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디앱솔브-115화 (115/140)

8

"헤, 드디어 키리안인가?"

일행은 드디어 아는 사람이 나오는 시간이 되자 과연 무엇을 보여줄지 기대가 되었다. 설마 라시드와 같은 엽기적 행각은 벌이지 않을 터이고(키리안이 하려해도 아리에에게 일단 한 대 맞고 저지당할 테니까) 그 성격에 무엇을 할지 궁금해진다.

조용한 음악과 함께 키리안이 걸어나오기 시작했다. 너무나 평범한 복장. 사냥하는 유저가 착용한 장비가 더 나을 만큼 그런 평범한 복장이었다. 모두는 다른 것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표정이 굳어지는 유저가 둘 있었다. 바로 천령과 카디안이었다.

'…재현이군요.'

천령이 굳어버린 얼굴을 풀고 입꼬리를 살짝 말아올린다. 역시 틀리지 않았다. 그 행동이 쉽게 변하는 그였지만 숨길 수 없는 것은 있기 마련이니까.

"아리에…… 설마 했는데 정말로 들어맞아버릴 줄이야……."

"응? 뭐가?"

디엔트가 알 수 없는 말을 하는 카디안을 보며 물었다.

"혹시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라도 들었어?"

아르니아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하는 그를 보며 물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에 대답해줄 정신이 없는 카디안이었기에 침묵을 지켰다.

무대의 중심에 선 리안은 조용히 크림슨 템페스트를 뽑아들었다. 마침 이 녀석의 색도 진한 붉은색을 띠고 있다. 그리고…… 날카롭지. 피를 머금으면 상당히 멋질 것이다.

몸을 휙 돌려 대기실을 바라보았다. 역시 조명이 이동하며 아리에가 걸어나왔다.

붉은 기류가 아리에의 주위를 휘감고 있었다. 마치 달라붙을 것처럼. 진한 피와 같이 섬뜩한 빛을 품은 그것은 아리에를 덮어버릴 듯한 모습이다.

이오렌 호수와 같았던 그 푸른 눈동자는 붉은 기류에 물든 듯 붉었다. 피부는 평소보다 더욱 희게 변해, 붉은색의 드레스와 대조되어 창백하게 보인다.

그녀는 등장하자마자 다짜고짜 붉은색의 기류로 마나 소드(무형검)를 생성해서 리안에게 내질렀다. 막대한 마나 소모. 미리 마나 포션과 기력 포션을 마셔뒀으니 적어도 이 연극을 마칠 때까지는 버텨줄 것이다.

"기검, 일리오스."

콰아아아아앙-!!

불꽃이 폭발하며 크림슨 템페스트를 뒤덮었다. 그리고 붉은 피의 불꽃이 튄다. 막강한 충격파. 리안이 뒤로 밀려난다. 하지만 그녀의 손엔 인정이 없었다. 그리고 리안도 그리 걱정하지 않았다. 그녀가 제대로 친다면 리안은 그대로 두동강이 났을 테니까. 이건 어디까지나 만들어진 상황, 연극일 뿐이다.

콰앙! 콰앙! 콰아아앙-!!

연속해서 마나와 기의 폭발음이 울려퍼진다. 죽일 기세로 달려드는 아리에. 아니, 연극을 해보이는 아리에. 힘은 조절했지만 그 행동은 조절하지 않았다. 그야말로 일순간이라도 그 타이밍을 잡아채지 못하면 리안은 동강이 날 지경.

엄청난 집중력이 요구되는 상황이었지만 리안은 별달리 표정 변화가 없었다. 이 정도야 과거엔 식후 운동 거리 정도였으니까. 그리고 이 정도는 그가 아는 범위 내에서 실력이 어느 정도 된다면 누구든 해낼 수 있는 수준이다.

'끝이군.'

마나도 기력도 한계 상황이다. 이제 슬슬 연극을 끝내야할 시간. 아리에도 그것을 느꼈는지 빠르게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물러난 것도 모를 정도로 빠르게 쇄도해 들어왔다. 찌르기. 일격필살의 수인만큼 실패하면 큰 손해를 보게 된다.

리안은 물러나는 순간 바로 오른쪽으로 살짝 이동하며 일리오스를 해제하고 기검만을 앞으로 내밀었다.

푸욱-!

아리에가 그대로 키리안의 기검에 꿰뚫렸다. 그리고, 이곳에 있어선 안될 것이 터져나오며 리안을 적셨다.

뚝. 뚝.

리안의 머리카락을 붉게 물들이며 아래로 떨어져내리는 그것은 피, 바로 붉은색의 선명한 피였다.

"…이게 무슨?"

놀라는 디엔트와 아르니아, 그리고 관객들. 그 침묵의 경악 속에서 아리에가 흐릿하게 변하며 자신의 모습을 잃어가고 있었다.

"별로 유쾌하지 않은 앵콜 신청이었어. 크림슨 레이디(Crimson lady)."

리안은 한 마디 말을 남긴 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대기실로 들어가 버렸다.

이실직고(以實直告) 그 세번째

으냐, 내일이 계약날이군요'')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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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ge Thirty - 이실직고(以實直告) 그 세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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