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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전은 10분 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디카릭이 간단히 한 마디를 하고 운영자 파워를 이용해 경기장을 말끔히 복구한 후 전용 자석으로 이동했다. 프리스티스들은 경기를 치른 천령과 디엔트를 완벽히 회복시켜 주었다.
몸을 회복한 둘이 본래의 자리를 찾아 앉았고 잠시 경기장의 흥분이 가라앉았다. 키리안은 특히 조용했는데, 다음 시합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흐음, 수제란 말이지. 화염 속성인 피닉스나 유하에겐 쥐약인데…… 다른 마법사 파트너 역시 상당한 마법 실력일 터. 일단 속도에서 뒤지는 유하는 너무 불리해. 더군다나 확 트이고 좁은 장소에서 치러지는 경기인 만큼 더욱. 결국 피닉스가 더 나으려나…….'
이래저래 여건이 좋지 않았다. 유하를 파트너로 하자니 속성상 문제는 물론 속도마저도 현격히 뒤진다. 확 트이고 좁은 경기장 위인만큼 속도가 느리다는 것은 치명적인 단점이었다. 더군다나 상대가 엄청난 스피드를 자랑하는 검사 계열이라면 말할 필요조차 없다. 전략도 지형 등의 여건이 따라줘야 하는 것이다.
결국 유하는 패스. 하지만 피닉스도 크게 문제다. 유하는 그래도 성속성 또한 지니고 있으며, 일단은 '인간 무녀'인지라 화염 속성이 극이라 해도 보통의 화염 속성 씰에 비해 그 피해가 덜하다. 하지만 피닉스는 다르다.
화염의 성수. 말 그대로 화염을 생명의 원천으로 하는 성수였던 것이다. 수속성엔 따로 대책이 없을 지경이다. 게다가 덩치마저 크다. 일단 속도는 발군이라지만 조류 공통의 약점인 체력, 방어력, 뇌속성 저항력 등의 능력치 저조가 크게 발목을 잡는다.
'끄응. 별 수 없지. 결국 경기를 주도하고 끝을 보는 건 유저. 어떻게든 되지 않겠어!'
결론은 언제나와 다름없이 '부딪치고 보자'였다. 역시 고민하는 건 자신에게 맞지 않았다. 부딪쳐서 상황을 겪어보며 해결한다!
10분은 후닥 지나갔다. 웅장하면서도 스피드감 있는 음악이 결승전 분위기를 조성했다. 키리안이 손가락 사이에 피닉스의 깃털을 꽂고 봉인 해제의 명령어를 말했다.
"앱솔브, 적여."
파아아앗-!
화려하고도 맑고 진한 적색의 빛이 허공 중에 흩뿌려졌다. 그 궤적을 따라 피닉스의 모습이 유형화되어 키리안의 주위를 감싸며 소환되었다. 그야말로 연출 효과 최강. 키리안이 주변에서 옅게 들리는 감탄성에 훗훗 웃으며 경기장 위로 올라섰다.
파아앗-!
그의 정면에 위치한 천령은 금빛에 휩싸여 그 모습을 감췄다가, 천천히 경기장 위로 걸어나오며 그 모습을 드러냈다. 어느새 곁엔 금빛의 남성 마법사 씰, 블레인이 있었다.
"뇌제(雷帝) 블레인이다.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천령이 입가를 살짝 말아올리며 말했다. 키리안이 그 조언에 역시 입꼬리를 말아올린다.
"기대 100%입니다. 두고보도록 하죠!"
키리안의 위에서 피닉스가 허공을 날며 언제든 공격할 수 있도록 대기하고 있었고 키리안도 발검의 자세를 취했다. 그와 마찬가지로 천령 역시 발검의 자세였고 블레인도 주문 하나를 외워둔 상태였다.
파아아앗-
조용한 가운데 레벨 통합이 이뤄졌다. 캐릭터가 가볍고 힘이 넘친다. 컨디션 오케이! 준비 완료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듀얼 토너먼트 그 마지막 경기, 결승전 시작하겠습니다!"
파앗-!
디카릭이 텔레포트를 이용해 사라지는 소리가 시작을 알리는 총성이 되어 주었다. 둘이 동시에 검을 뽑아든다.
"천흔(穿炘)!"
"점핑!!"
팟-!
천령은 검을 뽑아든 오른손이 아닌 왼손을 내밀며 스킬을 시전했다. 초고열의 백색 레이저와 같은 한줄기 엄청난 속도의 빛이 키리안이 있던 자리를 스쳤다. 하지만 시작과 동시에 뛰어오른 키리안보다 빠를 수는 없었다.
