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크나이트 레전드-39화 (39/123)

< -- 39 회: 알바리아 거미둥지 -- >

45일, 일행이 전력으로 훈련에 임한 시간이다. 45일 만에 사람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가를 미쏠로지 팀은 실시간으로 체험중이었고 훈련 시작 전과 비교하면 그들은 아주 많이 바뀌어 있었다.

"원래 훈련 시간이 더 길어질 뻔 했지만 여기 계신 우리의 아주 유능한 공격대장님께서 예상보다 빠른 회복을 하셨기에 다시 임무를 맡을 수 있게 됐다."

미쏠로지팀의 부대장을 맡게된 백종현이 첫 번째 의자에 앉아있는 환상현을 보며 말했다.

그가 말하는 임무란 상급던전 공략을 의미했다. 환상현이 게스트 하우스 가드들에 의해 감금되어 있는 사이 일행들은 중급 던전 보스들을 대상으로 실력을 다듬었다. 훈련의 효과는 탁월했다.

이제 그들에게 중급보스 정도는 식후 운동거리에 불과했다.

일행들이 실전에 나서는 사이 혼자 남겨진 상현은 당연히 좀이 쑤셨지만 꾹 참고 치료에만 전념했다. 그러자 상현의 회복속도는 어느 날을 기점으로 급작스레 올라갔다.

물론 재생능력 레벨이 오른 것은 아니었다. 그냥 명상에 잠겨 마력 치료를 조금씩 도왔을 뿐인데 최소 한달을 예상했던 정양기간이 2주로 팍 줄어 버린 것이다.

그의 몸을 체크하던 의료팀들은 속된 말로 지릴 정도의 속도라며 입을 모아 감탄했다.

그렇게 전력을 가다듬고 그들이 모인 곳은 게스트 하우스의 작전 회의실, 블랙세이펄에 이은 제 2차 상급던전 공략에 나서기 위한 브리핑 중이었다.

"이번 목표는 알바리아 거미둥지다."

알바리아 거미둥지, 정부와의 교섭 당시 백종현이 얻어낸 전용 상급 던전 중의 하나로 셋 모두 살인적인 난이도의 던전들이었지만 그나마 거미둥지가 셋 중에서는 가장 난이도가 낮다고 그는 이야기했다.

"땅속에 지어진 크고 거대한 거미동굴을 생각하면 된다. 다른 던전과는 달리 이곳은 잡몹조차 몽땅 거미다. 작은거미, 큰거미, 독거미, 불거미, 폭탄거미 등 아주 다양한 종류의 거미를 볼 수 있지."

화면에 등장하는 거미들의 생김새를 보자 여성대원들은 물론 남성대원들의 표정도 그리 좋지는 않았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큰 곤충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하물며 그것이 2미터 짜리 거미라고 하면 말 할 것도 없다.

"놈들의 다리 끝엔 강력한 독이 발려져 있다. 최하층 전에 만나는 놈들 중에는 잘 대처하면 즉사할 정도의 놈은 없다. 설령 심하게 당해서 몸이 말을 듣지 않는 경우에는 다른 대원들이 나서서 해독약을 먹여줄 수 있지. 문제는 보스야. 보스 여왕거미 킬롭은 상급 던전 보스 중에 가장 작다. 바닥에서부터의 등까지의 높이가 고작해야 1.5미터 정도지."

"와 되게 작네요."

그렇게 작다면 평균적으로 체력이 약할 것이고 보스를 죽이면 끝나는 던전 공략 특성상 금방 일을 해치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대원들의 분위기에 제동을 걸며 고개를 저었다.

"그동안 우리는 많은 회피 훈련을 했다. 그 중에서도 회피 훈련의 꽃은 총알피하기였지. 벌써부터 그립지 않나?"

총구를 바로 1미터 앞둔 시점에서 총알을 피하는 훈련, 대원들은 훈련만 생각해도 치가 떨리는듯 입술을 앙다물었다.

"킬롭은 총알보다 빠른 속도로 독을 뱉지. 스쳐도 치명상이다. 무조건 구멍이 나게 된다. 관통력과 부식력이 상당해서 A급 정도의 방어구는 한 번에 폐기, S급 방어구라면 두 번 정도는 버틸 거다."

뭐 그런 더러운 보스가 있나 싶어 대원들은 볼멘소리로 투덜거렸다.

