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디앱솔브-123화 (123/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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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아앗-!

유저들로 득실거리는 콜로세움의 선수대기실. 유저가 없어서 조용하기만 한 이곳에 밝은빛이 터졌다. 그리고 나타나는 커다란 하나의 덩어리.

쿠웅-

육중한 소리와 함께 바닥에 떨어진 것은 화려한 붉은색의 깃털이 눈을 잡아끄는 화염의 성수 피닉스였다. 그 위엔 키리안과 아리에가 쭉뻗은 상태로 피닉스의 등위에 '널려' 있었다.

"아이고오."

온몸이 다 쑤시자 키리안은 관절염걸린 할아버지와 같은 소리를 내며 몸을 툭툭 쳤다. 그래도 명색이 성수란 놈이 머리가 훼까닥 돌아서 그 단단한 기둥에 헤딩을 해버리다니. 골이 미스릴로 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머리를 휘휘 젓고 난 뒤 우선 피닉스를 역소환했다. 체력 게이지를 확인해보니 아주 바닥을 기고 있다. 현재 빈사 상태. 기둥에 박은 것이 가장 크긴 했지만, 슬라우터 마인드에 의해 방어력이 거의 제로에 가까웠다는 것도 상당한 역할을 했다. 역시 양날의 검이었다.

일단 충격은 대부분 피닉스가 받았기에 자신과 아리에는 멀쩡한 편이었다. 우선 헤롱거리는 그녀를 소파에 앉혀놓고 유하를 소환한 뒤 자신도 그 옆에 앉아 축 늘어졌다. 이곳으로 텔레포트 된 것으로 보아 다른 유저들도 이곳으로 올 테니 좀 기다리면 다른 유저들도 올 것이다.

파아아앗-!

예상대로 나른하게 앉아있으니 이동계 마법 특유의 빛이 터지며 유저 하나가 나타났다. 짧은 갈색 머리카락과 눈동자. 금발금안의 마법사 씰을 대동한 그는 현 마스터 랭커 천령이었다. 키리안 다음으로 퀘스트를 끝낸 것이다.

"아, 먼저 와 있었네."

"옙."

천령의 말투는 평대로 바뀌어 있었다. 예전의 키리안임을 안 이상 존대를 하는 것이 더 이상한 것이다.

"내가 1등일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네. 뭘 한 거야?"

"타임 어택이요. 스카이 레이스에도 참가할 거니까 비슷할 것 같은 타임 어택을 한 거죠. 꽤 재밌었어요. 얘는 고생 좀 했지만. 히히."

"끙. 말도 마라."

아리에가 축 늘어진 상태에서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현실의 악몽을 게임에서 다시 겪게 되다니. 이건 별로 좋지 않다.

"그랬구나. 하긴, 타임 어택이 빠르긴 빠르지. 저번엔 나도 그걸 했거든. 레벨에 따라 난이도가 다르던지 별 게 다 튀어나오더라. 그 중 제일 압권이었던 건 역시 드래곤이었지. 누구는 나이트 호크 타고 나는데 방해꾼은 드래곤이 튀어나오고 절벽에선 개틀링 건 난사에 로켓 런쳐까지…… 완전 사기였다니까."

'로, 로켓 런쳐…….'

키리안과 아리에는 동시에 식은땀을 흘렸다. 로켓 런쳐라니. 개틀링 건은 양반이었다. 아리에는 처음으로 키리안의 레벨이 낮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날아오는 로켓을 받고 싶은 마음은 없다.

파아아앗-!

이야기를 하는 사이 예선을 통과한 유저들이 속속 텔레포트 되었다. 그 중엔 카디안과 디엔트 역시 끼어 있었다. 역시 예선에서 떨어질 유저는 아니었다.

텔레포트는 총 16번 이뤄졌다. 처음 키리안 이후 딱 15번의 텔레포트가 더 있었다. 그 후에 더이상의 빛은 없었고 대기실은 예선을 통과한 경쟁 상대를 서로 살피느라 고요했다.

