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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나이트 레전드-51화 (51/123)

< -- 51 회: 충돌 -- >

가장 먼저 달려드는 적, 엘즈의 공격대원은 머리 위로 검을 들어올린 채 상현을 두동강 낼 기세로 소리를 지르며 달려들었다.

붉은 장검으로 적을 베려던 그 순간, 검날이 적의 몸에 닿기 직전의 그 순간까지도 상현은 고민했다.

'죽여야 하는가, 아니면 목숨만은 살려줄 것인가.'

머리 위로 떨어지는 적의 검을 피하며 상대의 목을 향해 검을 날리는 순간 머릿속에서 여신이 호통을 쳤다.

"신을 기만하려는 인간은 가만두지 말아라."

여신이라면 분명 그리 말했으리라. 상현은 기억 속의 어머니를 향해 되물었다.

'하지만 어머니, 이들은 제가 신인 것을 모르지 않습니까.'

결국 상현은 검의 궤적을 수정해 상대의 갑옷을 자르고 가슴을 후볐다. 격한 피를 뿜게 만드는 수준에서 봐주며 적을 밀어낸 것이다.

"그럼 네가 신임을 밝혀라. 네가 신임을 알면서도 달려든다면 한낱 악종들만도 못한 인간이리라."

여신의 충고를 따라 뒤로 물러선 상현이 신성을 일으키며 소리쳤다. 그 힘이 어찌나 강력한지 일순간 태풍이 부는 것 같이 거대한 바람이 일대를 덮치며 깨질만한 것들을 모조리 쓸어나갔다.

"밤의 여신 아이라발디아의 아들, 나 라그나로드 웨일이 고한다. 신에게 대항하는 자, 오직 죽음 뿐이다!"

굉장한 압력, 바람의 영향으로 길거리의 차들이 배를 내밀고 뒤집어질 정도였으나 엄지웅을 비롯한 공격대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베어났다.

'새끼가 안 될 것 같으니 허세를 부리는군.'

처음 놈에게 달려들었던 공격대원은 치명상을 입긴 했지만 뒤쪽으로 무사히 빠져 힐러들에게 치료를 받고 있었다. 고급장비를 단번에 꿰뚫는 무서운 힘을 가지고 있었지만 죽이진 못했다.

힐러들이 있으니 한방에 죽지만 않는다면 상관없었다. 그들은 상처입은 짐승을 노리는 하이에나처럼 각 방위를 점하며 달려들었다.

"빛나는 신의 위명을 듣고도 이를 드러냈으니 죽어 마땅할진저."

좀 전과는 전혀 다른 궤적으로 검이 사라지더니 대원 한 명의 목이 땅을 굴렀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눈치 채기도 전에 한 명, 두 명, 세 명의 목이 몸통과 분리돼 떨어져 나갔다.

8레벨 공간장악능력자인 엄지웅은 크게 놀라며 능력을 극성으로 끌어올렸다.

공간장악능력이 최고조로 발휘되면 마치 앞에 일어날 행동을 읽는 것처럼 상대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었다.

상현과의 거리가 3미터 이내로 좁혀지자 엄지웅은 상대의 피부 근육 하나하나가 발산하는 운동에너지를 읽으며 검이 어디로 움직일지를 예측했다.

그러나 헛수고였다. 상현의 검술은 인간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각도로 틀어지더니 결국은 원하는 곳을 꿰뚫거나 토막냈다.

'뭐...라고?'

공간장악능력으로도 잡아내지 못하는 검의 궤적을 보며 엄지웅은 기겁했다. 이런 경우는 단 하나 뿐이었다. 상대의 무기가 이치를 뛰어넘는 경우였다.

상대가 설령 자신보다 강해도 움직임을 예지할 수 있는 특수한 능력이 바로 공간장악능력이다.

능력의 눈을 피해 공격을 날린다는 것은 놈의 손에 들린 저 무기가 아예 목표에 명중한다는 마법이라도 부여받지 않는 이상 불가능했다.

'특 S급 무기를 가지고 있었나!'

그러나 엄지웅은 헛다리를 짚었다. 무기가 좋은 것이 아니라 그의 검술 실력 자체가 이런 괴현상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예상치 못한 것이다.