날아오른 키리안은 볼 것없이 에인션트 골드 블레스터를 뽑아든 뒤 천령에게 쏘았다. 이게 30 실버 짜리란 생각은 이미 삭제된지 오래다. 재밌는 경기에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끼면 흥미 다 깬다.
콰아아아앙-!!
언제나와 같은 엄청난 굉음과 함께 천흔과는 성격이 완전히 다른 금빛의 파괴신이 천령을 노리고 내리꽂혔다.
천령이 서있던 경기장이 대포라도 맞은 듯 움푹 패였다. 천령은 그 자리에 없었다. 어느새 왼쪽으로 이동한 상태. 그리고 블레인의 공격이 있었다.
"라이트닝 넷(Lightning net)."
피닉스가 날고있던 하늘 위쪽 허공에서 뇌전으로 이뤄진 금빛의 그물이 빠르게 하강하며 피닉스를 감싸려했다. 걸렸다간 경기 그대로 허무하게 끝나버린다.
"고속 비행!"
슈아아악-!
키리안의 명에 따라 피닉스가 빠르게 후진했다. 그리고 이어진 성스러운 불꽃이 천령을 향해 날아갔다.
"어이, 장난치지 말라고!"
천령은 소리 치는 여유까지 보이며 가볍게 공격을 피해버렸다. 땅이 터져나가는 소리로 요란했지만 천령은 여유로 넘치고 있었다.
'쳇. 역시 마나 낭비란 말이지?'
어중간한 수는 전혀 먹히지 않는다. 게다가 꼼수가 쉽게 통할 상대도 아니다. 일단 경험에서부터 그 수준이 틀리다.
그 전의 게임 실력이 높았던 건 새로운 게임에 적응한 뒤에나 그 빛을 발한다. 아무런 정보도 없이 새로 시작한 게임에서 전 게임의 영광만을 생각한다면 언제나 열등생으로 남을 뿐이다.
수 백의 게임이 있고 그에 맞춰 수 백의 특성이 있다. 당연히 에스페란즈에도 에스페란즈 만의 특성이 있고 디 앱솔브에도 디 앱솔브 만의 특성이 있다. 여긴 디 앱솔브. 에스페란즈와는 다른, 디 앱솔브 만의 독특한 무엇인가가 있을 것이고, 오랫동안 디 앱솔브를 플레이 해 온 천령에 비해 자신은 그 특성에 대해 무지하다 할 수 있을만한 차이가 있을 것이다.
'헤에, 그럼 시험해 볼까?'
레벨이 통합되었다지만 모든 면에서 자신이 밀린다. 스킬부터가 현격하게 차이난다. 천령의 스킬에 비할 수 있는 것이라곤 유일하게 일리오스가 전부다. 결국 남은 건 변칙 공격, 쉽게 말해 꽁수 뿐이다.
"적여야, 상승이다!"
키리안은 날아오는 번개를 피해 상승했다. 피닉스의 빠른 몸놀림은 다른 공격을 받지 않고 순식간에 천령의 사정거리를 훨씬 벗어난 위치까지 상승할 수 있게 했다.
경기장이 점으로 보일만큼 높이 올라왔다. 비록 천령이 레비테이션을 통해 올라올 수 있다고 해도 시도는 하지 않을 터였다.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한 하늘에서 피닉스와 같은 고급의 창공 계열 씰과 대적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좋아. 그럼 있다가 보자 적여야. 씰."
키리안은 상상도 못할 짓을 했다. 그 높은 곳에서 피닉스를 역소환시켜 버린 것이다. 그리고 바로 유하를 소환했다.
"앱솔브, 유하."
파아앗-!
하강하기 시작하는 도중 유하가 소환되었다. 키리안이 그녀의 손을 붙잡고 합체기의 주문을 외웠다.
낙하 속도가 급격히 빨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순식간에 천령과 블레인의 모습이 잡힐 위치까지 왔다. 그들이 준비했던 공격을 날렸다. 넘실거리는 푸른빛의 검기와 푸른빛의 관통형 뇌전 마법 라이트닝 레이.
하늘 위에서 별다른 대책없이 맞았다간 그대로 사망이었다. 물론 키리안은 그것을 전혀 맞아줄 생각이 없었다. 바로 준비했던 주문을 마저 외웠다.
"…천상의 성스런 빛이 지금 여기 무녀에게 내릴지니, 그 단죄의 검에 머물러 천상의 법도에 따라 사악한 악귀를 벨지어다. 파사(破邪)의 천태도(天太度)!"
