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쏴아아아-
푸른빛의, '쾌속거북선'이라 이름붙은 거북이 배가 시원하게 호수를 가르며 앞으로 나간다. 사람이 달리는 속도가 한계인 배. 대충 피닉스의 섬까지 30분이 걸린다고 했다.
일행은 푹 패인 거북이 등껍질 안에 옹기종기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일단 온 것까진 좋은데 말야, 키리안, 너 피닉스는 어떻게 잡을 생각이야?"
피닉스란 녀석은 쉽게 잡히는 것이 아니었다. 피닉스의 산 분화구 근처에 사는 녀석으로, 피닉스의 산이 워낙 크고 넓어 분화구 근처로 영역이 축소되었다 해도 쉬운 게 아니었다.
피닉스의 산은 하나를 칭하는 것이 아니었다. 안내 책자의 문구 때문에 하나로 착각하기 쉬운데, 본래는 가장 커다란 주봉(主峰)을 중심으로 몇 개가 이어져 형태였다(산맥이라 하는 게 낫겠다). 때론 넓고, 때론 좁은, 멋진 드리프트 코스를 연상시키는 계곡도 많았는데 그 지형 덕분에 스카이 레이스 코스로 채택된 것이다(말 나온 김에 추가하는데, 일루전 코스의 크기는 일정치 않다).
계곡도 많고 산도 많은 이곳은 오르는 것도 힘들지만 현재 일행에게 가장 큰 문제는, 피닉스가 도망치면 잡을 방법이 없다는 데 있었다.
고속의 이동 능력을 자랑하는 나이트 호크와 버금가는, 아니 그 이상일수도 있는 것이 피닉스였다. 일단 움직이기만 하면 일행으로선 따라잡을 수가 없는 것이다. 비행 능력을 가진 씰은 둘, 하지만 그 속도는 피닉스에 비하면 사람과 매의 수준이다.
"헤에 괜찮아 괜찮아. 움직이게 하면 안되면 못 움직이게 하면 되는 거야. 트랩퍼인 아르니아도 있으니 괜찮겠지. 무엇보다, 기습으로 움직일 거니까 날 시간은 본래부터 줄 생각이 없었어. 일단 피닉스가 아무리 강하다 해도 조류인 이상 날지 못하면 헛거야. 특수기만 봉인하면 문제없어. 디 앱솔브에서는 레벨이 아무리 높아도 무방비로 맞으면 막대한 타격을 입으니까 말이지."
키리안의 계산은 간단했다. 아르니아의 상태 이상이 가능한 것은 일단 모두 던져 버리고 일행은 합체기로 대번에 찍어누른다는 것이다. 일단 성공만 하면 피닉스를 잡는 것은 엄청나게 간단해 진다. 특수기란 것도 체력이 있어야 쓰는 것이니 말이다.
간단하지만 확실히 시도해볼만한 전법이었다. 레벨 차이가 커도 합체기란 무지막지한 공격을 그냥 맞는다면 천령이라 해도 무사할 수는 없다. 디 앱솔브에서 아무리 강해도 '인간의 육체'란 설정을 뛰어넘을 수는 없으니 말이다. 그것은 몬스터도 비슷하다.
"괜찮네. 그럼 일단 피닉스를 찾아야겠군. 아르니아, 혹시 피닉스가 사는 곳 몰라?"
이것저것 지식이 많은 그녀라면 무언가 알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카디안이 아르니아를 보며 물었다. 하지만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서식처가 일정하다면 헤맬 필요도 없을 거 아냐. 서식처는 몇 시간을 주기로 변해. 안 그래도 몇 마리 없는 녀석이 이곳저곳으로 이동하니 더욱 찾기가 힘든 거지. 출현 빈도가 높은 곳에 죽치고 있는 것도 미련한 짓이고. 결국은 발품을 팔 수밖에."
"끙. 그렇다면 오늘은 피닉스 산 정복 여행이 되겠군."
골치 아프다.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다. 일단 정한 목표니까 되든 안되든 해보는 수밖에.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배는 어느새 피닉스의 섬의 부두에 닿았다. 전체적으로 평지인 섬 중심에 솟아 있는 거대한 피닉스의 섬. 왠지 텐트(?)가 연상된다.
