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디앱솔브-139화 (139/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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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는 어느새 마지막으로 바퀴로 접어들고 있었다. 이래저래 순위가 엄청나게 바뀌기도 했지만 후반에 와선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다.

현재 1위는 아스타나. 처음에 빠르게 치고 나간 덕에 아이템의 피해를 거의 보지 않아 여유롭게 1위를 유지하고 있었다. 거기에 2~5위를 차지하고 있는 철벽 기자 부대의 방어 덕분에 뒤를 바싹 쫓고 있는 6, 7위의 메자르와 라시드의 공격도 거의 받지 않았다.

그 뒤를 현재 키리안이 쫓고 있었다. 상당히 무리가 많이 가는 드리프트 덕분에 키리안와 피닉스 둘 다 피곤을 느끼고 있었다. 스테미너는 무한인데 체력은 저조해 그 독이 쌓여 아직까진 처음과 같이 움직일 수 있었지만 피곤까지 어쩔 수는 없었다. 이제 슬슬 한계다.

어느새 길었던 스카이 레이스도 17바퀴째. 무리한만큼 키리안은 메자르와 라시드의 바로 뒤를 달리고 있었다. 그 앞엔 아스타나와 기자 부대도 보인다.

"로켓 런쳐!"

키리안이 아스타나를 노리고 로켓탄을 발사했다. 라시드와 메자르는 어떻게든 따돌릴 확률이 높다해도 꽤 앞에서 앞서가고 있는 아스타나는 필히 거리를 줄여줄 필요가 있었다.

빠르게 날아가는 로켓탄. 아스타나는 실드가 없는지 반응이 없었다. 대신 기자들 중 하나가 뒤로 빠져서 실드를 사용했다.

"실드!"

지이이잉-

회심의 일격으로 날린 로켓탄이었지만 그것은 기자 부대 중 한 명의 실드로 인해 무산되었다. 아스타나를 계속 1위에 올려놓을 수 있었던 비결은 여기에 있다. 다섯 모두 꼭 실드 하나씩을 소지하고 있다가 뒤에서 공격이 날아오면 방어하는 것이다.

어차피 뒤에서 따라오는 유저도 단 둘 뿐이니 차륜전 식으로 한 명씩 방어해나가면 뒤의 둘이 아무리 용을 써봐야 피해를 줄 수 없고, 전체 공격의 경우엔 어쩌다가 기자는 하나 둘 정도를 걸릴 수 있지만 실드를 준비해둔 아스타나는 걸리지 않고 나머지와의 몸싸움에서 득을 보기도 힘들었다. 게다가 라시드의 드래곤이 아무리 힘이 좋다지만 여럿의 공격을 다 감당하기엔 무리가 있었다(몸싸움이다 어디까지나).

비록 공격자가 키리안이 가세해 셋으로 늘었다지만 여전히 그 철벽 방어를 깨뜨리는 것은 힘들었다.

'미치겠구만.'

현재 선두 그룹인 그들은 막 제 4섬에 돌입한 상태였다. 아이템의 비중이 여전히 높다지만 드리프트 비중 또한 상당히 높다. 지금이 아이템을 쏠 마지막 기회라도 봐도 무방했는데, 이제 실패했으니 남은 변수는 몬스터 지대와 아직 알 수 없는 그랜드 스트레이트 코스 뿐이다.

드리프트 구간. 키리안은 여전히 많은 체력이 소모되는 드리프트를 단행했다. 이제 마지막이다. 그러니까 좀 더 무리한다 해도 괜찮을 것이다.

초단거리 드리프트를 통해 메자르와 라시드의 바로 뒤를 달릴 수 있었다. 그리고 S 자 드리프트 구간. 단 한 번의 드리프트 구간이지만 충분히 역전할 수 있다!

라시드와 메자르가 중간의 코스로 드리프트를 시도했다. 그리고 키리안이 역시 인코스에 붙어서 빠르게 드리프트 했다. 다만, 벽에 박을 듯 하는 것이 아닌 완만한 곡선을 그려, 시작할 땐 인코스였지만 드리프트가 끝날 즈음엔 아웃 코스에 위치해 있었다.

라시드와 메자르가 바로 좌측으로 드리프트를 하려 할 때쯤 키리안이 선수를 쳐 드리프트를 하는 도중에 바로 좌측으로 꺾어 버렸다.

"미친!"

바쁜 와중에도 메자르가 키리안의 행동을 보고 소리쳤다. 이런 말도 안되는 드리프트라니!

