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공연장 뒤의 대기실. 결과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의 참가자들은 반은 긴장한 상태, 반은 완전히 풀린 상태였다.
쾅-!
나른함과 긴장이 함께 감도는 대기실, 그 대기실의 문이 거칠게 열리며 세 명의 유저가 들이닥쳤다. 바로 카디안과 아르니아, 디엔트였다. 그들은 고개를 휙휙 돌리며 키리안을 찾았다. 곧 물감을 지운 말끔한 상태의 그를 찾을 수 있었다.
구석에 조용히 앉아있는 그에게 세 명이 가까이 다가갔다. 그들의 기척에 키리안이 느릿하게 고개를 든다. 콘텍트렌즈를 뺀 상태였기에 그 모습은 평소의 키리안과 같았다. 다만 분위기가 조금 가라앉아 있을 뿐.
"어이 키리안. 도대체 무슨 일이야? 이 말도 안되는 퍼포먼스는?"
디엔트가 먼저 선수를 쳤다. 그 뒤를 따라 아르니아 역시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키리안을 바라봤다. 다만 카디안만이 그 옆의 벽에 등을 기대고 조용히 서있을 뿐이었다.
"피야 소품이었다쳐도, 아리에를 정말로 강제 역소환시킨 건 뭐야? 그냥 실수였던 거지? 응?"
아르니아가 침묵하는 키리안에게 바싹 다가가며 묻는다. 하지만 묻는 그녀 자신도 키리안의 행동이 고의였음을 알고 있었다.
키리안은 수준급의 유저다. 인정하긴 싫지만 실력만으로 따지자면 자신의 언니인 아스타나도 당하기 힘들 거라 여길 만큼 그 실력이 뛰어나다. 그런 그가 자신의 씰과 싸우면서 실수를 했다? 이건 절대로 실수가 아니다. 무엇보다 검이 깊숙히, '푸욱' 꽂혔다. 움찔하는 모습조차 보이지 않은 행동. 실수일 리가 없지 않은가.
"……."
계속해서 입을 꾸욱 다물고 있는 키리안의 행동에 속이 터졌는지 디엔트가 그의 멱살을 잡고 버럭 소리쳤다.
"어이! 말좀 해보라고! 이게 무슨 말도 안되는 상황이냐니까? 괜히 뭐 되는 놈인냥 헛소리 할 거라면 애초부터 집어쳐. 내가 그래도 사람 보는 눈은 있거든? 넌 절대로 '씰은 도구 아니었어?' 이 따위 말을 할 놈이 못 돼. 부정하기엔 네가 보여준 행동이 너무 많거든? 제대로 된 답을 해보라고!"
키리안은 여전히 침묵했다. 무언가 뒤틀린 모습이다. 그의 그런 행동에 결국 디엔트가 주먹을 내지르려 할 때였다. 드디어 키리안의 입술이 열렸다.
"…로그 아웃."
"…뭐?!"
하지만 그가 내뱉은 것은 디엔트와 아르니아가 원하던 대답이 아니었다. 바로, 접속을 끊어버리는 로그 아웃의 명령어.
디엔트와 아르니아가 무언가 하기도 전에 키리안은 짧고 강렬한 빛을 남기곤 사라져 버렸다. 그 모습에 카디안 역시 한숨을 쉬곤 로그 아웃 해버렸다.
"젠장! 뭐하자는 거야 이놈?"
아무것도 알지 못한 채 게임에 남은 디엔트와 아르니아는 그저 답답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