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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아앗-!
공간을 넘었다는 느낌과 함께 감은눈을 자극하는 빛이 강렬하게 퍼졌다. 그 후 더이상 눈에 자극이 오지 않자 슬며시 눈을 떴다.
'헤에, 멋진데?'
현재 그가 서있는 곳은 신선들이 살법한 안개에 둘러싸인 높고도 험준하며 신비한 산들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이었다. 그 높은 산 중에서도 가장 높은 곳의 꼭대기였던 것이다.
[띵- 키리안님. 예선 테스트 장소에 잘 오셨습니다. 현재부터 '싱글 RPG 게임 플레이 모드'로 들어갑니다. 이후 퀘스트 종료까지 귓속말, 메세지 등을 받을 수 없습니다. 우선 사용할 씰을 꺼내 주십시오.]
저번 2차 전직 때와 마찬가지로 싱글 모드가 되었다. 키리안은 안내에 따라 유하를 역소환 시킨 뒤 그 상징물을 품에 넣은 뒤 붉은색의 깃털을 꺼내 들었다. 바로 피닉스의 깃털이었다.
"앱솔브, 적여!"
파아아앗-!
깃털에서 고풍스럽고도 화려한 붉은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것은 성수(聖獸)의 울음소리와 함께 하나의 형상을 이뤘다. 바로 화염의 성수 피닉스였다.
"여어, 활약할 때가 왔다."
{이번엔 또 뭐냐?}
처음부터 퉁퉁한 피닉스였지만 키리안은 신경쓰지 않았다. 기껏해야 애교일 뿐이고 지금부터 날면 고생길이 훤하게 열릴 것이기 때문이다.
"레이스 한 판 뛰려고!"
키리안은 아리에와 함께 그 위에 올라탔다. 아리에가 화려한 피닉스의 깃털을 만지며 감탄한다.
"헤에, 이녀석 꽤 예쁘네? 말로 들었을 땐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오오, 누님이 뭘 아시는 구려!}
아리에의 칭찬에 바로 반응하는 피닉스.
"뭐, 그렇지. 관상용으로 딱이야. 물론 어느 정도 쓸모도 있지."
{…….}
피닉스는 화를 내야 할지 고마워해야 할지 갈피를 못잡고 찌그러졌다.
간단히 피닉스를 잠재운 후 키리안은 아래를 둘러봤다. 스카이 레이스와 마찬가지로 일루전 코스가 준비되어 있었다. 다만 개인에 맞춰져 있어서 그 폭은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좁았다(한 명이 쓰기엔 충분하다).
[타임 어택은 주어진 시간 안에 지정된 코스를 돌아서 목적지에 도착해야 합니다. 그 중간중간 나타나는 방해요인은 유저와 씰의 재량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시간과 코스는 오른쪽의 모니터에 표시됩니다.]
피닉스의 등에 자리를 잡은 키리안의 오른편 허공에 반투명한 지도가 떠올랐다. 그 지도의 구석엔 시간이 표시되어 있었다. 15분 15초. 저 안에 도착해야 한단 말이다.
키리안이 지도를 확인하자 허공에서 신호등 하나가 떠오르며 다시 안내 메세지가 흘러나왔다.
[우선 이것을 사용해 주십시오.]
출발이란 소리가 나올 줄 알았는데 대신 허공 중에서 아이템이 하나 떨어졌다. 그러니까 말에게 쓰는 고삐와 같은 형태. 키리안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그것을 사용했다.
파아앗-
옅은 빛과 함께 피닉스에게 그것이 씌워졌다. 목이 꽤 앞에 있었던 지라 키리안이 잡을 고삐가 꽤 길게 늘어졌다.
[ 그것으로 씰을 의도한대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그저 말로는 해결할 수 없는 퀘스트이기에 이 아이템을 지급했습니다. 가고자하는 방향으로 당기면 됩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신호등의 색이 붉은색이 되면 출발하시면 됩니다.]
안내 메세지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리고 예의 레이싱 게임에서의 카운터가 시작될 때 동반되는 효과음(띠~ 띠~ 띠~)과 함께 불이 바뀌기 시작했다.
녹색, 노란색, 그리고……
띠-!
붉은색!
"피닉스야 최고 속도로 전진이다!!"
힘차게 소리치는 키리안. 그와 함께 앞으로 쏘아져 나가는 피닉스. 무시했으면 반쯤 죽여놨을 텐데 다행스럽게도 중요한 순간이었기에 그런 일은 없었다.
촤아아아아아아-!!
