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디앱솔브-103화 (103/140)

3

파아아아앗-!

빛과 함께 키리안들은 단숨에 이오렌 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제주도만한 크기의 이 섬은 본래의 목적이 유저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한 것이었기에 그 자체로도 훌륭한 여행지의 역할을 수행해냈다.

잘 정리된 길과 그 길을 따라 늘어선 가게들, 그리고 놀이공원까지 존재하는 곳인만큼 지루한 사냥에 지친 유저들에게 있어선 자유전투장 이상의 의미가 있는 곳이었다.

씰 콘테스트가 치러질 곳은 바로 이 이오렌 섬 전체다. 베스트 드레서가 치러지는 곳은 때때로 인기 가수들의 공연장으로도 쓰이는, 섬 중심에 지어진 성하(星河) 공연장이고 듀얼 토너먼트가 치러질 곳은 공연장에서 동남쪽으로 조금 가면 도착할 수 있는 PvP 전용 시합장 '붉은 안개'였다.

랜드 레이스의 경우엔 이오렌 섬의 잘 닦인 길을 몇 바퀴 돌아야 했다. 모두 도는 것이 아니라, 운영자가 지정한 길을 따라 도는 것이다. 그리고, 키리안이 관심을 보이는 스카이 레이스의 경우엔 이오렌 섬에서만 치러지는 것이 아니었다. 스카이 레이스의 코스는 바로 이오렌 섬과 그 주변 호수다.

출발은 이오렌 섬이다. 그리고 주변의 몇 개의 섬을 따라 이어진 '일루전 코스(Ilusion course)'를 돌아 출발선에 먼저 들어오면 우승이다.

일루전 코스는 말 그대로 가상의 길인데, 그저 '어디어디를 돌아와라'라고 하면 그 방대한 하늘에서 무슨 꼼수를 쓸지 어떻게 알겠는가? 길이 확실하게 여기다, 라고 정해져 있지 않으니 혼란이 있을 것이고 말이다. 그래서 생긴 것이 일루전 코스였다.

마법으로 만들어진 이 코스는 원통형을 이루고 있는데, 가로 세로 각각 50m 에 달했기에 비행에는 전혀 지장이 없었다. 참가자들은 이 코스를 따라 비행해야 하는 것이다.

일행이 텔레포트 된 장소는 부둣가 중 한곳이었다. 텔레포트 포인트에 이동된 그들은 배에서 내리는 유저들과 이벤트를 위해 안으로 진입하는 유저들 때문에 지옥철을 연상시킬 정도인 공터를 본 뒤 기가 질렸다. 과연 최고의 이벤트 중 하나. 몰려드는 유저의 수가 장난이 아니었다.

"이, 이거 난감한데."

키리안이 콩나물 시루보다 더한 길을 보며 질렸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미 비행 가능한 씰을 소지한 유저들은 일찌감치 하늘로 피신한 상태였다.

"끙! 우리도 날아가자."

카디안은 말을 마친 후 바로 네피엘과 카리나의 도움으로 하늘로 날아올랐다. 레비테이션을 배우지 못했고, 지극히 비효율적인 비행 마법 플라이를 사용할 수는 없었기에 둘의 도움으로 날아가기로 한 것이다.

디엔트 역시 아세리아와 데미시온의 도움으로 날아올랐고 키리안의 경우엔 유하를 잠시 역소환하고 아리에의 도움으로 하늘로 떠올랐다. 아니, 떠오르려고 했다. 마법의 효과로 허공에 떠오르는 그의 발목을 잡아채는 고운 손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아르니아였다.

"…난 어쩌지?"

"……."

그녀의 질문에 키리안은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보통 검사에 비해 월등한 마나를 지닌 키리안이라도 7클래스 상위 마법인 레비테이션을 시전하는 것은 상당히 벅찬 일이었다. 괜히 유하를 역소환한 것이 아니다.

난감해하는 키리안을 대신해 해결책을 내놓은 것은 아리에였다.

"간단하잖아. 카디안 오빠랑 디엔트 중 하나만 씰로 도와주면 되잖아. 물론 아르니아는 씰 전부다 역소환 시키고."

