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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나이트 레전드-22화 (22/123)

< -- 22 회: 전진! -- >

청주에 설치된 임시 상황지휘실, 군의 주도하에 세워진 지휘실에서는 한바탕 기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 싸움을 지켜보는 사령관은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국내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규팀들을 소유한 거대기업, 삼상과 SJ가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만티코어는 저희 2군에서 처리하겠습니다."

"무슨소릴 하시는 겁니까. 저희 삼상에서 먼저 군에 연락을 넣었는데 말이죠."

"군에서 연락을 받은건 저희 SJ입니다만?"

5급 이상 괴수의 가치는 아주 거대했다. 마석도 마석이지만 사체도 소홀히 할 수 없었다. 게다가 삼상과 SJ는 둘다 자체 괴수 사체 가공공장까지 가지고 있는 거대기업들 아닌가.

서로 자기가 처리하겠다며 아웅다웅하고 하고 있었다. 최소 수십억 이상의 이윤이 남는 일이기에 한 발자국의 양보도 없었다.

결국 보다못한 군이 중재에 나서서 해결책을 제시했다. 둘다 나서서 액수를 반으로 가르는 것, 양쪽다 만족하지 않았지만 이것 말고는 마땅한 해결책도 없었다.

이렇게 기싸움을 펼치는 동안에도 도심은 쑥대밭이 되고 있을테니 시간낭비는 줄여야 했다.

10인 레이드로 구성된 양쪽 기업팀이 동시에 사건현장으로 출발했다.

'시간이 많이 지체되서 큰일이군.'

총 스무명의 능력자들과 나선 방위사령관은 착찹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거대기업에서 이권다툼을 하는동안 막대한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마음같아서는 꺼지라고 내친뒤 군소속 능력자들을 동원해 처리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비록 이들이 2군이라 하더라도 국가는 대기업 1군 정규팀의 도움이 꼭 필요했다.

만티코어 급의 5급 디멘션홀까지는 어떻게든 군에서 처리할 수 있다고 해도 그 이상급은 무리였다.

당장 삼상이나 SJ급 10대기업 정규팀이 국내 레이드시장을 수수방관해버리면 아비규환의 지옥이 펼쳐질게 뻔했다.

차량이 현장 근처에 도착하자 그들이 장비를 점검하며 나섰다. 2군팀이라곤 하지만 다들 레이드의 엘리트들이었다. 게다가 인원도 양 기업을 합쳐 스무 명, 만티코어 따위는 순식간에 해치울 수 있을 터였다.

그렇게 자신만만한 발걸음으로 현장에 도착한 그들은 놀라운 광격을 목격했다. 파괴 현장은 처참했다. 무너진 건물들, 불에타고 있는 가구들, 그러나 그 범위는 생각보다 넓지 않았다.

정규레이드팀이 놀란 이유는 만티코어의 앞에 서 있는 의문의 능력자 때문이었다. 단신으로 5급 괴수를 저지하고 있는 탱커, 전혀 보고 받은바 없는 인물이었다.

'뭐지?'

다들 같은 생각이었다. 혹시나 다른 중규모 레이드팀에서 만티코어 도전에 나선것은 아닌가 하여 주변을 둘러봤지만 다른 인원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았다.

즉 단독으로 전선을 유지하고 있다는 소리였다.

설마하는 생각에 그들은 유심히 탱커의 움직임을 관찰했다. 혹시나 그가 혼자서 만티코어를 처리할 수 있는 능력자인지 관심이 동한 것이다.

만티코어를 혼자서 처리하려면 최소 8레벨에 해당하는 능력자여야 했고 8레벨은 국내 능력자 0.1퍼센트 미만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물론 그들은 그 0.1퍼센트 안쪽의 모든 8레벨 능력자의 신상명단을 줄줄 꿰고 있었다. 상위 능력자의 신분을 기억해두는 것이 여러모로 이쪽 비즈니스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저 탱커가 입고 있는 장비...C급 장비 같은데요."

"그럴리가?"

SJ쪽 레이드 대원이 탱커의 장비를 확인하고서 얼떨떨한 기색으로 말했다.