쭉뻗은 내리막길이었기에 최고 속도로 날고 있는 피닉스에게 막대한 바람이 몰아쳤다. 당연히 위에 있는 키리안과 아리에에게도 막대한 바람이 몰아쳤다.
"끼야호오~ 죽이는데? 피닉스, 더 속도 내봐!!"
키리안 놈은 바이킹은 그네요, 청룡열차는 버스보다 못한 수준으로 여긴다. 오금이 저릴 놀이 기구를 상당히 좋아한단 말이다. 이런 멋진 기회를 그냥 보낼 수는 없었다.
"자, 잠깐 주인님. 이거 좀 빠르잖아!"
그와 반대로 아리에는 바이킹은 조마조마 청룡열차는 '꺄아아아아악!'의 반응이 나오는 소녀였다. 게임 속 '아리에'란 캐릭터의 힘으로 보통 때 같으면 일단 정신 놓고 소리부터 지를만한 이런 상황에서도 별다른 압박은 없었지만 정신은 반사적으로 움츠리는 것이다.
"에이, 아리에. 괜찮잖아! 현실이 아니라고! 게다가 캐릭터의 상태로 봐서 별다른 느낌도 없잖아!"
"그, 그건 그렇지만……."
주저하는 아리에. 키리안은 그런 아리에에게 얼굴을 바싹 들이대며 불타오른 상태로 소리쳤다.
"자, 극복하는 거다 아리에! 피닉스의 속도를 높여봐!!! 마법이 있잖아!! 너의 약점을 극복하는 거다!"
침이 튀겼다면 키리안은 소원대로 짜릿한 경험을 할 수 있었겠지만 이곳 게임 속의 디 앱솔브에선 그런 일이 없었기에 그냥 넘어갈 수 있었다.
지속되는 키리안의 부추김에 아리에가 주저하면서도 주문을 외웠다. 내리막길은 아직도 까마득하다.
"조, 좋아. 세상을 떠돌고 있는 바람이여, 지금 나의 앞에 모여 폭풍과 대기를 뚫는 권능을 발하라! 윈드 캐논(Wind Cannon)!"
콰아아아앙-!
상위의 바람 마법인 윈드 캐논이 터졌다. 왼손을 쭈욱 내밀로 오른팔로 받친 뒤 외운 주문. 그 이름에 걸맞게 급속하게 몰려든 바람은 대포처럼 폭발하듯 쏘아졌고, 그 반동으로 피닉스가 앞으로 튀어나갔다.
쎄에에에에엑-!
"꺄, 꺄아!"
훨씬 더 빨라진 속력에 눈을 감고마는 아리에. 그와 반대로 키리안은 '캬캬캬!' 거리며 그 속도감을 만끽하고 있었다.
"아리에 한 방 더~!"
"시, 싫어!"
"한 방 더어어어어!"
"시, 싫다니까!!"
"쳇."
아리에의 완강한 거부. 그리고 내리막길이 끝나고 있었기에 키리안은 아쉽게도 더이상의 속도감 만끽을 포기해야했다.
앞은 드리프트 구간이었다. 가볍게 U자 형의 드리프트. 이 속도로 해낼 수 있을까나?
'물론 되지!'
다른 건 몰라도 드리프트 하나만은 멋들어지게 해내던 키리안이었다. 게다가 이건 무생물의 자동차가 아니라 피닉스란 머리 좋은 녀석이다. 디 앱솔브에서의 드리프트는 처음이지만 충분히 할 수 있다!
"피닉스, 드리프트다! 내가 끄는대로 움직여. 다만 위험하면 네 재량껏 해결해라!"
"그, 그런 무책임한!!"
[그, 그런 무책임한!!]
피닉스와 아리에가 동시에 소리쳤다. 이 인간, 역시 그저 헤헤 웃는 모습만 있는 게 아니었다. 그런데 하필 이런 스릴러였다니!!
"주, 주인님 제발 참아줘어어어어!"
아리에가 키리안의 허리를 꽉 붙들고 그 등에 얼굴을 묻으며 소리쳤다. 아무리 괜찮다고 생각해도 초등학생 때부터 겪었던 이놈의 공포증은 해결하기 힘들었다. 거기에 이건 오히려 더욱 현실적이다!
"아자, 리프팅 터어어어어언(lifting tur~~~~~n)!!"
키리안이 멋들어지게 고삐를 위로 치켜 올렸다. 그리고, 일루전 코스 내에 있는 절벽으로 이뤄진 벽으로 돌진했다.
"꺄아아아아!!!"
아리에의 비명이 조용한 산을 울렸다. 그리고 절벽이 가까이 다가왔다!
씰 콘테스트 - 듀얼 토너먼트(1)
ㅇㅅㅇ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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