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디앱솔브-133화 (133/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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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스 이벤트에 참가하실 유저분들께 알립니다. 곧 랜드 레이스, 스카이 레이스가 시작될 예정이오니 모두 중앙 광장으로 모여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 번 알립니다. 곧 레이스 이벤트가……]

어찌어찌 기자들을 떨쳐낸 뒤 시험비행을 하고 있던 키리안은 디카릭이 한 방송을 듣고 방향을 광장 쪽으로 돌렸다. 애드벌룬이 요란하게 떠 있고 거기에 붙어 있는 플래카드엔 레이스에 관한 문구들로 도배가 되어 있으니 굳이 장소를 거론하지 않아도 어딘지 알 정도였다.

여기저기서 중앙 광장으로 사람들이 몰렸다. 그 중엔 키리안과 같이 미리 레이스에 참가할 파트너와 함께 등장하는 유저들도 있었다.

몰리는 사람들 중 대다수는 구경꾼이었다. 예상 외로 레이스에 참가하는 유저는 그렇게 많지 않았다. 랜드 레이스 63명, 스카이 레이스 56명. 그 많은 유저들의 수에 비해 상당히 적었던 것이다. 하지만 나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레이스를 펼치기에 적당한 인원이었다.

'하긴, 유저의 신청이 너무 많았다면 접수를 받지 않았겠지.'

물론 레이스 이벤트가 인기 없는 건 아니었다. 다만 레이스에 참가할만한 씰을 지닌 유저가 예상 외로 적기도 했고 구경을 선호하는 유저가 많았을 뿐이었다.

광장은 어느새 레이스 이벤트에 알맞게 개조가 되어 있었다. 역시 만능 운영자 파워의 결과였다.

광장의 중앙은 길과 연결된 트랙이 생성되어 있었고 그 양쪽으로 관람석이 주르르 늘어져 있었으며 허공엔 대형의 스크린이 두 개 떠있었다. 아마 저기로 생중계를 할 모양이었다.

바로 스크린의 위에 반투명한 원통형의 연청색의 트랙이 죽 늘어져 있었는데, 바로 저것이 스카이 레이스에 쓰일 트랙, 일루전 코스인 모양이다.

유저들이 우르르 몰려오고 그 수가 점점 줄어들 때쯤 스크린에서 디카릭이 튀어나왔다. 등장과 동시에 터지는 오색의 연기가 시선을 집중시킨다.

"안녕하세요 유저 여러분들! 이번에도 어김없이 디카릭의 등장입니다! 자, 드디어 싸나이들의 열혈! 감동! 그 초고속 스피드의 세계가 펼쳐지게 됩니다! 거기에 더해지는 아름다운 아가씨들의 유려한 주행도 있습니다! 아리따운 아가씨들의 응원도 있습니다!"

우오오오오오-!!

남자들이 울부짖는다. 싸나이들의 열혈! 감동! 초고속 스피드의 세계가 그리도 멋지단 말인가!

"그냥 시작해버렸으면 좋겠지만 규칙은 규칙인지라, 별 수 없이 규칙 설명하고 가겠습니다!"

디카릭은 유감을 표시하며 대형 스크린 앞에 둥둥 뜬 상태로 작고 짧은 막대기 하나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스크린에서 쭈욱 물러난 뒤 막대기를 스크린으로 향했다.

핏-!

곧 반투명하던 스크린에 선명한 화면이 떠올랐다. 좌우로 나뉘었는데, 좌측이 랜드 레이스의 트랙, 우측이 스카이 레이스의 트랙을 나타내고 있었다.

디카릭이 막대기에 붙어있던 버튼을 꾹 누르자 붉은색의 레이저가 스크린에 표시되었다. 호오, 레이저 포인터다!

붉은색의 점은 우선 랜드 레이스의 트랙을 가리켰다.

"이것이 바로 랜드 레이스의 트랙입니다. 척 보시면 아시겠지만 광장을 시작해 거미줄과 같은 도로를 따라 달리는 것입니다. 딱히 어려운 코스는 없습니다. 다만 '아이템'이나 기타 장애물 등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으니 드리프트의 묘미는 없다시피 해도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간단한 설명 후 붉은 점은 스카이 레이스의 트랙으로 넘어갔다.

