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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리안은 유저들의 시선이 모조리 천령에게 팔린 사이 아르니아를 이끌고 잽싸게 NPC에게 공짜로 이벤트 기념 초콜렛 세트를 얻었다. 그리고 한 번 히죽 웃은 후 잽싸게 달렸다.
천령이 아주 멋지게 모든 것을 까발린 관계로 이제 '키리안'이란 캐릭터는 제대로 급부상하게 될 것이다. 소설보다 더한 우연과 인연. 마스터 랭커의 모든 것이라 할 수 있는 것을 지녔었고 지니고 있는 너무나 평범한 유저. 충분한 이슈거리인 것이다.
후다닥 자리를 떠 잘닦인 대로를 걸으며 아르니아가 말했다.
"흐응, 이번은 그때의 드래곤을 잡은 것 정도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일이 커졌네. 앞으론 사람들이 졸졸 따라다니겠어?"
그녀의 말에 키리안은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다.
"아냐아냐. 이건 게임이라고. 소설이 아냐. 그럴 확률은 없을 거야."
"헤에, 아닐 걸? 나만 해도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얼굴 한 번 보기 위해서 열심히 다닐 텐데?"
"그건 너에게만 해당하는 경우지."
간단히 말하는 키리안. 하지만 아르니아가 전혀 납득하지 못하는 표정을 짓자 한숨을 내쉬곤 자세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아르니아, 이건 온라인 게임이야. 분명히 '지존'이란 유저는 엄청난 관심을 받게 되고 엄청나게 유명하지. 하지만 일반 유저 중에서 과연 마스터 랭커를 척보고 알아볼 수 있는 유저는 몇이나 될까? 톡 까놓고, '나 천령이오!'라고 해도 초보의 복장으로 다닌다면 믿어줄 사람 없어. 디 앱솔브에서 지존이 누구입니까, 라고 물어보면 천령, 천령 떠들어 대는 유저는 많아도 정말 얼굴 아는 유저는 생각보다 많지 않아."
"하지만 아까는 아니었잖아. 모두가 천령인 걸 알아보던데?"
그녀 나름대로는 정곡을 제대로 찔렀다고 생각했지만 키리안은 가볍게 그 논리를 분쇄해 주었다.
"수많은 유저들이 있었고 고수들도 많았어. 그것도 상당히 말이야. 더욱, 그렇게 화려하게 나타나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뿌렸지. 고수들이 단숨에 알아보고 '천령!'이라고 소리쳤고 일반 유저들도 어째 들어본 것 같다? 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인 거야."
키리안은 아르니아가 무언가 미지근하단 표정을 짓는 것을 확인하곤 말을 이었다.
"사실, 마스터 랭커나 천령의 경우엔 스크린 샷이나 그 특징 등이 워낙 많아서 이 정도인 거야. 하지만 나는? 기껏해야 허접한 포스 드래곤 하나 잡은 동영상이 전부지. 그 외엔 특징이라 할 만한 것이 없어. 있다면 아리에 정도겠지. 하지만 간단히 염색을 하고 복장을 바꿔주기만 해도 알아보는 유저는 전무하다시피 할 거야. 말로는 '아 그 사람!'하고 소리쳐도 실물은 모르는 유저가 대다수지. 염색하고 복장만 좀 바꿔주면 정말 이런 일에 깊이 관심을 가지는 유저를 제외하곤 못 알아 볼 거야. 귀찮은 일은 없을 거야. 가장 큰 건, 모니터를 보고 하는 게임도 아니고 아이디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지."
그의 긴 설명에야 아르니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럭저럭 머리 회전이 좋은 그녀였기에 충분히 납득했던 것이다. 확실히, 자신도 멋도 모르고 게임을 할 땐 유명한 유저들이 누구인지, 특징이 어떤지는 꿰고 있었지만 명확한 모습을 알지는 못했다. 약간만 변장하면 자신의 곁을 지나쳐도 모를 정도로 말이다.
"사실 게임 속은 중세나 마찬가지야. 설령 내가 게임 방송을 탄다고 해도 약간만 변장하고 평이하게 지내면 금방 시들해질 정도지. 기현상이 일어나서 관심이 폭증하면 위험하겠지만 말야. 걱정 없어. 유명해지면 나만 좋은 거지 뭐."
그렇게 말하며 키리안은 웃었다.