키리안 역시 주변을 스윽 둘러봤다. 각양각색의 유저들. 뭐, 예선을 통과한만큼 심심하진 않을 것이다.

[아아, 예선을 통과하신 유저분들께 알립니다. 지금부터 듀얼 토너먼트 본선을 치를 예정이니 모두 바깥의 경기장으로 모여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 번 알립니다. 지금부터 듀얼……]

"나가보죠."

"그래."

키리안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고 그와 함께 카디안들이 문밖을 나섰다.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바깥으로 통하는 출구가 있었다.

{아르니아, 지금부터 본선 시작해. 어서 달려와.}

건망증이 심한 키리안답지 않게 아르니아와의 일을 기억하고 귓속말을 보냈다.

{아아, 이미 도착해 있어. 일단 귓속말은 땡큐~}

{예이.}

키리안은 간단히 귓속말을 끝내고 힘차게 통로의 밖으로 발을 내딛었다.

밖엔 찬란하게 햇빛이 내리쬐고 있었다. 베스트 드레서 때부터 그랬듯, 이번에도 운영자 파워로 날씨를 아주 멋들어지게 조절해놓은 듯 했다.

와아아아아아-!!

본선 진출자들이 나타나자 유저들의 함성이 울려퍼졌다. 그 함성에 흥이 돋는 키리안이었다. 역시 게임 속의 진재미 중 하나는 유저와의 대결이다. 그것도 이런 많은 관객들 앞의 토너먼트! 자신이 있기에 많은 사람들 앞이라지만 전혀 떨리지 않는다. 아니, 떨리긴 한다. 하지만 그것은 흥분일 뿐 부끄러움이 아니다.

경기장 위엔 이번에도 어김없이 디카릭이 대기하고 있었다. 그 외에 아리따운 프리스티스 NPC 둘이 네모난 상자를 들고 그 양옆에 서있었다.

유저들이 경기장 위에 올라오자 디카릭은 마이크를 잡고 목청을 높였다.

"예, 드디어 듀얼 토너먼트 본선을 치를 16명이 그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가장 빠르게 예선을 치르고 이곳에 등장한 16인! 그들이 바로 듀얼 토너먼트 본선을 치를 유저들인 것입니다!!"

우오오오오오-!

디카릭의 오버 히트(Over hit. 폭주) 액션에 유저들 또한 동조해 목소리를 높인다. 역시 분위기 만드는데 뭐 있는 운영자다. 별 거 아닌 일에 웬 오오오란 말인가.

"자, 그럼 필요없는 건 다 집어치우고 바로 듀얼 토너먼트의 룰에 대한 설명으로 넘어가겠습니다.

듀얼 토너먼트는 유저와 씰 하나가 2인 1조가 되어 진행되는 경기입니다. 씰은 하나만 쓸 수 있으며 경기 중 하나를 봉인하고 다른 하나를 꺼내는 방식으로 교체가 가능합니다. 횟수에 제한은 없습니다. 패배 조건은 장외, 씰이나 유저 중 하나의 전투 불능이 되겠습니다. 어떤 방식을 써도 상관없지만 부정 행위, 따로 구질구질하게 말할 필요는 없겠죠. 규칙에 어긋나는 행위는 바로 탈락으로 이어집니다.

상대를 정하는 것은 제비뽑기가 되겠습니다. 여기 이 두 아리따운 프리스티스는 상처입은 여러분들을 회복해줄 힐러입니다. 이 둘이 들고 있는 상자에서 선수들은 하나의 제비를 꺼냅니다. 마음에 드는 곳에 서주십시오. 대신 정원은 여덟입니다. 같은 번호를 뽑은 선수들끼리가 첫 상대가 되는 겁니다. 그 후엔 보통의 토너먼트와 같이 진행됩니다. 아시겠지요?"