"헤에, 그럼 가보자."
키리안은 떠올랐던 잡생각을 떨쳐 버리곤 일행과 함께 산으로 향했다. 마을 버스를 타고 간 덕분에 오래 걸리진 않았다.
"근데, 이놈의 산은 어째 자연법칙을 무시한다?"
가까이서 산을 본 카디안의 평이었다. 다른 일행도 고개를 끄덕였다. 피닉스의 산, 모조리 활엽수로 치장되어 있다. 일단 보이는 곳은 전부. 과연 게임 다운 풍경이라고 해줘야 할까…… 현실에선 볼 수 없는 모습을 보여주니 말이다.
"자자, 잡다한 건 무시하고 올라갑시다아. 우리에겐 시간이 넉넉치 않다고."
키리안은 이곳저곳 둘러보는 카디안과 아르니아의 등을 떠밀었다. 이 큰 산을 오르는 것도 문제지만 뒤지는 것은 더욱 큰 문제다. 현실이 아닌 게임 속의 강력한 캐릭터였기에 오르는 시간은 단축된다 해도 뒤지는 것은 만만치 않으니 낭비할 시간은 없었다.
무림고수를 떠올리는 듯한 몸놀림으로 일행은 산을 오를 수 있었다. 진짜 고수들에 비하면 별 것 아니겠지만 일단 산을 빠르게 탈 수 있다는 것만 해도 큰 것이었다.
"헥헥, 조, 조금만 쉬었다 갑시다아아아아아아아."
가장 먼저 지친 것은 마법사인 카디안도, 트랩퍼인 아르니아도 아닌, 바로 체력이 가장 널널해야 할 키리안이었다.
"흐응, 그렇게 기운이 넘치더니."
"깃털 같은 유하를 감당해내지 못하는 것이냐 키리안."
"둥둥 떠다니는 님은 조용하셈!"
키리안은 카리나와 네피엘 덕분에 자신은 전혀 힘들이지 않고(마나는 소모되지만 그것이 소량이라면 크게 체력에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 올라온 얄미운 카디안에게 버럭 소리쳤다.
"헹, 부럽냐?"
"캬악, 피닉스 구하면 두고보자고!! 안 태워줄 거야!"
다시 버럭 소리친 그는 근처의 평평한 바위에 유하를 앉히곤 자신은 쭉 드러누워 버렸다.
대충 중턱까진 올라온 것 같다. 주변은 여전히 활엽수로 뒤덮힌 정글을 연상시켜, 산이란 느낌을 받기엔 어려웠다. 오히려 근처에 있는 폭포가 어색할 지경이다.
유하가 확실히 가볍긴 했지만 중턱까지 논스톱으로 업고 오는 건 꽤 힘들었다. 몸에 닿는 유하의 감촉이 기분은 좋았지만 육체의 노동과는 별개였다. 결국 가장 먼저 뻗어버리고 만 것이다.
키리안은 자신을 조용히 응시하는 유하를 보며 씨익 웃으며 '괜찮아 괜찮아'라고 말하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유하가 다시 한 번 조용히 웃어준다.
잠시 쉰 뒤 일행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폭포를 거슬러 오르는 지름길을 택했는데, 얄미운 카디안은 둥둥 떠서 지나갔고 아르니아는 발키리를 역소환하고 플라이 스크롤로 그 뒤를 따랐다. 남은 것은 키리안 뿐. 유하를 다시 업은 그는 점핑을 이용하기로 했다.
"점핑!"
여기저기 튀어나온 돌이 많았기에 점핑을 사용하는 데 큰 무리는 없었다. 폭포를 거슬러 오른 결과 빙빙 돌지 않고 순식간에 많은 거리를 오를 수 있었다. 역시 산은 암벽타기가 제일 빠르다(뭔가 어긋났다).
"자, 이제 몬스터가 등장할 구간이야. 그럼 시작해 보자고."
"응."
산의 상층. 여기서부터 몬스터들이 등장한다. 창공에서 언제 날카로운 부리가 들이닥칠지 모르고 나무에서 뱀이 떨어질지 모른다. 그리고, 지금부터 분화구 근처를 돌아다니며 피닉스를 찾아야 한다.