정말 간단했다. 게다가 그녀답지 않게 지극히 정상적인 방법. 카디안과 디엔트는 너무나 평화롭고 정상적인 방법에 건곤일척의 승부로 일을 해결 봤다.

"보!"

"바위!!

승자는 디엔트. 결국 카디안이 카리나에게 부탁해 아르니아를 띄워주었다.

"자, 그럼 일단 디카릭 상점으로 가보자."

키리안은 우선 공지에 있었던 디카릭 상점(본래 이름은 디카릭 기념 물품 판매소. 기니까 잘라먹자)으로 향했다. 언덕 한곳에 커다랗게 세워져 있었고 간판도 무식하게 커다란 걸 달아놔서 굳이 찾을 필요도 없었다.

하늘엔 애드벌룬 하나가 둥둥 떠 있었는데, 그 아래에 '이벤트 기념 초콜렛 세트 드립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무언가 대단한 것을 기대했었는지 주변의 풍경에 비해 그리 많은 유저는 보이지 않았다. 다만……

'…주변에 비해서 적을 뿐이지, 물경 50명은 넘어 보이네.'

NPC가 여덟명이나 상품을 나눠주고 있었지만 NPC 하나에 달린 줄이 최소한 60명의 유저로 만들어져 있었다(머리 수를 세다니, 이 녀석도 특이하다). 그것도 조금씩 늘어가는 추세다.

"에, 별 수 없네. 나는 여기서 찢어질게. 모두 먼저 가아."

적어도 10분 이상 걸릴 것 같았기에 키리안은 여기서 찢어지기로 했다. 각자의 목표가 있었기에 어차피 얼마 안가 흩어졌을 것이다. 디엔트의 경우엔 장사, 카디안의 경우엔 이것저것 구경하다가 다음날 오후 늦게부터 치러질 듀얼 토너먼트에 참가, 아르니아의 경우엔 말그대로 즐기는 것이 목적이었으니 말이다.

"뭐, 그래 알았다. 그럼 나중에 보자고~"

가장 먼저 사라진 것은 카디안이었다. 그는 일단 아르니아를 아래에 내려놓고 훨훨 날아 사라졌다.

"뭐, 나는 근처에 자리펴고 장사나 해야겠다. 그럼 나중에 보자고~"

다음으로 사라진 것이 디엔트였다. 남은 것은 아르니아 뿐. 키리안은 자신도 아래로 내려선 후 아르니아를 봤다.

"너는 어쩔 거야?"

키리안의 질문에 그녀는 잠시 고민하다 말했다.

"뭐, 어차피 나야 별다른 목적은 없으니까 그냥 너랑 같이 이벤트 물품이나 받고 난 뒤에 여기저기 돌아다녀보지 뭐."

"좋아. 그러면 줄 서자고."

그의 말에 따라 아르니아는 키리안과 함께 가장 유저가 적은 줄을 찾아 섰다. 대충 70명이니 약간은 지루하게 기다려야 할 것 같다.

키리안은 줄을 서자마자 에인션트 골드 블레스터를 꺼내들어 던졌다가 받기를 계속했다. 빙글빙글 돌아 키리안의 손에 착 감기듯 떨어지는 것이 생각없이 던졌다 받는 행동으론 보이지 않았다.

"헤에, 저글링(Juggling)이네?"

아르니아는 단숨에 키리안이 하고 있는 행동을 맞추었다. 저글링. 간단한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서커스 등에서 사과 등의 물건 여러개를 두 손으로 던졌다 받는 행동 등을 말한다. 키리안은 한 손으로 하나의 단검을 저글링하고 있는 것이다.

"응. 왼손으로 단검을 사용하려고 하는데 따로 단검을 배울 생각은 없고 그저 보조용으로 쓸 거니까 그 정도에 맞게 저글링을 하고 있는 거지."

저글링은 숏소드 마스터리(Short sword mastery. 단검의 숙련도)를 올릴 수 있는 가장 단순하고도 효과가 좋은 스킬이어서 단검을 사용하는 유저 중에서는 모르는 자가 없는 스킬이다. 키리안이 이것을 익히려 한 것은 아르니아에게 말한 것처럼 보조용으로 에인션트 골드 블레스터를 쓰기 위해서였다.

