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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나이트 레전드-13화 (13/123)

< -- 13 회: 검의 무덤 -- >

던전 198.

검의 무덤이라고도 불리는 중급던전은 여수에 위치하고 있었다. 대부분 수도권 쪽의 던전들이 유동인구가 많긴 했지만 중급던전 이후부터는 아이템의 질이 좋다는 소문만 나면 위치에 상관없이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전국 어디든지 하루면 다녀올 수 있는데 발품이 문제겠는가. 검의 무덤은 중급 던전 중에서는 인기가 저조했다.

보상은 좋은편이었는데 찾는 발걸음이 뜸한 이유는 보스의 난이도가 높기 때문이었다.

고급 매직 아이템을, 그것도 검 위주로 드랍한다는 이야기에 상현은 가장 먼저 198 던전을 찜했다. 단지 자신이 검을 쓰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검은 무기계열 중에 가장 보편적이며 높은 가격대가 형성되어 있는 아이템이기도 했다. 만약 같은 옵션과 같은 위력을 내는 쌍절곤과 검, 두 개의 아이템이 있다면 검쪽이 압도적으로 가격이 높았다.

한마디로 인기있는 아이템, 상현의 첫번째 목표에 재후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지만 우려의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위험하지 않을까? 사망자가 종종 나온다는데."

"걱정하지마. 우리 지금까지 열심히 훈련했잖아."

상현은 걱정하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최소한 자신과 재후는 멀쩡할 수 있었다. 문제는 같이 함께할 공략자들이었다.

상현은 정부에 100만원을 내고 가장 공략이 잘 되어 있다는 보스 공략 영상파일을 받을 수 있었다.

중급 던전 이상부터는 클리어 도전을 위해 항상 정부의 아이템 책정자가 동행을 하게 되는데 그 때 찍은 영상들이었다.

상현과 재후는 지금까지 공략 영상을 최소 20번은 재생했다. 2시간 짜리 공략 영상에서는 죽는 사람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다들 실력이 발군이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그들은 영상속에서 보스의 패턴을 정리했고 혹시나 있을 다른 패턴을 조사하기 위해 100만원을 추가로 지불하고 다른 공략팀의 영상도 확인했다.

어느정도 수준급의 공략이 완성됐다고 생각한 상현은 던전보스방의 우선권을 획득하기 위해 사이트에 입장했다.

"198번 검의 무덤...."

그곳에는 당장 경매에 참여 가능한 날짜와 지금까지의 낙찰 평균액등의 정보가 가지런히 적혀 있었다.

"일주일 뒤가 좋겠지?"

던전 보스방을 클리어 하는 부류도 지상과 마찬가지로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었다. 정규냐, 막공이냐.

정규 공략팀은 정규레이드와 마찬가지로 국가의 허가를 받은 팀을 말한다. 따로 허가를 얻는 것은 아니고 지상 레이드팀으로 허가를 받으면 던전에서도 정규팀으로 적용이 됐다.

물론 팀으로 등록한 선수 이외에 다른 외부인이 끼어있다면 해당 공략은 막공으로 취급된다는 점도 있었다.

나머진 막공인데 이쪽은 지상의 막공과 마찬가지로 주최자가 구인 광고를 내서 필요한 팀원들을 섭외, 짧은 기간동안 안면을 트고 출발하는 급조팀이다.

"일단 모든 건 낙찰이 되야 시작한단 말이지."

환상현은 신중하게 낙찰금액을 기입했다. 198번 던전의 평균 낙찰액은 5700만원, 그는 천만원을 더 붙인 6700만원을 기입했다.

밤 12시가 되자 모든 던전 경매는 끝이났고 환상현은 무리없이 검의 무덤의 우선입장권을 획득할 수 있었다.

"형, 우리 이거 실패하진 않겠죠?"

낙찰겸 소소한 축하로 삼겹살을 먹던 재후가 말했다. 만약 보스 녀석이 그날 운이 따라주지 않아 6700만원을 밑도는 물건만을 토해낸다면 도전은 실패로 끝나게 된다.

"잘 될 거야. 항상 긍정적인 생각을 해야 긍정적인 결과가 온다고 생각해."

우적우적 상추쌈을 씹어넘긴 상현이 말했다.

"그럼 이제 우리 포함해서 열 명 모집하면 되는건가요?"

중급던전 공략을 소수 인원만으로 할 수는 없다. 하급던전이라면 5~6명의 소규모 인원으로도 가능했지만 중급던전은 최소 10인 이상의 규모를 갖춰야 했다.