"예!"

선수들은 어느새 취향에 맞게 양쪽에 나눠선 뒤에 우렁차게 소리쳤다. 디카릭은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인 뒤 일단 선수들에게 제비를 뽑게 했다. 처음은 키리안이었다.

바스락- 바스락-

이리저리 잘 섞은 뒤 하나를 뽑았다. 거기엔 진하게 '1'이라고 쓰여 있었다.

"흐음, 첫번째 경기인가."

저쪽에서도 자신과 같은 번호를 뽑은 듯 했다. 이거 꽤 공교로운 우연이다. 상대는 중절모를 푹 눌러쓴 20대의 청년이었는데 손에는 금빛 지팡이 하나를 들고 있었다. 옆에 대동하고 있는 파트너는 우스꽝스런 피에로였다.

'내 첫상대란 말이지…….'

상대는 초능력 계통의 능력을 쓸 것 같았다. 꽤 까다로운 타입. 하지만 약점만 간파하면 키리안 같은 부류에겐 가장 쉬운 타입 중 하나이기도 했다.

제비 뽑기 결과 카디안이 6번, 디엔트가 9번, 천령이 16번이었다. 계속해서 그들이 이긴다는 전제 하에 카디안과는 3차전에서 만나게 된다. 그리고 4차전에서 디엔트나 천령 중 한 명과 결승전에서 대면하게 된다.

'뭐, 결국 우승은 천령 형이겠지.'

레벨이란 게 있으니까 말이다. RPG에서 레벨이란 절대적인 요소 중 하나이니까.

대충 상대가 정해지자 프리스티스들의 손에서 상자가 사라졌다. 그래도 여성의 모습을 하니까 배려해주는 건가?

디카릭은 주변을 스윽 훑어본 후 다시 마이크를 들었다.

"네, 상대가 결정되었습니다! 이제 슬슬 시작해야겠지요. 하지만! 그 전에 질문을 하나만 던져 보겠습니다. 여러분, 누가 우승할 것 같습니까?"

……

그의 질문에 대답하는 유저는 없었다. 그럴 수밖에. 아무리 세상이 요지경이고 기적이 있다지만 그것은 말처럼 쉽게 이뤄지는 게 아니다. 대부분 결과를 예상하고 있었다. 바로 '천령의 우승'이란 결과를 말이다.

디카릭은 질문이 없자 한 번 웃은 뒤 다시 입을 열었다.

"예, 여러분들이 무슨 생각을 하실지 이 디카릭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대로 경기를 치른다면 십중팔구 천령님의 우승이지요. 그렇습니다! 뻔한 겁니다! 이래서야 재미가 없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우오오오오-!

"그렇습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바로, 레벨 통합을!"

"레벨 통합?"

"레벨 통합!"

레벨 통합! 그 뜻을 이해 못하는 유저들은 반문했지만 어찌어찌 코드가 맞아 그 뜻을 안 유저들은 크게 그것을 소리쳤다.

디카릭이 유저들의 눈빛에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소리쳤다.

"그렇습니다. 바로 레벨 통합! 모든 유저, 씰의 레벨을 통합해 버리겠단 소립니다! 이러면 되겠죠? 모든 것은 실력에 의해 판가름이 나는 겁니다! 하지만! 그 레벨을 달성한 유저의 노력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 스킬과 그 숙련도 등은 그대로 남기겠습니다. 이 정도면 충분하리라 봅니다. 레벨이 전부인 유저는 속 빈 강정과 다름 없겠지요! 불만 있는 분 계십니까?"

"없습니다!"

유저들의 우렁찬 외침. 그렇게 힘찬 분위기에서 듀얼 토너먼트, 그 본선이 시작되었다.

씰 콘테스트 - 듀얼 토너먼트(2)

아아..글써야지요. 암-_)a 게으름을 피울 수는 없는 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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