모니터를 보고 게임을 하던 시절엔 캐릭터의 아이디가 바로 보였기에 유명한 캐릭터를 순식간에 알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가상현실게임에선 아니었다. 아이디가 말하기 전엔 공개되지 않게 되었기에 유명인을 알아보는 것이 힘들어진 것이다. 하나의 맹점이랄까?
"그럼 이런 이야기는 잠시 접고, 말이 나오기 갑자기 염색이 해보고 싶어졌어. 이번 이벤트가 끝나면 해봐야지. 아리에, 너도 어때?"
이번 이벤트가 끝나고 하려 함은, 알려질대로 알려진 후에 염색을 해야 변장의 효과를 볼 수 있다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리에도 시키려 하는 것은 그녀의 청은발이 너무나 눈에 띄기 때문이다. 이토록 아름다운 청은발은 흔치 않으니까.
아리에는 잠시 자신의 길고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만지작 거리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이거 꽤 비싼 건데…… 뭐, 별 수 없지."
다이아몬드 가루와 사파이어 가루를 섞어 만든 특수 염색약이었기에 잠시 아쉬워한 아리에였지만 어차피 기본이 워낙 좋기에 괜찮겠지, 라고 생각한 그녀였다(!).
"그럼 일단 상점으로 출발~"
키리안은 염색약을 팔 잡화상점을 찾으며 대로를 걸었다. 그리고 오래 지나지 않아 염색만을 전문으로 하는 상점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역시 관광의 섬 답다.
"어서오세요, 어떤 색을 원하시나요?"
일행을 맞아준 것은 상점의 특성에 맞게 화려하지만 천박하지 않은 미(美)를 뽐내는 다색(多色)의 머리카락과 옷을 차려입은 유저였다. 그녀가 상점의 주인인 듯 했다.
그녀의 조언을 들으며 키리안이 고른 것은 샤인 레드(Shine Red)였다. 아리에의 것도 같은 것으로 했다. 꽤 비싼 값임에도 불구하고 키리안이 그것을 택한 것은 샤인 레드가 지닌 특수 효과 때문이었다.
보통 때는 고급의 진한 붉은빛을 내게 하지만 스킬 등을 사용할 땐 본래의 머리카락색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변장을 하고 있다가 위기에 이르러 그 본모습을 드러내는 것! 그야말로 로망이 아닌가! 그 상상 하나로 키리안은 히죽 웃으며 거금을 치를 수 있었던 것이다.
아르니아는 마음에 드는 것이 없었는지 그저 구경을 하는 것으로 끝냈다.
"안녕히 가세요~"
주인의 환송을 받으며 키리안들은 상점을 나왔다. 이제 대충 본래의 일을 봐야 할 것 같다.
"아르니아, 난 이제 참가 신청하러 가볼게. 잘 놀아~"
"응. 나중에 봐."
아르니아의 목적은 말 그대로 이벤트 그 자체보단 그로 인해 파생되는 이벤트를 즐기기로 했기에 여기저기 돌아다닐 생각이었다. 그와 반대로 키리안은 본래의 이벤트에 참가하기 위해 온 것. 이제 각자의 일을 찾아 찢어지기로 한 것이다.
아르니아가 떠난 뒤 키리안은 두 명의 파트너와 함께 대로를 똑바로 걸었다. 키리안이 가려는 곳은 성하 공연장이다.
이오렌 섬은 도로 정비가 그야말로 환상인 곳이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올림픽 경기장을 연상시키는 거대하고도 화려한 성하 공연장을 중심으로 거미줄처럼 뻗어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그 사이사이에 건물이 배치되어 있어 길을 잃을 염려도 없고 빙빙 길을 돌아야 하는 경우도 없었다.
대로의 경우엔 모두가 성하 공연장에서 뻗어나와 있었기에 키리안은 그냥 일직선으로 걸으면 되었던 것이다. 길치인 그에겐 환상의 조건이다.
오래 지나지 않아 키리안은 성하 공연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벤트 참가 접수 창구에 유저들이 줄을 서 있었다. 하나의 창구에서 모든 참가 신청을 할 수 있었고 여기저기에 산재(散在)해 있었던 까닭에 그렇게 오래 기다리진 않아도 되었다.
키리안은 줄이 가장 짧은 곳을 찾아 그 뒤에 섰다. 기다리며 저글링을 했고, 그 덕에 큰 지루함을 느끼지 않고 접수 창구 앞에 설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어떤 이벤트에 참가하려 하시나요?"