전직 퀘스트를 하면서 에인션트 골드 블레스터의 효과에 대해 확실히 알게 되었다. 뇌전을 쏘아내는 이것의 파괴력은 그야말로 발군. 순간 타격력으로 따지면 현재 지닌 최강의 스킬인 일리오스를 훨씬 상회한다. 게다가 엄청나게 쾌속하다. 그야말로 최고의 히든 카드인 것이다.

이런 에인션트 골드 블레스터의 단점이자 약점이라면 그것이 단 한 발의 탄환만을 쏠 수 있다는 것과 품속에서 꺼내서 쏴야 한다는 점이다. 키리안은 그 중 하나라도 막고자 왼손으로 에인션트 골드 블레스터를 능숙하게 사용하기로 결심했다.

보통 장검은 공격, 단검은 방어나 보조용으로 쓰기에 유용하다. 장검으로 공격을 하고 왼손의 단검으로 들어오는 공격을 방어하거나 튕겨내는 것이다. 그렇게 쓰다가 위험하면 왼손의 에인션트 골드 블레스터의 방아쇠를 냅다 당겨버리는 것이다.

아리에와 유하를 기다리며 한 것도 바로 저글링이었다. 폐인과도 같이 멍하니 저글링만 했으니 생각해보면 웃음이 나오는 장면이다. 그 폐인질 덕분에 현재 키리안의 숏소드 마스터리는 어느새 4레벨 유저에 다다라 있었다.

천천히 천천히 줄어드는 줄.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기다리던 그의 눈에 파렴치한 유저 몇이 끼어드는 것이 포착되었다.

'아, 싸가지!'

키리안은 울컥하고 성깔이 올라오는 것을 느꼈지만 꾸욱 눌렀다. 괜히 분쟁 일으켜서 좋을 것도 없다. 그 전의 게임처럼 그야말로 무지막지한 놈이라서 내키는대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그 성격상 이런 일은 웬만하면 그냥 넘기곤 했던 것이다.

그렇게 꾹꾹 참는 그의 눈에 다시 또 몇 마리(!)가 끼어드는 것이 보였다. 눈이 사악 뒤집히려는 그와 시선이 마주친 놈 중 하나가 히죽 웃는다. 희번득!

콰아아아아아앙-!!!

난데없이 디카릭 상점 앞에서 터진 대포 터지는 폭음에 주위에 있던 모든 유저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폭음이 터진 곳엔 커다란 구덩이가 푸욱 패여있었고 그 근처에 얼굴이 하얗게 탈색된 유저 하나가 달달달 떨고 있었다. 키리안이 눈이 뒤집혀 저글링하고 있던 에인션트 골드 블레스터를 냅다 잡아채 갈겨 버린 결과였다.

"이, 이게 무슨 짓이냐!!!!!"

달달 떨던 유저는 키리안을 보자 겨우 몸을 진정시키고 버럭버럭 소리를 질러댔다. 녀석의 동료인듯한 유저들도 은근히 키리안을 노려본다. 다시 눈이 뒤집힌 키리안. 탄환을 장전한 뒤 놈들에게 조준하며 외쳤다.

"이런 개나리 십자가들이 새치기 해놓고 어디서 눈을 부라려! 앙?! 이번엔 면상에 갈겨주리?!"

키리안의 현란한 동작과 협박에 놈들이 다시 움찔한다. 그럴 수밖에. 그야말로 대포가 옆에서 터졌으니 겁먹을만도 한 것이다. 레벨도 비슷해 보였기에 키리안은 거리낄 것이 없었다.

"인간들이 말이야, 양심이 있어야지! 어디서 새치기야, 새치기가! 앙?! 면상에 다이아몬드 코팅이라도 했냐? 쓰읍, 초등학교에서 뭐 배웠어? 응?! 도덕도 몰라 도덕도?!"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는 키리안의 말에 유저들의 눈초리가 사나워진다. 특히 새치기 당했던 유저들의 시선이 꽤 살벌하다.

눈총을 견디다 못해 새치기를 했던 유저들이 슬슬 빠져나온다. 몇몇은 그대로 자리를 떠났지만 에인션트 골드 블레스터에 그대로 가루가 될 뻔 했던 유저와 그 동료들, 그 외 몇몇의 유저가 키리안을 째려본다. 그리고……

콰아아아아아아아앙-!!