일단 처음의 드리프트는 그래도 이해해줄 수 있다. 그런데, 드리프트 도중에 바로 방향을 꺾어버리다니? 그런 무리한 일을 했다간 정말 파트너가 남아나질 못한다. 첫바퀴라면 모르겠는데 이미 17바퀴의 후반에 접어든 지금 체력이 간당간당할 텐데, 계속해서 무리한 드리프트를 해온 키리안이 지금과 같이 드리프트 도중에 다른 방향으로 드리프트를 하는 심하게 무리한 주행을 할 것이라곤 생각지 못했다.

'시끄럽다고!'

벽에 박을 듯한 행태. 하지만 약방에 감초처럼 따라오던 아리에의 비명은 더 이상 없었다. 이미 익숙해져 버렸는지 그녀는 그저 지루하단 얼굴로 피닉스의 등에 퍼질러져 있을 뿐이었다.

키리안은 다시 한 번 고삐를 당겨 방향을 반대로 했다. 그것으로 벽에 깃털이 스치긴 했지만 이럭저럭 무사히 드리프트를 해낼 수 있었다. 그리고 대부분 찬 부스터 게이지를 확인하곤 두 개의 부스터 중 하나를 사용했다.

"부스터 온!!"

푸화아아아아악-!

떨어진 속도를 바로 회복하며 아스타나와 기자 부대를 향해 쭉쭉 달려 나갔다. 하지만 드리프트 구간 하나가 나타남으로 인해 부스터의 효과가 반감되고 말았다.

다시 한 번 S자 드리프트 구간을 통과한 후 나타나는 직선 구간에서 부스터를 당겼다. 일루전 코스가 사라지고 시원한 산의 바람이 불어온다.

장애물없이 쭉쭉 뻗어나가는 느낌이 기분을 좋게 한다. ……저 앞에서 몰려오는 해일만 없다면 제일 좋을 텐데 말이다.

"크아아아, 적여야 급상승이다!!"

촤아아아아악-!!

필사적으로 고도를 높인 덕에 아슬아슬하게 덮쳐오는 해일을 피할 수 있었다. 캬악, 뒤에서 방해하지 말란 말이다!!

키리안은 뒤를 향해 으르렁거린 다음 다시 부스터를 당겼다. 내리막길이었기에 엄청난 가속도를 얻어 코스를 금방 돌파할 수 있었다.

드리고 등장하는 절벽. 속도를 조금 줄인 후 절벽에 돌입했다. 몬스터를 퇴치하는데 도움을 줄 라이트닝 필드 하나와 도망치는데 도움을 줄 부스터 하나를 챙긴 후 나올 수 있었다.

일루전 코스는 완전히 사라져 있고 화살표가 방향을 제시해 주는 구간. 그리고 정겨운 몬스터들. 키리안은 냅다 피닉스를 빠르게 움직여 도망치기 시작했다. 저 뒤에서 하피와 스파이럴 버드가 '기다려 자기야~'라고 소리치며 날아온다.

'일단 속도에선 적여를 따라잡지 못해. 고로, 조금만 조심하면 어렵지 않지.'

이미 열일곱 번째 경험이기에 별달리 호들갑 떨 일은 없었다. 후반에 가까워져서 앞뒤로 포위될 상황에 처해 앞의 떼거리에게 라이트닝 필드를 선물한 뒤 바로 부스터를 당긴 것이 그나마 다른 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연속된 S자 드리프트에서 부스터 두 개를 채운 후 삼각형 코스를 올랐다. 아스타나와 기자들이 지척이다!

삼각형 코스의 끝 가장 긴 내리막길의 우측에 적색과 청색의 빛이 나선형으로 휘감고 있는 코스 하나가 저멀리 뻗어나가 있었다. 바로 이오렌 섬으로 통하는 코스, 그랜드 스트레이트 코스일 것이다.

'좋아, 정말 마지막이다!'

이 피곤한 레이스를 그만 끝낸 뒤 쉬고 싶다. 좀 더 힘내보자!

느릿느릿 오른 처음의 오르막길 이후 빠른 속도로 삼각형 코스를 통과할 수 있었다. 그리고 가장 긴 내리막길 코스! 바로 부스터를 당겼다. 아스타나와 기자들 역시 부스터를 당겼다.

그리고 우측으로 통하는 길. 직선 쪽은 막혀 있었다.

쿠다다다다당-!

아스타나와 기자들이 코스에 충돌하는 소리였다. 안그래도 길고 긴 내리막길에 가속도가 붙을 대로 붙을 텐데 부스터까지 썼으니 꽤 급한 우측으로의 드리프트에 실패하고 만 것이다. 거기에 모두 뒤엉켜버려 그 피해는 더욱 컸다. 기회다!!