활달하고 생기가 느껴지는 목소리. 키리안은 단숨에 접수 창구를 맡고 있는 것이 NPC가 아닌 사람임을 알 수 있었다. 굳이 NPC의 표식을 찾을 필요도 없었다. 엄밀히 말하면 컴퓨터인 NPC와 사람은 그 근본부터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단 한 마디의 말로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세 개 다요."
간단한 키리안의 말에 그녀는 알겠다고 말하곤 일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간단한 서류를 작성하는 것으로 베스트 드레서와 듀얼 토너먼트의 참가 신청을 끝낼 수 있었다. 하지만 정작 그가 관심을 가졌던 스카이 레이스에서 일이 막혔다.
"음, 키리안님은 창공 계열의 씰을 가지고 계시지 않네요. 공지를 보셨다면 알고 계시겠지만 스카이 레이스에 참가하기 위해선 타고 하늘을 비행할 수 있는 씰이 있어야 합니다."
"아, 맞다!"
키리안은 아차 했다. 사냥을 하느라 미뤘던 일이 이벤트가 시작되는 날까지 미뤄졌던 것이다. 이벤트가 시작되어선 완전히 까먹고 있었다.
"일단 두 개의 이벤트 참가 접수는 분명히 했습니다. 스카이 레이스에 참가하고 싶으시다면 창공 계열 씰을 대동하고 와 주세요. 그럼 즐거운 시간 되시길."
그녀의 말에 키리안은 '예에, 수고하세요'라는 약간은 기운 빠진 말을 남기고 접수 창구를 벗어났다.
"자자, 주인님. 빨리 디자인 룸으로 가보자."
아리에는 접수가 되었음을 확인하자마자 키리안을 디자인 룸으로 끌고 갔다.
베스트 드레서의 규칙은 간단했다. 디자인 룸에서 마음껏 옷과 악세사리를 골라 모델을 꾸민다. 그렇게 꾸며진 모델 중에 최고를 뽑아 '베스트 드레서'라는 칭호를 주는 것이다.
모델을 꾸밀 '재료'는 모두 디자인 룸에서 골라야 했는데, 디자인 룸에 있는 재료는 그 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였기에 부족함은 없을 것이라고 유저들에게 무상으로 지급된 '씰 콘테스트의 모든 것!'이란 안내 책자에 나와 있었다.
디자인실은 성하 공연장의 옆에 세워져 있었는데, 내부는 그야말로 거대한 강당과도 같았다. 거기에 옷과 악세사리들이 정말 '널려' 있었다. 마치 드래곤 레어에 쌓인 보물처럼 말이다. 수를 헤아리기 힘들다는 말은 과장이 아니었다.
"헤에, 대단하네."
아리에는 재료를 보자마자 그곳으로 가 재료를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심취한 그녀에게 이미 키리안은 관심 밖이었다.
'끙. 그래도 여자란 건가.'
소외 당한 키리안은 유하와 함께 벽에 마련된 벤치에 앉은 뒤 스카이 레이스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창공 계열의 씰이 없으면 스카이 레이스에 참가할 수 없다. 그것도 그냥 작은 새 따위가 아니라 타고 날 수 있는, 체력 좋고 속도 좋은 씰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게 쉽게 구해지는 것이 아니다.
말이 허리케인 재규어고 나이트 호크지, 엄청난 고가에 거래되는 녀석들이었다. 적어도 키리안 정도의 유저들의 기준엔 그런 씰들이었다. 교통 수단으로도, 전투에도 유용한 그런 씰들은 쉽게 구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끙. 미리 준비하지 않은 내 탓이지.'
시간이 촉박하다. 사흘 후에 치러질 이벤트라지만 마땅히 정해둔 씰도 없고 베스트 드레서, 듀얼 토너먼트의 준비만 해도 바쁜 것이다.
'별 수 없나…….'
아쉬움을 접고 포기하려 한 키리안. 하지만 번쩍하고 스치는 생각에 급히 안내 책자를 꺼내 스카이 레이스 편을 뒤지기 시작했다.
'역시!!'
키리안은 찾던 것이 나오자 쾌재를 부르며 꼼꼼히 페이지를 읽어나갔다.
