어 그 이벤트가 시작된 것이다. 아리에가 바로 키리안을 일으켜 세우고 디엔트와 카디안에게서 요금(절대 안 잊는다. 게다가 이번은 특히, 절대 잊을 수 없다)을 뜯어낸 뒤 텔레포트를 시전했다.
"텔레포트 그룹, 이오렌 섬!"
파아아앗-!
텔레포트 시전시 발생하는 백색의 강렬한 빛. 그리고 떠오르는 메세지.
[20실버를 내시고 한 번에 이동하시겠습니까?]
당연히 답은 예스. 20실버가 빠져나가며 빛은 단번에 일행을 이오렌 섬으로 날려보내 주었다.
씰 콘테스트(Seal contest)
-_-까딱했으면 글 날릴 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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킁..담주면..그나마 글쓰기도 힘들어지는군요.
빌어먹을-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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