급한 마음이었지만 속도는 오히려 줄였다. 안 그래도 급한 커브를 이 빠른 속도로 돌 수는 없는 법이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지금!'

"으라?아아아아아!!"

키리안은 고삐를 쫘악 잡고 당겼다. 피닉스가 방향을 크게 꺾으며 우측으로 돌입했다. 스칠듯 말듯 아슬아슬했지만 어찌어찌 우측으로 커브를 도는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충돌을 피할 순 없었다.

쾅-!

{크윽!}

"꺄악!!"

현저히 떨어진 체력에 또다시 충격이 가해지자 피닉스가 크게 휘청거렸다. 거기에 아리에 또한 안심하고 있다가 떨어질 뻔 해 비명을 질렀다.

키리안은 일단 아리에의 어깨를 붙잡아 고정시켜 준 후 피닉스를 보았다.

"어이 적여야. 괜찮겠냐?"

{물론이다 주인! 불꽃의 신수인 나 피닉스가 이 정도로 어찌될 것 같으냐! 자, 버닝(Burning)이다!}

소리만은 쌩쌩한 피닉스의 말에 키리안이 피식 웃었다. 자식, 전에 테이밍할때부터 알아봤다니까!

"좋아. 그럼 달리자고! 지금이 기회다!"

아스타나와 기자들이 대열을 정비하고 있었다. 꾸물거릴 시간은 없다!

우선은 직선 코스였다. 키리안은 바로 부스터를 당겼다.

"부스터 온!"

푸화아아아악-!!

적색과 청색의 빛 속에서 피닉스가 진하디 진한 진홍의 궤적을 남기며 공기를 갈랐다.

[띵-! 그랜드 스트레이트 코스에 돌입하셨습니다. 클라이맥스 구간인만큼 더이상 레이스를 방해할 아이템은 없습니다. 오직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열혈, 실력, 부스터만이 있을 뿐입니다! 자, 달리는 겁니다!!]

'좋아. 거슬리는 아이템이 없다면 더이상 망설일 필요 없지!'

피닉스가 다시 날개를 떨쳐 더욱 가속을 얻는다. 그리고 그 기세 그대로 오르막길로 돌입!

속도가 점점 떨어지긴 했지만 적당한 때에 최고조에 돌입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길게 뻗은 내리막길! 엄청난 가속도로 떨어져 내렸다.

그 앞은 좌측으로 통하는 드리프트 구간. 게다가 다시 내리막길인 것이, 아무래도 바다로 통하는 것 같다.

다시 한 번 속도를 줄인 후 온 정신을 집중해 드리프트 했다. 쭈욱 미끄러지며 코너를 돌았다. 돌입엔 성공. 하지만 이번에도 벽에 들이박는 걸 피할 순 없었다.

콰아앙-!

"큭!"

{크윽!}

커다란 충격. 아리에는 미리 대비하고 있었기에 괜찮았지만 피닉스와 키리안은 충격을 피할 수 없었다.

"후우, 젠장. 적여야 괜찮냐?"

{문제 없다고 했다!}

적여의 소리침에 키리안은 대답없이 그저 고삐를 쳤다. 피닉스가 다시 힘차게 날개를 떨치며 아래로 쭉쭉 뻗어나갔다.

주변의 풍경이 바뀌었다. 새파란 사파이어빛의 바다가 일루전 코스의 밖을 채우고 있었다. 바다를 유영하는 물고기떼들의 모습이 현실보다 더한 환상을 제공하고 있었다. 다만, 지금의 키리안에겐 그것을 감상할 여유가 없었다.

돌입 후 바로 S자 드리프트 구간이 나타났다. 그 끝은 90도로 꺾인 드리프트 구간. 상당히 힘든 코스다.

피닉스와 자신의 상태가 상태인지라 초고속으로 돌파하는 건 포기했다. 안전하게 코스의 중심에서 부드럽게 드리프트 했다. 마지막엔 코스를 마주보게 한 뒤 앞으로의 코스가 보이자 바로 날개를 떨쳐 앞으로 쏘아져 나가는 것으로 돌파했다.

그 후엔 바로 내리막길. 그 후 좌측으로 꺾인 코스를 고삐를 세게 당겨 겨우 통과할 수 있었다. 하지만 힘이 빠져 버려 휘청거리는 실수를 하고 말았다. 바로 뒤에서 아스타나가 거리를 좁혀왔다. 녹빛의 그것은 적색과 청색, 그리고 사파이어빛에 의해 신비로운 빛을 내고 있었다.