"그런 녀석을 어떻게 잡아요?"

"본래 정석은 뛰어난 원거리 딜러들과 탱커들로만 대응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팀은 딱 좋은 밸런스형 팀이기 때문에 이번 던전 공략에 그다지 적합한 편은 아니지."

원거리 딜러라고 해봐야 신재후, 한솔, 이예나가 전부였다. 근접딜러들은 망연자실했다. 접근 하기도 전에 몸을 꿰뚫어버리는 독을 맞는다면 이승과 작별인사 해야하는 것이다.

"너무 실망하지 마라. 킬롭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여왕을 호위하는 잡졸 100마리에 달하는 근위병들을 처리해야 하니까."

이윽고 근위병들의 사진이 튀어나오자 대원들은 눈을 가늘게 뜨며 현실을 부정했다.

표피가 강철처럼 딱딱하며 매우 단단할 것 같은 거미 그림 옆에 그려진 검은색 성인남성 비교 스티커는 근위병이라는 것들이 최소 5미터가 넘음을 알리고 있었다.

"정말로 거미둥지가 제일 쉬운 던전 맞죠? 셋중에서요?"

탱커 김현성이 묻자 백종현은 과거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10년 전 나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뛰어난 녀석들 40명을 데리고 공격대를 운영중이었다. 거미둥지 공략에서는 3명이 목숨을 잃었지. 아무도 도전하지 않은 미지의 영역이라 피해가 더 컸어. 그 당시엔 다들 그랬어. 우리 뿐만이 아니라 전세계의 모든 상위 팀들이 목숨을 걸고 공략법을 찾았지. 비록 동료들을 잃었지만 우린 슬픔을 딛고 일어섰다. 그리고 자신감도 있었지. 다음엔 더 쉽게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

종현은 기억하기 싫은 듯 잠시 말을 아꼈다.

"보스칸 화염동굴에서 6명이 죽었다. 처음부터 화염던전인 것을 감안하고 보스방 입장 전에는 화염 내성 장비들을 잔뜩 챙겨갔는데도 말이야. 그래도 클리어는 했지. 정말 무서운 놈이었지만 어떻게든 이겼어. 하지만 대무덤은 차원이 달랐다."

샹굴라 대무덤, 국내 레이드 팀에게 단 한 번도 클리어를 허락한 적 없다는 난공불락의 던전.

"우린 샹굴라 대무덤에서 5명이 죽었을 때 후퇴를 했다. 그 때 보스는 건드려보지도 못했지."

백종현의 능력자 경험을 통틀어 가장 끔찍한 기억들 중 하나였다.

그 뒤로 샹굴라 대무덤은 악명이 점점 높아졌다. 아시아 최고 난도를 자랑하는 요새, 악명 자자한 대무덤은 첫 발견시기로부터 5년을 버티고 나서야 첫 클리어를 허락했다. 국내팀이 아닌 해외에서 건너온 공격대에 의해서였다.

에딕손 공격대, 세계 톱클래스라는 에딕손이 다녀간 이후 샹굴라는 여전히 클리어를 허락치 않았다. 클리어를 하고난 후 던전에 대한 평가 자리에서 에딕손이 남긴 명언이 아주 유명했다.

'fuck you'

"이미 블랙세이펄에서 경험해서 알겠지만 상급던전이란 것들은 하나같이 변수가 많고 패턴화를 시킬 수 없기 때문에 언제나 위험하지. 아마 힘든 도전이 될 거야."

목숨을 걸어야 할 정도의 힘든 던전, 하지만 지금 정체되어 있는 일행들의 실력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위험을 감수해야만 했다.

훈련으로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다 가르친 상태, 남은 것은 실전 뿐이었다.

상급 던전 42개, 그 중 사상자를 이유로 긴급폐쇄 조치가 내려진 3개 던전을 제외한 39개 던전에는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정장차림에 선글라스를 쓴 사내들이 어슬렁 어슬렁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런 남자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그들의 정체는 감시원, 각 기업에서 정보 수집을 위해 보낸 자들이었다.

그들이 모으고 싶어하는 정보는 바로 팀 미쏠로지, 환상현이라는 젊은 신인을 주축으로 세워진 신규 공략팀이었다.

