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디앱솔브-136화 (136/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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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섬은 딱히 어려운 드리프트 구간이 없었다. 그저 완만한 드리프트 몇 개와 직선 코스가 주류를 이뤘다. 아무리 키리안이 초단거리 드리프트를 통해 거리를 줄이려고 해도 무리였다. 결국, 여기는 아이템 쓰기 나름이란 말이다.

모니터 창에서 순위를 살펴보니 자신은 현재 13위. 아스타나는 이미 제 2섬의 트랙으로 따져서 자신의 두 배는 앞서나가고 있었다. 더 벌이지면 상당히 위험하다. 아무리 열 일곱 바퀴를 돈다고 해도 그동안 거리를 줄이지 못하면 무소용이니까 말이다.

'너무 앞서나가는 것도 좋지 않지만 너무 뒤쳐져 있으면 아예 기회가 없는 법이지!'

키리안은 달리면서 얻었던 아이템 중 부스터를 먼저 사용했다.

파아앗-

부스터 아이템이 장착되고 래버가 생성되었다. 키리안은 래버를 힘차게 당겼다.

"부스터 온!"

푸화아아아아악-!!

붉은 화염이 내뿜어지며 피닉스가 가속을 시작했다. 라시드와 메자르가 가까워졌다. 여기선 부스터 게이지를 채우기도 힘들었기에 아이템으로 부스터를 얻어야 했다. 저들은 아직 부스터를 얻지 못한 듯 키리안이 거리를 좁히고 있는데도 가속하지 않고 있었다.

'좋았어. 따라잡는다!!'

키리안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때, 메자르가 허연 무언가를 던졌다.

철퍼억-!!

'꾸, 꾸엑!!'

그것은 바로 '밀가루 반죽'이었다. 시속 600km/h에 달하는 엄청난 속도에서 그것을 면상으로 받아냈으니 무사할 리가 없다. 그나마 게임이어서 큰 충격은 아니었다지만 얼얼한 정도의 충격은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야가 차단되었다. 레이싱에서 시야가 차단된 것은 너무나 치명적이다.

"아, 아리에 고삐 잡아!!"

"에, 에에에에?!"

그나마 다행인 점은 지금 이 코스가 초심자라도 조금만 주의하면 부딪치지 않고 주행이 가능할 정도로 쉽다는 점이었다. 키리안은 반 강제로 아리에에게 고삐를 쥐게 했다.

"자자, 당황하지 말고. 아리에, 여기 정말 쉬운 곳이거든? 한 방 쾅~하고 박기 싫으면 주의해서 달리라고!"

키리안은 그렇게 아리에에게 주행을 맡기고 밀가루 반죽을 떼기 위해 끙끙거렸다. 메자르, 이런 사악한 수를 쓰다니(녀석은 웃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아리에가 고삐를 잡은지 얼마 안되어 드리프트 구간이 나타났다. 그것도 제 2섬 최대의 난관이라 할 수 있는 90도, 직각 드리프트 구간이었다.

"주, 주인님. 90도로 꺾여 있는 곳인데?"

그냥 드리프트 하지 않고 조심조심 주행해도 되는 완만한 드리프트 구간이 아니라 이건 드리프트 안하면 필히 박는 직각 드리프트 구간이었다. 고수라면 미리 찬찬히 방향을 바꿔 드리프트 하지 않고도 달릴 수 있을지 모르지만 생초보인 아리에에겐 심히 무리인 구간이었다.

"모, 몰라. 알아서 해!"

키리안은 반죽을 떨어지지 않자 엄청난 흥분 상태였기에 아리에의 말을 가볍게 넘겨 버렸다. 그리고 벽이 다가왔다. 드리프트 하지 않으면 박는다!

"꺄아아아아!!"

아리에는 그냥 눈을 감고 고삐를 힘차게 당겨버리고 말았다. 그래도 본 건 있어서 제대로 된 방향으로 고삐를 당기긴 했는데…… 당긴 채로 놓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즉, 180도 회전을 해버렸단 말이지.

벽이 빠른 속도로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래도 좀 넓은 코스였기에 침착했으면 넘길 수도 있었을 텐데, 아리에에겐 무리였나보다.

"꺄아아아!!"

아리에가 눈을 꼭 감았다. 아, 여기서 죽는 구나.

우-뚝-!

그때였다. 갑자기 피닉스가 정말 소리라도 날 것 같은 모습으로 덜컥 멈춰버렸다. 부들부들 떨던 아리에와 겨우 밀가루 반죽을 떼는데 성공한 키리안이 의아해서 피닉스를 보았다.

"엥? 적여야 왜 멈췄니?"

상황을 제대로 파악 못한 키리안은 그저 피닉스가 멈췄다는 것 자체만을 보고 물었고 아리에는 그저 박지 않았다는 것에 안도하며 축 늘어져 버렸다.

{주인, 내 밑을 봐.}

키리안은 피닉스의 말에 아래를 확인했다. 그리고 '크악!'하는 소리를 냈다.

"5초 본드!!"

마치 껌이라도 바닥에 붙여놓은 듯한 모습의 그것. 피닉스를 붙잡고 있는 그것의 드러난 일부엔 '디카릭표 5초 본드'라고 적혀 있었다.

그냥 기다리고 있으면 10초는 움직일 수 없었다. 절대로 그냥 있을 수 없다! 아스타나 등의 선두 그룹은 어느새 제 2섬의 마지막 코스로 향하고 있었다. 거기에 다른 유저들 또한 키리안을 속속 앞질러 나가고 있었다.

