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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차게 들어올린 고삐, 그와 함께 피닉스가 고도를 높였다. 절벽과 일루전 코스의 사이엔 꽤 큰 틈이 있었다. 피닉스가 통과하기엔 조금 아슬아슬하지만 어느 정도 긁혀도 단단한 녀석이니 괜찮을 거란 것이 키리안의 판단이었다.
키리안은 우선 몸을 바싹 낮춰 피닉스의 몸에 밀착했다. 그와 함께 아리에도 키리안을 따라 바싹 엎드렸다. 이걸로 됐다.
쎄에에에엑-!
예상대로 절벽 위를 통과하는 것은 무리가 없었다. 그렇다면 이제 턴(Turn)이다!
"하아아아아아!!"
컨트롤 바이탈리티를 최대한 활용해서 고삐를 남서쪽으로 당겼다. 힘이 꽉 들어간 키리안의 움직임에 피닉스의 방향이 북동쪽으로 이동했다. 방향이 급격하게 틀어지며 꽤 커다란 압력이 키리안을 눌렀다.
"이거, 죽이잖아!"
방향이 틀어지자 주저없이 고삐를 뒤로 당겼다. 약간 늦춰지는 속도. 갑자기 줄어든 압력에 잠시 편해진다. 그리고 내리치는 고삐!
촤아아악-!
가속의 주문에 피닉스가 빠르게 앞으로 쏘아져 나간다.
쎄에에에에엑!!
다음에 나타난 것은 다시 직선 코스. 멋지게 성공한 것이다.
"냐하하하! 역시 이몸은 드리프트의 황제라니까!!"
"하, 하하하. 다 좋으니까 좀 안전하게 해봐."
평소라면 그대로 어퍼컷을 날렸겠지만 진이 빠져 버린 아리에는 그저 피닉스의 몸에 얼굴을 묻고 힘없이 소리쳤다.
{…이, 이거 멋지군. 주인, 이런 비행은 어떻게 알게 되었나?!}
그와 반대로 피닉스는 흥분된 목소리로 키리안에게 소리치며 물었다. 그 행동에 키리안이 씨익 웃는다. 역시 이 녀석, 코드가 잘 맞다니까.
"훗. 그런 거다. 잘 따라주면 더 멋진 것도 보여주지."
{좋아! 기대하지!}
"이, 이럴 수가. 주인님이랑 이놈이 똑같은 부류였다니……."
아리에가 허망하게 읊조렸다. 하지만 돌이킬 순 없는 노릇이었다. 역소환조차 불가능한 상황에서 그저 이 레이스가 빨리 끝나길 빌 수밖에.
"아리에, 빨리 끝내고 싶으면 협조 좀 해줘."
"그래그래. 알았으니까 빨리 가자아."
"좋아! 그럼 우선 그 윈드 캐논 한 방! 직선 코스에선 윈드 캐논이다!"
"…윈드 캐논."
활달한 키리안의 말에 아리에는 중얼거리듯 주문을 외운 뒤 뒤로 윈드 캐논을 날렸다. 마력 증폭 주문까지 더했기에 아까보다 훨씬 빠른 속도였다.
쎄에에에에에엑-!
"끼얏호오오오~"
피닉스는 순식간에 직선 코스를 돌파해 S 드리프트 구간 앞에 섰다. 연속 드리프트를 요하는 구간. 네 번만 하면 된다. 벽이 경사져 있어서 오히려 쉬울지 모르겠다.
키리안은 고삐를 움직여 피닉스를 사선으로 날게 했다. 그리고 속도조차 줄이지 않은 채 돌진했다.
"위험하면 피닉스 네가 알아서 움직여 봐!"
다시 한 번 무책임하게 소리치고 키리안은 고삐를 세게 당겼다.
후아아앙-!