키리안이 유하를 앞으로 떠밀었다. 물론 이 귀여운 파트너를 죽이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이유는 하나, 이기기 위해서다!
파아아아앗-!!
유하가 퇴마봉 속에 잠들어있던 검을 내뽑아 내리치자 태양빛마저 삼킬 듯한 백색의 광휘가 검기와 마법을 뒤덮었다.
잠시의 힘겨루기가 있었지만 곧 백색의 빛이 그 공격들을 흩어버리곤 천령과 블레인에게 다시 달려들었다. 광범위한 공격이었기에 딱히 피할 곳도 없었다. 거기에 더해 다시 한 번 유하가 검을 강하게 내리쳤다. 그리고 쏘아지는 한줄기 검기. 그 반탄력으로 유하가 다시 허공으로 튕겨나간다.
"제법인데!"
보통의 유저라면 허둥대다가 게임 오버 당했겠지만 천령은 아니었다. 비록 아레이나르가 사라져 얻게 된 마스터 랭커의 타이틀이었지만, 적어도 그 호칭에 부끄럽지 않은 실력이 그에겐 있었다.
팟-!
빛이 천령과 블레인을 뒤덮었다. 둘의 실루엣마저 빛에 삼켜져 보이지 않게 되었다. 파사의 천태도에 의해 그 둘이 게임 오버 당한 것이 아니었다. 빛에 뒤덮이기 전 들었던 소리. 예상대로 파사의 천태도의 공격이 미치지 않는 곳에 천령과 블레인이 나타났다. 바로 블링크!
'예상하고 있었다고!'
"기검, 일리오스!"
콰아앙-!
유하에게 낙하하던 힘을 모두 전달한 덕에 가볍게 경기장에 착지했던 키리안이 순식간에 일리오스를 피워올린 후 근처에 나타난 천령에게 점핑으로 쇄도하며 검을 휘둘렀다. 공간 이동 후 있는 잠시간의 적응 시간을 노린 것이다.
"소드 웨이브(Sword wave)!"
천령은 상대를 확인하기를 포기했다. 대신 검에 막대한 기력을 주입한 후 땅에 내리찍었다.
파파파팡-!!
땅이 터져나가며 그 충격파와 잔해가 원형으로 퍼져나갔다. 그 중 일부는 키리안을 노리고 있었다. 물론 키리안은 그 정도로 물러설 생각은 없었다. 다만, 그것을 일리오스로 막으며 전진하느라 약간 그 기세가 줄었다.
그 사이 천령과 블레인이 좌우로 회피하며 키리안을 공격했다.
"그리스, 그라비티!"
블레인은 바닥을 미끄럽게 함과 동시에 키리안을 중력으로 내리찍었다. 그로 인해 움직임을 제약받은 키리안에게 천령이 다시 한 번 천흔을 사용했다. 아래는 그리스, 위로는 중력. 어떻게 움직일 수가 없다.
'아니지!'
번쩍 스치는 생각. 생각은 짧았고 행동은 빨랐다. 키리안은 중력에 저항하려는 생각을 버리고 오히려 그에 순행해 아래로 힘을 주었다. 방비없이 그대로 밟은 미끄러운 바닥. 거기에 중력까지 더해졌으니 키리안은 엄청난 속도로 주륵 미끄러졌다.
파악-!
그와 함께 천흔이 키리안의 머리카락 몇 올을 자르고 스쳐간다. 공교롭게도 그것은 블레인의 옆구리를 할퀴어 버렸다.
핏-!
블레인이 베인 옆구리를 잡고 비틀거렸다. 검으로 베인 것과 같은 효과는 물론, 화상까지 추가로 선물하는 천흔이었다. 그것을 자신의 씰에게 쏜 꼴이 된 천령이었다.
마스터의 공격이었기에 최소한의 방어력조차 발동하지 않아 고스란히 그 데미지를 받은 블레인의 타격은 꽤 컸다.
"유하야, 바람의 조력으로 접근한 후에 속타!"
키리안이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유하에게 소리쳤다. 곧 유하가 바람의 조력을 이용해 속도를 높인 후 블레인에게 접근해 퇴마봉을 휘둘렀다.
퍼퍼퍽-!
삼연속으로 같은 자리를 얻어맞은 블레인이 풀썩 쓰러진다. 마무리를 하기 위해 움직이려는 차 천령이 천흔을 연속으로 두 번 날렸다. 유하에게 있어선 위험하기 그지 없는 공격. 키리안이 바로 점핑으로 그녀를 넘어뜨려 함께 바닥에 쓰러지며 공격을 피했다.
