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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련히 이야기를 끝낸 후 넷은 다시 게임에 접속했다. 우선 아리에를 살려야 했다.
주인이 씰을 죽이거나 그 반대의 일도 가능하게 설정이 되어 있는 디 앱솔브였다. 그 설정으로 인해 가끔 전투 중 어쩔 수 없이, 혹은 실수로 씰이 몬스터와 함께 유저에게 죽는 경우가 있었다(씰에 의해 유저가 죽은 경우는 아직 없다). 그런 때를 대비해서 회사 측이 준비한 '부활 NPC'가 있었다.
부활 NPC는 유저에 의해 씰이 죽었을 때에 한해서 씰을 바로 살려주곤 했다. 돈이 조금 들긴 하지만 이런 곳에 주저할 키리안이 아니었다.
키리안은 로그인 하자마자 곁에 있던 카디안과 함께 성하 공연장 근처에 있는 부활 NPC에게서 아리에를 살렸다. 그녀는 베스트 드레서 때의 차림 그대로였다.
"에이, 왜 이거야?"
그녀는 투덜거리곤 바로 옷을 갈아입었다. 리얼리티를 살린답시고 일일이 옷을 갈아입어야 하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방식이 아닌 게임에 맞게 바로 아이템을 장착할 수 있는 형식이기에 가능한 행동이었다.
평소 때의 차림으로 돌아온 아리에, 그리고 카디안과 함께 키리안은 일행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음, 모두 있어?}
친구에게 보내기 모드였기에 디엔트와 아르니아 둘에게 동시에 귓속말이 보내졌다. 그리고, 바로 답이 날아왔다.
{야이 자식아!! 그렇게 나가놓고 뻔뻔하게 평소대로 귓속말을 보내는 건 무슨 심보냐!!}
{쳇, 평소 같이 굴어도 소용 없다고! 제대로 이야기 안해주면 다시는 얼굴 안볼 거야!}
'끙. 단단히 삐졌군.'
팅팅 부어있는 둘의 대답에 키리안은 머리를 긁적였다. 홧김에 행동한 것에 대한 댓가치곤 상당히 약한 수준이었지만 난감한 건 마찬가지다.
{아아, 미안해 미안해. 다 연출을 위한 거였어. 히히, 결과는 어땠어?}
{끙. 네녀석, 성의없이 대답할 거냐?}
{헤헤 미안해 미안해. 하지만 정말 '쇼'였다고.}
그 이상의 대답은 할 수 없는 키리안이었다. 대화는 계속해서 같은 패턴을 반복했고, 지속적인 키리안의 사과에 결국 디엔트와 아르니아가 손을 들고 말았다.
한참을 귓속말로 투덜댄 후 디엔트가 한참 전의 답변을 해주었다.
{베스트 드레서의 우승은 디카릭도 두 손 들게 했던 라시드 형이야. 젠장. 남자 여자 둘을 농락해 먹은 형이 1위라니!}
역시나. 예상대로였다. 그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으니 1위라고 하면 모두가 납득했을 것이다.
{그리고, 2위가 바로 너다 이놈아. 보통 그런 연출은 실패 아니면 성공인데 넌 성공이었던 모양이다. 일단 시상식은 이벤트가 모두 끝날때 하니까 상관없지만 당사자가 나오지 않아서 조금 이례적이었지.}
"헤에……."
예상도 못했던 일이었다. 2등이라니. 뭐 과정이야 어찌됐든 입상 했으니 기분은 좋다.
{그리고 3등이 말이야……. 네가 2등한 것보다 더욱 충격적인 일인데, 우리랑 두 번이나 안좋은 일로 만났던 녀석 있잖냐. 그 메자르란 녀석. 녀석이 3등을 해버렸어. 확실히 총 실력이 좋긴 했다만 설마 3등이 될 줄이야…….}
{에에? 3등?!}
이게 무슨 귀신 시나락 까먹는 소리란 말인가? 그야말로 뒷통수를 때리는 일이었다.
{뭐, 확실히 내가 봐도 꽤 괜찮긴 했지만…….}
아르니아가 객관적인 평가를 내려줬다. 키리안은 어차피 자신관 별달리 상관이 없는 일이었기에 이쯤에서 접기로 했다.
{에이, 뭐 우리랑은 상관없잖아? 그보다 이제 슬슬 듀얼 토너먼트 예선전을 시작할 시간이네. 나는 그럼 이만 참가하러 가볼게.}
듀얼 토너먼트에 참가할 사람은 키리안과 카디안 둘이었다. 디엔트와 아르니아는 할 일이 있을 터이니 키리안은 이만 귓속말을 끊으려 했다.