바람이 몰아치며 압박을 줬지만 키리안에겐 그것도 그저 즐거울 뿐이었다. 급격히 방향을 꺾자 순식간에 구간 하나가 지나간다. 그리고 빠르게 다가오는 벽. 키리안은 고삐를 당겨 피닉스를 멈추게 하는 듯 하면서 바로 반대쪽으로 방향을 꺾었다.
촤아아아아악-!!
피닉스의 깃이 절벽을 따라 방향을 틀며 그 벽을 살짝 긁었다. 아리에가 그 소리에 오들오들 떨었다.
키리안은 속도가 떨어지자 고삐를 쳐 속도를 좀 높인 뒤 다시 한 번 바로 드리프트를 시도했다. 아까가 아웃 코스(바깥쪽)에 붙어서 드리프트를 시도했다면 이번엔 인 코스(안쪽)였다.
그야말로 번개같은 속도로 S 드리프트 구간을 돌파해버렸다. 물론 박지 않도록 이리저리 몸을 틀어야 했던 피닉스와 아리에의 고생이 꽤 심했다. 하나 다른 점이라면 키리안과 피닉스는 즐기고 있다는 점이고 아리에는 달달 떨고 있다는 것이다.
"좋아! 이 속도로 그대로 돌진이다!"
{라져!}
"제, 제발 정상적으로 좀 가봐아아아아."
다음부터는 약한 드리프트가 연속되는 구불구불 직선 구간이었다. 틈만 잘 잡으면 직선처럼 움직일 수 있는 곳. 별로 난이도가 높은 구간은 아니었다. 하지만, 여기엔 다른 것이 있었다.
펑펑펑-!
"에, 엥? 대포?"
양쪽의 절벽에서 대포가 날아왔던 것이다.
"아리에, 윈드 캐논!"
"윈드 캐논!"
아리에는 다시 한 번 윈드 캐논을 사용했다. 속도가 훨씬 증가한 피닉스를 느린 대포는 맞추지 못했다. 그것을 저쪽도 알았는지 무기가 바뀌었다.
투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
"케, 켁! 개틀링 건이라니!!"
수없이 쏟아지는 빠른 총알비에 키리안이 놀라 소리친다.
"사이 배리어!!"
아리에가 키리안이 말하기도 전에 사이 배리어로 그것을 막아주었다.
티티티티팅-!
빗발치는 총알비에 키리안이 기겁하며 열심히 고삐를 쳤다. 피닉스의 속도가 더디지만 조금씩 증가된다.
"헉헉. 대포까진 이해하겠는데 개틀링 건이라니. 시대에 안 맞다고!!"
"…게임에서 뭘 더 따져어어."
이 상황에서 뭘 더 따지리오. 아리에는 그저 무덤덤할 뿐이었다.
총알 세례가 뜸해질 즈음 가파른 오르막길이 나타났다. 게다가 거짓말처럼 주변의 배경이 설산(雪山)으로 변해버렸다. 뭐, 게임이나 그렇겠지.
쿠아아아아아아-!
"……."
눈사태다. 그래, 다 게임이니까 그렇겠지.
"뭐가 게임이라 그렇단 말이냐아아아아아아!!!"
버럭 소리치는 키리안. 아리에가 사이 배리어를 더블로 펼치긴 했지만 이걸로 될지는 의문이다.
"어이, 피닉스! 뭐 방법없냐?!"
{훗. 이몸을 뭘로 보고. 당연히 있다! 그럼 내가 길을 뚫겠다! 성스러운 불꽃!}
너무너무너무너무 틀에 박힌 스킬명이었지만 그 효과는 탓할 데가 없었다. 네 개의 화구(火球)가 회전하며 붉은 궤적을 남기며 뻗어나갔다. 윈드 캐논과 비슷한 파괴력의 그것은 피닉스가 지나갈 생로(生路)를 제공해 주었고, 기타의 위험요소는 아리에의 사이 배리어 더블이 해결해 주었다.
촤아아아아아!!