다시 뇌전을 뿜는 키리안의 에인션트 골드 블레스터. 이번엔 작정하고 쐈기에 몇 명의 유저가 허공을 날았다. 죽이려고 쏜 게 아니었기에 사망하진 않았을 터였다.

"어쭈? 해보자고?"

키리안이 크림슨 템페스트를 뽑아들고 말했다. 그 옆으로 일단은 씰이었기에 가만 있었던 아리에도 녹아버린 레드 슬레이어를 대신해 해룡의 방패에서 검을 뽑아든 뒤 옆에 섰다. 아르니아 역시 품속에서 폭탄 몇 개를 꺼내들었다.

파지직-!

불꽃이 튀는 듯한 신경전. 키리안은 수의 불리함이 있었기에 놈들이 달려들때 그 빈틈을 노려 단숨에 일리오스를 터뜨리려 했고, 새치기한 쪽은 수의 우세가 있긴 했지만 이미 한 번 혼이 났기에 섣불리 달려들지 못했다.

일촉즉발의 상황. 흥미롭게 유저들이 그것을 구경할 때였다. 갑자기 하늘에서 조용히 그들의 중심으로 내려앉는 유저 하나가 있었다.

청푸른 도복이 잠시 흩날리다 제자리를 찾는다. 그의 양쪽에 물빛 머리카락과 눈동자의 여성 씰과 금발금안의 남성 씰이 조용히 내려섰다. 키리안에겐 '어디선가 본 유저' 대부분의 유저들에겐 '하늘 밖의 유저'의 등장이었다.

"천령!!"

호의를 담았지만 그 안에 절대적인 기운을 숨기고 있는 현재 디 앱솔브 최강의 유저 천령의 등장이었다. 그의 등장에 주변의 시선이 집중되고 여기저기서 그에 대한 이야기에 불이 붙었다.

"헤에, 언제 봤나 했더니 그때 암은청한검과 아리에를 바꿨던 분이네요."

간단한 키리안의 인사. 그리고 터져나오는 경악.

"헉?! 암은청한검!!!!"

암은청한검이랜다. 마스터 랭커 아레이나르가 지녔던 디 앱솔브 최강의 검 암은청한검. 그것과 씰을 바꿨다고?

천령은 변함없이 고요한 키리안의 말에 아주 옅게 웃으며 말했다.

"예. 참 묘한 인연이지요. 위시 에이전트인줄도 모르고 당신의 암은청한검과 교환했으니 말입니다. 어찌되었든 제가 뛰어넘길 그렇게 원했던 마스터 랭커의 모든 것이 당신이 지녔었고, 지니고 있으니 말입니다."

"위, 위시 에이전트!!"

놀라움을 가라앉힐 사이도 없이 흘러나온 천령의 폭탄선언에 다시 한 번 숨을 들이키는 유저들. 별달리 특별할 것도 없는(공지 한 번 탄 것 정도는 정말 별 것 아니다) 유저가 마스터 랭커의 모든 것을 지니고 있었다니! 이건 정말 유례가 없는 일이다.

"정말 묘하네요. 근데, 어떻게 당신은 아리에가 위시 에이전트인 걸 몰랐죠? 당신 정도의 고수가 그것을 못알아 볼 거라곤 생각할 수 없는데……."

키리안의 질문에 모두가 천령에게 시선을 돌렸다. 대충 이야기를 들어보니 키리안과 천령이 암은청한검과 위시 에이전트를 바꿨다는 정도는 알 수 있었다. 문제는, 암은청한검이 열 개라도 아리에의 몸값으론 부족한데 천령이 그것을 교환했다는 데에 있다. 그것에 대한 답을 키리안이 묻는 것이다.

그의 질문에 천령이 쓰게 웃었다.