{잠까안! 나도 참가할 거야!}
디엔트가 막 카디안에게 말을 걸려는 키리안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키리안이 다시 디엔트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너도? 관심없다고 했잖아?}
{쳇. 기분이 꿀꿀한데다가 남들은 노는데 나만 죽치고 앉아있자니 영 아니잖아. 그래서 이벤트나 참가해 보려고. 도박 때 얻었던 스트레스를 확 풀어야지!}
{뭐, 나는 당연히 구경이야. 표 정도는 구매해 둬야하지 않겠어?}
결국 모두가 함께 이동한다는 말이었다.
{좋아. 그러면 경기장 앞의 매표소 앞에서 만나자. 참가자도 그 옆의 NPC가 테스트를 한다니까 거기서 보면 되겠지.}
{알았어.}
귓속말을 끝낸 후 카디안은 키리안과 함께 듀얼 토너먼트가 치러질 경기장으로 향했다. 콜로세움 형식으로 지어진 경기장은 5층 건물 정도의 높이였기에 그 위치를 쉽게 알 수 있었다.
쭉뻗은 길을 따라 콜로세움에 도착했다. 로그 아웃한 사이 시간이 꽤 지났는지 이미 많은 유저들로 북적대고 있어 듀얼 토너먼트의 예선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매표소 근처에서 잠시 헤맨 뒤에야 디엔트와 아르니아를 만날 수 있었다.
"에잇, 이놈아 사람 놀라게 하지 말라고!"
키리안을 발견하자마자 디엔트가 다가와 헤드락을 먹인다. 키리안이 거기에 괴로워하면서도 웃었다. 고맙게도 이 둘은 곤란한 질문을 하지 않아주는 것이다.
잠시간의 소요 후에 넷은 자리를 잡고 앞으로의 일에 대해 이야기했다.
우선 아르니아는 표를 산 후에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일행이 본선을 시작할 때 귓속말로 알려주기로 했다. 예선전이 생각보다 오래 걸릴 것이라 생각되기 때문이었다. 안내 책자에도 G.T(Game Time)로 최대 1시간이라 적혀 있었기에 이렇게 되었다.
아르니아가 표를 산 후 자리를 비우자 셋은 바로 매표소 옆의 NPC에게 말을 걸었다. 그와 함께 떠오르는 예선 테스트 목록.
[예선 테스트 목록
타임 어택(Time attack)
몬스터와의 대결
…….]
주르르 떠오르는 목록. 선택을 하면 설명까지 떠올랐기에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선택할 수 있었다. 키리안은 우선 타임 어택을 선택했다.
[타임 어택(Time attack)
타임 어택은 주어진 코스를 일정 시간 내에 돌파하는 것이 그 주된 내용이다. 하지만 그저 순탄한 코스를 달리기만 할 리가 없다. 당연히 장애물이 있다.
유저는 험난한 코스를 달리며 몬스터 등의 방해를 물리쳐야 한다. 모든 역량을 다해 방해와 장애물을 넘어 주어진 시간 이내에 골인해야 하는 것이다.
특별히 씰에 대한 제한도 없고 어떤 행동을 하든 불법이 아니라면 자유다.]
'호오, 이거 괜찮은데?'
딱 스카이 레이스의 느낌이 난다. 다른 것이 있다면 그 어떤 행동도 가능하다는 것. 스카이 레이스에도 참가할 거니까 이것으로 연습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이다.
"타임 어택을 할게요!"
"타임 어택. 확실합니까?"
"예!"
키리안은 힘차게 고개를 끄덕임으로써 NPC의 물음에 답해 주었다.
"예, 키리안님. 예선 테스트 중 타임 어택을 선택하셨습니다. 창공 계열 씰이 있기에 참가 가능합니다. 창공 계열 씰과 함께 사용할 씰을 택해 주십시오."
"으음……."
NPC의 질문에 키리안은 자신의 양옆에 선 아리에와 유하를 번갈아서 쳐다봤다. 그리고 결정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리에를 선택할게요."
익숙하지 않은 코스를 많은 장애물을 해결하며 통과해야 했기에 전력을 다하기로 한 것이다. 게다가 유하의 타입 자체가 지금과는 맞지 않았다.
"예, 접수했습니다. 사용할 씰은 위시 에이전트 아리에, 화염의 성수 피닉스입니다. 이동 후 안내에 따라 행동해 주시기 바랍니다. 준비 되셨습니까?"
"옙!"
"그럼 이동하겠습니다."
파아아아앗-!
NPC의 말이 끝나마자 키리안의 몸이 빛나기 시작했다. 예선전을 치를 장소로 이동하는 것이다.
파아앗-!
강렬한 빛이 눈으로 파고 들었다. 키리안은 잠시 눈을 감았다. 이 눈을 뜰 때엔 예선전을 치를 장소에 도착해 있을 것이다.
씰 콘테스트 - 듀얼 토너먼트(1)
으냐'')a
연참을 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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