머리 위로 다시 한 번 천흔이 공기를 가르며 지나친다.
공격이 지나가자마자 바로 키리안은 블레인을 공격하려 했다. 하지만 천령이 재빠르게 블레인을 역소환해 버렸기에 공격 목표는 천령으로 바뀌었다.
"기검, 연환검!"
일격필살 형인 일리오스 대신 기검과 연환검을 함께 시전했다. 천령은 검에 강기(剛氣)를 씌우고 그에 대항했다. 검사 최강의 클래스인 그랜드 소드 마스터에 이른 천령인만큼 정통파 검사 스킬을 사용하는 것이다.
극히 날카롭지만 그만큼 깨지기 쉬운 기검으론 강기에 대항할 수 없었다. 하지만 불리하진 않았다. 연환검을 사용하는 키리안인만큼 어차피 검을 부딪칠 생각은 전혀 없었다.
날카롭게 찔러오는 검을 왼발을 축으로 돌아 360도 빙글 돌며 피했다. 그와 동시에 키리안이 검을 가로로 베어 들어갔다. 천령이 상체를 뒤로 빼 공격을 피하며 비검기를 날렸다. 급히 몸을 낮춰 그것을 피하며 웅크렸던 몸을 스프링처럼 튕기며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천령은 뒤로 몸을 날리며 검막을 시전했다.
"일리오스!!"
콰아앙-!
검에서 일리오스의 불꽃이 폭발하듯 솟아올라 검막을 때렸다. 천령의 검막이 바로 유리 깨지듯 깨져버렸다. 그 힘을 이용해 천령이 더욱 물러났다. 키리안이 그를 노리고 빠르게 에인션트 골드 블레스터를 뽑아들어 쏘았다.
콰아아아아앙-!!
천령은 키리안이 에인션트 골드 블레스터를 뽑아들자마자 몸을 왼쪽으로 날렸다. 약하지만 반탄력에 의해 키리안의 몸이 잠시 굳었다. 그 틈을 노리고 공격해 들어오는 천령. 이번엔 키리안이 뒤로 물러나며 스킬을 시전했다.
'생각해보니 이게 있었지!'
"이글 오브 라이트닝!!"
크림슨 템페스트에 연청색의 검기가 뭉쳐졌다. 키리안은 그것을 천령을 향해 쏘며 뒤로 몸을 굴렸다.
달려오던 중이었기에 피할 여유가 없었다. 별 수 없이 천령은 그것을 쳐내야 했다.
콰앙-!
커다란 소리와 함께 뇌전 검기가 흩어졌다. 흩어진 것은 하나하나가 가느다란 검기가 되어 크게 회전하며 다시 천령에게 날아들었다.
"소드 웨이브!"
천령은 예의 소드 웨이브로 그것을 단숨에 튕겨냈다. 그리고, 뒤에서 낭랑하고 맑은 목소리가 크게 울려퍼졌다.
"파사의 태도!"
"……!"
파아아앗-!!
눈을 태울 듯한 백색의 광휘가 천령을 뒤에서부터 덮어버렸다. 유하, 그녀의 간판 스킬인 파사의 태도가 잠시 그 존재를 잊어버린 댓가를 치르게 했다.
팟-!
광휘마저 가르는 한줄기 검기가 천령을 훑고 지나갔고, 결승전의 승자가 결정되었다.
잠시간의 침묵. 그것은 디카릭이 마이크를 들고 소리치는 것으로 깨어졌다.
"예! 듀얼 토너먼트의 최종 승자가 지금 결정 지어졌습니다! 우승자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은 키리안, 키리안님의 승리입니다!! 위시 에이전트를 사용하지 않고 지금 키리안님이 우승을 거머쥐었습니다!!"
와아아아아아아-!!!
듀얼 토너먼트 시작 후 가장 큰 함성이 콜로세움을 뒤덮었다. 그렇게, 키리안은 마스터 랭커를 꺾고 듀얼 토너먼트의 우승을 차지했다.
씰 콘테스트 - 스카이 레이스(1)
으하하-_) 드디어 스카이 레이스입니다아아아[;;]
..아야나미 버전 잔혹한 천사의 테제(소년이여 신화가 되어라).. 대단하군요-_-)b
[상상이 안 갔거늘..이리 좋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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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ge Thirty five - 씰 콘테스트(Seal contest) - 스카이 레이스(Sky rac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