드리프트 구간은 계속되었다. 뭐가 '스트레이트'인지, 온통 오르막길, 내리막길, 드리프트 구간 뿐이었다. 게다가 초고난이도의 것들은 다 모아놨는지 안 그래도 힘든데 정말 죽을 힘을 다하게 만든다.

이번엔 S자 드리프트를 직각 버전으로 만들어놓은 코스였다. 90도로 꺾인 코스 돌파 후에 바로 숨돌릴 틈도 주지 않고 바로 다시 한 번 90도 드리프트를 해야 했다. 이거, 키리안의 실력으론 돌 수 없다.

일단 코스 돌입 바로 전 고삐를 당겼다. 우측으로 통하는 코스였기에 우측 벽과 마주본다. 벽이 사라지고 코스가 나타나자 날개를 떨쳐 진입한다. 그리고 바로 좌측으로 방향을 돌리고 급하게 날개를 떨쳤다.

일단 코스에 돌입할 순 있었지만 드리프트 했던 그 힘을 완전히 줄이지 못해 벽에 박고 말았다.

쿵-!

충격이 크진 않았지만 약해져 있던 키리안과 피닉스에겐 큰 충격이었다. 피닉스가 고개를 저었다. 키리안 역시 이마를 한 번 꾸욱 누른 후 다시 출발하려 했다. 하지만 그때 마치 커다란 돌덩이가 날아온 듯한 충격을 느끼고 키리안과 피닉스가 코스에 다시 한 번 처박혔다.

"크윽?!"

충격의 정체는 바로 기자 부대 중 한 명이었다. 아스타나는 물론이고 그들 역시 코스를 도는데 실패한 것이다. 그리고 충돌. 근데 하필이면 그 중 한 명이 키리안과 충돌한 것이다.

"여, 미안해!"

키리안과 부딪친 그는 한 마디 사과를 남기고 다른 동료와 다시 코스를 달렸다. 역시 나이트 호크답게 체력이 넘쳤다. 거기에 체력 안배를 처음부터 했기에 그럭저럭 달릴만 한 것이다.

'미치겠구만.'

체력 안배를 하지 않은 자신의 잘못이었다. 움직이려 해도 손에 힘이 들어가질 않았다. 게다가 피닉스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피닉스나 키리안이나 체력이 바닥에 가깝다. 스테미너가 있으면 뭐하나. 피로가 쌓이고 체력이 바닥이라 스테미너 소모만 크고 몸은 움직이지 못했다.

"먼저 간다!"

"한계인가 보군."

라시드와 메자르가 키리안을 추월해 나갔다. 그리고 그 뒤에서 다른 유저 또한 멀리서 달려오고 있다.

'……마지막이지?'

키리안은 코스를 확인해 보았다. 한 번의 오르막길 이후 단 한 번의 드리프트. 그것으로 부스터 하나를 더 채워 부스터 두 개를 만들 수 있다. 그 후엔 골인 지점까지 막힘없는 직선 구간. 단 한 번이면 된다.

"아리에, 조금 있다 다시 소환해 줄게. 씰."

우선 아리에를 역소환했다. 그리고 유하를 소환했다.

"유하야, 회복 부탁할게."

"예. 주인님."

그녀는 힘들어하는 키리안과 피닉스를 보며 다급한 얼굴로 치유의 술(術)을 외웠다. 헤에, 역시 친화도가 높으면 좀 좋은 게 아니다. 자신을 걱정해주는 귀여운 얼굴을 볼 수 있으니까 말이다.

"치유의 술."

마나는 그득했기에 문제없었다. 비록 디 앱솔브에서 회복의 주문은 상처를 치유하는데 한계가 있고 회복되는 속도를 좀 더 빠르게 할 뿐이라지만 무식하게 회복 주문을 퍼부어 최악의 상태는 충분히 벗어날 수 있었다.

"고마워. 그럼 있다가 보자. 씰."

키리안은 한결 나아진 모습으로 유하에게 인사한 후 다시 그녀를 봉인했다. 그 후 아리에를 다시 소환한 뒤 달리기 시작했다.

"적여야, 이제 진짜 마지막이다. 네 말대로 한 번 버닝해 보자꾸나!"

오르막길. 부스터를 사용해 단숨에 올라버렸다. 그 후 나타나는 푸르디 푸른 바다 위의 일루전 코스. 오직 바다 위를 달릴 수 있도록 밑만 받치고 있을 뿐 삼면은 트여 있었다. 시원한 바닷바람이 피로를 어느 정도 해소해준다. 내리쬐는 햇빛도 기분이 좋다.

저 앞에 아스타나와 기자 부대, 메자르, 라시드가 달리고 있었다. 골 인 지점은 저 앞. 그냥 부스터론 절대로 따라잡지 못할 것 같다. 슬슬 비장의 카드를 꺼낼 때가 왔다.

