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8 회: 미쏠로지 계획. -- >
재능있는 능력자들을 모아 직속의 드림팀을 만들겠다는 미쏠로지 계획, 그 계획에 상현은 반드시 필요한 존재였다. 전투 현장에서 체크한 마력 잔존량으로만 따져도 세계 정상을 놓고 다툴 최강의 잠재인자를 그냥 보내주면 두고두고 후회를 할 터, 정부의 손이 재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상현과 같이 던전 공략을 다닌 11명의 능력자들이 병원의 회의실로 모인 것은 불과 반나절 만의 일이었다. 국가가 신경써서 전국에 퍼져있는 그들을 데리고 온 것이다.
다들 이곳으로 오면서 제대로 된 이야기를 듣지 못해 어리둥절해 하는 표정이었다.
"그럼 팀원 분들과 이야기를 나눌 시간을 드릴테니 저는 조금있다가 오겠습니다."
정석영이 나가자 대원들이 물었다.
"저분 던전 검사관 아니예요? 왜 이런 곳에 계시지."
일행이 궁금한 점은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상현의 오른편이 앉아있는 처음보는 남자에 대한 점도 마찬가지였다.
"이분은 앞으로 우리와 함께하실 백종현님이야. 다들 인사드려."
"안녕하세요."
다들 쾌활하게 인사를 건네는 가운데 유독 안정수만이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어떤 생각을 떠올렸는지 눈을 크게 뜨며 외쳤다.
"흑룡 백종현!"
대원들 중에는 안정수의 나이가 제일 많았고 그는 백종현의 전성기를 기억하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다들 나이가 젊은 편이라 알아볼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던 종현은 기침을 두어번 하며 말했다.
"백종현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여기있는 환상현 밑에서 공격대에 참가할 겁니다. 잘 부탁드리죠."
'저분 누군지 아세요?'
안정수 근처에 앉아있던 사람들이 그에게 소근소근 묻자 그는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10년전이라고는 하지만 국내 넘버원의 딜러였다는 소리에 다들 놀란 표정이 역력했다.
하지만 진짜 놀랄 일은 그 뒤였다. 환상현은 정석영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토대로 자신들이 정부 직속의 공격대가 되는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다는 사실과 각종 조건들을 나열하며 대원들의 의견을 물었다.
처음엔 어리둥절해 하던 대원들도 상현의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표정이 진지해지더니 끝에 가서는 헤벌레한 표정이 되어 있었다. 그 변화가 참으로 다채롭다 할 수 있었다.
"당장 해야죠!"
"그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야."
기뻐서 외치는 신채은의 말에 재후가 태클을 걸었다.
"형 말대로라면 아무리 위험한 임무도 일정횟수는 정부의 지시대로 따라야 한다는 소리잖아요. 물론 거부권도 없구요."
"그래. 정 못가겠다고 처박히면 모든 능력자 권한을 박탈하는 것은 물론 출국금지 조치를 내린다고 했으니까."
국내 레이드를 못뛰게 되는 것은 물론 외국으로의 도피도 못하게 막겠다는 소리였다.
"하지만 나쁜 조건은 아니야. 국내로 임무를 한정 짓겠다고 했으니까. 지금까지 국내에서 가장 위험한 녀석이 나타났던건 7등급이야. 그것도 러시아에서 발생했다가 밀려 내려온거지."
순수 발생으로 따지자면 6등급, 상현은 백종현과 얘기를 나눈 결과 충분히 훈련만 하면 6급까지는 도전을 해볼만하단 결과를 얻었다.
게다가 6급은 여차하면 기업보고 처리하라고 맡기면 그만이었다. 6급이 가지는 막대한 가치를 보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드는게 기업 정규팀들이다.
"그럼 대체 왜 정부에서는 그렇게 우리에게 전폭적인 투자를 하면서까지 붙잡으려고 하는거죠?"
"기업에게 휘둘리기 싫은 이유도 있을거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볼 때 힘을 키워야 한다고 판단한거지."
약 한 시간 정도를 대화한 결과 그들은 조건이 나쁘지 않다는 가정하에 정부 직속의 공격대를 창설하는 것이 괜찮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럼 이야기를 드려야겠네."
