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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렌 섬의 중심에 위치한 거대하고 화려한 성하 공연장. 바로 오늘, 씰 콘테스트의 삼대 이벤트 중 하나인 베스트 드레서의 개최지인 이곳은 지금 그것을 구경하려는 많은 유저들로 인해 콩나물 시루가 무색할 정도로 수많은 유저가 몰려들었다.
베스트 드레서는 그저 유저가 나와 그 모습만을 선보이는 것이 아니었다. 준비한 '무언가'를 함께 보여 유저의 호응을 이끌어내야 하는 것이 바로 베스트 드레서였다.
'무언가'는 개그가 되기도 하고 멋들어진 묘기가 되기도 했다. 많은 볼거리가 제공되는 그것은 예선전이란 거름종이가 있었기에 검증된 재미를 보장했다.
수없이 많은 유저들이 표를 구하기 위해 북적대는 와중에도 느긋하게 자리에 앉아 이벤트가 시작되길 기다리는 복많은 무리들이 있었으니, 일명 '죽치기'를 통해 미리부터 표를 구한 자들이었다.
복많은 무리 중엔 키리안의 친구들도 있었는데, 그들은 디엔트가 매표소가 열리기 전까지 장사를 하며 죽친 덕에 그럭저럭 괜찮은 2등석을 구해 편히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흐응, 키리안 녀석은 끝에 나오네?"
카디안은 시간을 떼우기 위해 구한 베스트 드레서 안내 책자를 보면서 말했다. 본선에 올라온 유저는 총 스물 한 명. 그 중 키리안은 스물 한번째에 그 이름이 올라와 있었으니 마지막에 등장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더불어, 라시드는 열 세번째였다.
이럭저럭 혼란의 시간이 지나 드디어 주변 정리가 되기 시작했다. 관람석이 메워지고 이것저것 널려 있던 것들이 치워졌다. 자리를 차지하지 못한 유저들은 빈 곳을 찾아 그곳에 앉았고 도저히 안되겠다 싶은 유저들은 다른 것을 찾아 자리를 떠났다.
카디안들이 자리에 앉은지 30분 지나자 드디어 이벤트가 시작되었다. 현실관 달리 돈도 안들었기에 무지막지한 수의 불꽃들이 화려하게 하늘을 수놓았다. 낮임에도 불구하고 운영자 파워로 이곳만은 밤으로 설정되어 그 불꽃이 제 빛을 발했다.
화려한 불꽃들이 터진 후엔 특별히 초청된 인기가수의 공연이 이어졌다. 실제의 인기가수였는데, 게임의 인기가 인기다보니, 그리고 가상현실이란 특성 덕에 현실이나 다름없는 공연이었다.
공연이 끝나자 박수갈채가 터졌고, 가수가 퇴장하자 공연장을 비추던 화려한 조명들이 순간 '팍-'하고 꺼졌다. 그리고 단 두 개의 하얀색 조명이 켜지며 무대의 가운데를 비췄다. 거기엔 디 앱솔브에서 가장 유명한 존재 중 하나인 운영자 디카릭이 멋들어진 양복을 차려입고 서 있었다.
유저의 시선이 그에게 집중된다. 디카릭이 그 시선에 씨익 웃으며 마이크를 든다(겉치장용이다).
"예, 안녕하세요 여러분! 이번 베스트 드레서의 사회자를 맡게 된 디카릭입니다! 저번에 이어 이번에도 사회자를 맡게 되어 참 기쁩니다. 이번에도 과거와 같은 폭소, 감탄을 안겨주길 기대하며 베스트 드레서 이벤트를 시작하겠습니다!"
와아아아아-!
간결한 이벤트 시작 선언에 유저들이 환호한다. 과연 디카릭. 신세대 게임 운영자답게 유저들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그 기대에 제대로 답할 줄 안다. 무턱대고 '이러면 되겠지'란 생각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닌, 경험으로 알고 행동하는 디카릭이기에 그 인기는 최고에 달한다.
경쾌한 음악과 함께 다시 한 번 화려한 조명이 그 빛을 발한다. 그리고 그것이 서서히 사그라들자 디카릭이 다시 마이크를 들었다.
"먼저 간략히 베스트 드레서의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베스트 드레서는 그 기본 골격은 패션쇼와 같습니다. 모델이 나와 그 모습을 선보이고 들어가며, 심사위원이 점수를 매겨 우승자를 정하는 것이죠. 하지만 상세히 파고들면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입니다.
우선 모델은 자신이 보일 '무언가'에 맞춰 자신을 꾸미고 등장합니다. 그리고 준비한 것을 유저에게 선보입니다. 그리고 심사 관객들은 그것에 점수를 매깁니다. 심사위원 역시 점수를 매기죠. 유저의 점수가 50%, 심사위원의 점수가 50% 비율로 최종 점수가 매겨지고 그 점수가 가장 높은 팀이 우승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뭐, 이 정도면 다 알 이야기를 길게 할 필요는 없겠죠?"
와아아아-!
디카릭의 마지막 질문에 모두가 소리 높여 호응한다.
다음에 이어진 것은 지겹지만 해야하는 심사위원의 소개였다. 유명 디자이너 유저인 누구, 특별히 초빙해온 누구, 누구, 누구. 총 열 명의 심사위원 소개가 의례적인 박수와 함께 이어졌다.
"자, 그럼 이것으로 소개를 마치고 준비하고 계신 참가자분들의 모습을 보기로 하죠. 준비 됐나?!"
"준비 됐다!!"
디카릭이 장난스레 외치며 마이크를 내민다. 그 마이크를 향해 공연이 떠나가라 소리치는 유저의 호응이 있었다.
"좋습니다! 그럼 불러보겠습니다. 참가 번호 1번, 나와 주세요!"
디카릭의 외침과 함께 유저들의 함성과 박수가 울려퍼졌고, 그 호응 속에 베스트 드레서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