그는 검술을 천 년 수련했다. 그리고 그 검술은 선대의 신들이 억겁의 시간 동안 가다듬고 발전시켜 만든 궁극의 신성검술이다. 인간의 상식으로, 인간의 눈으로 쫓지 못하는 것이 당연했다.

물론 머리로 이해했다고 해서 아무 몸으로나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상현은 육체가 너무 약한 탓에 본인이 익히고 있던 검술의 능력을 펼칠 수 없었으나 아라크네의 힘으로 육체가 강화된 이후로는 검술의 초입단계를 가까스로 펼칠 수 있는 몸이 되었다.

이것은 상대에게는 재앙이었다. 악신들조차 상현과 손을 섞으며 그 끝을 알 수 없는 검술의 깊이에 치를 떨었는데 하물며 인간이라면 말할 것도 없었다.

'이럴 수가....'

엄지웅은 좌절했다. 15명에 이르는 엘즈 1군이 단 5분만에 자신을 빼고 전부 몰살당한 것이다.

대원들의 쓰러진 시체, 아직 따끈한 피웅덩이 중앙에 환상현이 무미건조한 눈으로 자신을 향해 검을 치켜 세우고서 입을 열었다.

"혼자 남았구나."

엄지웅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너무 충격을 받아 자신이 바지에 실례를 했다는 사실도 몰랐다.

그저 여전히 그가 내렸던 명령을 이행중인 마력회로가 상대의 움직임을 분석중이었는데 엄지웅에게 전달되는 정보에 따르면 상현의 검끝의 움직임은 0이었다.

그 어떤 검의 고수가 자세를 겨눈다고 해도 검끝은 흔들린다. 일반인의 눈에 보이지 않을 뿐, 분명히 그 끝은 흔들리고 있다. 단지 인식하지 못할 정도의 작은 차이냐, 아니면 눈에 보일 정도의 큰 차이냐가 다를 뿐이다.

그러나 상현의 검 끝은 분명 움직이지 않았다.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면 지켜봐주겠다."

검을 겨눈 채 상현이 이야기했고 엄지웅은 비명을 지르더니 등을 돌려 달아나기 시작했다. 맹수를 눈앞에 둔 인간이 내지르는 비명, 아무런 기술적 움직임도 없이 그저 공포에 질려서 달아나는 그의 등 뒤로 검은 검기가 매섭게 날았다.

검기에 적중되는 순간 엄지웅의 몸은 펑- 하는 소리와 사방으로 찢어졌다. 실로 무시무시한 위력이었다.

"후우-."

근처에 숨쉬던 적들은 모조리 주살한 상현은 끈적한 피웅덩이를 빠져나와 아스팔트 바닥에 정좌하며 호흡을 조절했다.

아라크네 덕분에 힘을 펼치긴 했지만 역시 만만치 않았다. 다크 블레이드같은 큰 기술을 펼친 것이 아니라 아직 탈진하지 않았을 뿐이지 장기전을 펼친다면 온 몸의 마력회로와 근맥이 절단나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고등검술인 것이다. 인간의 몸으로 펼칠만한 기술이 아니었다.

'하지만 여기서 끝낼 수는 없어.'

엘즈가 몰살당하기 전 그들은 분명히 다른 대기업 공격대에게 연락을 취했다.

그들이 정부의 검사관을 부르지도 못하고 죽었으니 당분간 도시의 대피 명령은 해제 되지 않을 터, 이보다 더 좋은 전장은 없었다.

이제 곧 자신에게 악의를 가지고 있는 인간들이 몰려올 것이다. 상현은 오늘 끝장을 볼 계획이었다. 상현의 몸안에서 모든 광경을 지켜본 아라크네는 위험하다며 몸을 떨었지만 그는 무시했다.

'나만을 건드리려고 했다면 이렇게까지 잔인한 방법은 쓰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저들은 자신과 함께하는 대원들에게까지 손을 뻗쳤다. 이것은 결코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일이었다. 반드시 결착을 짓겠다 다짐하며 그의 마력이 지친 몸 속을 천천히 순환하기 시작했다.

꿀꺽-

침 넘어가는 소리가 그리도 크게 들릴 수 있는지 정석영은 처음 알았다. 물론 그 뿐만이 아니었다. 주변에는 그가 몰래 데리고 나온 D.SWAT 대원들과 하우스의 가드들을 포함한 20명의 긴급 인력들이 대기중이었다.