"아리에, 슬라우터 마인드 부탁해."

"에?"

전혀 예상 외의 부탁에 아리에가 의아해하며 키리안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헤에, 주인님 역시 잔머리는 알아줘야 한다니까. 좋아."

그녀는 빠르게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래, 이렇게 고생하며 여기까지 왔는데 이왕이면 우승하는 게 기분좋지 않겠나.

파아아앗-

아리에가 주문을 외우는 동안 키리안은 부스터를 준비했다. 래버만 당기만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말이다.

"그대, 지금 그 위선이란 심연(深淵) 속에 가려진 본능에 눈뜰지어다. 잔혹한 그 본연의 의지에 눈뜰 지어다, 슬라우터 마인드!"

끄와아아아아악-!!

예의 섬뜩한 포효가 주변을 떨쳐 울렸다. 그 살벌한 소리에 앞서가던 아스타나들이 키리안을 잠시 쳐다볼 정도였다.

화르르르륵-!!

붉은 눈이 진한 핏빛으로 빛나고, 진홍의 성스런 불꽃이 검붉게 변해 활화산처럼 폭발하듯 타올랐다.

"부스터 온! 그리고……"

"마하 블레이즈(Mach blaze)!!"

푸화아아아아악-!!!

질주! 피닉스가 바람을 '찢어버리며'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그 뒤로 몰려드는 공기와 뒤에 남겨진 검붉은 불꽃이 부스터의 궤적을 따라 휘감기며 두줄기 검붉은 궤적을 남겼다. 그야말로 부스터의 극치!

'큭!'

엄청난 압력에 키리안이 이를 악물었다. 압력만으로도 체력이 깎여나가고 있었다. 거기에 버서커 상태나 다름없는 피닉스는 말할 것도 없었다. 떠오르는 태양에 어둠이 스러지듯, 그렇게 체력 게이지가 바닥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조금만 참으면 돼, 조금만!'

그 이중의 가속력에 의해 피닉스는 부스터를 사용한 앞의 유저들을 급속도로 따라잡고 있었다.

슈아아아아앙-!!

"뭐, 뭐야? 저 말도 안되는 건!!"

"말도 안돼!!

엄청난 속력으로 쏘아져 나가는 피닉스의 기세에 밀려나버린 라시드와 메자르가 소리쳤다. 하지만 남은 건 나선형의 검붉은 두 줄기 궤적 뿐이었다.

골 인 지점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때 드디어 아스타나와 기자 부대를 따라잡을 수 있었다. 그들 역시 뒤에서 들려오는 엄청난 소리에 키리안이 다가오는 것을 확인한 터였다.

"막아라!!"

단 한 마디였다. 그리고 그들이 뭉쳐서 키리안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들은 인간 방패로 키리안을 막고 아스타나를 1등으로 만들 작정이었다.

"돌진이다 적여야아아아아아아아!!!"

퍼어어어억-!!

피와 살로 이뤄진 것들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강렬하게 주변을 때렸다. 검붉은 궤적은 끊기지 않았다. 그리고 순식간에 아스타나를 따라잡았다.

골 인 지점에 준비해둔 붉은 끈은 소리도 없이 삼등분 되었다. 육안으론 절대 식별할 수 없는 시간차를 두고 에메랄드 호크와 피닉스가 동시에 들어온 것이다.

결승 지점에서 환호하고 있던 유저들은 잠시간 침묵했다. 모두 조용한 이때, 침묵을 깬 것은 그 원인이 되었던 피닉스였다.

콰아아앙-!!

빠른 속도로 달려온 그것은 갑작스럽게 그 힘을 다해 땅에 거칠게 처박혀 버리고 만 것이다. 그리고 튕겨나오는 키리안. 그런 그를 아리에가 붙잡고 플라이를 사용해 조용히 바닥에 내려섰다.

다시 한 번 침묵이 내려앉으려는 때, 디카릭이 마이크를 잡고 소리쳤다.

"골!! 골입니다!! 길고 길었던 스카이 레이스! 지금 그 대장정의 막이 내렸습니다. 우승은! 우승은 바로 환상적인 초가속을 보여준 키리안님입니다!!!"

우와아아아아아아-!!

디카릭의 외침에 경기장이 환호로 가득찼다. 키리안, 그가 마치 한 편의 드라마와도 같은 막판 부스터 역전을 실현해 버렸다.

씰 콘테스트 - 시상식

으냐아아아아..;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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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ge Thirty eight - 씰 콘테스트(Seal contest) - 시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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