파아앗-

"젠장, 부스터 온!!"

푸화아아아악-!!

열심히 발버둥을 치면 본드를 벗어날 수 있다. 특히 부스터를 사용한다면 그 속도는 더욱 줄어들 터였다. 키리안은 아이템 창에 남아 있는 마지막 부스터를 사용했다. 어차피 여긴 아이템이 많다. 전혀 아낄 필요가 없다!!

불꽃이 강렬하게 분사되며 추진력을 더해주고 있었다. 거기에 열심히 고삐를 치는 키리안. 그것에 힘입어 피닉스가 조금씩 전진하고 있었다.

찌이이익-!

그리고 무언가가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피닉스가 폭발적인 속도로 앞으로 쏘아져 나갈 수 있었다.

"이 정도로 질 쏘냐 이 정도로 질 쏘냐!!"

앞에 떠다니는 아이템을 아리에가 지은 죄가 있는 지라 알아서 잠자리 채로 채집해 주었다. 이번에도 부스터였다. 아무래도 순위가 점점 떨어지는 유저들은 빨리 따라잡으라고 부스터를 얻을 확률을 높여놓은 것 같다.

"좋아. 부스터 온!!"

무한 부스터다! 한 번 해보자고!!

달리는 와중에 콩알탄 퍼레이드를 하나 얻을 수 있었다. 키리안은 인정사정 없이 그것을 뿌렸다. 감미로운 효과음과 함께 정작 아이템을 쓴 자신은 부스터 가속으로 빠르게 콩알탄 지대를 통과해 버렸다.

현재 자신은 32위. 지체할 시간 따위는 없었다.

또다시 나온 아이템은 부스터와 해일이었다. 부스터는 볼 것 없이 바로 래버를 당겨 버렸다. 완만한 드리프트 구간은 부스터 가속을 하면서도 충분히 돌 수 있을 정도였기에 급한 마음의 키리안에겐 무시 대상이었다.

끼이이이이이익-!!

가속 상태에서 드리프트를 하는 것은 상당히 무리가 있었는지 피닉스와 키리안의 체력을 상당량 소모시켰지만 아직까진 견딜만 했다. 지금은 거리를 좁히는 것이 먼저였다. 일단 스테미너는 무한이라고 했으니까 체력 감소와 함께 스테미너 부족으로 못 달릴 일은 없지 않겠는가.

앞에 가는 다섯 명의 유저가 보였다. 좋아, 해일 발동이다!

쏴아아아아-!

키리안이 지정한 구간으로 갑자기 해일이 들이닥쳤다.

"으아아아아-!!"

물로 들이차는 구간. 그것은 순식간에 키리안의 앞에 있던 유저들을 집어삼키고 키리안의 뒤로 쓸려나갔다. 점점 멀어지는 유저들의 음성이 감미롭다.

"에잇, 너도 이거나 먹어라!!"

슈아아아아앙-!

그 감미로운 음성 중 악에 받친 유저의 목소리가 키리안의 귀를 자극했다. 무시하고 그저 달리는데 집중하는 키리안 대신 아리에가 소리의 정체를 살폈다. 그리고, 얼굴이 새하얗게 변했다.

"주, 주인님. 로켓이 날아오고 있어."

유저가 쓴 것은 로켓 런쳐. 키리안의 크기만한 로켓탄 하나가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었다. 키리안 역시 그것을 보곤 얼굴을 찌푸렸다.

"쳇. 아리에 저 아이템 잡아!"

키리안의 외침에 아리에가 필사적으로 잠자리채를 휘둘러 아이템 하나를 건졌다.

"좋아. 역시 부스터다!"

파아앗-

순위가 떨어지면 높은 확률로 부스터를 얻게 된다. 이번에도 운이 따라주는 것 같다.

"부스터 온!!"

푸화아아아악-!!

급가속하는 피닉스. 로켓 런쳐가 점점 멀어진다. 휴, 이걸로 산 건가?

"꺄, 꺄아아아!!"

아니었다! 아리에가 슬쩍 본 그곳엔 오히려 두 배로 속도를 높인 로켓탄이 따라오고 있었다. 아리에가 기겁해서 비명을 질렀다.

"어이 아리에. 꺅꺅 거리지만 말고 사이 배리어를 쓰라고!! 어차피 공격 스킬만 봉인 됐잖아!!"

키리안의 외침은 딱 정곡을 찌르고 있었다. 디카릭이 봉인한 것은 오직 공격 스킬 하나 뿐이었다. 사이 배리어는 공격 스킬이 아니다!

"조, 좋아. 사이 배리어 더블!!"

그녀는 상당히 오버해서 사이 배리어를 더블로 펼쳤다. 그제서야 안심이 되는지 휴우, 라고 한숨을 내쉬는 아리에였다.

슈욱-

안심하는 아리에는 로켓탄이 사이 배리어를 마치 없는 것 취급하며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인정하기 싫은 것을 본 아리에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리고 폭발.

콰아아아아아앙-!!

"크, 크에에에엑!!"

엄청난 폭발과 함께 피닉스가 저높은 곳을 날았다. 그와 함께 키리안과 아리에 역시 훨훨 허공을 날았다. 그런 키리안에게 들리는 메세지.

[띵- 레이스에서 쓰이는 아이템은 방어 마법을 무시 합니다.]

씰 콘테스트 - 스카이 레이스(2)

안 쓰려고 했는데.. 주변 상황이=ㅁ=;;

전편에 보여드린 스샷은 '파이널 어프로치' 란 애니입니다. W wish와 합본이지요=ㅁ=

[직접 보시면 알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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