C급장비는 그들 입장에서는 거적떼기나 다름없었다. 하위 능력자들에게도 개방된 C급장비는 비싸봐야 수천만원을 넘지 않는다. 중고로 구입하면 가격은 더욱 떨어진다.

그런걸 입고 만티코어와 단독 대결한다? 8레벨이 아니라 8레벨 할애비가 와도 문제였다.

한국의 능력자 시장은 좁았다. 저런 실력이라면 절대로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을리 없었다.

"어서 해치워주시오."

다들 멍청하게 구경만 하고 있는 것을 보다못한 방위사령관이 운을 떼자 공격대가 정신을 차렸다. 상현의 필사적인 몸놀림에 잠시 정신을 빼앗겼던 것이다.

"고!"

돌입구호를 외치며 정규팀의 탱커들이 앞다투어 달려나갔다. 액수를 반으로 나눈다고 했기에 힘을 빼고 나머지 팀에게 맡겨도 되건만 이제는 누가 더 많은 딜을 하는가를 놓고 소리없는 경쟁이 붙었다.

퍼퍼펑!

만티코어의 앞발을 감당해내지 못한 상현이 엉덩방아를 찧는 순간 거대한 불덩이들이 만티코어의 얼굴을 때리며 폭발했다. 반토막난 검을 들고 필사적으로 버티고 있던 상현이 뒤를 돌아보자 그곳에는 대단한 위용을 지닌 능력자들이 질서정연하게 전열을 갖추고 있었다.

백종현이 말한 능력자 팀이라는 것을 보자마자 알 수 있었다. 그들 한 명 한 명이 내뿜는 기도가 백종현 못지 않았으니 말이다.

"뒤로 빠지세요. 저희 힐러들이 치료를 도와줄 겁니다."

삼상의 리더는 고갯짓으로 상현을 부축해 뒤로 데리고 갈것을 대원에게 명령했다.

그들은 만티코어 앞에서도 시종일관 여유가 넘쳤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리더는 8레벨 능력자였으며 전원이 7레벨 이상의 능력자였다. 스펙으로만 따지면 6급 디멘션홀도 사망자 없이 공략가능한 팀이었다.

"고맙습니다."

던전 막공 당시에 받았던 힐과는 차원이 다른 힐을 받으며 상현은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국내 최고에 속하는 정규팀의 화력은 남달랐다. 그들의 연계 플레이를 보며 상현은 눈이 밝아지는 것을 느꼈다. 진정한 레이드팀의 위력이 어떤 것인가를 오늘 처음 본 것이다.

상현이 피똥쌀 기세로 막아낸 만티코어를 그들은 단 20분만에 처리했다. 물론 만티코어가 쌩쌩한 상태였다면 조금 더 버텼겠지만 결국 죽는다는 결과는 매한가지였을 것이다.

재빨리 5급 괴수 처리를 완료한 대원들은 힐을 받고 있던 환상현에게 다가갔다. 이미 마석의 가격이 얼만지는 머릿속에서 떠난지 오래였다.

어차피 얼마가 나오던 상대기업과 반으로 가르기로 한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달리 중요한 것은 조금전까지 만티코어를 단독으로 상대하고 있던 이 남자.

누추한 꼴이 되어 검댕이를 묻히고 있는 이 남자가 진짜 원석인가 하는 점이었다. 5급괴수 만티코어를 상대로 전선을 유지해냈다면 최소 7급 이상의 재능이 있다는 소리였다.

7급의 탱커 능력자는 쉽게 구할 수 있는게 아니었다. 만약 진짜배기 신인이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확보해 두는 것이 장래에 큰 이익이 됐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삼상 2군 A공격팀을 이끌고 있는 원이재라고 합니다. 실례지만 귀하의 성함을 알 수 있을까요."

"환상현이라고 합니다."

신인의 이름이 나오자 리더는 눈치를 줬고 그 뜻을 알아들은 대원이 곧바로 뒤로 돌아 환상현에 대한 정보를 캐기 시작했다.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상현이라고 해도 현재 자신을 둘러싼 분위기가 왠지 이상하다는 것은 느낄 수 있었다.