일행은 최상승부인 분화구 근처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생각보다 주변의 몬스터는 적었다. 레벨은 일행보다 상당히 높았지만 돌진해오는, 혹은 공중에서 떨어지는 공격할 곳 투성이의 놈들에게 당할 만큼 호락호락한 실력은 아니었다.
슬슬 지겨움에 질려갈 지경이 되어서야 일행은 분화구의 근처에 도달할 수 있었다. 제주도의 산굼부리를 연상시키는 곳이었다. 화산 활동 없이 오랜 시간이 지나 활엽수에 뒤덮여 버린 거대한 구덩이. 하지만 유독 활엽수들이 접근치 못하는 곳이 있었다. 가운데의 커다란 둥지를 중심으로 한 일정 영역!
{러, 럭키!!}
차마 소리는 못지르고 귓속말로 그 기쁨을 표현하는 키리안이었다. 카디안과 아르니아는 왠지 허탈한 모습이었다. 이거, 각오하고 있던 것에 비해 너무 쉬운 발견이다.
가까이 가서 살펴보니 일단 둥지엔 아무 것도 없었다. 거대한 바위들로(높이가 5m는 되어 보인다) 둘러싸인 중심의 평지에 둥지가 있었는데, 이거 진짜 최고의 지형이다. 하지만, 하나 문제가 있었다.
"끙. 너무 가까워. 진짜 너무 가깝잖아아아아아!"
기습을 하려면 일단 거리를 확보해야 하는데, 이 바위 뒤에 숨으면 눈은 가릴 수 있다. 하지만 피닉스의 감각까진 속이지 못한다. 기습을 하는 데엔 최고의 지형이었지만, 그것도 기습을 하는데 가장 중요한, 눈치 채지 못한 적에게 갑자기 공격을 가하는 기본이 전제되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일행이 고민에 빠져 있을 때였다. 키리안이 갑자기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그렇지, 디엔트!!"
"응? 디엔트?"
뜬금없이 디엔트를 찾는 그를 보며 아르니아가 반문했다. 갑자기 디엔트는 왜 찾는단 말인가?
일행이 이해를 못하는 듯 하자 키리안이 씨익 웃으며 간단히 한 마디를 내뱉었다.
"고대 은신(古代 隱身)의 주문."
"응? 고대 은신의 주문? …! 그렇지! 바로 그거 구나!"
잠시 고개를 갸웃하던 카디안이 곧 키리안이 한 생각을 이해하곤 고개를 끄덕였다. 아르니아 역시 마찬가지였다. 잊을 수가 없는 기술이 아닌가! 이벤트로 인해 고대 유적을 헤맬 때 고대 은신의 스킬 덕분에 살 수 있었던 일행이었다. 그 스킬을 익힌 것은 바로 디엔트. 디엔트만 있다면 피닉스의 감각도 속일 수 있다.
"어떤 몬스터라도 5분간 들키지 않을 수 있는 은신 주문. 이거면 충분하지!"
피닉스가 날아오는 낌새만 보이면 바로 주문을 쓴다. 그리고, 녀석이 방심하는 바로 그 순간 덮쳐버리는 것이다.
키리안은 바로 디엔트에게 전음을 보냈다.
{디엔트, 디엔트, 지금 뭐해?}
다급한 그의 전음에 디엔트가 답을 보내왔다.
{아아, 돈 날리고 절규 중이다. 빌어머그으으으으으으을!}
딱 보니까 도박에서 쪽박을 찬 듯 하다. 의욕이 꽤 상실된 모습. 친구한텐 미안하지만 상황이 잘됐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디엔트, 어서어서 피닉스의 섬으로 와. 피닉스 두들기자아.}
{아아, 귀찮아 귀찮아.}
{에이, 그러지 말고오. 그 꿀꿀한 기분을 풀기 위해서라도 어서 와아아아.}
설득은 10분간 계속 됐다. 그리고, 결국 버티다 못한 디엔트가 입에서 불을 뿜으며 피닉스의 산을 향해 달리는 것으로 설전은 끝이 났다.
씰 콘테스트(Seal contest)(2)
할 게 없어 글쓰는 비참한 신세-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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