"그리고 이것이 스카이 레이스의 트랙입니다. 허공 중에 생성된 일루전 코스지요. S 드리프트 구간, 점프 구간, 직선 부스터 구간 등이 있습니다. 여기엔 랜드 레이스에서 나타나는 장애물은 없지만 아이템은 존재합니다."

디카릭은 잠시 말을 마친 후 유저들을 둘러보았다. 역시 부족하단 눈빛을 하고 있다. 당연하지. 진짜 설명은 지금부터니까.

"그럼, 자세한 설명으로 들어가겠습니다."

핏-

스크린의 화면이 바뀌었다. 흙탕물로 가득한 웅덩이, 절벽, 동굴, 기타 등등. 랜드 레이스의 트랙 중 일부였다.

"이것이 바로 '기타 장애물'이라 말했던 것입니다. 잘 이용한다면 경쟁 상대를 떨어뜨릴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동굴이나 그 외에 잘 보이지 않는, 트랙 같아 보이지 않는 트랙이 있을 것입니다. 이건 지름길이기도 하고 함정이기도 합니다. 잘 판단하신다면 남들보다 훨씬 짧은 거리를 달리는 것으로 골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핏-!

다시 화면이 바뀌었다. 이번엔 여러가지 아이템이 보인다.

"랜드 레이스든 스카이 레이스든 몸싸움이 가능합니다. 다만 공격 스킬의 사용은 '일체 불가능'입니다. 어기면 바로 탈락입니다. 일단 참가자들의 공격 액티브 스킬(직접 사용해줘야 하는 스킬)은 참가 신청을 받은 날 충분히 검토를 한 후 모조리 경기 시작 땐 사용할 수 없게 준비했지만 패시브 스킬은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왜냐? 이건 '변수'입니다. 즉, 이것을 활용하는 것은 허용하겠다는 뜻입니다. 머리를 잘 굴려보세요!"

디카릭은 한창 이야기를 하던 중 지금은 아이템에 관해 설명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곤 한 번 헛기침을 한 후 다시 말을 이었다.

"보시다시피 아이템입니다. 이것이 바로 레이스에 쓰일 아이템이지요. 우선 '부스터'입니다."

레이저 포인터가 가리킨 것은 두 개의 원통형 아이템이었다. 멋드러진 디자인의 그것은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형식의 부스터를 닮아 있어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이 아이템은 랜드, 스카이 공용입니다. '부스터 온!'이란 명령어에 따라 발동합니다. 화려한 이펙트와 함께 초고속의 질주가 가능하지요!! 으하하하. 흥분되기 그지 없습니다!"

저 인간, 설명하다가 흥분해 버렸다. 그에 따라 유저 몇이 같이 흥분한다. 디카릭은 흥분 상태로 설명을 이어나갔다.

"랜드 레이스에선 부스터는 아이템을 통해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드리프트가 중요한 스카이 레이스에선 드리프트를 통해서도 부스터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드리프트를 하게 되면 그 정도에 따라서 부스터 게이지가 차게 됩니다. 그것이 극에 이르렀을 때 '부스터 온!'이라 외치면 부스터를 사용할 수 있는 겁니다. 크하하하! 전략적으로 사용하시길!!"

드리프트를 이용해 부스터 게이지를 채울 수 있다. 꽤 좋은 수다. 특히 드리프트를 즐기는 키리안에게 있어선 정말로 귀가 솔깃해지는 말이다.

설명은 계속 이어졌다. 검은색의 돌맹이 비스무리한 것들이 '콩알탄'이라 불리는 것이며 작은 번개 모양의 악세사리가 번개를 부른다는 것. 그 외에도 아이템은 다양했다. 일단 아이템을 얻게 되면 설명을 볼 수 있기에 꼭 외우려고 기를 쓸 필요는 없었다.

