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즈즈즈즉-!1
바람에 의해 물덩이가 이리저리 요동을 일으키고 뇌전이 침투해서 야단이었지만 정작 아레스에게 가는 피해는 없었다.
"바이올렛 라이트닝(Violet lightning)!"
공격은 그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조그마한 루아가 어느새 하늘 높이 태양빛을 받으며 활공하고 있었다. 그리고 디엔트의 명령에 따라 몸에서 보라빛 스파크를 뿜어냈다.
꽈르르르릉-!
천령과 아레스 주위를 난타하는 보라빛의 뇌전. 땅마저 패이게 할 정도로 위력적인 물리력마저 담고 있었다. 하지만 그 정도에 당할 천령은 아니었다.
뇌전의 파티 안쪽에서 푸른빛이 새나오고 있었다. 그것은 분명한 물빛. 뇌전을 물로 당해낸다고?
점점 보라빛이 사라질수록 푸른빛이 잘 나타나고 있었다. 천령과 아레스는 분명히 그 안에 존재하고 있었다. 하지만 전혀 타격을 받은 모습이 아니었다.
"뭐, 뭐야! 저 속성을 무시하는 먼치킨은?"
전기는 수속성에 그야말로 절대적에 가까운 위력을 발휘한다. 이것이 정설이고 디 앱솔브 내에서도 의심할 바 없는 법칙이었다. 한데, 지금 그것이 무시되었다. 유저들이 웅성거리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천령은 벙쪄있는 유저들, 그리고 디엔트를 보며 씨익 웃었다.
"뭐, 별달리 큰 비밀도 아니니까 가르쳐 줄까?"
끄덕끄덕!!
디엔트는 물론 유저들 모두가 목 디스크에 걸리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천령이 다시 씨익 웃으며 말했다.
"너도 고등학생이니까 한 번쯤은 들어봤을 거 같다. 증류수의 특징에 대해 알아?"
"증류수? 서, 설마?!"
듣자마자 바로 눈치 챈 거 보니까 이럭저럭 지식은 있는 녀석 같다. 천령은 '설마'란 표정으로 자신을 보는 디엔트에게 고개를 끄덕여줬다.
"맞아. 네가 생각한 대로야. 증류수엔 전기가 통하지 않지. 전기를 흐르게 할 전해질이 없으니까, 란 심도 있는(이게 심도 있겠느냐마는) 이야기는 넘기자."
"이런 말도 안되는! 증류수도 만들 수 있는 거야?"
디엔트의 물음에 천령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레스는 처음부터 수속성 중심으로 성장해온 워터 메지션이지. 게다가 스페셜 클래스는 말 그대로 물의 제왕이란 수제(水帝). 물에 관한한 최고의 씰이라고 내가 감히 자신할 수 있어. 느꼈을지 모르지만 웬만한 물 관련 스킬은 주문은 물론 시동어조차 필요없지. 그만큼 물과 가까운만큼 그 특성을 조금 변경시키는 것도 가능하지. 그 중 하나가 바로 이 증류수야."
수속성을 주로 쓰는 유저들의 눈이 희번득 빛난다. 호오, 이제 뇌속성 따위야!
"다만……"
다만?
"적어도 수제에 맞먹는 능력은 되어야 전투에서 써먹을 수준이 될 거야. 만드는 것도 수제급에 이르러야 할 거고……."
한 마디로 스페셜 클래스를 획득 가능한 암묵적 레벨인 200이 넘어야 한다는 소리다. 이건 정말 초고수 수준에 이르러서야 가능하단 말.
"으어어어어."
"그, 그렇단 말이지? 흐흐흐."
초보들은 앞이 까마득하단 생각에 어두운 오라를 풍겼고 200에 가까운, 혹은 200이 넘은 일부 유저들은 세상을 얻은 듯 웃었다.
"그래요? 헤에, 나 계속해서 정령사 할 건데 어느 정도 가능성은 있겠군요."
비록 수속성의 씰은 없다지만 자신은 정령사. 근접과 원거리 모두 어중간한 클래스라지만 정령의 힘을 빌 수 있다는 메리트 덕에 어느 정도 인기는 확보하고 있는 클래스다. 수제라고 했던가? 3차 직업까지 정령사를 마스터하면 정령왕의 힘을 어느 정도 끌어쓸 수 있다. 자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헤에, 그렇군요. 좋은 정보 감사! 다만, 승부는 냉정한 법! 크럼블링 라이트닝(Crumbling lightning)!"
루아가 그야말로 전광석화의 속도로 다시 하늘 위로 떠올랐다. 아까보다 더욱 진한 보라빛 스파크를 튀기며 크게 울자 아까보다 수는 적지만 그 파괴력은 더욱 높아진 보라빛 번개가 떨어져 내렸다.
콰과과과과과광-!!
엄청난 충격파가 다시 내리꽂혔다. 이번엔 천령도 그냥 맞아주진 않았다. 증류수를 마치 고무 잠수복처럼 둘러쓰곤 떨어지는 번개를 피해 달려든 것이다.
"어스 웨이브!"
출~렁~
땅이 마치 봉봉(트램플린)이라도 된 듯 요동쳤다. 천령이 그에 맞춰 낮게 점프하며 대쉬해 들어왔다.