환상현이 벨을 누르자 정석영이 그의 답변을 받아 어딘가로 전화를 했고 10분이 채 지나지 않아 교섭을 맡을 인물들이 회의장에 입실했다.
변호사, 군의 수뇌부, 국회의원까지 대동한 자리였다. 보통은 이렇게까지 일을 벌릴 생각이 없었지만 상현의 잠재능력을 특 S급 이상으로 분류했기에 나름 성의를 보인 것이었다.
"국방부장관 김중선이라고 합니다."
강단있어 보이는 장관은 대원들에게 서류를 나눠줄 것을 지시했다. 그곳엔 미쏠로지 계획의 개요와 계약 내용이 상세하게 적혀 있었다.
"진짜 이 연봉으로 계약하는게 맞아요?"
대원들 모두가 같은 마음이었다. 그동안 만져온 액수와 단위가 달랐다. 가격은 각기 제각각이었지만 사회의 정규 공격대와 비교하면 무조건 후한 금액이었다.
가령 현재 6급의 실력을 가진 얼음능력자 신재후의 경우 정규 공격대에 가입하게 되면 연봉 5~7억 정도를 기대할 수 있었다. 어차피 주 수입은 던전과 디멘션홀 처리이기 때문에 그리 큰 금액은 아니었다.
허나 신재후의 계약서에 명시된 금액은 20억, 추가로 급수가 오를 경우 플러스알파를 더한다는 명목이었다.
환상현의 경우엔 더 대단했는데 그의 연봉은 시작부터 100억이었다. 현재까지 보인 활약상이 있었다곤 하지만 아직 데이터상의 계급이 5급인걸 감안하면 파격적인 대우였다.
이 외에도 모든 정부 금고의 특급 장비들을 계약기간동안 무료 임대, 최고급 호텔과 숙소가 전부 무료였다.
너무 조건이 좋다보니 오히려 불안할 정도였다. 다들 들떠서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는 가운데 오직 백종현만이 차분하게 계약서를 검토하며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여기 써져 있는 강제 동원명령 항목을 보면 3년 18회라고 써져 있는데 횟수마다 텀을 둬야한다고 봅니다."
"얼마면 적당할까요? 정부에서도 여러분을 바쁘게 임무에 투입하고 싶진 않습니다. 하지만 국가적 위기가 초래되면 믿을만한 전력은 여러분이 최우선이 됩니다."
"일주일 가능하겠습니까?"
"긴급시에는 너무 텀이 깁니다. 2일로 부탁드리겠습니다."
팽팽한 줄다리기 끝에 연속 임무 수령은 3일의 텀을 두기로 결정됐다. 이중에 제대로 교섭을 담당할만한 능력을 가진 사람은 오직 백종현 뿐이었다.
사실 정석영의 보고엔 백종현이 이미 능력을 다 잃은 과거의 구닥다리 능력자로 분류되었기에 그리 영향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그 데이터가 벌써 낡은것이 된 셈이었다.
현재 가장 강한 대원이 바로 백종현이었으니 말이다.
"저희가 전용으로 쓸 수 있는 상급던전을 개방해 주십시오."
전국에 천 개가 넘는 던전중에 상급으로 분류되는 것은 42개, 갯수가 많은 편이 아닌지라 기업팀의 레이드가 항상 치열하게 열리는 구간이었다.
특히나 난이도가 낮은 구간이 그러했는데 낮을 수록 잡는 고생도 줄이고 보상이 크기 때문이었다.
"3개를 원합니다."
"무리입니다."
조건을 체크하던 담당자가 난색을 표했다. 42개 중에 3개가 갑자기 폐쇄되면 소문이 날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시간이 흐르면 세상에 공개가 될 직속팀이지만 당분간은 조용히 진행시키고 싶은 것이 정부 마음이었다.
"대신 사람들이 거의 이용하지 않는 가장 하위 단계 3던전을 받으면 어떻겠습니까. 돈벌이 목적이 아니라 훈련 목적입니다."