'내가 무슨 잘못이라도 했나...?'

자신이 한 일이라고는 피해가 확산되지 않도록 만티코어를 막은것 뿐이었다.

'5급 탱커라고 합니다.'

대원의 스캔결과를 들은 리더는 뜨악한 표정을 지었다. 5급이라니, 부상당한 만티코어라고 해도 그의 탱커능력은 준7급이 확실했다.

애초에 5급은 중급던전 보스만 클리어해도 주는 딱지치기같은 등급이 아닌가.

"흠흠. 안녕하십니까 환상현'님'. 저는 SJ 2군 B공격팀을 맡고 있는 이영수라고 합니다."

"아, 네...."

"SJ 정규팀에 대해서는 얘기 들어보셨겠지요? 저희는 능력있는 분께 최고의 대우를 하며 국내 최고의 레이드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국내 최고 레이드팀은 역시 삼상이지요."

"끼어들지 마시죠."

양측 리더의 시선이 허공에서 교차하며 불꽃을 튀겼다.

"이분은 저희 삼상의 치료를 받으셨습니다. 끼어든건 과연 누굴까요? 우리일까요? 아니면 SJ일까요?"

"힐 한 번 한 것 가지고 생색을 낼 정도로 삼상이 별볼일 없는 곳이었나 봅니다. 하하하."

"갖은 폼은 다 잡아놓고 초라하게 끼어들려는 것 보니 SJ 인력난이 심각한 모양입니다. 허허허."

한마디도 지지 않으려는 그들, 불편한 분위기를 느낀 환상현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치료 감사합니다. 전 그럼 이만."

어차피 레이드는 저들이 처리했고 보상금을 나눠줄 생각은 없을테니 자리에 더 남아있어봐야 신경만 쓰일 것 같았다. 방어훈련도 하고 5급 괴수들의 강력함도 확인했으니 더 이상 미련은 없었다.

상현이 고개를 까닥이며 인사하고 몸을 돌리자 이영수가 다급히 붙잡으며 말을 걸었다.

"이렇게 그냥 가시면 어떡합니까."

"예?"

"저희 SJ는 귀하가 시민들의 안전을 위하여 사력을 다하고 계신 모습을 똑똑히 봤습니다. 당연히 보상금을 받으실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차!'

이영수의 빠른 선방에 원이재는 한방 먹었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이대로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는일 원이재도 같은 조건을 내걸기로 했다.

비록 파급력은 낮을지언정 말이다.

"그건 저희 삼상도 마찬가지입니다. 환상현님께서는 충분히 보상금을 받으실 자격이 있지요. 그렇고 말구요."

졸지에 양측 기업으로부터 보상금을 받게된 상현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사령관님 어서 감정을 하도록 하죠."

만티코어의 사체는 겉은 심하게 훼손됐지만 그 존재 자체로도 귀한 물건이었다. 그리고 놈의 뱃속에서 나온 팔뚝만한 마나석이 영롱한 빛을 뿜었다.

"사체가 25억, 마나석이 98억으로 도합 123억입니다. 군에서는 SJ와 삼상측에 61억 5천만원씩 지급하겠습니다."

"저희 SJ는 해당 보상금의 11분의 1인 5억 6천만원을 환상현님에게 지급하겠습니다."

"삼상 또한 5억 6천만원을 환상현님에게 지급하겠습니다."

느닷없는 벼락 돈에 환상현은 어리둥절했다. 그저 그들의 큰 배포에 놀랄 뿐이었다.

'아차, 아까 그 사람!'

상현은 자신과 함께 싸웠던 이름도 모르는 창잡이, 백종현을 떠올리고서 그를 찾았지만 그는 이미 사라진 후였다. 그가 있었다면 보상을 나눌 참이었는데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 상현은 잘 보관해뒀다가 나중에라도 돌려줘야 겠다고 생각했다.

============================ 작품 후기 ============================

창랑님 당장 신기는 만들지 않습니다.

신성의 발현 때문에 고약한 꼴을 겪었던지라 자제해야 된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습니다.

신기는 그 자체로 신성을 뿜어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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