"아아, 고정관념 때문…… 이라고 해야 하나요? 몬스터가 떨어뜨린 상징물이었고, 레어의 감정 스크롤이 먹히지 않아서 유니크라 생각했던 겁니다. 몬스터가 떨어뜨리는 상징물의 최고 등급은 유니크. 그당시 레어 이상의 감정 스크롤이 없었고, 그다지 관심도 가지 않아서 그냥 유니크라 생각하고 인벤토리에 던져 넣었던 건데 그게 공교롭게도 몬스터가 먹었던 위시 에이전트를 뱉어냈던 것이었죠."

묘하다. 정말 묘해도 심하게 묘하다. 세상 일이란 알 수 없는 것이고, 드라마보다 더한 이야기가 TV를 통해서 방송되기도 하지만 이처럼 묘한 일도 드물 것이다. 유저들의 표정이 묘하게 변해간다.

천령이 말을 잇는다.

"씰조차 하나 없었던 최저레벨의 유저와 마스터 랭커의 씰이자 최강의 씰이었던 위시 에이전트의 만남. 정말 묘하지 않습니까? 처음 당신이 공지에 오르고, 그에 관련된 동영상을 봤을 땐 그야말로 정신이 멍해지더군요. 내가 암은청한검과 바꾼 것이 위시 에이전트인 것을 알고 말입니다. 외모는 조금 바뀌었지만 분명한 위시 에이전트. 그저 놀라울 뿐이었죠."

"헤에, 그랬군요."

"지금 제가 굳이 이곳에 내려선 것도 그런 묘한 인연의 당신이 유저 몇과 대치하고 있었기에 약간 관심이 생겨서 입니다. 괜찮다면 무슨 일인지 알려주실 수 있습니까?"

천령의 질문에 키리안은 간략하게 새치기를 하는 파렴치한 놈들에게 훈계를 하다가 시비가 붙었다고 말해주었다. 간략하지만 정확했고, 일체의 가감이 없는 그의 대답에 천령의 눈이 슬며시 '파렴치한 놈들'에게로 향했다.

움찔-!

한눈에 들어오는 반응. 아무리 면상에 다이아몬드 코팅을 했어도 천령에게 어찌할 용기는 없었는지, 그리고 최소한의 머리는 돌아가는지 냅다 줄행랑을 치는 놈들. 하지만 이런 때에 꼭 해야 할 한 마디는 잊지 않았다.

"빌어먹을 녀석, 우린 츠아스 길드 소속이라고! 앞으로 게임하기 힘들 거다!!"

츠아스 길드. 그러고보면 저번의 스틸 사건에서 연루된 놈들도 츠아스 길드원이었다. 이거 어째 츠아스랑은 악연으로밖에 맺어지지 않는다. 언젠가는 꼭 마찰이 일어날 것 같은 느낌. 하지만 키리안은 신경쓰지 않았다. 어차피 게임. 무의미한 것이다.

"헤에, 고마워요. 이걸로 돈낭비는 줄였네요."

키리안은 성질을 이기지 못하고 쓴 두 발의 탄환을 생각하며 쓰린 가슴을 부여잡았다.

"키리안님 역시 씰 콘테스트에 참가하기 위해 오셨겠지요? 어디어디에 참가하시나요?"

"모두요."

간단한 그의 대답에 천령이 반문했다.

"셋 다 말입니까? 그렇군요. 그렇다면, 듀얼 토너먼트에서만은 라이벌로 만나겠군요."

"예?! 듀얼 토너먼트에 참가할 생각이세요?"

정말 고수준의 듀얼 토너먼트는 따로 개최가 되기에 씰 콘테스트 같은 성격의 듀얼 토너먼트엔 고만고만한 수준의 유저가 나오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렇기에 키리안이나 카디안이 부담없이 참여할 수 있는 것이고. 그런데 천령이 이런 경기에 나온다?

"예. 왠지 당신이 나올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말입니다. 꼭 결승에 올라주시기 바랍니다. 왠지, 정말 왠지 당신은 '그'와 닮았습니다. 확인해보고 싶습니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천령은 어기충소로 허공에 뛰어오른 뒤 육지비행술로 저멀리 사라져버렸다.

멍하니 그를 응시하는 유저들. 천령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야말로 폭탄선언을 하고서 사라져버렸다.

그렇게 넋을 놓고 천령이 사라진 자리를 바라보던 그들은 천령과 대화를 했던 유저를 찾았다. 하지만 어느새 그는 사라지고 없었다. 역시 보통이 아니란 말인가?