"랜드 레이스는 총 열 두 바퀴를 돌게 됩니다. 스카이 레이스는 총 열 일곱 바퀴를 돌게 됩니다. 스테미너 걱정은 하지 마시길. 스테미너는 무한으로 설정할 생각입니다. 선수분들은 그저 열혈의 자세로 열심히 달리시면 되는 겁니다. 오케이?!"

우오오오오오-!!

유저들은 디카릭의 물음에 대답 대신 열혈의 함성을 내질렀다. 그 모습에 디카릭이 만족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유저분들은 파트너와 함께 출발 지점에 위치해 주십시오! 아, 파트너 뿐 아니라 힐링 등을 도맡을 씰을 더 소환하셔도 좋습니다. 역시 공격 스킬은 불능입니다."

키리안은 디카릭의 말에 바로 아리에를 소환해 곁에 두었다. 공격 스킬이 아니면 된다고 했다. 게다가 패시브는 봉인하지 않는다. 이거, 좋잖아?

아리에의 투덜거림을 무시하며 대기 장소로 간 키리안은 몇몇 유저들을 보고 헛바람을 들이켜야 했다. 우선, 넷으로 이뤄진 한 무리. 머리에 붉은색 띠를 동여맨 그들. 띠에는 각각 '보너스 사수! 직장 사수! 절대 필승! 특종 사수!'란 문구가 쓰여 있었다.

'이, 이거 실수한 거 아냐?'

나이트 호크를 탄 기자 부대들의 기세는 그야말로 필사적이었다. 그들은 키리안을 발견하자 날이 선 눈으로 한 번 찌릿 노려봐주곤 다시 본래의 위치에 섰다. 마지막에 참가한 그들의 위치는 가장 뒤였다(신청 순서에 따라 자리가 배정되었다).

살벌한 그들의 기세에 키리안이 슬금슬금 자리를 이동하려 할 때였다. 등뒤에서 그를 부르는 목소리가 있었다.

"여어, 키리안. 유명인이 다 됐더라?"

익숙한 목소리. 고개를 돌려 자신을 부른 상대를 찾았다. 그 크기가 심하게 작아진 화이트 드래곤을 탄 유저가 하나 있었다. 바로, 스카이 레이스에 맞게 운영자 파워에 의해 그 크기가 줄어든 실리에르를 탄 드래곤 마스터 라시드였다. 그리고…… 그 옆엔 그 이름도 유명한 유수청풍 길드의 마스터, 아스타나 사야카가 있었다. 그녀가 탄 것은 에메랄드 빛을 내는 유려한 곡선이 아름다운 에메랄드 호크였다. 나이트 호크보다 좀 더 그 능력치가 높다.

"아, 아레? 두 분도 참가합니까?"

라시드는 그렇다쳐도, 아스타나는 정말정말 예상 외였다. 길드 가입 후 그 모습조차 몇 번 보지 못했는데 지금 이 자리에 나타날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다.

"그럼그럼. 듀얼 토너먼트야 흥미가 없었지만 이 싸나이의 열혈! 용기! 감동!의 드라마인 레이스는 절대 그냥 지나칠 수 없지! 부스터 온! 이 얼마나 가슴을 찡하게 하는 단어인가!"

"……아 예. 그럼 아스타나님은?"

발작하는 라시드의 마음을 키리안도 어느 정도는 이해했기에 그냥 시선을 외면해 주었다. 그리고, 아스타나를 보았다.

"에, 나는 저기 계신 기자님들에게 부탁 받았는걸?"

"……예?"

이건 또 무슨 전개? 기자님들의 부탁이라니?

어리둥정해 하는 그에게 아스타나가 친절히 설명해 주었다. 아르니아의 기관총 같은 숨 넘어가는 설명이 아닌, 프로다운 설명이 시작됐다.

"나는 최고의 정보 길드라 할 수 있는 유수청풍의 마스터잖아? 근데, 이게 무협 소설 등에서 등장하는 그런 정보 길드랑은 그 성격이 전혀 다르지. 이곳에서의 '정보'는 새롭게 발견된 던전의 몬스터 정보, 지도, 공략 등이라 할 수 있지. 유수청풍은 그런 것을 집중적으로 다뤄. 이해가 가지?"

