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디앱솔브-125화 (125/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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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아아아아아-!!

씰 콘테스트, 그 3대 이벤트 중 하나인 듀얼 토너먼트가 치러지는 콜로세움은 유저들의 함성에 의한 열기로 달아올라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구경거리 중 하나인 싸움 구경을 하고 있으니 당연히 그 기분이 고조되는 것이다.

만만치 않은 예선을 통과한만큼 유저들의 실력은 녹록치 않았다. 이것저것 변칙적이거나 화려한, 혹은 짜릿한 속도전도 보여주니 직접 참가하진 못해도 눈이 즐겁고 몸이 달아오르는 것이다.

'예상 외였어.'

키리안은 한창 전투를 치르는 천령에게 시선을 두며 한쪽으론 딴 생각을 했다.

메자르. 키리안 다음으로 시합을 치른 이 녀석은 두 번이나 키리안을 놀라게 했다. 파렴치한 스틸범인 녀석이 베스트 드레서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든 것으로도 모자라 듀얼 토너먼트 본선에 오르다니 말이다.

별로 신경도 안썼고 그 장비와 모습도 살짝 달라져서 그냥 지나쳤는데, 2차전에서 싸우는 것을 보고 바로 메자르임을 알아보았다. 그리고 꽤 놀랐다.

보통 파렴치한 짓을 하는 놈들이 그렇듯 실력이라곤 쥐뿔도 없을 줄 알았는데, 그리고 실제로도 키리안에게 별다른 힘도 못써보고 게임 오버 당했던 녀석이었는데 다시 보게 된 메자르는 상당히 달라져 있었다.

감상평을 하자면 '깔끔했다'라고 한 마디로 압축할 수 있었다.

마법사와 스나이퍼의 조합. 그 최대의 천적이라 할 수 있는 검사와 격투가의 조합을 군더더기없이 패퇴시켰던 것이다. 쓸데없는 큰 마법 대신 빠르고 효과적인 마법으로 그들이 근접할 수 없게 했을 뿐만 아니라 공격을 무력화시키고 틈까지 만드는 모습을 보였다. 거기에 그의 씰인 스테인의 정확한 사격은 그야말로 원샷원킬. 과거의 조잡한 실력과의 비교를 불허했다.

그 후에 이어진 카디안, 디엔트의 전투는 당연히 그들의 승리로 돌아갔다. 이럭저럭 체면은 차렸다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지금 치러지는 것이 바로 16강전의 마지막 경기였다. 천령의 경기. 사실 완전히 콜드 게임이었다. 몇 번 공격이 오고가지도 않았는데 천령은 이미 압도적으로 상대를 몰아붙이고 있었다.

"그럼 끝내겠습니다!"

천령은 크게 소리치며 드디어 검을 뽑아들었다. 검은 검집 속에 잠들어있던 시리도록 푸른빛의 검날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암은청한검.'

암흑 속에 그 청색 날개의 진면목을 감추고 있다는 최강의 검. 그것이 천령의 손에서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상대는 암은청한검이 나타나자 마지막임을 직감했는지 빠르게 입을 움직이고 있었다. 아마 합체기를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천령이 기다려주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파아아앗-!!

밝은빛이 터졌다. 주변의 빛을 무색하게 하는 백색 광선. 천령이 그것을 피해 높이 점프했다. 맞받아칠 줄 알았던 키리안과 유저들에겐 의외의 행동이었다.

"이런 합체기를 그대로 맞아줄 만만한 유저는 흔치 않을 겁니다! 벽파(碧波)!"

'아, 그렇지.'

상대에게 훈계조로 소리치며 천령이 암은청한검을 내리쳤다. 검에서 해일과도 같은 푸른빛의 파도가 일었다. 부드럽지만 막대한 힘의 집합체인 기의 파도는 단숨에 상대를 덮쳤다. 끝났다.

"예! 승부가 났습니다! 16강전 마지막 경기는 천령님의 승리로 끝이 났습니다!"

와아아아아-!!

과연 천령. 레벨이 통합됐어도 실력은 통합되지 않았음을 제대로 보여주었다. 레벨의 차이는 줄어도 실력의 차이는 줄지 않는다. 단 한 번의 공격도 허용치 않고 천령은 경기를 끝내버린 것이다.

"자, 그럼 30분 후에 8강전을 시작하겠습니다! 볼일 볼 분은 후다닥 다녀오시고 선수분들도 정신을 가다듬으시길. 30분 후에 다시 나타나겠습니다!"