약 2주 전, 환상현이라는 청년이 6레벨로 서울 강남의 교습소에서 자신의 능력을 과시했다. 조사 결과 그는 엘즈를 물먹인 팀의 리더와 동일인물이었다.

'그들의 전력을 분석하라!'

모든 기업 정보부서들에게 주어진 명령은 팀 미쏠로지에 대한 전력을 파악하는 것이었다. 그들이 실력자라는 것을 확인한 이상 분명 39개 던전에 나타날 터, 설령 던전쪽을 선택하지 않고 지상 디멘션홀 처리에 나선다고 해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지상쪽이 더 감시가 쉬웠다. 5급 이상 레이드의 경우 누가 언제 예약을 걸고 처리하는지, 그 위치는 어디인지 정부의 연줄을 통해 샅샅이 파헤칠 수 있었다.

그들은 모든 루트를 쥐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 세상에 대기업의 감시를 피해갈 수 있는 팀은 없다. 그것은 상식이었으며 진리였다.

그러나 그들의 예상과는 달리 팀 미쏠로지는 이미 던전 앞에 모인 상태였다.

알바리아 거미둥지, 악명이 높아 3년 전부터는 건드는 공략팀이 없다는 던전에 그들이 첫 발을 내딛었다.

"결국 이런 곳까지 끌려오게 되는군요."

"불만이시면 자리 바꾸시죠."

이미 다 포기했다는 표정으로 일행을 뒤따르는 정석영을 보며 백종현이 말했다.

'그게 가능하면 진작 바꿨지 새끼야!'

정부에서는 이미 미쏠로지 전담 검사관으로 정석영을 점찍은 상태, 실제로 그의 실력이 우수한 편이라 대체자는 쉽게 찾을 수 없었다.

정석영은 은신 능력자였는데 그가 전력으로 은신을 펼치면 상급 전의 잡몹들은 그가 코앞에서 몸을 흔들지 않는 이상 눈치채지 못했다.

검사관이 하는 일은 보스방에서 얻은 아이템들의 가치를 정하는 것도 있지만 만약 예상치 못한 사고가 생길 경우 무사히 귀환해 일의 전말을 알리는 역할도 도맡았다.

때문에 상위 던전에 따라붙는 검사관일수록 생존 능력, 귀환할 수 있는 스킬이 중요시 됐는데 정석영은 정부 검사관들 중에서도 상당히 우수한 축에 속했다.

은근 슬쩍 일행의 중간에 끼어든 정석영은 긴장을 늦추지 않으며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맨 앞과 뒤는 기습을 받기 좋은 자리라 중간을 택한 것이다.

반면 일행들의 표정에는 약간의 초조함은 어렸으나 정석영만큼 불안에 떨진 않고 있었다.

45일간 부대원들을 육성하면서 백종현은 정부에 12개의 영약을 요구했다.

영약이란 마력의 양을 급속도로 증진시킬 수 있는 최고급 아이템으로서 그 거래가가 대단히 높았다. 하지만 종현의 부탁에 정부는 최선을 다해 영약을 수집했고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어둠의 루트를 통해 효과가 보장된 영약을 12개를 맞춰서 그에게 건네주었다.

상현을 포함하면 총 13명의 인원인데 왜 영약은 12개 뿐이냐 하면 현재 신체 마력회로가 불안정한 상현의 경우엔 섭취할 경우 독이 될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영약은 백종현을 포함한 대원들만 복용했다. 그 덕에 현재 대원들의 힘은 거의 6레벨의 끝단계에 육박해 있었다. 전투로 능력에 대한 경험치를 좀 더 올리면 7레벨의 벽을 뚫게 되리라.

백종현이 단순히 강해져야 한다는 명목하에 위험을 무릅쓰고 거미둥지 공략에 나선것은 아니었다.

과거 그가 지휘했던 엘리트 40인, 7레벨 3명, 6레벨 37명으로 구성된 공격대.

디멘션 홀이 열린지 1년이 채 안된 시기였기에 그 정도만 해도 당시엔 초특급 공격대라 할 수 있었다.

현재 미쏠로지 팀의 전력은 백종현 7급 막바지, 대원들이 6급 막바지였다. 백종현은 과거의 그가 지휘하던 공격대와 현재의 대원들의 전투력 총합이 비슷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인원 수 차이가 무려 4배 가까이 되는데도 비슷하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는 배경에는 현재 대원들이 낀 아이템과 환상현의 존재가 크게 작용했다.