"예."

그렇다. 현실의 첩보 영화 등에 정보 길드를 대응시키면 곤란했다. 게임 내의 정보는 현실과는 조금 다른 것이다.

"길드 마스터라고 그저 노는 게 아니란 거지. 자랑이겠지만 '유수청풍의 아스타나 사야카'하면 꽤 알아줘. 덕분에 디 앱솔브에 관련된 프로그램 관계자들과 꽤 친해지게 되었어. 정보를 꽤 제공해주니까 말야. 공략 코너의 진행자이기도 하지롱~"

그녀는 씨익 웃으며 브이자를 그렸다.

"헤에, 그랬군요. 한 번 봐야겠는데요?"

아는 사람이 TV에 나온다니 호기심이 꽤 동한다. 아스타나가 그의 말에 살짝 손사래를 친 뒤 말을 이었다.

"뭐, 그런 고로 저기 분들과도 안면이 있단 말이지. 갑자기 찾아와서 비장한 모습으로 '도와줘!'라고 말씀하시는데 거절할 수도 없잖아. 결국 이 녀석이랑 참가하게 됐지. 참고로, 내가 우승하면 나랑 인터뷰 해야 돼."

"그, 그렇습니까."

키리안은 속으로 '이거 정말 위험하게 되었잖아!'라고 소리쳤다. 이거 정말 위험하게 되었다. 목표는 우승. 그것을 방해할 경쟁자들과 우승하면 안되는 존재가 다섯. 자신도 정말 필사적인 각오로 임해야 할 것 같다. 뭐, 비장의 한 수가 있지만 걱정되는 건 걱정되는 거다.

그는 일단 앞부분에 위치한 자신의 자리에 섰다. 그리고 마주치면 좋은 꼴은 보지 못할 인물을 근처에서 발견했다. 이젠 거론하기도 지겨운 메자르. 바로 그가 풀 메탈 스피더(Full metal speeder)라 이름 붙은, 강철의 초고속 거대 참새(!)를 타고 나타난 것이다.

'또, 또 저놈이라니!'

키리안은 의도적으로 시선을 무시했다. 그리고 어서 디카릭이 경기를 시작해주길 기다렸다.

"자, 일단 사전 준비를 하겠습니다. 우선 액티브 스킬을 봉인하겠으며, 레벨을 151로 통합하겠습니다."

파아아앗-!

그가 말을 마치자마자 중앙 광장이 빛으로 뒤덮였다. 그 빛은 참가자의 모든 공격 스킬을 봉인해 버림과 동시에 그 능력을 151로 맞췄다.

"자, 끝났습니다. 모두 준비 되셨습니까?!"

우오오오오오-!!

"쳇. 도대체 뭐가 좋다는 거냐. 중얼중얼중얼……"

아리에는 또다시 펼쳐질 악몽에 계속해서 중얼거렸다. 키리안의 그 위험천만한 주행 스타일은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초단거리 드리프트. 벽에 딱 붙어서 갑자기 휙 사라지듯 코너를 돌아버리는 그 짜릿한 공포는 청룡열차가 우스울 지경이다.

그녀가 키리안의 뒤에 꼭 붙어서 중얼거렸지만 키리안은 그저 경기 전의 흥분에 씨익 웃고 있을 뿐이었다.

디카릭이 유저들의 불타오르는 모습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허공에서 거대한 깃발이 생성되었다.

"자,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레디!"

유저들의 시선이 날카로워졌다. 초긴장 상태. 짧지만 억겁과도 같은 침묵. 그것은 디카릭의 우렁찬 외침에 의해 깨졌다.

"고(GO)!!"

"출발이다, 적여야!!"

슈아아아아악-!!

거대한 깃발이 아래로 내리쳐짐과 동시에 여기저기서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귓가를 때린다. 랜드 레이스, 그리고 스카이 레이스가 지금 시작된 것이다!

씰 콘테스트 - 스카이 레이스(1)

..한 30GB 쯤 다운받기 해놨는데 자고 일어나니 중간에 멈췄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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