펑-!

분홍빛의 연기를 남기고 디카릭은 사라졌다. 그와 함께 유저들도 잠시 콜로세움을 빠져나갔다. 꽤 떠들었으니 어느 정도 나른할 것이다.

"휴, 그럼 우리도 잠시 나갔다오자."

디엔트가 카디안과 함께 키리안에게 다가와 말했다. 일단 캐릭터야 예의 프리스티스의 운영자 파워를 부여받은 회복 마법에 의해 쌩쌩하다지만 정신은 아니었다. 기분전환을 할 겸 잠시 다녀오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이다.

"오케이!"

키리안 역시 좋다는 고개를 끄덕이며 아리에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와 함께 관람석에서 아르니아가 훌쩍 담에서 뛰어내려 그들에게 다가왔다.

"어이, 나도 끼워주지 않겠어?"

멤버가 다 모이자 밖으로 나가려는 차에 그들에게 말을 거는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천령이었다. 예상 외의 인물이 친근하게 말을 걸어오자 디엔트와 아르니아가 살짝 당황한다.

"헤에?"

"아, 형도 끼려고? 나야 좋지. 카디안 형이야 당연히 오케이일 거고…… 어때?"

키리안은 당연히 찬성할 카디안은 제외하고 디엔트와 아르니아의 의사를 물었다.

"헤에? 언제부터 마스터 랭커가 너의 형이 된 거야?"

아르니아의 질문에 키리안은 그저 씨익 웃으며 '본래부터 알고 있던 형이었어.' 란 답변을 해주었다.

"이런 빽이라니. 키리안 너 생각 이상으로 인물이었구나?"

"됐네요 됐어. 잡소리는 그만하고 반대는 아닌 거 같으니까 찬성으로 생각할게. 30분은 그리 길지 않다고. 자자 음료수 마시러 가자!"

이런저런 잡소리가 오가자 키리안은 가볍게 끊어버리고 앞장서서 카페로 향했다. 그대로 분위기를 유지하며 명쾌하게 걸어가려던 키리안은 출구에서 기다리고 있는 한 유저에 의해 걸음을 멈춤과 동시에 표정을 굳혀야 했다. 벽에 등을 기대로 폼을 잡고 있는 녀석은 베스트 드레서 3위의 메자르였다.

키리안은 그저 살짝 굳은 표정으로 메자르를 응시했다. 악연이 있는 사람에게 괜히 친근하게 굴거나 악담을 퍼부을 성격은 되지 못하는 키리안이었기에 그저 조용히 할 말을 하란 의사 표시로 쳐다만 보는 것이다.

"오랜만이군."

"그 말 하자고 기다린 건 아닐 테고……. 용건은?"

단도직입적으로 묻는 키리안에게 메자르가 피식 웃은 뒤 말했다.

"용건? 별 거 아냐. 예고를 하러 왔을 뿐. 바로 너의 패배를 말이야."

날카로운 눈초리로 자신을 쏘아보는 메자르에게 키리안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어이어이. 여긴 게임이라고. 왜 괜히 똥폼을 잡고 그래. 쪽팔리게스리."

단번에 사람을 울컥하게 만드는 키리안의 행동에 메자르가 이를 갈았다. 부르르 몸을 떠는 것이 울컥울컥 성질이 올라오는 듯 했지만 용케도 참아냈다.

'호오, 제법인데?'

낌새가 보이면 바로 검을 뽑아들어 목에 들이대주려 했는데 놀랍게도 도발에 응하지 않은 메자르였다. 과거와는 다르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주었다.

"큭, 각오하는 게 좋을 거다!"

메자르는 이를 갈며 한 마디를 남기곤 몸을 돌려 저쪽으로 사라져 버렸다. 가볍게 웃으며 그에게 시선을 떼며 키리안이 몸을 휙 돌려 일행을 보며 말했다.

"자자, 그럼 우리는 가던 길 계속 갑시다."

메자르에 의해 약간 이상해져버린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활달한 행동을 보이며 키리안은 일행을 이끌었다. 보통 이런 경우는 뒤끝이 좋지 않다지만 뭐 어떤가? 여긴 현실이 아니다. 그저 게임 속일 뿐.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단지 즐기면 될 뿐이다.

씰 콘테스트 - 듀얼 토너먼트(3)

쓰자쓰자쓰자..;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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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ge Thirty two - 씰 콘테스트(Seal contest) - 듀얼 토너먼트(Dual tournament)(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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