유저들은 그렇게 키리안 역시 보통은 아니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벤트 기념 초콜렛 세트를 들고 나오며 히죽히죽 웃는 그를 보고선 김이 빠져 한숨을 내쉬어야 했다.

"헤헤헤 시간 벌었다~"

아무래도, 그에 대한 판단은 조금 수정이 필요할 듯 싶다.

크레아의 일기 中 50페이지에서 발췌.

BGM : 엘하자드(ELHAZARD) OP - Ilusion

****

아아, 11월 25일 오늘. 친구와 함께 가서 친 배드민턴만큼 꽤 재미있게 배드민턴을 쳤다.

체육 시간.

알다시피 자유 시간이나 마찬가지지. 그 날도 어김없이 나와 함께 무리를 이루는 친구 셋과 함께 나왔다. 둘은 배드민턴을 치고 하나와 난 할 일 없이 빈둥거렸지.

잠시 한 녀석 대신 치다가 말았는데, 별로 좋게 보지 않았던(헤에, 여러가지 복합적인 게 있어. 나쁜 선생님은 아니야) 선생님이 배드민턴 채 두 개와 공을 들고 나오셔서 치게 해주시더라.

선생님이 하고 우리 둘은 한 번 죽으면 나오기로 하고 시작했지.

한 마디로, 재밌었어.

채도 좋아서 퉁퉁 튕겼고 두 세 번을 못넘기는 재미없는 게 아닌, 여기저기 다니며 퉁~ 넘기는 바로 그 재미! 멋졌다니까 정말.

수십번을 오고가는 공!

"으랴!!"하는 기합 소리와 함께 날아온 선생님의 공을 잡지 못해 패배당했지-_)

운동 후 교실 돌아와서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그렇게 시원하고 기분 좋을 수가 없었어. 운동의 재미를 제대로 느꼈다고 할까? 운동 즐기는 사람의 '행복' 중 일부를 맛본 거 같아.

헤에, 맘 같아선 점심 시간마다 치고 싶지만 2학년 되면 운영위원회에 들어야 하기에[이미 들기로 했고..] 힘들 거 같아. 체육 시간만이라도 채 빌려서 해봐야지. 좋은 채 사서 따로 하기엔, 이제 늦게까지 야자를 해야 하기에 불가능이다. 쩝, 아쉽다 아쉬워..

글도 써야 하고 그 외에 할 것도 있으니까 말이지. 헤에, 별 수 있나. 체육 시간만이라도 해봐야지.

오늘 6, 7교시. 작은음악회를 한다더라. 귀찮은 태권도 안한다고 만세~ 하며 강당으로 향했지. 이번에도 적당히 졸겠지, 라고 생각하며 말이야.

중3까지 더해져 고 1~3이 강당에 모였다. 오늘은 2층으로 가게 돼서 약간 좋아했지. 딱 자기 좋으니까. 하지만… 시간이 지나서 후회했다.

짜증나게도 2층의 자리는 진짜 더럽게 더럽다(-_-) 어찌어찌 깨끗하게 자리 만들어서(주머니에 휴지 몇 장이 구겨진 채로 들어 있었다. 피닦고 한 건데-_-;) 앉은 뒤에, 잠시 자리 옮김이 있고(다행히 옮긴 데도 깨끗했다. 이미 누가 앉았던 자리였고) 공연이 시작됐다.

처음 시작은 옆 여고의 댄스 동아리. 섹쉬춤(-_-a)이 오프닝이었지. 꽤 반응 좋았다. 나도 괜찮게 봤고. 일단, 거기선 제대로 얼굴이 안보이거든.

그 후에 이어진 가창력 좋은 여성분의 노래! 재즈 뭐시기..라는 곡 하나랑, '이렇게 멋진! 파란 하늘 위로 날으는 마법 융단을 타고~' ..가사 맞나 모르겠다. 이 곡, 모두 알겠지? 진짜 멋지게 열창하시더라.

음, 아마 이 후에 성악 전공하신 선배님들의 공연이었을 거야. 이건 그냥 넘기자. 확실히 잘 부르셨지만 그다지 특이할만한 건 없었으니.. 다만, 앵콜송으로 메칸더 브이를 불렀다는 정도?