눈의 해일을 뚫고 피닉스는 허공을 날 수 있었다. 그리고, 저기 까마득히 골인 지점이 보인다. 남은 시간은 15초. 거리를 볼때 그냥 날아선 도달할 수 없을 듯 하다.
"어이 피닉스. 속도 더 높일 수 없어?"
{그저 열심히 팔을 움직이라고 할 수밖에 없겠군. 아니, 비약적으로 속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긴 하다만.}
"고삐만 쳐대다가 탈락이라고! 방법이 뭐야?"
{내가 흥분하는 거다.}
"흐, 흥분?"
키리안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 당황해서 반문하다. 그리고 슬금 아리에를 본다. 힘이 쫙 빠진 와중에도 아리에가 분노의 주먹을 들어올리자 키리안이 후다닥 피한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만 설명을 계속하자면, 이를 테면 내가 엄청나게 분노한다거나, 지나친 살심을 품으면 '마하 블레이즈(Mach blaze)'의 사용이 가능하다. 스스로의 의지로는 안되고, 주체할 수 없는 그런 감정에 의해 발생되는 거지. 지금은 무리다.}
"패시브 스킬이군. 지나친 살심이란 말이지? 아리에, 가능해?"
키리안의 물음에 아리에가 잠시 생각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마지막이다. 지긋지긋한 이 타임 어택을 한 번의 주문으로 끝낼 수 있을 것이다.
"그대, 지금 그 위선이란 심연(深淵) 속에 가려진 본능에 눈뜰지어다. 잔혹한 그 본연의 의지에 눈뜰지어다, 슬라우터 마인드!"
꽤 섬뜩한 주문이 외워졌다. 그리고 시동어가 아리에의 입에서 흘러나오자 검붉은색의 기류가 피닉스를 뒤덮었다. 그것이 스며들자 피닉스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리고 포효했다. 대상에게 살심을 불러일으키는 마법, 슬라우터 마인드가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다.
끄와아아아아아악-!!
평소의 피닉스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흉포하게 변한 피닉스의 루비보다도 붉은눈이 섬뜩하게 빛났다. 그리고 주변에 흩날리던 붉은 빛의 잔재가 사라지고 대신 검붉은색의 불꽃이 피닉스의 몸에서 피어올랐다.
화르르르륵-!
뜨겁지 않았다. 주인인 키리안과 그 씰인 아리에에겐 피해가 없는 불꽃이었다. 하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뜨거움이 느껴질 정도였다.
끄와아아악-!
화아아아아아아악-!!
피닉스가 포효하며 목표 지점을 향해 날았다. 미처 따라오지 못한 불꽃이 피닉스의 형상을 유지하며 궤적을 그린다. 엄청난 속도. 눈도 뜨기 힘든 속도에 키리안은 그저 고삐를 잡은 채 고개를 숙이고만 있어야 했다.
콰아아아앙-!
목표 지점임을 알리는 기둥을 피닉스가 들이박았다. 엄청난 굉음과 함께 기둥이 박살났고, 그에 상응하는 충격에 키리안과 아리에가 신음했다.
와르르르-
기둥의 잔해가 충격에 헤롱거리는 피닉스를 묻어버린다. 물론 키리안과 아리에도 함께다.
[띵- 퀘스트에 성공하였습니다. 듀얼 토너먼트 예선전을 통과하셨습니다. 본선 참가 자격을 드립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아이고, 그래도 성공이구나.'
파아아아앗-
골이 울리는 가운데에서도 안내 메세지를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키리안들은 빛에 휩싸여 그곳에서 사라졌다.
씰 콘테스트 - 듀얼 토너먼트(2)
아이고오-_)
..이어폰 끼기가 겁난다[;;]
자세한 건 밑의 잡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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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ge Thirty one - 씰 콘테스트(Seal contest) - 듀얼 토너먼트(Dual tournament)(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