백종현이 상위 던전을 달라고 한 것은 단순히 돈이 목적이 아니었다. 직속팀이 창설되면 필시 현재 인원 12명보다 구성원 숫자가 늘어날 터, 그렇다면 전문적으로 훈련을 할 수 있는 실전 장소가 필요했고 그곳에 상급던전보다 더 적합한 곳은 없었다.
"그래도 상급 던전 3개는 무리입니다. 직속팀이 환상현님을 필두로한 팀만 생기는게 아니라 여력이 된다면 추가로 약 두 팀을 더 만들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그럼 그 때 까지만 3개를 저희가 먼저 쓰고 나머지 두 팀이 추가로 생기면 그 때 양도를 하는 것으로 하죠."
백종현이 그렇게 나오니 담당자가 할 말이 없었다. 새로 팀을 만들면 그 때 순순히 물러나겠다는데 이제와서 안된다고 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그 덕에 담당자를 노려보는 수뇌부의 눈초리가 왠지 모르게 따갑게 변했다.
"알바리아 거미둥지, 보스칸 화염동굴, 샹굴라 대무덤. 이 셋으로 해주십시오."
정부가 지정해준 던전은 받을 생각이 없다는듯 종현은 특별히 자신이 염두에 둔 던전 3개를 지명했다.
"그걸로...괜찮으시겠습니까?"
이번엔 담당자도 딱히 태클을 걸지 않았다. 그 셋은 42개 상급던전 중 가장 인기 없는 던전들에 속했다.
셋다 보스가 강력할 뿐더러 패턴이 워낙 난잡하기 때문에 자주 사상자가 나오는 악명 높은 던전들이었다. 때문에 3년 전부터는 거의 발길이 끊이다시피 한 던전이었다.
"알겠습니다. 말씀하신 상급던전 셋은 현시간부로 정부가 완전관리하며 미쏠로지 계획에 동참한 공격대만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 외에 조건은 거의다 빠르게 양측이 합의를 거칠만한 내용이었다. 특이한 조건이라면 오직 공격대원들끼리만 레이드를 뛸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다른 기업 정규팀도 여가시간에 대원이 막공을 뛰는 것까진 터치하지 않았지만 미쏠로지 휘하의 공격팀은 막공까지 철저하게 제한을 둔 것이다.
그래도 손해 보는 일은 아니었다. 상급던전 3개 뿐만 아니라 중급던전 3개, 하급 던전 3개를 추가로 받아냈기 때문에 물리도록 공략을 진행할 수 있었다.
다들 엄청난 계약서에 흥분으로 상기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공격대장인 환상현과 장관이 악수를 하는 것으로 협상이 무사히 종료됐다.
[팀 미쏠로지 A, 공격대장 환상현 외 12명. 계약완료.]
서류에 도장이 쿵! 하고 찍히는 순간이었다.
"오늘 하루는 조금 바쁘실 겁니다. 그리고 던전에서 제 얼굴을 보는 것도 마지막이 되겠군요."
그동안 환상현을 감시하느라 고생이 많았다고 고충을 털어놓은 정석영은 시원섭섭하다며 웃음을 드러냈다.
호텔 주방장이 직접 출장나와 만든 고급요리로 점심을 해결한 그들은 곧바로 서울에 위치한 정부 능력자 센터로 향했다.
한국 방어의 핵심이라는 오라클 시스템이 위치한 그곳의 지하 무기고가 일행의 다음 목적지였다.
리무진을 타고 미끄러지듯 센터 정문을 통과한 일행은 안내원들의 인사를 받으며 센터 지하로 향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방어가 철저한 곳입니다. 청와대 지하 벙커에 버금갈 정도죠."
자신도 이곳에 와본 것은 처음이라며 정석영은 눈 호강을 하게 되서 고맙다는 인사를 건넸다. 입에서 침이 마를 정도의 칭찬에 대원들은 묘한 표정을 지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고 하지 않던가. 그러나 그 생각은 200미터 지하에 마련된 무기고의 문이 열리는 순간 완전히 우주 바깥으로 사라져 버렸다.
"정부가 11년 동안 모은 보물의 집합소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정석영이 과장스럽게 손을 뻗으며 인사했다. 초기 시절, 아직 정규팀의 개념이 모호하던 시절에 닥치는 대로 긁어모은 최고급 장비들, 국가의 현금을 동원해 구입한 해외 희귀 무기까지 엄청난 장비들이 아름답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정말 아무거나 골라도 됩니까?"