그리고 이어진 게…… 압권이었다.

그..모델부 대학생 분들이 하신 건데..

남자들에 대해선 반응이 진짜, 진짜! 말 그대로 전무 했지-_-

남자 넷(아무 것도 안입고 양복 웃도리 하나 걸쳤더라-_-)이랑 여자 넷이었지. 이 여성분들 복장이..

..이랬다. 그걸 남자고 여자고 확확 웃도리를 벗을 듯 하니 남자들하면 아예 반응이 전무하다가 여자가 하면

"우오오오오오오~!!!!"

이러니 원-_-;

그 후에 이어진 패션쇼-_)

어째, 남자가 브렉하게 차려입었더라? [치마..였나..벌써 기억이 제대로 안나다니;;] 어쨌든 조금 이상하게 차려입고 가운데 길로 나왔다가 들어가더라. 아 맞다! 강당의 구조는 이래.

그 후 등장하는 여성들-_-; 치마에 어깨 드러나는 옷 입고 나왔다가 들어가는데 길의 가운데

우르르 몰려들어서 폰들고 사진을 찍는 게 아니냐- -;;

..그리고 가장 압권.

..다음에 나오는 여성들. 노란색..프릴 달린..귀여운 원피스를 입고 나와서.. 귀여운 노래와 함께 귀여운 율동(!!)을-_-;;

..모델부인데 그래도 말야. ...미치지. 늑대놈들..

"우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그런 거다. 근데, 여기서 그치는 게 아니었어. 둘씩 나와서 귀여운 율동 하고 들어가는데..하트 날리는 행동도..한 거 같다.

...미치지. 그야말로 강당을 쩌렁쩌렁 울리는, 선생님들 시키면 죽어도 안 할 몰아일체(물아 아니다), 일심동체로 질러재끼는 늑대 울음 소리-_-

..가운데, 아주 폭동이 일어났다. 선생님이 동원 됐지-_-

그 후에 나온 건 드레스 선보이기. 여성 다섯 후 나온 건 남자-_-.. 블엑. ["5:1이다!" 란 소리는 그냥 넘기자.]

근데, 혼자가 아니라 드레스 입은 여성 한 명 나와서, 둘이 같이 가운데로 걸어나오더라. 면사포를 했는데.. 가운데 와서..면사포를 걷는 게 아니냐!!!

'키, 키, 키스????!!!!!!!!!!!!!'

심하게 놀랬다-_- 진짜 할 것만 같았거든. 다행스럽게도 [휴우우우우우우우-_-] 안하더라. 사실, 솔로니 어쩌니 하는 감정은 없었어. 다만, 구경 못해서 아쉬워지는 게 싫었을 뿐. 내가 2층이어서 후회한다고 했던 건 이 이유였어. 밑에 있었으면 나도 공연 자세히 보는 건데 말이지..- ㅜ 씁, 재밌는 거 할때만 왜 2층이냐구..ㅡㅜ

그 후에 이어진 게..또 엄청났지. 뭘 거 같아?

바로,

29만원 짜리 MP3 플레이어 수여 학생 추첨!!!

..이었던 거야. 중 3 하나, 고1 하나, 고2 둘, 고3 일곱이었지.

젠장..뽑히지 못했다...-┏ 흙..ㅠㅠ) 슬프다 슬퍼..ㅠㅠ 끙..안 그래도 갖고 싶었던 MP3였는데.. 흙..ㅠㅠ)..

슬펐지.

뭐..어쨌든 그 후에 재학 중인 중창단 동아리랑 성악 전공의 졸업한 선배님들의 공연이 있은 후 제 1회 작은음악회는 끝났어. 뭐, 앞으로도 몇 번 기회가 있다지만.. MP3는..무리이려나? 우웅, 당첨되고 싶다.

뭐, 그런 거야.

오늘은 꽤 일이 많았다. 그럼 일기 끝!

씰 콘테스트(Seal contest)(2)

글을 날린 고로..

어제 연재 못했답니다..-┏

거의 다 쓴 거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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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ge Twenty seven - 씰 콘테스트(Seal contest)(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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