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디앱솔브-128화 (128/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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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여러분! 지금부터 듀얼 토너먼트 4강전을 시작하겠습니다!"

와아아아아-!!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이 따사로운 햇빛이 내리쬐는, 그러면서도 더위와 같은 불쾌감 대신 포근함만을 선사하는 게임 속의 이상적인 날씨 속에서 유저들이 열광하고 있었다.

듀얼 토너먼트가 시작된지도 벌써 몇 시간이 지났다. 경기는 순조롭게 진행되어 드디어 4강전까지 오게 되었다. 지금부터는 따로 길고 긴 휴식 시간이 없다. 논스톱으로 쭉쭉 나가는 것이다.

현재 남아있는 네 명의 유저는 키리안, 카디안, 디엔트, 천령이다. 당사자들이 관객들보다 더욱 기대되는 경기. 서로에게 호승심이 무럭무럭 피어오른다.

"자, 그럼 선수분들 올라와 주십시오."

1차전은 역시 1번인 키리안이 가장 먼저였다. 그리고 상대는 바로 카디안! 둘은 서로 마주보며 씨익 웃었다.

"우리 둘이 싸워보는 건 정말 오랜만이지 않아?"

카디안의 물음에 키리안은 웃는 표정 그대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재미있는 PvP는 할 기회가 별로 없다. 상당히 고대했던 경기. 말은 필요없었다.

"씰, 아리에. 앱솔브, 적여."

키리안은 함께 있던 아리에를 역소환한 후 피닉스를 소환했다. 아무래도 기동력이 부족한 유하는 카디안의 마법과 재빠른 씰들의 공격에 대응하기 힘들었다. 그러니 덩치가 크지만 하늘을 자유자재로 날 수 있으며 속도에서도 앞서는 피닉스가 카디안을 상대하기엔 좀 더 좋을 것이다.

카디안이 택한 파트너는 네피엘. 카리나보다 빠르며 저격이 가능한만큼 피닉스를 상대하기가 좀 더 수월하다.

'헤에, 장거리 전인가.'

카디안은 강력한 공격력과 빠른 스피드가 장기인 키리안이 접근하는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키리안 역시 기회가 되면 모르지만 피닉스를 파트너로 택한 만큼 어설프게 가까이가서 눈감고 공격해도 맞출 표적이 되어줄 생각은 없었다.

"레벨을 통합하겠습니다."

파아아앗-!

캐릭터가 훨씬 가벼워지고 힘이 넘친다. 이제 시작하는 일만 남았다.

"준비 되셨습니까?"

디카릭의 물음에 둘은 서로를 응시하며 자세를 바꿨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버스트 웨이브(Bust wave)!"

콰아앙-!

카디안의 주문이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터졌다. 시전자가 원하는 곳의 대지 일부를 파열시켜 버리는 마법. 제대로 걸리면 엄청난 피해를 입게 되는 중급 마법이었다.

마법이 터졌을 때 키리안은 이미 피닉스의 등 위에 있었다. 그는 네피엘의 멀티샷을 피해 바로 급상승 했고, 곧 마법의 사정거리 밖으로 물러났다.

"자, 그럼 어쩔까?"

일단 안전한 위치를 확보한 후 키리안은 카디안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이래서 진짜 뚫리면 좋겠지만 그건 불가능하니 이길 방법을 생각해 봐야 한다.

'저쪽이나 이쪽이나 여기선 딱히 결정타를 줄 수 없다. 그렇다면 역시 어떻게든 접근을 하는 게 나한텐 좋으려나?'

서로가 거리를 둔 채 멀뚱히 쳐다보고만 있다. 무언가 변화가 필요했다.

'좋아. 목표는 네피엘!'

"적여야, 고속비행이다!"

쉬아아아악-!

키리안의 말에 따라 피닉스가 한계에 가까운 속도로 날기 시작했다. 고삐가 끄는 대로 움직이는 피닉스. 목표는 카디안의 머리 위 상공!

"성스러운 불꽃!"

슈아아악-!

아래로 빠르게 하강하는 화염구들을 피해 카디안과 네피엘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물러난다. 그리고 날아오는 백색 빛의 폭풍. 광령시(光靈矢)였다.

키리안은 피닉스를 뒤로 물려 그것을 피함과 동시에 다시 네피엘에게 성스러운 불꽃을 날렸다. 피할 수 없는 속도. 네피엘이 실드를 쳤다.

콰콰콰쾅-!

회전하던 화염구들이 시간차를 두고 실드를 때렸다. 꽤 충격이 강했는지 네피엘이 뒤로 주욱 밀린다.

"아쿠아 썬더!"

여세를 몰아 공격해 들어가려던 키리안과 피닉스를 향해 카디안이 아쿠아 썬더를 시전했다. 위에서 아래, 일직선으로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사선으로 정면에서 치고 들어오니 진로를 유지하며 피하는 것은 무리였기에 어쩔 수 없이 우회해야 했다.

우회와 동시에 성스러운 불꽃을 쏘았지만 이번엔 피해버린 네피엘이었다. 하지만 공격은 그것으로 끝난 게 아니었다.

탓-!

키리안이 피닉스의 등에서 점핑을 이용해 네피엘이 있는 곳으로 총알처럼 날아갔다. 검에 맺힌 백색 기검이 눈이 시리도록 밝다.