거리가 멀어 말소리는 들을 수 없었지만 쌍안경에 포착된 상현의 움직임은 분명 인간의 것은 아니었다.

그가 신임을 알고 있는 정석영조차 혀를 내두르며 믿기 힘들다는 표정을 지었는데 다른 군인들을 말할 것도 없었다. 그들은 지금 눈앞에서 펼쳐지는게 실은 조작된 영상이나 쇼가 아닐까 생각할 정도였다.

정석영은 맨 처음 그의 뒤를 쫓을 때가 생각나 몸을 떨었다. 저런 괴물의 정체를 밝혀내겠답시고 밀착 감시를 했던 시절, 만약 환상현이 성질 더런 놈이었으면 지금쯤 자신도 저기 있는 핏덩이들처럼 됐을지 모를 일이다.

"검사관님, 대체 저 녀석의 정체가 뭡니까."

참다 못한 D.SWAT 대원들 대표가 입을 열었다. 대기업 1군 팀을 장난감 다루듯 하는 존재에 대해서 그는 들은 바가 없었다. 한국에 세 명 밖에 없다는 9레벨 능력자나 미국의 에딕손 정도는 되어야 저런 무시무시한 힘을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할 뿐이었다.

"모르는게 약이야. 알면 위험하니까 그냥 조용히 하게."

그렇게 말한 정석영은 상현의 상태를 좀 더 세밀히 살폈다.

그가 대원들을 이끌고 나온 이유는 간단했다. 상현이 위험할 것 같다고 판단한 순간 그를 지원하기 위해서였다. 상현은 더 이상의 도움은 필요없다고 했지만 그는 이 국가의 미래이자 기둥이다.

말도 안되는 개죽음을 시킬 수는 없는 노릇아닌가. 긴장한 기색으로 상현을 지켜보는 정석영에게 군인이 다시 물었다.

"하지만 괜찮겠습니까?"

"뭐가."

"이대로 기업팀의 주전력들이 쓸려나가면 한국의 괴수 방어에 큰 구멍이 뚫릴 수도 있습니다."

"아니야. 지금은 오히려 너무 많아. 10대 기업의 하위 4강까지 4군을 운영할 정도지. 맘 같아서는 오늘 각 기업 1군들을 몽땅 쓸어줬으면 좋겠군."

기업의 힘이 급격히 낮아진다면 정부가 전면에 나서서 주도권을 잡을 시기도 더 빨리 다가올 것이다. 정석영이 상현을 응원하고 있던 그 때, 상현의 고개가 돌아가며 망원경 너머의 그와 눈을 마주쳤다.

'헉?'

떨어진 거리가 무려 1킬로미터에 달하는데 이 거리를 설마 눈치챈 걸까. 그냥 우연일 거라 치부하던 그 때, 상현이 슬쩍 웃으며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했다.

'시팔, 들켰네.'

뻘쭘해진 정석영은 망원경을 내려놓고 헛기침을 했다. 상대가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을 깜빡한 탓이다.

"긴장하지 말고 호위 목표를 주시하도록! 오늘 우리의 임무는 목표가 위험에 빠졌을 시 그를 구해내는 것이다. 같이 국가의 녹을 먹는 한 식구로서 최선을 다해 임무를 수행한다. 알겠나."

"예."

정석영의 말에 대원들은 입을 모아 대답했다.

투다다다다-

힘찬 프로펠러 소리가 사방을 울리며 육중한 대형 헬기 5대가 속도 경쟁을 하고 있었다.

엎치락 뒤치락, 누가 먼저 목적지에 도착하느냐를 놓고 승부라도 하는 것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그들은 엘즈의 연락을 받고 출동한 대기업 정규 공격대였다.

삼상, SJ, KD, 한산, 현도, 그리고 현장에 나가있는 엘즈까지 무려 10대기업중 2강을 포함 여섯 개 팀이 환상현을 처리하기 위해 출동한 것이다.

헬기 좌석에 앉아 껌을 씹던 삼상의 능력자가 입을 열었다.

"이거 뭐 도착할 때 쯤이면 먹을 것도 없겠구만."

"부사장님 명령이니 어쩔 수 없지."

삼상 부사장, 우성진.