흔히 불렙이라고 불리는 상위 중급던전들은 20인 이상 파티를 꾸리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환상현은 이번 공략에 10명을 모집할 계획이었다. 무사히 열명이 모인다면 각자 경매액의 1/10을 부담하게 되고 상현 일행의 리스크는 더욱 줄어들게 된다.

"최대한 경험자를 모아야지."

경험자라는 말은 다른 중급던전 이상을 클리어한 경험이 있는 능력자들을 이야기했다. 하급던전에서 이제 막 올라온 능력자들은 갑자기 높아진 적의 레벨에 당황하다가 끔찍한 사고를 겪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고 보면 다른 사람들이 들으면 웃을텐데 말이죠. 경험자를 구하는 주최자가 정작 중급던전 경험이 없다니 큭큭...."

상현과 재후는 시험삼아 하급던전을 돌파해본 경험은 있었지만 한 번도 중급던전 보스방에 도전해본 적은 없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광고를 올리자 금방 많은 지원자들이 연락을 보내왔다.

[장비 빵빵합니다. 연락 부탁드립니다. 5레벨 외공능력자입니다.]

[4레벨 치유능력자에요. 연락 주세요~ ^^]

보통 중급 던전 이상에서는 정규팀이 더 많기에 막공을 타려는 능력자의 수는 상당했다.

같이 지원글을 훑던 재후가 말했다.

"다들 레벨이 높은 편은 아니네요."

최대 10레벨까지 보고된 바 있는 능력자들은 1~3레벨을 초급 4~6레벨을 중급, 7~10레벨을 상급으로 분류했다.

욕심같아서는 6레벨 중에서도 강력한 능력을 지닌 사람들을 데리고 가고 싶었지만 그런 사람들은 이미 자리를 잡고 있는지 통 연락이 오지 않았다.

환상현은 연락을 보내온 사람들 중에서도 데리고 갈 사람들을 추려 답장 메시지를 전송했다.

[예치금을 넣어주신 분들에게 모임 장소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예치금이란 상현 일행이 우선입장권을 낙찰받기 위해 투자한 금액을 1/n로 나눈 가격으로 이번 10인 공략팀의 경우 670만원을 홈페이지에 내야했다.

돈이 들어왔음을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한 상현은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모임장소는 서울, 지원자 중 절반이 서울 근처였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었다.

다음날, 일행은 모임을 이끌기 위해 서울로 가는 차에 아침 일찍 몸을 맡겼다.

약속 장소로 잡은 커피숍 룸에는 먼저 도착한 사람도 있었다. 능력자 전용 커피숍이라 한산한 분위기였다. 손님이 이렇게 없어도 망하지 않는 것은 전부 정부 보조금 덕분이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방 구석에 자리를 잡고 있던 수염난 아저씨에게 재후가 먼저 인사를 건넸다. 살집이 좀 있는 폼이 민첩해 보이는 이미지는 아니었다.

"제가 주최자인 환상현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려요."

"별말씀을요. 일단 사람들이 더 오길 기다려야겠네요. 늦는 사람이 없으면 좋으련만."

그는 시간약속에 무척 철저한 사람인듯 싶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약속시간에 맞춰온 가운데 딱 두 명이 오질 않았다.

"어딜가나 꼭 이런 사람들이 있지."

평온한 어조였지만 손가락은 따닥따닥 테이블 위를 두드리며 신경을 쓰고 있는 티가 역력했다. 나머지 두 명이 도착한 것은 약속시간 10분이 지난 뒤였다.

"죄송해요. 죄송해요."

같이 뛰어들어온 사람들은 여고생 2명이었다. 하지만 나이를 신경쓰는 사람은 이중에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능력자들 중에서는 나이가 어려도 자질이 뛰어난 경우가 왕왕 있었다.

"지하철이 디멘션홀 출현때문에 잠시 지체되는 바람에, 정말 죄송합니다."

"누군 울산에서부터 아침일찍 올라왔는데 미안하다니 이해해야지 뭐."

아저씨는 은근슬쩍 여고생들을 공격했지만 다행히 더 큰 소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모든 인원이 모이자 상현은 정식으로 일행에게 자신을 소개했다.

"이번 막공 대장을 맡게된 환상현입니다. 5레벨 재생능력자입니다."

상현의 말에 다들 눈을 빛냈다. 재생능력은 아무래도 올리기 힘든 능력이었던 것이다.