"백련시(百聯矢)!"

지상에서 낮게 뜬 채로 뒤로 물러나며 네피엘이 연속해서 성혈궁을 당겼다. 순식간에 여러 발의 화살이 키리안의 여기저기를 노리고 쏘아졌다.

'검막을 쓰면 늦는다!'

막아도 늦고 피해도 늦는다. 일반적인 방법으론 안된다. 그렇다면……!

"에라, 저공비행이다! 점핑!"

키리안은 땅에 닿을 듯 엎어지며 점핑을 사용했다. 그야말로 바닥에 닿을 듯 말 듯 아슬아슬한 모양으로 몸이 총알처럼 쏘아졌다. 위로 화살이 스쳐가는 소리가 꽤 서늘하다.

순식간에 거리가 좁혀졌다. 네피엘의 새하얀 바지가 키리안의 사정거리에 들어왔다.

{성스러운 불꽃!!}

"일리오스!"

"퀘이크 오브 워터 브레스!!"

피닉스와 키리안에 의해 네피엘이 당할 듯 하자 카디안이 커다란 마법을 터뜨렸다. 굉음과 함께 땅이 갈라지며 실버 드래곤의 브레스를 떠올리게 하는 강한 압력의 물이 역류하는 폭포처럼 솟아올랐다.

치이이익-!

급히 몸을 피한 네피엘은 소매자락이 일부분 타는 것으로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그와 반대로 키리안과 피닉스는 솟아오르는 물기둥들에 의해 핀치에 몰렸다.

"적여야!"

물속에서 키리안이 소리친다. 카디안이 그 소리에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극한의 화속성인 피닉스에게 이 마법은 그야말로 쥐약이지.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워터 프레스(Water press)!"

워낙 심한 물기둥이라 키리안과 피닉스의 모습이 아예 보이지 않을 지경이다. 거기에 내리찍는 수압이 엄청난 워터 프레스까지 더해줬으니 그야말로 물지옥의 재현이었다. 이걸로 피닉스는 넉다운이다.

그래도 혹시 키리안이 튀어나와 반격을 가할지 몰랐기에 카디안은 네피엘에겐 홀리 배리어를 준비시켰고 자신은 관통형 마법인 블레이즈 레이(Blaze ray)를 준비했다.

촤아아아아-!

상승하는 물기둥과 하강하는 물기둥이 모여 조용한 가운데 커다란 소리를 낸다. 그리고 그 사이 검을 앞세운 덩어리 하나가 튀어나왔다. 키리안!

"블레이즈 레이!!"

현재 카디안이 가진 가장 강력한 관통형 화염 마법인 블레이즈 레이가 키리안에게 작렬했다.

파아악-!

물기둥마저 뚫고 들어가는 강력한 공격에 키리안의 왼쪽 가슴이 휑하니 뚫려버렸다.

펄럭- 땡그랑-

바람구멍이 휑하니 뚫려 휘날리는 기검사의 영예와 피닉스의 깃털들, 그리고 힘없이 바닥에 떨어지는 잡다한 아이템과 철검.

'키리안이 아냐!'

"네피엘, 홀리 배리어!!"

"파사의 천태도!"

파아아아앗-!!

슬슬 약해지는 물기둥을 뚫고 눈을 뜰 수 없게 만드는 백색의 광휘가 카디안과 네피엘을 뒤덮었다. 존재를 지우는 소멸의 빛이 홀리 배리어를 천천히 잠식해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빛마저 가르며 날아오는 한줄기 극예극강(極銳極强)의 검기가 소리도 없이 배리어와 함께 네피엘을 가르고 지나갔다.

파아앗-

네피엘이 빛으로 변해 사라졌다. 강제 역소환 당한 것이다.

"후아, 하도 빠르게 움직였더니만 손이 다 떨리네."

물기둥이 사라지고 그 안에 있던 키리안과 유하가 보였다. 어느새 피닉스가 사라지고 예의 변장 복장을 한 키리안의 옆엔 유하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시야가 차단된 틈을 노려 일부러 피닉스가 위험한 듯한 대사를 흘린 뒤에 옷을 갈아입는다. 입고 있던 기검사의 영예에 아이템 등을 넣어 잠시간의 눈속임을 할 허수아비를 만든 뒤 날린 후 그것에 시선이 집중된 사이에 합체기를 시전한다.

"제대로 속아버렸군."

카디안이 머리를 긁적였다. 소설이나 만화 등에서 자주 나오는 패턴 중 하나였다. 비록 그 형태가 다르더라도 말이다.

자주 나온다고 해서 걸리는 사람이 없는 게 아니다. 주인공 같은 인물이 단번에 그것을 간파하는 모습이 자주 보여 우습게 생각하지만, 실제로 그 상태에서 생각지도 않았는데, 그것도 이와 같이 급박한 상황에서 속임수를 간파할 인물은 '극히' 드물다.

"호오, 이건 멋진 전략이군요! 4강전 첫 경기의 승자는 상대를 멋지게 속이고 핀치에서 필살의 역공을 취한 키리안님입니다!!"

와아아아아-!!

4강전 첫 경기. 그렇게 유저의 함성과 함께 결승전을 치를 선수 중 하나가 결정 되었다.

씰 콘테스트 - 듀얼 토너먼트(3)

초낭패- -) .. 심하게 자버렸습니다.

시간 아까워 피토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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