삼상의 1군 2개팀, 2군 3개팀, 3군 3개팀, 4군 2개팀, 총 10개의 대군단을 총괄하는 총대장의 영향력은 막강했다. 국내 최초 9레벨 달성자라는 타이틀과 함께 그 검술이 하늘에 닿았다 하여 검성이라고 까지 불리는 남자다.

"이번에 우리 전담반이 당했다는 얘기 들었지?"

"들었지."

전담반들의 능력은 그들도 알아주는 바였다. 제법 실력있는 사람으로 뽑아놔야 더러운 일을 처리할 때 뒤탈이 없었다. 그런데 그들이 손도 못쓰고 제압을 당했다고 했다.

"부사장님은 혹시라도 예상치 못한 능력을 가지고 있을 확률을 염두에 두고 계시네."

인간을 제압하는데 특화된 능력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자신들의 총대장에 버금가는 실력을 가지고 있거나.

기업의 상층부에서는 혹시라도 그가 예상외의 파워를 지닌 능력자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만약 그렇다면 나중에 문제가 될 지도 모르니 뿌리부터 뽑아내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것이 지금 기업 연합팀이라는 모습으로 발현된 것이다.

그들은 언제나 슈퍼 갑의 입장이었으며 앞으로도 그래야했다. 결코 자신들에게 반기를 드러내는 무리를 가만두지 않을 참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이건 너무 과해."

지금 헬기로 이동중인 5개팀 병력만 해도 인원이 70을 넘는다. 게다가 현장에는 이미 엘즈 1군까지 가있다고 하지 않던가. 엘즈 1군대장 엄지웅의 능력은 이 바닥에서도 알아주는 전투 능력이었다. 그의 공간에 침입하면 움직임을 전부 읽혀버리는 것이다.

그런 자를 이기려면 알고도 못막는 공격을 써야만 가능했다. 괜히 대기업 1군팀 대장을 맡는 것이 아니다.

현재 헬기를 타고 이동하는 팀중에 전력이 가장 강한 팀은 삼상이었다. 1군 B팀, 초호화 아이템으로 무장한 전원 8레벨의 특급 공격대였다.

"내기할텐가? 만약 환상현이란 놈이 살아있으면 내가 한 턱 쏘지."

"그럼 나는 무조건 살아있다 쪽에 걸어야 하는군."

환상현을 두고 시덥잖은 내기를 하며 헬기안에 웃음꽃이 피었다. 그들이 보기에 환상현은 거대한 식탁위에 차려진 단 하나의 음식 접시였다. 그 접시를 향해 무수히 많은 젓가락들이 난도질을 위해 손을 뻗고 있는 형국이었다.

맨 처음 내기를 제안한 남자는 환상현이 결코 살아있을 리 없다며 자신했다.

그리고 바로 그 때, 헬기를 몰던 능력자가 경고 비프를 누르며 적의 공격을 알렸다.

"적습! 적습!"

조종사의 비명을 듣자마자 공격대는 헬기 문짝을 발로 차고 바깥으로 뛰어내렸다. 저공비행이었다고 하지만 고도가 높았다.

공격대원들이 채 헬기에서 멀어지기도 전에 공중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었다. 엄청난 충격, 시작하기도 전부터 큰 피해를 입으며 땅으로 떨어진 삼상 공격대원들은 발목이 부러지는 등의 중경상을 입으며 이를 갈았다.

"씨발! 가만두지 않겠다!"

그러나 그들은 몰랐다. 그들이 설령 가만 두겠다고 했어도 이미 환상현이 단죄의 검을 뽑아들었다는 사실을. 그들은 이제 막 지옥행 열차에 탑승한 참이었다.

헬기에서 떨어진 사냥감을 쫓기 위해 환상현의 몸이 날듯이 도로를 전력 질주했다.

============================ 작품 후기 ============================

절단 마공이라니요...큰 오해십니다.

하루종일 써서 뽑아낸 분량이 딱 거기서 걸렸을 뿐이에요. 믿어주세요...

앞 뒤 안보고 연참이나 하는 주제에 무슨 깜냥으로 절단마공까지 쓴단 말입니까 ㅜ

독자님들 사랑에 그저 많은 연참으로 보답하려는 저의 마음을 몰라주시니 슬플 뿐입니다.

그럼 이만...재밌게 봐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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