말을 꺼낸 안정수의 아랫턱은 흥분으로 다다닥 떨리고 있었다. 하나하나가 최소 수백억을 호가하는 최고의 아이템들이었다.
"예. 각 부위에 한 세트씩 가져가시면 됩니다. 욕심이 나셔도 한 개씩만 말이죠. 단, 장비를 훼손하시면 상당히 골치 아파지니 사용에 주의해 달라고 하더군요."
수백억 연봉을 받아도 잘못될까봐 걱정해야 될 정도로 호화로운 물건들이었다. 성하나와 신채은이 가장 먼저 비명을 지르며 달려나갔고 재후도 잰걸음으로 무기고의 중앙을 향해 달렸다.
"애들은 애들이군."
그렇게 말한 백종현도 어느새 아이템을 찾겠다며 사라져버렸다. 입구에 남은 것은 상현 혼자 뿐이었는데 정석영이 왜 들어가지 않냐고 물었다.
"팀원들이 먼저 고르고 나면 천천히 둘러보죠."
"템 욕심이 무척이나 없으시군요."
"뭐 그렇죠."
전에 있던 차원에서 신들이 만든 무구를 입고 뛰어다녔으니 상현은 다른 이들처럼 감격에 차오르진 않았다.
"회의장에선 아직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지만 정부에서는 당신을 크게 주목하고 있습니다. 신성 사용자 환상현씨."
그 말에 환상현의 표정이 굳고 말았다. 이들은 단순히 자신의 힘이 강하다고 접근한게 아니었다.
"그걸 어떻게...?"
"당신이 만든 쇠파이프, 신기 말입니다. 우습게도 그게 이 무기고 안에 보관되어 있거든요. 스스로 신기를 만들줄 아는 자이니 아이템에 관심이 없는 것도 이해는 갑니다."
"어디까지 알고 있습니까?"
"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군요. 아직 환상현이란 사람이 감춰놓은 무언가가 더 있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정석영과 환상현의 시선이 공중에서 얽히며 침묵이 찾아들었다. 그것은 조금 불편한 침묵이었다.
============================ 작품 후기 ============================
단순히 장기적인 안목으로 저런 파격적인 대우를 했을까요?
사실 대원들이 저만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전부 환상현 덕분입니다. 그리고 백종현이 오늘 자리에 없었으면 얻어낼 것도 다 못얻어내고 GG!!
글을 쓰다보면 아쉬울 때가 많습니다. 제 머릿속에서는 참 재밌겠다고 생각한 소재들인데 막상 써보면 필력부족이라던지 잘못된 전개로 그 소재를 적절하게 살리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거든요.
그래도 하루하루 댓글이나 추천수가 늘어가는걸 보면 기쁩니다.
댓글 달아주신분들 감사드립니다. 저도 리리플이란걸 해보고 싶었기에 한번 이번화를 빌어 해보겠습니다.
Darknessblue님 // 1등 코멘트 감사합니다!
넬렐레님 // 재밌게 읽어주셨다니 감사합니다. 사실 간단한 소감과 함께 적힌 재밌다는 코멘트를 읽을 때 가장 기분이 좋습니다.
kkk81님 // 애같은게 실제로 나이 빼고 애가 맞아서 그렇습니다. 천년을 살긴 했는데 3인 가족이서 살며 마력수련, 검술 수련만 하다가 전쟁나가서 칼맞고 죽었죠. 환상현의 기억을 물려받긴 했는데 원래 환상현의 감정을 고스란히 가진것은 아닙니다. 단편적인 기억이죠.
고로 지금 쌓아올리는 인연들이 첫걸음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만약 환상현의 성격이 확 바뀌어서 냉정해지고 어지간해서 휩쓸리지 않을 성격이 되려면 아마 많은 구르기를 당하고 멘탈이 박살난 뒤여야 합니다. 암발생 소설 루트 진하게 한번 우려내면 어른이 되어 있겠군요! 독자여러분이 원할 것 같지 않은 루트인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