"플레임 리플렉터!"
화르륵-!
화염 데미지를 줌과 동시에 공격을 튕겨내는 플레임 리플렉터. 어중간한 근접 전투 능력을 가진만큼 이런 스킬은 필수였다.
"그 정도론 암은청한검에 대적할 수 없지!"
파아앗-!
푸른 검기가 쏟아지며 플레임 리플렉터를 단숨에 조각내 버렸다. 디엔트가 급히 바람의 정령의 힘을 빌어 빠르게 뇌전 지대로 몸을 이동했다. 무작위 공격은 디엔트에게도 큰 피해겠지만 이동함과 동시에 뇌전의 공격 위치를 다시 천령에게 빠르게 돌렸기에 피해는 미미했다.
"뇌전은 소용 없다고 했을 텐데!!"
다시 한 번 증류수의 보호복을 입고 천령이 검기를 뿌리며 달려들었다. 검사로서 극에 달한 그인만큼 루아를 택한 디엔트로선 도저히 근접에서 대항할 수단이 없었다. 게다가 루아의 가장 큰 장점인 뇌전과 스피드, 작은 몸집조차 활용하기 힘들었다. 이거, 아무래도 처음부터 뇌전을 쓴 게 잘못인 것 같다.
'하지만 그냥 져줄 수는 없지!'
증류수라고 했겠다? 하지만 증류수도 물은 물이다. 그래, 물이란 말이지.
디엔트는 오른손을 살짝 들었다. 그리고 기력을 역류시켰다.
파즈즈즈즉-!!
몸이 따끔따끔 거리는 것이 역시 절대로 자주 쓸 건 못된다. 하지만 지금의 경우엔 딱히 실력차가 큰 천령을 이길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역시 마스터 랭커 답다고 해야 할까? 자신의 의도대로 전혀 싸우질 못했다. 무식하게 뇌전만 떨어뜨리는 것으로 갈 생각은 전혀 없었다. 한데 '어쩌다보니' 그렇게 되었다. 천령의 전투 페이스에 자신도 모르게 말려들었다고 해야 할까?
실력보단 경험의 차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아무래도 경험이 부족한 자신보단 오랫동안 디 앱솔브의 정수를 맛봤을 천령과는 경험의 차이가 엄청나니까 말이다.
손에서 검은 스파크가 튄다. 준비는 끝났다. 그와 함께 얇은 증류수에 둘러싸인 천령이 쇄도했다. 날아오는 검기를 피해 파고 들었다. 천령은 기다렸다는 듯 검을 내리친다.
"에라, 이판사판공사판이다! 리미트(Limit)!"
크게 소리치며 몸을 비틈과 동시에 천령의 복부에 손바닥을 내질렀다.
콰아아앙-!
굉음과 함께 천령이 뒤로 쭈욱 튕겨나갔다. 검을 피하는데 성공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제대로 리미트를 먹였다. 물은 공기보다 훨씬 더 충격을 잘 전달한다. 안그래도 극한의 데미지를 자랑하는 리미트인데 얇으나마 물속에 있었다고 봐야할 천령에겐 더욱 데미지가 컸을 것이다.
"기변체환(氣變體換)! 아레스, 태천수폭(太天水瀑)!"
확실히 천령은 전투불능이라 할 수 있을 엄청난 타격을 입었지만 아직 쓰러진 것은 아니었다. 게다가 마나와 기력도 상당량 남아 있었다.
그는 기력을 체력으로 변환시키는 기변체환을 이용해 기력을 모조리 떨어지는 체력으로 쏟아부음과 동시에 남은 마나를 모조리 아레스의 태천수폭 스킬에 투자했다. 약간의 체력을 바꾸는데도 엄청난 기력이 소모되지만 어차피 순간이다.
아레스가 천령의 명에 따라 오른손을 높이 들었다가 강하게 내리쳤다. 마치 거대한 폭포수가 나타난듯 엄청난 양의 물이 디엔트의 머리 위에서 갑작스럽게 나타나 쏟아져 내렸다.
쿠과과과과과과-!!
디엔트는 리미트 사용 후의 후유증으로 기력을 전혀 운용할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몸마저 가누기 힘들었기에 그것을 피할 수 없었다. 당연히 그 압력에 엄청난 타격을 입게 되었고, 경기장 밖으로 튕겨졌다.
프리스티스가 급히 경기장 밖으로 튕겨나간 디엔트에게 회복 마법을 걸어주었다. 그와 함께 디카릭이 마이크를 들었다.
"예, 승부가 났습니다!! 마스터 랭커를 잠시 핀치에 몰아넣을 정도로 분발한 디엔트님이었지만 그래도 그 아성을 무너뜨리기엔 조금 부족했나 봅니다. 승자는 현 마스터 랭커인 천령님입니다!"
우와아아아아-!!
4강전이 종료되었다. 그리고 결승전을 치를 유저가 확정되었다. 키리안과 천령. 과거 마스터 랭커였던 아레이나르의 검과 씰의 소유자가 대결하게 된 것이다.
씰 콘테스트 - 듀얼 토너먼트(4)
..어제 글 날렸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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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ge Thirty four - 씰 콘테스트(Seal contest) - 듀얼 토너먼트(Dual tournament)(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