스카이 레이스 - 서킷편
▷피닉스의 섬
피닉스의 섬은 유저가 돌아야하는 코스 중 가장 난이도가 높은 곳이다. 이오렌 섬 다음으로 가장 커다란 섬이며, 가운데엔 휴화산이 우뚝 솟아 있다. 피닉스가 살고 있는 곳이기에 많은 유저가 찾는 사냥터이기도 하다.
이동 경로는, 피닉스의 섬을 반쯤 돈 뒤에 피닉스의 산을 정면 돌파하는 것이다. 그 후엔 이오렌 섬의 결승 지점까지 직선 코스다. 마지막 역전이 가능한, 그야말로 요지인 곳이다.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여기에 등장할 비행 몬스터들이다. 스카이 레이스에선 알다시피 공격에 관한 유저의 일체의 행동이 불가능해 진다. 그것은 몬스터들에게도 통용 된다. 일루전 코스는 유저들은 막지만 몬스터는 막지 않는다. 고로, 피닉스의 섬에 서식하는 비행 몬스터들을 그대로 통과시킨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피닉스 섬의 몬스터들은 빠르고 날카롭다. 체력과 방어력이 약하다는 약점은 레이스를 치를 유저들에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와 반대로 강점은 유저들에게 최악인 요소들이다. 방법은 하나 뿐이다.
잘 피해라.
마지막 문장은 무시했다. 키리안이 떠올린 것은 '피닉스가 살고 있는 곳'이란 문구였다.
피닉스. 만약 씰이 된다면 잡는 유저의 등급과 같은 등급으로 레벨이 조정되는 특징을 지닌 녀석이었다. 보통 때는 화려한 붉은색을 뿌리는 고고한 새이지만 전투 때엔 그야말로 피닉스란 이름에 걸맞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더욱, 그 불꽃이 유저에겐 전혀 피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점이 멋지다.
피닉스는 나이트 호크 이상의 가치를 지니는 최고의 창공 계열 씰 중 하나였다. 그만큼 잡기가 힘들다. 몬스터로 있을 때의 레벨은 200. 유니크의 극에 달한 레벨. 그만큼 상징물을 얻는 건 하늘의 별따기였다.
일반적으로 씰로 얻고자하는 몬스터의 상징물을 얻는 방법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그냥 열심히 때려잡은 뒤에 상징물을 떨어뜨리길 비는 방법이다. 이건 간단하고 화끈해서 좋지만 상위의 몬스터일수록 그 확률이 남자가 애낳을 확률에 가까워진다.
두번째 방법은 열심히 팬 뒤에 기진맥진하면 테이밍하는 방법이다. 그 몬스터의 특성에 맞는 테이밍 도구를 가지고 간 뒤에 열심히 꼬시는 것이다. 뭐, 죽자사자 치고 박은 뒤에 꼬시는 것이 좀 안맞긴 하지만 어쩌겠는가. 팔팔한 상태에서 꼬시는 건 불가능하니 일단 열심히 패는 수밖에.
그렇게 꼬시는 것에 성공하면 테이밍 도구에 스스로 깃드는데, 그 후에 테이밍 도구는 테이밍 된 몬스터, 아니 이젠 씰이 된 녀석을 상징하는 모습으로 변한다.
'어차피 다른 걸 찾기엔 늦었고, 시간도 촉박하니까 이걸로 낙찰이다!'
피닉스가 마음에 들어버린 이상 다른 건 봐도 눈에 차지 않는다. 키리안은 일단 찍은 것은 미련할 정도로 집착한다. 그 외의 것은 후에 땅을 치면 쳤지 빠진 이상은 눈길이 가지 않는다.
"좋아, 이걸로 낙찰! 아리에~"
피닉스는 아리에와 유하로 어찌어찌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키리안은 정다운 목소리로 아리에를 불렀다. 평소와 같으면 칼부림이 일어났을 텐데, 그녀의 시선은 재료에서 떠날 줄을 몰랐다. 돌아온 건 대답 뿐이었다.
"음, 주인님. 지금은 못 놀아 줘. 심심하면 바깥이라도 둘러 보도록 해. 주인님의 의상까지 내가 모두 준비할 테니까."
유심히 보고 있으니, 그녀에겐 무언가 방해할 수 없는 그런 기운이 풍기고 있었다. 평소의 모습과는 다른 그녀의 행동에 키리안은 함께 피닉스를 잡으러 가자는 말을 할 수 없었다.