"이쪽은 제가 예전부터 손발을 맞추고 있는 녀석입니다."

"신재후라고 합니다. 5레벨 빙속성 능력자입니다."

"그럼 간단하게 자기 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시간이 이어졌다. 모인 인원들을 포지션으로 분류하면 간단했다. 2명의 힐러, 1명의 탱커, 그리고 7명의 딜러였다.

힐러가 있다는 것은 좋은 현상이었다. 안그랬으면 주구장창 포션을 마시면서 싸워야했는데 이 포션값도 만만치가 않았다.

"혹시 이중에서 검의 무덤을 클리어해보신분 계신가요?"

상현의 물음에 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확실한 비인기 던전이라는 것을 실감하며 그는 브리핑을 준비했다.

"이쪽을 봐주세요."

천장에 설치된 프로젝터를 통해 상현이 준비한 영상이 흘러나왔다.

"저희가 입수한 다른 공략팀의 보스 공략 모습입니다. 이 녀석은 다른 중급던전에 비해 패턴의 가지수가 더 많고 변수가 있는 녀석이기 때문에 최대한 집중해서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2시간의 영상을 빨리감기와 일시정지를 하며 상현은 알아낸 공략법들을 최대한 자세하게 풀이했다.

가끔 하품을 하는 사람들이 있긴 했지만 대체로 성실하게 브리핑에 임해주었기에 상현은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 1시간의 브리핑을 위해 자신이 준비한 시간은 훨씬 더 길었다.

딴청을 피우며 나는 베테랑이야. 이까짓 것 안들어도 그만이지 라는 사람이 있다면 힘이 빠질 일이었다.

"더 궁금하신 점 있습니까?"

"이 중에 중급던전 처음 뛰시는분?"

맨 처음 모임장소에서 기다리고 있던 아저씨, 안정수가 묻자 여고생 두 명이 곱게 손을 들었다. 안정수는 그럼 그렇지 라는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상현과 재후가 손을 들었을땐 아무 얘기도 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힐러는 민첩해야 되는데 그래도 젊은 애들이니까 날쎄긴 하려나...공격대장님께서 수고가 많으시겠네요."

성하나와 신채은, 이번 막공에 합류한 2명의 힐러다. 왜 안정수는 이들을 보며 공격대장인 상현이 고생하게 생겼다는 말을 한 걸까.

그건 상현이 탱커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이었다.

던전은 얼핏 게임과 같은 느낌을 주지만 공략은 게임과는 전혀 달랐다.

흔히 RPG게임에서 말하는 어그로, 탱이 어그로를 끌고 딜러들이 딜을 넣는다. 평화로워 보이는 이 공략법이 던전 최하층에서는 통하질 않았다.

보스들은 영리했다. 가장 가까이 있는 놈들 공격하기도 하며 전력을 유지시키는 힐러에게 가차없는 공격을 퍼붓기도 했다. 오히려 딜이 약하고 단단하기만한 탱커는 보스가 가장 마지막에 노리는 적이었다.

그런 이유로 탱커로서의 상현의 역할은 보스의 어그로를 끄는 것이 아니라 힐러인 두 명을 지켜주는 일이었다.

만약 힐러가 파티에 없다면 화력이 우수한 원소 능력자들을 지켰을 것이다.

"저희도 한 몸 건사할 수 있거든요?"

신채은이 볼륨도 별로 없는 가슴을 내밀며 두 팔을 옆구리에 올리자 안정수는 어련하시겠냐며 고개를 돌렸다.

"대장 오빠, 주말 잘 보내시고 월요일날 봬요."

여고생 듀오가 손을 흔들며 마지막으로 커피숍을 나서자 입에 훈훈한 미소를 짓고 있던 재후가 상현의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형 왜 이렇게 표정이 굳어 있어요?"

"내가 그랬나?"

"나랑 노가다 뛸 때의 그 인자한 표정이 아닌데...?"

"긴장했나보지."

"아 첫 공략부터 운이 좋아서 다행이네. 꽃같은 여고생들과 함께라니 일이 잘 될 것 같지 않아요?"

헤헤 거리고 있는 재후와 달리 상현은 긴장의 끈을 바싹 조이고 있었다.

남은 기간 6일, 이미 환상현은 던전 문앞에 선것처럼 전투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절대 아무런 사고도 나지 않아야해.'

자신이 직접 계획하고 모은 인원들이다. 결코 사고를 내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상현일행도 가게를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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