당시엔 A급 아이템을 한 두 피스만 착용하고 있어도 엄지를 치켜세우며 최고의 대우를 받았지만 지금 이들은 S급으로 전신도배를 하지 않았는가.

게다가 환상현의 능력은 아예 측정 불가였다. 8급 괴수를 단신으로 잡을 수 있다면 공식에 의거, 그의 최대 전력이 11레벨 능력자라는 소리가 된다.

이것이 거미 둥지에 도전하게 만든 근거로 작용한 것이다. 결코 누군가 사망할지도 모른다는 위험 부담속에 공략을 강행한 것이 아니다.

알바리아 거미둥지의 보스층은 47층, 블랙세이펄에 비하면 절반도 안되는 층 수 였지만 피로도는 그것을 훨씬 상회했다.

그들이 머물러 있는 곳은 현재 7층, 일행은 블랙세이펄이 왜 상급던전 중에 인기 있는지를 절실히 깨달았다. 자칫 긴장의 끈을 풀려고 하면 기어 나오는 독거미들, 독침을 날리는 거미부터 두께가 밧줄만한 거미줄을 뿜어 일행을 당황케 하는 놈도 있었다.

"젠장 얼음대신 화염법사가 됐어야 했는데!"

거미줄을 불태우는 것은 역시 화염이 제격이다. 얼음은 거미굴과 상성이 별로 좋지 않았다.

재후가 투덜거리는 사이 어디서 구해왔는지 화염방사기를 들고 나타난 정석영이 보호마스크를 쓰고 거대한 화염을 뿜어냈다.

화르르르-

푸른색의 불꽃이 한 번 지나가자 순식간에 거미줄이 불타버렸다.

"유럽에서 잡힌 7급 드래곤의 화염줄기가 내장되어 있죠."

최고의 아이템이라며 정석영은 일행을 향해 찡긋 윙크했다. 블랙세이펄에서 고생한 탓인지 그는 상당한 화력으로 중무장한 상태였다.

그가 들고온 화염계 장비 화력이 너무 뛰어났기에 거의 대원 두 명 몫 이상을 하는 수준이었다.

"젠장, 바보사가 그립네."

진형을 유지하던 탱커들이 투덜거렸다. 바보사나 그의 부하들은 적어도 인간의 말을 할 줄 아는 유쾌한 놈들이었다. 그리고 별로 강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거미둥지는 잡몹 부터가 난관이었다. 거미를 벨 때 뿜어져 나오는 체액 중에는 위험한 종류가 더러 있었으며 키에엑 거리며 거대한 발톱을 치켜세우고 달려드는 거미는 충분히 호러스러웠다.

그 대단한 위력을 고스란히 방패로 감당해야 하니 얼마나 힘들겠는가. 집채만한 거미들이 방패를 쉬지 않고 때려댔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들도 최전방에 서있는 아군의 등을 보고 난 후로는 이내 잠잠해졌다. 왼손에도 방패, 오른손에도 방패를 들고 최전선을 유지하고 있는 상현은 벌써 세 마리 이상의 거대거미에 둘러싸여 방어에 전념 중이었다.

상현에게 꿀이라도 발라놨는지 거대한 놈들일수록 상현에게 달라붙길 좋아했다.

본래 방패 한 개에 검 한 자루를 쓰던 상현이 방패를 두 개 착용하고 방어에만 전념한 것은 혹시라도 이렇게 하면 능력이 더 빨리 개발되지 않을까 싶었던 생각 때문이었다.

"형! 혹시라도 무리하면 안 돼요."

회복된지 얼마 안 된 상현을 걱정하며 재후가 걱정하자 상현은 문제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 작품 후기 ============================

독자님들 매일 23시 59분에 제 글을 보시면 하루동안 올라온

다크나이트 글을 전부 보실 수 있어요!

농담이구요...

독자님들 의견을 종합한 결과 되도록이면 12시에 한 편을 올리고

나머진 편하게 연재하는 방법이 괜찮겠다 싶었습니다.

물론 저녁 10시나 11시에 한 편 올라가면 도저히 한 편 더 짜낼 물리적 시간이 안되므로...

넓은 마음으로 아량을 베풀어주세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