'쳇. 갑자기 저런 모습이라니. 저러면 함께 가자고 못하잖아.'
별 수 없었다. 이렇게 되면 다른 동료들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알았어. 그럼 잠시 다녀올게."
키리안은 밖에 나온 뒤 우선 스킬북을 파는 상점에 들렸다. 조류를 잡으러 가야 했기에 뇌속성의 주술을 유하에게 익히게 하기 위해서였다.
"어서옵쇼~ 무엇을 드릴까요?"
"음, 얘가 배울 수 있는 뇌속성 주술 몇 개 좀 주세요. 아, 그리고 저주나 혼란, 마비, 독 같은 상태 이상 주술도 얘가 배울 수 있는 걸로 몇 개 주세요."
"예,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주인은 주문을 받자 뒤에 수북히 쌓인 스킬북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1분 후. 카운터 뒤에 세 개의 스킬북이 올려졌다.
각각 '뇌전(雷電)', '파뢰(波雷)', '기화(寄火)'란 이름이 붙은 스킬이었다.
뇌전은 말 그대로 번개를 쏘아내는 기초 주술이었고, 파뢰는 이름 그대로 물결처럼 뇌전이 퍼져나가는 범위계 주술이었다. 기화는 주술에 걸린 대상에게 꺼지지 않는 불길이 붙어 지속적으로 피해를 주는 것이었다.
"흐음, 독이나 저주 같은 상태 이상 주술은 없나요?"
키리안의 질문에 주인은 고개를 저었다.
"안되요. 저 무녀 아가씨의 속성은 화(火)와 성(聖)에 워낙 치우쳐져 있어서 그 반대인 사(邪)나 악(惡) 계열의 주술은 무리에요. 후에 무녀 아가씨가 엄청나게 발전한다 해도 높은 수준의 저주 주문 등은 바라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주인의 설명에 키리안은 결국 마비 등의 주술은 포기했다. 테이밍을 하러 가는 만큼 마비나 혼란 등을 배워가려 했는데 현재의 유하는 배울 수 없는 주문이었다.
유하가 주인의 말을 듣고 죄송한 표정을 짓자 키리안은 괜찮다며 유하의 등을 토닥여 주었다. 그런 그의 모습에 살짝 미소짓는 유하였다.
"음, 역시 동료들이랑 같이 가야겠어."
키리안은 우선 스킬북을 사서 유하에게 익히게 한 뒤 테이밍 물품을 파는 상점을 향해 가며 동료들에게 연락해 보았다.
{형. 나 피닉스 잡으러 갈건데, 도와줄 수 있어?}
{피닉스? 뭐 나야 듀얼 토너먼트에만 참가할 거니 사냥이라면 얼마든지 도와주도록 하지!}
별달리 하고 있던 일이 없던 카디안은 간단히 승낙해 주었다.
{디엔트. 나 피닉스 잡으러 갈건데 같이 갈래?}
{아, 미안해. 나 지금 한창 사업 중이라 갈수가 없어. 미안!}
디엔트는 장사를 하다말고 옆에서 벌어진 미니 레이스에 루아를 내보내고 한창 도박에 열을 내던 차였기에 불참했다.
{아르니아, 나 피닉스 잡으러 갈건데 같이 가지 않을래?}
{피닉스? 좋아!}
혼자여서 그런지 딱히 즐거움을 느끼지 못했던 아르니아는 흔쾌히 피닉스 사냥에 동참해 주었다. 이걸로 셋. 레벨이 너무나도 딸리긴 하지만 적색 하브라스의 경우도 있고, 조류의 특성상 방어력과 체력이 약하고 뇌전에 약했기에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키리안은 조류인 녀석이 좋아할 '청풍의 깃털'과 '화염석' 등을 산 뒤에 동료들과 함께 항구에서 만나 피닉스 섬으로 가는 배를 탔다.
'좋아! 피닉스야 기다려라, 이 키리안님이 귀여워해 주마!'
그렇게, 스카이 레이스에 참가하기 위한 키리안의 세번째 파트너를 얻기 위한 사냥이 시작되었다.
씰 콘테스트(Seal contest)(2)
큭-_-
어제 쓰던 거, 그냥 날려버렸습니다. 쓰던 익스플로러 꺼버렸죠.
젠장-_) 글이 안 풀립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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